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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인터뷰] 시간의 매력을 편집하고 있었다, <풍류일대> 지아장커 감독
조현나 사진 백종헌 2024-10-07

신작 <풍류일대>로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지아장커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풍류일대>는 20년의 세월을 바탕으로 엇갈리는 두 남녀의 운명을, 급격한 경제성장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달라진 중국의 풍경을 돌아본다. 지아장커 감독은 26년 전 <소무>로 뉴 커런츠 상을 수상한 시절을 상기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이 <풍류일대>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정확하게는 2001년 시작한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이란 기획이 바탕이 됐다. 카메라로 수시로 촬영하는 컨셉이었고 2~3년 정도만 진행하려 했지만 틈틈이 찍다보니 코로나19 팬데믹 때까지 이어졌다. 촬영 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예전 촬영본을 꺼내봤는데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느낌이었다. 과거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한쪽 발은 과거에, 다른 한편은 미지의 세계에 담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오는 과정을 편집하기로 결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과거를 공유하고 새 시대를 여는 하나의 터닝포인트에 가깝다. 그 새로운 시대가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편집의 마지막 단계에 당시의 상황,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넣으려고 했다. 과거 영상이 영화의 2/3 정도를 차지하는데 대부분이 목적을 갖고 찍은 게 아니라 영상들을 다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떻게 편집하고 배치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오래 가졌다. 개인적으론 선입견이나 설정 없이 편집할 수 있어 무척 자유롭고 재밌었다. 아주 매력적인 시간을 편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풍류일대> 외에도 <강호아녀> <산하고인>에서 십수 년의 시간을 압축해 그리는 방식을 취한다.

단계적인 스타일의 변화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천주정>을 찍고 40대가 되면서 경험과 경력이 쌓이고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도 변화했다. 긴 시간을 통과하면서 사회, 과학 기술, 그중에서도 인간이 특히 크게 변화한다고 느꼈다. 나만 해도 20대 신인 감독에서 40대 중견 감독이 됐으니 말이다. 그 무렵부터 긴 시간에 인물을 투여해 그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내게 시간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모든 결과와 모든 답은 전부 시간 속에 있다고 여긴다. <산하고인>을 찍고 나서 <강호아녀>를 기획할 때는 한참 망설였다.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찍었는데 또 이런 영화를 찍어도 될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고민이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당시 확고하게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강호아녀>를 찍었고, 지금의 <풍류일대>까지 오게 되었다. 언급한 영화들에선 긴 시간에 걸친 여성의 변화에 주목했다.

- <임소요> <스틸라이프> <강호아녀>에 나왔던 빈과 차오차오가 <풍류일대>에서 다시 등장했다. 여러 작품에 걸쳐 이들의 헤어짐과 재회를 다루는 이유는.

말한대로 빈과 차오차오는 벌써 내 영화에 4번이나 나왔다. 하지만 둘 다 이름만 같고 전부 다른 캐릭터다. 인물이 놓인 배경과 목적만 봐도 그렇다. 두 연인이 다투고 이별하는 사랑 이야기를 반복해 다루고 있지만 <풍류일대>에 서는 차오차오가 헤어지고 나서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극 후반부, 마트에서 일하는 차오차오에겐 로봇만이 유일한 친구다. 하지만 그녀는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세상에 사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사랑에 의존하는 전작의 여성상을 탈피해 생동적인 방식으로 자기만의 길을 걷는 성장한 여성으로서 차오차오를 그려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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