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겨레>에 쓴 ‘얼치기 도사들’은 약간의 소란을 낳았다. 이미 해병전우회나 의사들과 더 큰 소란을 겪기도 했거니와 졸렬하나마 사회적 의견을 제출함으로써 일용할 양식을 얻는 사람으로선 그런 일을 피할 수 없다 생각하는 나로선 대수롭지 않아 할 만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접을 수 없는 불편함이 내내 남았다. 그 글은 내 청년 시절의 소중한 선생 가운데 한 사람을 겨냥하는 패륜을 담았기 때문이다.그, 이현주 목사는 그저 예수를 팔아먹는 크고 작은 보도방들인 한국 교회에서 예수의 삶과 정신을 되새기는 일에 분투했다. 그가 짓거나 옮긴 예수와 복음서에 관한 몇몇 노작들은 서남동 안병무 같은 민중신학자들과는 다른 맥락에서 내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다. 민중신학자들이 내게 예수를 논증해주었다면 이현주는 내게 두런두런 예수를 들려주었다. 최악의 반동과 최고의 열정이 맞서던 시절, 그와 권정생(<강아지똥>을 지은) 들은 조용한 소금이었다.10여년이 흘러, 전해 듣
존경
-
배우 안성기가 이번엔 책읽는 남자로 변신했다. 영화에 캐스팅된 것이 아니다. 시민운동단체인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02-546-8797, www.bookreader.or.kr)에서 제작한 홍보 포스터에서 모델로 등장한 것. 지난해 6월 말, 국민운동쪽에서 “안성기씨가 책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고, 비영리 사업에 많이 참여하는 분이라” 섭외했을 때 흔쾌히 수락했고, 거기에다 뜻을 알고는 무료로 출연해주었다고.국민운동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9월30일 <흑수선> 촬영이 한창일 때 홍릉수목원에서 포스터 촬영을 했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12시 약속시간을 칼같이 지켰고, 전날 <흑수선> 마지막 밤샘 촬영으로 몹시 피곤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자상한 미소로 현장을 편안하게 해주었다고. 포스터에서 안성기는 ‘책읽는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문구 아래 편안한 자세로 앉아 책장을 넘기며 ‘책권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무언의
책 권하는 남자
-
할리우드의 오랜 친구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버트 저메키스가 사업상의 동반자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 스필버그의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자회사격으로 1997년 설립된 저메키스의 영화사 이미지무버 프로덕션이 이제 워너브러더스사로 소속을 바꿀 예정이다. <백 투더 퓨처> <포레스트 검프>의 저메키스 감독이 스필버그와 연을 맺은 건 1974년 남가주대학 재학 시절. 저메키스가 단편영화를 갖고 무작정 스필버그를 찾으면서부터다. 이후 스필버그는 저메키스의 시나리오 을 도왔고, 뒤에 이를 직접 연출했다. <백 투 더 퓨처>가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되면서 이들의 관계는 이어졌고, 97년에 생긴 이미지무버사에서 저메키스는 <왓 라이즈 비니스>와 <캐스트 어웨이> 2편을 연출·제작했다. 2편 모두 히트를 했으나 드림웍스는 공동제작사였던 20세기폭스와 수익을 분배해야 했다. 이미지무버는 비용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자회사였던 셈이다. 드림웍스
저메키스, 독립선언
-
<친구>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유오성이 권투선수 김득구의 삶을 소재로 한 곽경택 감독의 신작 <챔피언>에서 근육질로 대변신했다. 유오성은 지난 6개월 동안 정두홍 무술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액션스쿨에서 하루 5시간씩 팔굽혀펴기, 줄넘기, 윗몸일으키기, 근육 만들기 프로그램 등 엄청난 양의 운동을 소화한 뒤 보라매 공원 3km 달리기로 기초체력을 다져왔다고. 좋아하던 술과 담배도 줄이는 등 자신과의 싸움까지 겸하면서 몸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유오성에 대해 곽경택 감독도 “크랭크인 뒤 한번도 운동을 빼먹지 않았다”며 그의 배우근성을 칭찬했다.
우와, 근육질!
-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원작자 J.K. 롤링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다음날 스코틀랜드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가까운 친지들만 참석한 조용한 결혼식이었다고. 마법과 판타지의 세계를 누구보다 기발하게 그려낸 롤링의 남편은 재미있게도 ‘마취의’. 자신과 마찬가지로 스코틀랜드 사람인 에든버러의 마취의 닐 머레이와 롤링은 1년 넘게 연애를 해왔다고 한다. 첫 번째 남편과 이혼을 한 뒤 딸 제시카를 둔 ‘싱글머더’로서 롤링이 예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카페에서 집필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돼 큰 인기를 누린 요즘, 롤링은 사적인 행복도 한껏 누리는 모양이다.
돈도 벌고 결혼도 하고
-
허진호와 판타스틱영화와의 조우! 차기작 얘기는 아니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2002년 2월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제13회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유바리영화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국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김홍준 집행위원장도 역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지난해에는 배우 최민식씨가 심사위원을, 2000년에는 안성기씨가 심사위원장을 맡아 유바리 나들이를 했다. 올해 유바리영화제 심사위원장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오랜 제작 파트너였으며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를 제작하기도 했던 얀 할란이 맡을 예정이다.
허진호·김홍준, “유바리 갑니다”
-
장항준 감독의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 촬영장에서 주인공 허봉구 역의 김승우씨가 ‘라이터’보다 ‘우동’에 더 집착했다는 소식이다. 서른살의 백수 허봉구가 단돈 2천원을 가지고 참가한 예비군 훈련. 점심시간에 그는 거금 1700원으로 우동을 사먹는데 그만 통째로 엎질러버린다.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승우씨는 이 장면을 찍으며 엎질러진 우동을 진짜로 안타깝게 바라보곤 했는데, 아닌게아니라 소품으로 준비한 우동을 앉은 자리에서 3그릇이나 맛나게 먹었다고. <라이터를 켜라>는 300원짜리 일회용 라이터를 되찾으려는 한 가난한 백수의 ‘기차액션물’로 서울발 부산행 기차가 주무대다. 윤종신이 음악을 맡는다.
“맛있는걸 어떡해”
-
<진주만>의 케이트 베킨세일이 영국의 헤어드레서, 디자이너, 포토그래퍼들과 잡지 <헬로!>의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영국 미인’으로 선정됐다. 한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이키며 스스로 “끔찍하게 못생긴 어린아이”라 하기도 한 베킨세일. 그녀는 슈퍼모델 야스민 르블롱, 케이트 모스, 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등 쟁쟁한 경쟁상대들을 따돌리고 최고의 미인 왕관을 썼다. 심사위원단의 일원이었던 디자이너 캐롤린 찰스는 “케이트의 고전적이면서 동시대적인 아름다움은 그녀가 연기하는 배역 속으로 너무나 잘 전환돼 우리는 배우가 아니라 정말 그 캐릭터만을 보게 된다”라고 그녀의 미를 칭송했다.
미운 오리새끼에서 최고의 미녀로
-
<다이 하드>에서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까지, 액션연기와 깊은 내면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팝의 세계로 잠시 ‘귀환’했다. 80년대에 모타운 레코드사에서 2장의 앨범을 냈을 만큼 꽤 수준급 노래솜씨를 자랑하는 ‘가수’이기도 한 브루스 윌리스의 이번 귀환은 가수가 아니라 음반 제작자다. 이번에 업탑 뮤직이라는 레이블을 차리고 자신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재즈가수 아론 네빌의 아들인 아이반 네빌의 앨범을 발매하는 것. 브루스 윌리스는 ‘거물’인 자신의 이름을 팔아서라도 ‘사랑하는’ 아이반을 띄울 각오가 되어 있다고.
음반제작도 해요
-
최근의 한국영화 르네상스가 있기까지 조민환 프로듀서가 기여한 몫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1990년 영화기획정보센터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충무로에 입문한 그는 이화예술극장, 기획시대로 자리를 옮기며 홍보일을 해왔고, 95년 <꼬리치는 남자>를 시작으로 프로듀서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뒤, 영화스승인 차승재를 만나 싸이더스의 전신 우노필름에 들어간 그는 <비트> <태양은 없다> <플란다스의 개> <시월애> <무사> 등 선 굵고 개성 넘치는 작품에서 조율사 역할을 했다. 지난 2년 동안 <무사> 프로젝트 하나에 매달렸던 그에게 2002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그에게 ‘핵우산’ 노릇을 해준 차승재 대표와 싸이더스를 떠나 자신만의 집을 지어 분가했기 때문이다. 그가 앞으로 살게 될 새 집의 이름은 NABI픽처스. Nature, Art, Beauty, Intelligence의 머리글자를 딴 회사명은 도올
싸이더스에서 독립해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 NABI픽처스 차린 조민환 대표 (1)
-
초기 일정을 듣자하니 무언가 확고한 노선이 있는 것 같다.한마디로 표현의 새로움이다. ‘이 영화는 무엇이 새롭고 무엇이 다른가’라는 화두와 끝없이 싸울 것이다. SF 장르는 그런 고민에서 나온 선택이다. 겁나긴 하지만 상투성을 뒤집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계획이다.<무사> <비트> <태양은 없다> 식의 남성영화 취향도 여전할 것 같다.사실이다. 남성적인 것을 동경하는 것은 내가 범생이였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계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는 전형, 관습, 도덕적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나를 구원한 것은 어릴 때는 무협지, 만화, 책이었고 20대 들어선 파격이 가능한 시였다.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할까.늘 <유성호접검> 같은 무협영화를 얘기하곤 하는데 그런 계획은 없나.꿈과 현실 사이에서 나는 꿈을 좇는 직업을 택했다. 꿈의 원형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무와 협, 그리고 남성이 나오는 무협지는 내가 꿈꿨던 세계를 재현해줬다. 만화도 마
싸이더스에서 독립해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 NABI픽처스 차린 조민환 대표 (2)
-
지난 12월, 배급전쟁은 뜨거웠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화산고>가 격돌하고 다크호스 <두사부일체>까지 가세, 작은 영화들에게 극장은 ‘너무 먼 당신’이 되었고, 극장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러나 <이것이 법이다>는 ‘반드시’ 극장에 걸려야 했다.AFDF 코리아의 김선호 배급팀장이 <이것이 법이다> 배급에 목숨걸 수밖에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AFDF에서 수입, 배급한 일본영화 <링-라센> <아바론> <쥬브나일>이 모두 흥행이 저조, 회사가 12억원 정도의 빚을 졌다. 한국영화 <아이 러브 유>에 부분투자했다가 3억원 정도 빚이 보태졌다. 하는 수 없이 투자와 제작을 겸했던 <조폭 마누라>를 포기하고 받은 돈으로 숨통을 틔웠고, 그 자금으로 <이것이 법이다>에 집중했다. 촬영현장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스탭과 배우와 어우러졌던 그에게 <이
김선호, <이것이 법이다> 배급 담당
-
오죽하면 여장을 한 남자배우라는 루머까지 떠돌았을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먹먹한 귀로 운동장을 달리던 육상부원 시은의 질주는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체육복 아래 가는 몸에서 유독 도드라진 어깨 골격과 우윳빛 대리석 같은 광대뼈가 그려낸 것은 미소년이되 미소년 아닌 기묘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리고 데뷔작에서 서늘한 눈빛을 제 것으로 만든 이영진이 두 번째 영화를 고른 기준은 무조건 ‘여고괴담 정반대’였다. “보이시한 건 일단 제쳤어요.” 한 가지 얼굴로 굳어지는 게 가장 두려웠다는 이 루키 배우는, 그렇게 <아프리카>의 ‘진아’를 선택했다.
진아가 되기 위해 이영진은 훌쩍 나이를 먹어야 했다. 79에서 81년생, 고만고만한 나머지 배우들이 또래를 연기하는 반면 진아 역만 20대 중반으로 설정되어 있는데다 남자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과거의 소유자이기도 하기 때문. 우연히 굴러들어온 권총 때문에 좌충우돌하는 네 여자들 사이에 지원(이요원 분)이 타고
`둔녀`의 불면의 밤, <아프리카> 이영진
-
코스튬 드라마 두편의 여주인공이 나란히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지난 1999년.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기네스 팰트로가 판정승을 거뒀지만, 진정한 트로피의 임자는 <엘리자베스>의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주장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푸른 숲과 황금빛 햇살을 닮은 소녀에서 밀랍인형처럼 창백하고 근엄한 군주로 거듭나는, 진폭 큰 변신에 성공한 그녀에게, 관객이 특히 평단이 열광했다. 그러나 케이트 블란쳇 자신은 덤덤했다. 최고의 여배우라는 할리우드의 찬사를 뒤로 하고, 그녀가 달려간 곳은 연극무대. 영화제가 사랑한 배우라는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사람들은 경고했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Shut up!” 이 한마디를 남기고 표표히 사라졌다는 후문.
누구는 그녀에게서 젊은 시절의 미아 패로를 떠올리고, 누구는 전성기 때의 메릴 스트립을 떠올린다. 그러나 케이트 블란쳇을 여느 배우에 비교하려는 시도는 무모하다. 창백하다 못해 투명한
창백한 여신, 케이트 블란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