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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영화도 구독·좋아요 해주시나요, 유튜브 토크쇼와 영화 홍보의 상관관계에 관하여
이유채 2024-07-11

언제부턴가 배우들을 TV 화면, 극장 스크린에서뿐만 아니라 유튜브 섬네일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들이 유튜브에 출연하는 경우가 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레거시 미디어 출신의 유명인이 진행하는 토크쇼 형식의 유튜브 채널은 이제 필수 홍보 코스가 됐다. 올해 개봉한 스타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한국 상업영화 대부분이 이같은 화제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는 채널을 홍보 창구로 선택했다. 예컨대 <도그데이즈>의 윤여정이 <공부왕찐천재>(홍진경 진행)와 <나영석의 나불나불>을, <설계자>의 강동원은 <핑계고>(유재석 진행)를, <핸섬가이즈>의 이성민은 <요정재형>(정재형 진행)과 <성시경의 만날텐데>를 찾았다. 유튜브 토크쇼 출연이 이제 하나의 영화 홍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면 이 흐름은 언제 어떻게 형성됐을까. 지상파방송의 매체력 약화와 유튜브 플랫폼의 급성장, 영향력 있고 검증된 MC와 PD들의 유튜브 진출, 부담 없는 콘텐츠에 대한 시청층의 니즈까지 그 일련의 과정을 짚어봤다. 그리고 이쯤에서 이러한 홍보 전략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읽고 나면 알고리즘에 몸을 맡긴 듯 당연하고 무심하게 보던 영상이 어쩌면 다시 보일지도 모른다.

유튜브에서의 영화 홍보가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선 이유는 지금 유튜브에 ‘대중의 관심’이라는 무형의 자본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서’에 따르면 가장 많이 이용한 OTT는 유튜브(71.0%)로, 2위인 넷플릭스(35.7%)의 2배였다. 기존의 대표적인 영화 홍보의 장은 지상파방송 3사의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정보의 접근과 유통의 주도권을 모두 쥔 지상파방송이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 전 국민은 3사가 틀어주는 평일 심야 예능프로를 보다 잠들고 주말 예능프로와 함께 저녁을 먹는 비슷한 시청 습관을 지녔었다. 그만큼 MBC <놀러와> <무한도전> <황금어장-무릎팍도사>, KBS <1박2일> <상상플러스> <해피투게더 프렌즈>, SBS <런닝맨> <야심만만> <힐링캠프> 등 3사 프라임 시간대 예능프로는 가장 큰 광고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2008년 8월부터 9월까지 <무릎팍도사>엔 하정우(<황해>), 최강희(<애자>), 수애(<불꽃처럼 나비처럼>), 하지원(<해운대>)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다녀갔고 SBS <야심만만> 폐지 소식에 영화 마케터들이 “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며 난감함을 표하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MBC <섹션 TV 연예 통신> <출발! 비디오 여행>, KBS <연예가 중계> <영화가 좋다>, SBS <한밤의 TV연예> <접속 무비월드>와 같은 연예 정보 프로그램과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귀한 영화 소식 창구로서 기능했다.

결국 화제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모바일 시대가 안착하고 그사이 성장한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매체들이 다각 경쟁 구도를 만들면서 지상파방송은 독점적이었던 미디어 플랫폼의 왕좌에서 내려왔다. TV 편성 스케줄에 라이프스타일을 맞추는 일방향적 시청 흐름도 덩달아 깨졌다. 이러한 경향은 예능프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시청률 하락과 영향력 약화로 이어졌고 홍보 수단으로서의 지상파 예능의 파급력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크리에이터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뉴미디어 중 최강자가 된 유튜브에서 초창기 영화 홍보는 작품 자체에 집중하는 식이었다. 2016년에 개설된 인기 영화 유튜브 채널 <고몽><삐맨>은 영화 분석, 배우 탐구, 비하인드 소개, 인터뷰 소스 등을 조합한 2차 창작물 등을 콘텐츠로 생산했다. 게스트 섭외에 대한 부담이 없는 만큼 외국영화도 다뤘고 독립영화도 책임감을 가지고 소화했다. <고몽>의 <박화영> 리뷰 편이 조회수 1천만회 이상을 기록, 장기 상영으로 이어진 일화는 영화 유튜브의 홍보력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에 관한 관심을 이끈 유의미한 사례다. 현재(7월4일 기준) 두 채널의 구독자 수는 각각 <고몽> 239만명, <삐맨> 122만명, 콘텐츠 조회수도 몇십만 단위로 안정세다. 그러나 크리에이터의 스토리텔링이라는 비슷한 형식의 영화 소개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주목도가 분산된 만큼 화제성은 전만큼 크지 않은 듯 보인다. 2019년이 되자 기성 미디어의 첫 뉴미디어 진출 성공 사례이자 PD 겸 MC인 재재가 진행하는 SBS <문명특급>이 반향을 일으키며 영화 홍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출연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다루는 복습코너와 홍보 이슈가 있는 신작을 소개하는 예습코너로 구성된 인터뷰 코너 ‘개봉맛집’이 매회 100만회 이상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화제몰이를 했다. 탄탄한 기획력과 안정적인 진행력을 바탕으로 한 인터뷰가 채널의 인기를 견인하며 <반도> <서복> <승리호> <브로커> <헤어질 결심><외계+인> 1부 등 이 시기 스타배우가 출연한 한국 상업영화 상당수가 <문명특급>을 거쳐갔다.

<데드맨>

2022년 말에 이르러 유튜브 시장에 주목해야 할 변화이자 영화 홍보의 판도가 바뀌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재석, 신동엽, 나영석, 김태호 등 레거시 미디어 출신의 영향력 있는 MC와 PD들이 유튜브 진출을 시작한 것이다. 이렇다 할 세트도 대본도 없이 말 그대로 ‘떠드는’ 토크쇼인 유재석의 <핑계고>(안테나플러스 제작)는 단순하고 익숙하지만 대체불가능한 진행자가 프로그램의 정체성 역할을 하면서 개성 강한 프로그램이 됐다. 신동엽이 진행하는 음주 토크쇼 <짠한형 신동엽>도 진행자 특유의 ‘선을 넘나드는’ 토크를 프로그램의 셀링포인트로 내세운 경우다. 나영석 PD가 직접 진행을 맡은 <나영석의 와글와글> <나영석의 지글지글> <채널십오야>의 라이브방송(모두 에그이즈커밍 제작)은 비전문 MC의 자연스럽고 소탈한 느낌을 강조했다. 김태호 PD의 제작사 테오(TEO)가 운영하는 <살롱드립>(현재는 <살롱드립2>)은 프로페셔널한 희극인 장도연을 단독 MC로 내세워 예능이 어색한 게스트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후 <성시경의 먹을텐데> <요정재형> <조현아의 목요일밤> 등 테이블 하나와 약간의 음식, 소소한 대화, 검증된 진행자 조합의 토크쇼는 계속 출범했고 유튜브 예능의 주류가 되었다.

명명하자면 ‘공식적인 사담(私談)’ 포맷의 토크쇼는 과거 지상파 토크쇼와 차별점을 둔다. 방청객과 세트장이라는 형식을 요구했던 기성 미디어의 토크쇼와 달리 규모가 작고 내용 면에서 자유로우며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한다. 영화의 컨셉에 맞춰 준비를 달리할 필요가 없어 제작사 입장에선 가성비 있는 포맷으로 통한다. 틀어놓고 생활해도 무리가 없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기도 한다. 출연자 입장에선 “지상파 예능보다 촬영시간이 현저하게 짧고 심적, 체력적 부담이 덜하다는 것도 상당한 이점”(홍보사 관계자 A씨)이다. 이러한 유튜브 토크쇼가 인기 영화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은 데는 결국 매회 기록적인 조회수가 확인시키는 압도적인 화제성이다. 홍보사 관계자 B씨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는 채널에 작품을 노출하는 것이 영화 홍보의 주목적인데, 이제는 그러한 채널이 TV에서 유튜브로 옮겨갔고, 그중에서도 공신력 있는 MC가 진행하는 예능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 프로그램 출연을 우선적으로 논의한다”며 달라진 미디어 트렌드에 맞춘 홍보 전략의 중요성을 전했다. 배우들의 출연 의사 표시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배급사 관계자 A씨는 “배우들도 유명 채널의 시청자이기는 마찬가지다. 홍보 이슈가 있을 때 이왕이면 원하는 유튜브에 나가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것까지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진행자와의 친분을 통해 무료로 출연하는 경우부터 기존 TV 예능과 달리 몇 천만원의 매체비를 내고 출연하는 경우까지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모두 윈-윈입니까?

<설계자>

올해 스타배우가 주연을 맡은 한국 상업영화의 대부분이 유튜브 토크쇼를 홍보 전략으로 선택했다. <외계+인> 2부 <시민덕희> <데드맨> <도그데이즈> <파묘> <댓글부대> <범죄도시4> <그녀가 죽었다> <설계자> <원더랜드> <하이재킹> <핸섬가이즈> <탈주>까지 적어도 하나 이상 많게는 3개까지 채널을 돌았다. 출연을 많이 할수록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건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단계이나 홍보 트렌드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언급한 영화들의 홍보를 담당한 홍보사들은 확실하고 즉각적인 홍보 효과를 위해 유튜브 토크쇼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강력한 화제성의 장에 이슈를 띄워본다는 느낌으로 진행한다는 거다. “TV 예능을 하던 시절에도 예능을 많이 돈다고 해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그러진 않았다. 유튜브 출연도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한다. 영화 스코어가 어떻든 이런 큰 마케팅 기회를 포기할 홍보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홍보사 관계자 C씨) 특정층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출연하는 배우의 호감도, 인지도 상승의 효과만 거두면 된다는 것 역시 중론이다. 작품 이야기보다 배우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춘 대화 내용도 그래서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어떤 작품 때문에 나왔는지만 말해도 충분한 것 같다. 중요한 건 그 채널에서 배우가 호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느냐다. 소위 ‘핫’해지면 시청자는 그에 대해 찾아보기 때문에 작품 정보는 추후에 얼마든지 습득 가능하다.”(홍보사 관계자 D씨) 그러나 스타 출연에 힘입어 인기 채널의 성장은 계속되고 예능 출연으로 호감을 얻은 배우 개인의 브랜드 파워는 커지는 반면 정작 작품이 얻는 실익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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