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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 O.S.T / 신나라뮤직 발매카스트라토(castrato)란 거세한 남자 가수이다. 16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시기의 서양에서 그런 짓을 한 것은 보이 소프라노의 높은 음역을 유지하면서 성인가수의 원숙함을 갖추도록 하기 위함이다. 알려진 대로 당시 여성은 교회 의식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소프라노 음역은 소년들이 담당했는데, 카스트라토를 쓰면 계속해 소년들을 교체할 필요가 없어지고 음악적으로도 성숙해진다.극단적인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라 할 카스트라토는 오늘날에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카스트라토의 음역을 소유한 가수도 역시 만날 수 없다. 카스트라토는 테너의 중음에서 소프라노의 고음에 이르는 음역을 다 커버할 수 있었으므로 오페라 무대 같은 곳에서 화려한 각광을 받으며 주인공 노릇을 했다. 그래서 명성과 부를 얻기도 했는데, 그에 따라 거세를 결심하고 출세하려는 남자 가수가 여럿 생겨났다고 한다.때는 중세의 폴리포니를 넘어선 바로크 음악이 한참 개화할
영화음악 - <파리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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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 경전 <우파니샤드>에는 ‘벼락신의 언어’를 인간이 어떻게 해석하고 알아들어야 하는가에 관한 한 대목이 나온다. 벼락신 프라자파티는 인간의 언어로 말하지 않고 벼락의 언어로 말한다. 벼락의 언어는 벼락치는 소리-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딱딱딱’이고 힌두 경전 표현으로는 ‘다’ 소리가 세번 연속되는 ‘다다다’이다. 다다다? 이 소리로 벼락신은 무엇을 말하는가? 경전에 따르면, 첫 번째 ‘다’ 소리는 ‘다미아타’(Damyata)의 ‘다’이다. ‘다미아타’는 힌두어로 “너를 다스리라”는 의미이다. 두 번째 ‘다’는 ‘다타’(Data)의 ‘다’이고 “주어라”를 의미한다. 세 번째 ‘다’는 ‘다야디암’(Dayadhyam)의 첫 소리이며 의미는 “자비로워야 한다”이다. 이 해석학은 퍽 근사하다. 당신의 책상머리에, 바람벽에, 거실에, ‘다다다!’라고 써붙일 만하지 않은가?그러나, 그러지 말기 바란다. 21세기를 살기로 작정한 사람에게 벼락신의 가르침은 “죽어라”(Drop dead!
다다다,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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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대행사 Central 상파울루 아트디렉터 Marcelo Siqueira 카피라이터 Omar Caldas어쩌면 당신처럼 순진무구한 분에게는 갑갑하기 짝이 없는 광고일지 모른다. 그림들이 무슨 선문답 같다. 요렇게 귀여운 멍멍이가 이 소녀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피자배달원과 섹시한 여인이랑은 또 어떤 관계지? 냉장고 문짝에 꽂혀 있는 크림 스프레이가 도대체 어쨌다는 거야? 침대에 나란히 누워 수다를 떨고 있는 두 처녀는 또 뭐야? 그림를 가만히 보니 광고 한쪽엔 예외없이 허슬러라는 이름이 보이잖아? 그래도 정말 모르겠다는 얘긴가? 설마 허슬러라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시치미 떼진 않을 테지? 그렇다면 당신하곤 아예 얘기가 안 될지 모른다. 너무나 평범하고 건전하고 반듯하게 살아온 대한민국의 남성에게는 너무 어려운 연상퀴즈일지도 모를 일이다.문제는 당신이 아니라 이 그림을 보고 이상야릇한 상상을 하는 사람에게 있다. 적어도 이 광고의 카피는 이렇게 강변하고 있다. “이 이름을
순진한 척 하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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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상처 입은 소녀의 이야기다. 다들 자고 있던 한밤중 집에 불이 난다. 미처 부모님을 깨우지 못한 앨리스는 혼자 살아남았다. 목숨은 구했지만 영혼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정신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녀의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앨리스 늦었어, 빨리 따라와.”서두르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소녀는 흰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간다. 초록색 잔디와 파란 하늘은 사라지고 검은 죽음의 땅은 끝모를 어둠으로 덮여 있다. 이곳은 동화 속 이상한 나라다. 하지만 왜 이런 모습인지는 모른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자기를 불러들인 토끼뿐이다. 하지만 시계를 보면서 “늦었다”고 외치던 토끼는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앨리스는 혼자서 길고 험한 여행을 시작한다. 동그란 피터팬 칼라에 부풀린 소매, 하얀 에이프런은 어느새 피로 물든다. 앨리스의 장난감은 식칼이다. 토끼를 계속 쫓아가기 위해선 식칼을 휘둘러 길을 가로막는 건 뭐든 해치워야 한다.
그로테스크한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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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 쥬스>라는 영화에 대해 알게 된 건 당시만 해도 유일한 영화잡지였던 <스크린>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영화 관련 정보를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영화가 국내에 수입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꽤 길어서 영화잡지에 실린 간단한 기사만 가지고도 꽤 오랫동안 우쭐거릴 수 있었습니다.제가 기사를 통해 얻은 정보는 대충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팀 버튼이라는 감독이 호러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닌 독특한 혼합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다. 지나 데이비스와 알렉 볼드윈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되었다. 롭 보틴이 이 영화를 위해 흉악한 특수분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잡지에 실린 줄거리(보나마나 영화를 보지도 않은 기자가 쓴 글을 역시 영화를 보지도 않은 다른 기자가 번역해서 편집했겠지요)로는 도대체 영화의 정체를 알 수 없었고, 군데군데 삽입된 사진은 더욱더 정체불명이었습니다. 특히 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건 계단 앞에 둥둥 떠 있는 위노나 라이더의 사
초보 영화광의 그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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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추리소설 한권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치밀한 탐정 셜록 홈스와 함께 범인을 뒤쫓기도 하고, 신출귀몰한 괴도 루팡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작가가 깔아논 복선을 더듬으며 주인공과 함께 범인을 추리해가는 것이 추리물의 재미. 그러나 범인은 독자들의 예상을 뒤엎는 뜻밖의 인물인 경우가 많다. 올 설에는 스릴과 재미넘치는 추리만화의 세계에 빠져보자.■ 소년탐정 김전일 (글 가나리 요자부로,그림 사토 후미야)‘소년탐정 김전일’은 90년대 일본 추리만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만화가 연재된 <주간소년매거진>의 400만부 시대를 열며, <주간소년매거진>이 <주간소년점프>를 제치고 1등 자리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큰 몫을 한 일등공신이다. 만화는 물론 TV드라마, 극장용 애니메이션, 홈비디오, 게임 등 관련 전 분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탄탄한 스토리와 스릴 넘치는 연출로 독자들로 하여금 긴장과 감탄을 자아내게 만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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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미 시케히코 지음·윤용순 옮김/ 한나래 펴냄/ 1만6천원당대의 오즈는 이를테면 국민 감독이었다. 오즈는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었고, 오즈의 영화는 가장 일본적인 영화로 통했다. 그의 서민극 혹은 ‘홈드라마’가 지닌 견고한 탈정치적 일상성은 혈기방장한 후배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일반 관객에겐 오즈적 세계의 한결같은 친숙함과 안온함의 표지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오즈 영화의 불가해한 형식미엔 기라성 같은 서구 학자들의 연구성과가 헌정됐지만, 이런 와중에도 오즈 미학의 뿌리는 선이나 명상 같은 일본적 또는 동양적 정신성에서 종종 찾아졌다. 국민 감독 시절보다 더욱 견고하게 일본적인 감독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하스미 시게히코의 <감독 오즈 야스지로>는 이런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저서다. 도쿄대 총장이며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인 하스미는 오즈의 영화를 영화의 한계에 도전하는 영화, 일종의 아방가르드적 에너지로 충만한 영화로 보
180도 뒤집어본 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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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Peer to Peer)라는 또 하나의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지난해 인터넷업계와 음반업계의 최대 논쟁거리가 된 냅스터는, 이제 BMG를 거느린 독일계의 거대 미디어 그룹인 버텔스만에 인수된 이후 차츰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적과의 동침’을 한 이상, 적에 곧 대가를 지불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꿋꿋하게 무료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지만, 언제 유료화를 들고 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서 수많은 냅스터 이용자들이 곱게 유료화에 따라줄 리는 없다. 우선 프리넷이나 그누텔라 등 유사 서비스가 아직도 건제한데다가, P2P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파일 공유 서비스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한편으로는 냅스터에 의해 음반업계가 발칵 뒤집히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할리우드는 과연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미 MP3뿐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P2P 서비스에서 나타나
‘그날’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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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근 지역 올로케, 100% 후시녹음을 자랑하는 총천연색 디지털 비디오영화 <다찌마와 Lee> 홈페이지가 계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영화팬들의 열렬한 반응에 답하고 있다. 신파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인트로’를 시작으로 해서 메인화면으로 들어오면 빨강, 노랑, 파랑 그야말로 총천연색의 현란한 홈페이지를 만날 수 있다. ‘홍보찌라시’에서는 영화의 작품세계를 거창하게 늘어놓은 ‘신화부활’과 ‘다찌붙은 사연’을 볼 수 있고 ‘충무로 키드’에는 배우와 스탭진이 소개되어 있다.다찌마와 Lee 역으로 분한 임원희의 현란한 액션 장면으로 꾸며진 예고편 ‘맛보기’ 코너도 준비되어 있고, <다찌마와 Lee>의 시나리오를 다운받을 수 있는 메뉴도 새롭게 업데이트되었다.‘나오는 이들’ ‘제작 에피소드’ ‘삼일사진관’ 코너는 곧 문을 열 예정이란다. 마지막으로 게시판에 들러 네티즌들의 벅찬 감동을 느껴보는 것도 홈페이지를 100%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http://www.
인터넷 뉴스 - <다찌마와 Le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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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대 속에 태어났던 국산 TV애니메이션 시리즈 <하얀 마음 백구>가 안방극장에서 석달간의 선전한 끝에 지난 1월12일 막을 내렸다. 99년 10월6일부터 매주 금요일 5시50분 SBS에서 방영됐던 <…백구>는 진도 부근의 섬 조도에 사는 어린 남매와 진돗개 백구의 훈훈한 우정을 그린 13부작 애니메이션.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진도의 주인에게 돌아온 진돗개의 실화를 바탕으로, 투견광에게 팔려간 백구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겪는 모험과 아이들의 성장기를 촘촘히 엮은 동화다. 언제부터인가 국산 애니메이션의 방영시간대로 고정되다시피한 금요일 저녁, 높은 시청률을 얻기 힘든 시간대로 꼽히는 ‘비수기’에 방영된 <…백구>는 평균 시청률 10%를 웃도는 인기를 누리다가 종영을 맞았다. 금요일 저녁은 주말이나 월∼목요일에 비해 전체 시청률 자체가 낮고, 각 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들이 가장 쉽게 치고 들어오는 시간대라 결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나
잘했어, 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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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얼터너티브 밴드 리알토(RIALTO)가 서울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리알토의 2집 의 홍보와 내한공연을 위해 지난 1월6일 방한한 리알토는 8일부터 2박2일 동안 이나영과 함께 자신의 첫 싱글인 <캐서린의 수레바퀴>(Catherine’s Wheel)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것이다. 리알토는 아시아권 특히 한국에서의 폭발적인 성공에 고무받아 2집을 세계최초로 한국에서 발매하고, 내친 김에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방영할 아시아판 뮤직비디오의 촬영지도 한국으로 잡았다.지난 1월10일 강추위와 폭설의 잔재가 남아 있는 삼성동의 한 거리.스모그가 가득 찬 낯선 풍경이 길가는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벌써 열번도 넘게 같은 장면의 촬영이 반복되고 있다. 남자배우 데이비드 맥기니스가 이나영에게 스카프를 둘러주는 장면. 느낌을 살려내야 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재한 감독은 수시로 모니터와 배우 사이를 미끄러운 길을 타듯, 왕복하며 연기지도를 한다. 한국어를 못하는 데이비드와 리알
이야기보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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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시즌에 아이들이 볼 만한 영화가 여러 편 쏟아져나온 건, 아줌마로서는 다행이었다. 영화보기는, 남한테 뭘 가르치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거니와 자식교육에는 더더욱 소질없는 아줌마가 딸들한테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교육적 배려’였던 거다. 그래서 추위와 눈발을 헤치고 애들을 끌고 다니면서 <치킨 런>도 보고 <그린치>도 보고 <포켓몬스터>도 보고 오늘의 얘깃거리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보았다.<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취학 전 어린이들에게는 확실히 좀 어려운 영화였던 것 같다. 영화 보는 내내 딸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는데, 후반에 접어들면서 질문의 주종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어?”로 바뀌었다. 아줌마 자신은 영화에 몰입해 있었으므로,스무 번째로 “아직 멀었어?”를 묻는 둘째 딸래미 머리를 쥐어박았는지 험상궂게 째려봤는지 어쨌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그때가 영화의 클라이맥스, 그러니까 오무들이 황금빛 촉수를 모두어 죽
치맛바람 계곡의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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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공주>일본의 하천 복원운동을 둘러본 일이 있다.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밋밋해진 흐름을 자연스럽게 되돌려 생물들이 돌아오게 하려는 노력이 전국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었다. 놀라움과 부러움 속에 한 가지 어색하게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로 비단잉어다. 희고 노랗고 붉은 빛깔의 비단잉어들을 도시의 어느 하천에서도 볼 수 있었다. 마치 연못에서처럼. 동행하던 일본사람에게 물었다. “왜 자연 속에 인공을 풀어놓는가.”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비단잉어도 자연이다.”우리나라에서 상영되고 있는, 또는 조만간 상영예정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두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공주>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자연’이라는 큰 주제를 내걸고 있다. 이 영화들은 우리에게 자연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들을 하게 만든다. “인간이 지구를 파멸에 몰아넣어도 자연은 살아남을까”, “원시자연은 인간에게 적대적인가”,
인간과 자연,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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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계속되고 있는 날, 흰 눈과 검은 눈이 뒤섞인 길을 달려 도산공원 옆 한 카페에서 고소영을 만났다. 고소영은 매니지먼트사 로고가 찍힌 흰 패딩코트에 장식없는 까만색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미끄러운 길을 대비한 듯한 그 실용적인 차림은 똑 부러지는 그의 ‘아메리칸 스타일’을 대변하는 듯했다. 표지촬영을 위해서도 단출하게 회색 정장 한벌. 워낙 옷 잘 입고 옷 많기로 소문난 그라 조금은 의아해하고 있을 때, “개인적으로 옷 자랑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에 나온 영화배우로 사진을 찍는 거죠.” 까만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는 그의 말이 모두를 설득한다. 이야기하고 표정짓고 움직이는 하나하나에서 인간적인 매무새와 제스처야 묻어났지만, “사생활은 얘기 안 해요”라는 그는 무대에서 내려와 곧바로 ‘관계자외출입금지’라고 쓴 방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스타’였다. 다행히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 방의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고소영은 기자에게 커피를 권하고, 자리를
똑부러지는 완벽주의, `똑`소리나는 연기, <하루>의 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