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센과 치히로…> 등 장·단편 250편 상영오는 4월26일부터 5월2일까지 열리는 ‘2002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4월2일 상영작을 최종 발표했다.‘전쟁과 영화’를 주제로 한 올해 영화제의 상영작은 장·단편을 포함해 250여편. 1973년의 김대중 납치사건을 다룬 일본감독 사카모토 준지의 정치 스릴러 <KT>가 개막작이다. ‘아시아 독립영화포럼’에서는 작년 칸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한 일본 영화 <나쁜 녀석들>, 중국 6세대 감독 왕 차오의 <안양의 고아>를 비롯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젊은 작가들의 영화를, ‘디지털의 개입’에서는 마이크 피기스의 <호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 등 디지털 미학의 실험들을 소개한다. 관금붕의 <란 위>,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칠레영화 <삼인조 택시강도> 등 세계영화의 다양한
전주영화제 상영작 확정
-
시사지를 들추다가 이인제씨가 god 공연장을 찾아 마이크를 잡고 “god가 세계를 제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는 기사에 눈이 멈췄다. 그 기사의 제목은 ‘연예인을 공략하라’였다.기분이 나빴다. 뒤이은 내용 때문에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이인제 고문의 god 콘서트장 방문에 가장 놀란 곳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진영이었다. god는 이 총재가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찜’해 놓았던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많은 배우, 가수, 개그맨의 이름과 이른바 대권후보 정치인들의 줄잇기로 채워져 있었다.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나는 이인제씨나 이회창씨가 평소 대중문화에 관심을 갖고 특정한 기호나 소신을 밝혔다는 소식을 한번도 접한 적이 없다. 국회에서 <친구> 폭력성 시비가 일었을 때, 혹은 이재수의 ‘컴배콤’ 논란이 터졌을 때 대권후보들이 어떤 소신을 밝혔다는 소식을 접한 적도 없다. 그런데 이 무슨 수작들인가.나는 대중문화를 알고 그것에 매혹된 정치인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찜
-
한살 터울의 두 감독, 박찬욱과 김지운은 어딘지 닮았다. 체내에 흐르는 영화광의 피가 잡아당겨서 그런지 시사회나 회고전을 비롯해 영화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에서 둘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류승완 감독이 “우정의 가교”였다고 말하는 두 감독은 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반칙왕>과 <공동경비구역 JSA>로 21세기 첫해의 스타 감독으로 떠오른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영화세계가 겹치는 교집합은 그간 만든 영화보다 그간 본 영화쪽에 훨씬 폭넓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두 감독이 만나 <복수는 나의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근사할 것이라는 발상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진정 서로의 세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해줄 수 있는 두 감독의 이야기는 엿듣는 즐거움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해보였다. 김지운은 <복수는 나의 것>에 대해 “나라면 두려워서 코미디로 피해가는 부분을 과감히 치고나간 영화”라며 박찬욱을 “늘 나보다 한두발
제 1장 그 감독, 이상하다
-
2000년 일본 최고의 화제작 <배틀로얄>이 4월5일 무삭제로 개봉한다. 폭력성 논쟁을 낳으며 빅히트를 기록한 이 영화는 지난해 부천영화제에서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지만 일본영화 수입제한규정 때문에 한동안 국내 관객과 만나기 어려웠다. 산세바스찬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개봉요건을 갖춰 곧 극장에 걸리는 <배틀로얄>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고 야쿠자영화의 대부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영화세계를 조망해본다. <씨네21> 통신원 사토 유가 직접 진행한 감독인터뷰까지 <배틀로얄>에 대한 모든 것을 모았다. 편집자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가 흘러나오는 총격전을 본 적 있는가?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울려퍼지는 학살극을 상상해보았는가? 지난해 봄 화창하게 개인 어느 날, “좋아하는 애 있니?”라고 묻던 친구가 눈앞에서 목이 잘려 쓰러져도 반항할 수 없었던, 겁먹은 소년의 창백한 눈동자를 들여다본
<배틀로얄>, 그 폭력과 피와 결핍의 아수라
-
-
존 휴스턴필름누아르의 고전이자 원형으로 꼽히는 <말타의 매>를 만든 감독. 배우 안젤리카 휴스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동료영화인들이 줄줄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상황을 보다 못한 그는 캐서린 햅번, 제임스 캐그니 등과 함께 국회의사당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끔찍한 현실을 견디기 힘들었던 그는 결국 미국을 떠났다. 험프리 보가트할리우드 고전기를 대표하는 배우. 그가 없었다면 필름누아르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가 구축한 탐정의 이미지는 독보적인 것이었다. 존 휴스턴이 이끄는 국회 앞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출연작 <케인호의 반란>을 연출했던 에드워드 드미트릭처럼 애초의 태도를 바꾸었다. 조사위원회에서 그는 `공산당에 가까운 사람과는 앞으로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엘리야 카잔<에덴의 동쪽> <워터프론트> 등 냉정한 시선으로 미국사회를 리얼하게 해부한 `사회파 감독`의 대표주자. 1999년 카잔은 논란 속에 아카데미 공로상
매카시즘 시대의 영화인들
-
피비린내 나는 <배틀로얄>의 화면을 보며 아름답다는 착각을 하는 건 분명 42명의 ‘꽃보다 아름다운’ 미소녀, 미소년들 때문이다. 냉혹한 세상과 교육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에 간담이 서늘해질 무렵 “사실… 나, 너 좋아했잖어” 같은 안타까운 고백을 남기고 죽어가는 소년, 소녀들의 사정을 듣고 있자면 마음 한켠이 싸해진다. <배틀로얄>은 아이돌 스타의 요람으로 시바사키 코우 같은 많은 아이돌 스타들을 배출해냈고 42명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따라하는 <배틀로얄> 코스프레는 큰 인기를 얻었다.남자 15번 나나하라 슈야 역 . 후지와라 타츠야 . 1982년생<배틀로얄>에서 여학생들의 흠모를 한몸에 받고 있는 슈야 역의 후지와라 타츠야는 TV광고나 드라마를 통해 성장한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연극계가 배출해낸 신성이다. 1997년 연극 <신도쿠마루>의 주연을 뽑는 오디션으로 데뷔하여 같은 해 10월 영국 런던공연에서 현지 신문과 매스컴의 극
<배틀로얄>의 아이돌 스타들
-
김지운: 영화 안으로 들어가 보자면 현실적 소재, 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를 다룰 때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은 점에서 영화의 장단점이 동시에 나온 것 같다. 그런 부정합이 박 감독이 원한 아우라였던 것도 같고. 이질적인 소재와 형식이 빚는 충돌 때문에 한번에 소화하기 힘들었다. 마틴 스코시즈는 미국 내 계급대결 구도와 베트남전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다룬 <택시 드라이버>를 몽환적으로 풀어서 잊지 못할 영화로 만들었는데, <복수는 나의 것> 역시 그런 종류의 강렬함이 있다. 이런 소재를 현실적 시각으로 풀 때 더 섬뜩할까, 스코시즈나 린치처럼 부조리한 악몽으로 풀었을 때 더 섬뜩할 것인가. 대중적으로는 전자가 답일 테고 소수 마니아는 후자에 열광할 것 같은데 <복수…>의 개봉결과가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복수…>를 박 감독의 상업적인 실험으로 이해하기도 한다.박찬욱: 개봉을 앞두고 불안, 초조, 긴
제 2장 그 영화, 이상하다
-
“74년이나 걸렸다. 시간을 좀더 줘야 된다.” 울음을 삼키느라 목이 멘 할리 베리의 목소리에, 장내는 사뭇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미국 L.A. 현지시각 3월24일 저녁,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던 할리우드&하이랜드 컴플렉스의 코닥시어터. 단골 행사장이던 슈라인 오디토리엄을 떠나 42년 만에 아카데미가 시작된 ‘할리우드’ 거리로 돌아와 마련한 새 거처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었다. 아카데미 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배우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사형수 남편을 잃고 백인 간수와 사랑에 빠지는 여성을 통해 흑백문제의 깊은 골을 들여다보는 <몬스터스 볼>로 트로피를 거머쥔 할리 베리.“오, 마이 갓!”만 연발하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리던 베리는, 역대 수상자 가운데 가장 긴 소감을 토해냈다. “도로시 댄드리지, 리나 혼, 다이앤 캐롤, 그리고 내 뒤의 제이다 핀켓, 안젤라 바셋, 비비카 폭스 같은 여성을 위한 순간이다. 이제는 이름 없고, 얼
제74회 아카데미 영화상
-
후카사쿠 긴지 감독은, 해외에서 지명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칸이나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적도 없고 유럽이나 미국의 비평가들에게 열렬한 찬사를 받거나 논쟁의 대상이 된 적도 거의 없다.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와 구로사와 아키라 그 다음 세대의 오시마 나기사와 이마무라 쇼헤이, 스즈키 세이준, 기타노 다케시 등 일본영화의 거장들을 나열해보면 후카사쿠 긴지의 이름이 들어갈 곳을 쉽게 찾을 수 없다. 회고전이 열린 것도 기껏 2000년 로테르담영화제 정도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미이케 다카시나 구로사와 기요시에게도 주어진 영광이라면, 전후 일본영화사의 산증인 후카사쿠 긴지에게는 너무 늦은 회고전이다.흥행과 비평 모두 만족스럽게, 꾸준하게후카사쿠 긴지의 나이는 71살. 지금도 여전히 영화감독으로 ‘활동’중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스즈키 세이준도 요즘 신작을 내고 있지만, 후카사쿠 긴지에 비할 바는 못 된다. 후카사쿠 긴지는 자의든 타의든 조
폭력미학의 거장 후카사쿠 긴지(深作欣二) 감독 탐구
-
아카데미영화제가 열리는 할리우드의 3월은 `축제의 달`이다. 축제의 열기 속에서 영화인들은 함께 과거를 되짚고 현재를 점검해 미래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 사색 속에는 이들은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상처, 혹은 오점과 마주친다. `할리우드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몇 년 전 엘리야 카잔이 공로상을 수상할 때 아카데미 수상식장 청중의 반응은 이 사건이 여전히 `현존`함을 반증했는데, 곧 절반 정도의 참석자들이 대원로 선배의 수상을 싸늘하게 외면했던 것이다.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영화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은 다방면으로 존재해왔다. 그리고 지난 3월24일 아카데미영화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할리우드의 빨갱이와 블랙리스트: 영화산업에서 정치적 투쟁>이라는 전시회의 열어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사진, 오디오, 비디오 자료와 영화클립, 기록화면 등을 공개했다. `정치적 이념과 이력이 영화인 개인의 일생을 좌우한 당시 미국사회의 배경과 그 영향을 후세대도 기억해
헐리우드 블랙리스트, 반세기의 상처
-
지난 3월26일 오후 <배틀로얄>의 제작사 도에이 사무실에서 70세의 후카사쿠 긴지 감독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그의 아들이자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기도 한 후카사쿠 겐타도 함께 했다. 우선 한국에서 개봉하게 된 <배틀로얄>에 대한 궁금증을 후카사쿠 감독으로부터 듣고 싶었다.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후카사쿠 긴지(이하 긴지) 70년대까지 내가 했던 일은 <의리없는 전쟁> 시리즈 같은 야쿠자영화였다. 이처럼 폭력이 주축을 이루는 작품들이 평판을 얻었지만, 일본영화가 점점 더 폭력과 에로티시즘이라는 두개의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상황에서 내 영화도 그중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80년대에는 여성 관객이 많아져서인지 그런 영화의 기획을 실현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결국 80년대나 90년대에는 액션영화를 2편이나 3편 정도밖에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2년 전 어느 날 우연히 조감독 일을 하고 있던 아들이 소설 <배틀로얄>을 들
후카사쿠 긴지 인터뷰
-
4주 전, 뉴욕의 아파트에서 아카데미 시상단의 전화를 받고 당황했다. 내 오스카를 돌려받으려고 전화했나보다 했는데, (그걸 맡긴) 전당포도 망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아니 내 영화들이 후보에 오르지 않아서 사과하려는 건지도, 전에 맨해튼 5번가에서 일할 때 한 노숙자가 점심을 사겠냐기에 50센트를 준 걸 알고 진 허숄트 박애상을 주려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중략) 뉴욕에서 찍은 영화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기에, 나보다 잘하는 다른 감독들이 50여명은 되니 마틴 스코시즈나 스파이크 리나 마이크 니콜스를 부르라고 했다. 그들은 다 바빠서 안 된다고 그래서 왔다.-우디 앨런 뉴욕에 대한 헌사를 위해 오스카에 처음 등장하면서동정은 원치 않는다. 우선, 아무것도 못 받았던 수년간 창피당할 기회를 너무나 많이 줬던 음악분과에 감사하고 싶다. (중략) 여기에 걸어나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제니퍼 로페즈)이 주는 상을 받다니, 천국에 가보진 않았지만 이런 기분에 가깝지 않을까.-랜디 뉴먼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장의 코멘트들
-
김지운: 여담이지만 <복수…>에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 녹음하려고 1시간 반 차 타고 양수리 가서 2분 녹음하고 다시 1시간 반 차 타고 집에 왔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다음은 김지운 감독의 신작 <정말로 이상하다>의 주제곡 <정말로 이상하다>입니다.”라는 말 녹음하겠다고.박찬욱: (미안한 듯) 믹싱할 때는 들리게 했는데 극장이 이상해서 그래.김지운: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연기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영화에서는 표현된 적 없는 인물의 기이한 행태가 기주봉 선배를 비롯한 76극단 멤버들의 조연을 중심으로 많이 보인다. <어둠의 자식들> 끝내고 영화를 안 했던 기주봉 형을 <조용한 가족>에 불렀는데 처음부터 다른 배우와 달랐다. 세트장에 나타나자마자 “내가 나그네 입장에서 저 밑에서부터 그냥 올라와봤어.” 하는데, 예전 76극단 선배들과 의사소통하던 특이한 방식이 되살아나면서, 이런 형한테 내가 연기주문을 한다는 것이 무참했
제 3장 그 배우, 더 이상하다
-
김지운: 영화에서 결정적인 모티브로 작용하는 누나와 보배의 죽음이 너무 느닷없이 개연성 없이 들이닥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박찬욱: 누나의 죽음은 느닷없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개연성은 잠깐 생각해보면 납득할 정도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다 묘사할 수는 없으니까. 누나는 강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격이라기보다는 기계장치 같은 존재, 던져진 인물이다.김지운: 신하균이 누나를 닦아주는 장면은 경험이 있나?박찬욱: (흠칫 놀라며) 경험? 그런 것은 없고 근친상간의 뉘앙스를 의도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변태엽기영화가 될 거라 안 그런 척하려고 했다. 신하균이 몸을 닦는 연기를 할 때 나의 주문은 “더 깊숙이 닦아라”였다. 신하균이 클로즈업에서 목욕탕 때밀이처럼 수건을 탕탕 치며 웃는데 약간 음탕한 표정이 잘 살아 마음에 들었다.김지운: 그 밖에도 섹슈얼리티를 의도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었나?박찬욱: 송강호가 전기고문을 하며 배두나의 귀에 침을 바르는 장면이 상징적인
제 4장 리얼리즘, 그것도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