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작인 <초록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를 포함해, 최근 영화제에서 만난 일련의 한국 독립영화들이 다양한 소재와 형식, 미학적 방법론과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이 무척 반갑다. 특정 조류와 계보에서 벗어난, 창작자의 의지가 느껴지는 고집스러운 영화들을 만날 때마다 박하사탕을 입에 문 듯 입안이 화해진다. 첫 영화를 내놓은 감독들의 설렘, 흥분, 열정, 각오가 이번 9명 감독들의 인터뷰에서도 진하게 전해졌는데, 부디 이들이 미래에 큰일을 내주기를 기대한다.
마찬가지로 미래에 큰일 낼 것 같은 풋풋한 청춘 배우들도 만났다. <20세기 소녀>로 뭉친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 노윤서는 1999년에 사는 열일곱 소년 소녀가 되어 그 시절 우리의 우정과 사랑의 고백을 아련히 소환하게 만든다. 교복 입은 캐릭터를 통해 각자의 학창 시절에 접속한 네 배우들의 이야기, 배우들이 서로에게 남긴 ‘교환 일기’는 한마디 한마디 아주 말갛고 고왔다. “그럼 다음에 또 쓸게”로 마무리되는 교환 일기의 익숙한 끝인사에서, 유치하게도 추억은 방울방울의 무드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잘 살고 있나요? 제게 ‘17171771’ 남겼던 분들 잘 살고 있나요?)
강추할 기사는 또 남았다. 임수연, 조현나 기자가 부지런히 취재해서 쓴 ‘망 이용료를 둘러싼 10가지 질문들’, 송형국 평론가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평론도 정독하길 권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팬이라면 다음주 <씨네21>도 놓치지 마시길.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