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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5 Round
난 집채만한 데스크탑, 넌 날렵한 노트북
장항준 너는 모르겠지만 참, 내, 이런 일도 있었다. 줄줄 나오네. 시나리오 쓰려고 수유리에 있는 아카데미하우스에 들어갔거든. 데스크톱 낑낑 안고 프론트에 가서 “저 영화…”하는데 프론트 언니가 반가운 목소리로 “어머! 장진 감독님이죠?” 하는 거야. 허참! 여기서도 장진을 찾나, 그러더니 저 맨 끝쯤에서 “아 여기 이름있네요. 장항준씨…” 하더라고. 그래서 장진이 방은 몇호예요? 물었더니 미치겠네 내 옆방이야. 그래서 내가 니방 찾아갔었잖아.(이런 이야기를 할 때 장항준 감독은 보통 일어나서 일인극 수준으로 허공에 팔을 휘휘 저으며 대사를 치고받는다)
장진 그랬냐? 나는 옷 다 벗고 목욕하려고 물 받아놓고 발 딱 담그려는데 초인종 울려서 놀랐잖어.
장항준 나는 초인종 눌러도 소식이 없기에 이 자식 시나리오 쓴다고 들어와서 혹시 여자랑 있나 했다니까. 초인종 누르고 니가 나오는 시간을 계산해볼 때 딱 여자숨기고
장진 · 장항준의 고삐풀린 수다 140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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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사 백두대간은 여름 휴가여행이 한창인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색다른 영화여행을 제안한다. 씨네큐브 광화문의 세계영화축제 1탄, <영화로 떠나는 유럽배낭여행><영화로 떠나는 유럽배낭여행>에서 소개되는 영화는 유럽의 13개국에서 온 13작품.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문물을 만나고자 하는 여행객들의 바람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만큼 다양한 국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부터 실제 유럽배낭여행에서라면 두루 방문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나라들, 북유럽(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이나 동유럽(헝가리, 러시아), 지중해(그리스)까지 편히 감상할 수 있도록 작품을 선정했다. 색다른 체험을 제시하는 영화들로 알차게 채워져있기에 영화관을 찾는 호기심 많은 여행객들은 정말 유럽에서도 만나기 힘든 유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노 맨스 랜드>를 제외하면 백두대간의 개봉작 중 작품의 오락적, 예술적 완성도가 높았지만
씨네큐브광화문 세계영화축제 『영화로 떠나는 유럽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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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의 특기는 `구라`다. 그걸로 지금껏 먹고, 입고 살아왔다. `구라`를 품지 않으면 하루를못 견딜 정도다. 그가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지 모른다. 지난해 겨울, 서울역 뒤편 촬영현장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여전히유쾌한 만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세팅을 하자마자 철수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는 숙소로 돌아가는 대신 아시바를 뜯어 나르는 스탭들을특유의 유머로 독려하는 정말 이상한 감독이다. 그런 낙천성이 없었다면, 메가폰을 쥐기까지의 시련을 버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구라`는 그에겐세상과 맞서는 일종의 `보약`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촬영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겪고 난 뒤, 말수가 지나치게 줄었다. 그 스스로 자신의인생, 최대의 `위기`라고만 했다. 다른 말은 없었다. 얼마 지나자 그와 연락할 수 있는 휴대폰조차 끊겼다. 그런 일이 있은 뒤 4개월이 지났고,그는 `시끌벅적한` 영화 한편을 세상에 내놓기에 앞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쓴 `눈물나는`제작일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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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라는 게 이런 엿 같은 일도 해야 하는 거구나>> 2001년 8월2일시나리오는 결국 조연 캐릭터를 좀더 살리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다음 단계는 캐스팅. 번번이 낙오했던 관문이었다. 관수 형은 차승원부터 찍었다. 안면이 있다는 것이 유일한 무기였다. 그런데 그가 흔쾌히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다. 복권에 당첨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늘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이제 영화의 쌍두마차인 봉구 역만 결정하면 큰 산을 넘는 거다. 가장 먼저 해효 형의 주름진 얼굴이 떠오른다. 이튿날, 곧장 전화부터 했다. “형, 이번에 같이 한번 안 해볼래요.” “좋아, 장항준! 한다. 난 너랑 무조건 한다.” 아직 시나리오를 보지도 못한 형은 쉽게 응낙했다. <은실이> 촬영장에 놀러갔을 때 만나 이후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던 해효 형과 촬영장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난다는 건 나한테는 더없는 기쁨이었다.>> 2001년 8월14일“돈을 벌긴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쓴 `눈물나는`제작일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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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분량만큼은 <스타워즈>?>> 2002년 5월21일비상이다! 사운드가 빠져 있는 편집본이긴 하지만 다들 너무 지루하다는 반응이다. 기대를 많이 하셨던 강우석 감독님도 와서 보신 뒤 빨리 보충촬영 준비하라고만 하고선 자리를 뜬다. 다들 침울한 분위기다. 소스를 집에 들고 와서 비디오로 다시 보지만, 여전히 재미가 없다. 그런데 내 옆에서 본 마누라 은희만 재밌다고 한다. 은희가 날 많이 사랑하긴 하나보다. 뭐가 문제일까. 정우하고 머리를 맞댄 뒤, 관수 형과 일정을 조정한다. 대강 꼽아도 적어도 7회 촬영이 필요하다. 어쨋든 이 엄청나고 참혹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제발 잘돼야 할 텐데.>> 2002년 5월28일보충촬영 분량이 꽤 많다. 승우 선배가 화장실에서 쫄따구들한테 표를 뺏고 기차에 올라타는 장면도 너무 코믹하게 그려진 것 같아 진지하고 다급한 버전으로 재촬영했다. 기관실에서의 격투장면은 물론이고, 좀더 사실적인 리액션 장면을 끼워넣기 위해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쓴 `눈물나는`제작일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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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Nana, 1926년, 120분, 흑백 / 출연 카트린 에슬링, 베르너 크라우스르누아르 자신이자기 영화들 가운데에서 최초로 논의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 <나나>는 저명한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다. 르누아르가이 영화를 만들면서 특히 영향받은 것은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의 <어리석은 부인들>(1921)이었다고 한다. 한 극장의 간판 여배우와 그녀를둘러싼 상류사회 남자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나나 역을 맡은 것은 당시 르누아르의 부인이었던 카트린 에슬링이고, <칼리가리박사의 밀실>(1920)에서 칼리가리 박사를 연기한 베르너 크라우스가 무파 백작 역을 맡았다. 노엘 버치는 이 영화를 특히 높이 평가한 비평가였는데,여기서 그는 오프 스크린의 구조적 사용을 지적해냈다.<암캐> La Chienne, 1931년, 100분, 흑백 / 출연 미셸 시몽, 자니 마레즈혼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장 르누아르 회고전 상영작 17편 프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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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규칙> La R gle du jeu, 1939년, 112분, 흑백서로 엇갈린 욕망의 그물망 안에 걸린 사람들의 모습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는 영화 <게임의 규칙>은 장 르누아르의 명실상부한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며 세계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를 꼽을 때에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걸작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에는 흥행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좋은 평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르누아르는 “나는 <게임의 규칙>의 실패에 너무도 괴로워한 나머지, 영화를 포기하든지 프랑스를 떠나든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까지 이야기했다. 나중에 영화는 재개봉되면서 정당한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다수의 인물들로 짜여진 이 소우주에는 코미디와 비극, 멜로드라마와 사회적 리얼리즘 등의 요소들과 함께 섞여 있다. 이 영화가 거둔 성과에 대해 리처드 라우드는 이렇게까지 말한 바 있다. “만약 프랑스가 내일 파괴돼 이 영화만 남는다면, 이 나라 국민들은
장 르누아르 회고전 상영작 17편 프리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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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거장 감독 장 르누아르의 회고전이 부산(7월20일부터 8월4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과 서울(8월9일부터1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무성영화 시대의 걸작 <나나>(1926)에서부터 <탈주한 하사>(1962)까지 르누아르의 대표작 17편을만나보자.편집자장 르누아르와의 인터뷰를 담은 한 소책자에 서문을 쓴 니콜라스 프랭거키스라는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르누아르를 만나게 되기 전에 어떤 식으로 그의 이름과 마주하게 되었는지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풋내기 배우였던 시절 그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미술관의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을 보곤 했는데 그곳 로비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영화인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들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 카드들 밑에는 해당 인물들이 개인적으로 뽑은 가장 위대한 영화 10편의 제목이 쓰여 있었다. 프랭거키스는 로렌스 올리비에의 카드, 오슨 웰스의 카드, 그리고 엘리아 카잔의 카드 등을 훑어보면
회고전 계기로 본 거장 장 르누아르의 작품 세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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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션에서 리얼리스트로<암캐>(1931), <익사 직전에 구조된 부뒤>(1932), <토니>(1934), <랑주씨의 범죄>(1936), <거대한 환상>(1937), <인간야수>(1938), <게임의 규칙> 등 세계영화사에 남을 걸작들을 연이어 내놓은 르누아르의 놀랄 만한 30년대는 분명 (시적) 리얼리즘에의 지향이 창작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던 시기였다. 사운드의 도입과 함께 앞선 시기의 ‘테크니션’ 르누아르가 ‘리얼리스트’ 르누아르로 이월했던 것인데, 이 두 얼굴의 르누아르 사이에 사운드라는 새로운 요소가 놓여 있다는 것이 분명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직접 한 말을 들음으로써든 아니면 <암캐> 같은 영화를 봄으로써든 우리가 짐작하게 되는 것은, 영화의 사운드가 르누아르로 하여금 무언가 일종의 ‘(재)발견’을 하게끔 촉진작용을 해주었다는 점이다. 아마 말하는 영화를 통해 르누
회고전 계기로 본 거장 장 르누아르의 작품 세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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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 세편의 공통점은 원작자가 필립 K. 딕이라는사실이다. 스크린에 옮겨진 편수는 극히 적지만 각 작품의 스케일과 중량감은 가히 위압적이다. 명망있는 할리우드 감독들이 기꺼이 스크린에 구현하고싶어하는 유혹적인 미래세계를 빚어낸 필립 K. 딕은 세련된 문체로 인간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파고든 SF작가였다. 미래의 살인을 방지하는 시스템의패러독스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 미래사회의 딜레마를 탐구한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스필버그라는 필터를 통과해 7월26일 관객과의 조우를 기다리고있다. <씨네21>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스템’에 접속하기 전, ‘필립 K. 딕 리포트’를 먼저 공개한다.편집자report1 ┃딕의 미래세계, 환상 그 이상의 환상1. 최초로 필립 K. 딕 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무엇일까? 물론 공식적인 정답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등 할리우드가 사랑한 SF작가 필립 K. 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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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3 ┃SF로 간 문학도3. 필립 K. 딕은 아서 C. 클라크나 아이작 아시모프처럼 ‘하드’한 작가는 아니었다. 클라크와 같은 작가들에게 SF세계는 과학적 상상력과 연역 과정을 통해 예측한 ‘가능성 있는’ 미래였다. 하지만 딕에게 SF는 이미 그를 둘러싸고 존재하는 현실세계를 기술하는 조금 독특한 도구였다. 그는 미래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과학적 상상력으로 어떻게 미래의 기술을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화성인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이미 존재하는 SF 장르의 클리셰들을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이용했다.골수 SF팬에서 시작한 엔지니어/과학자 출신의 클라크나 아시모프와는 달리 그는 순문학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가 SF로 시선을 돌린 건, 그것이 그의 미치광이 비전을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장르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은 그의 VALIS를 보면 분명해진다. 우주의 진리와 기존 종교에 대한 장황한 헛소리를 늘어놓는 이
<마이너리티 리포트>등 할리우드가 사랑한 SF작가 필립 K. 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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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5 ┃도매가로 정체성을 팝니다?5. ‘리얼리티의 허약함’은 감각과 기억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아이덴티티의 문제로 연결된다.그의 가장 유명한 단편인 <사기꾼 로봇>(The Imposter)(최근에 게리 시니즈와 매들린 스토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은 이 주제를 다룬 가장 유명한 예다. 과학자인 주인공은 그가 자신을 살해하고 그를 위장한 알파 센타우리 외계인들의 스파이 로봇이라는 모함을 받고 탈출한다. 하지만 그가 찾아낸 것은 진짜 자신의 시체고 그가 로봇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알파 센타우리에서도 보일 만큼’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그의 거창한 최후는 이 부실한 세계에서 자기 존재의 허망함을 알아차린 남자의 충격에 대한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영화화된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와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We Can Remember It for
<마이너리티 리포트>등 할리우드가 사랑한 SF작가 필립 K. 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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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괴짜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60)는 지난 79년 자기가 신고 다니던 구두를 요리해 먹었다. 로즈메리와 마늘을 듬뿍 넣어 오리기름에 끓인 구두 한 쪽을 먹어치운 사연은 레스 블랭크의 다큐멘터리 <헤어조크, 구두를 먹다>(1979)에 잘 담겨 있다. 블랭크(67) 감독은 <…구두…>와 <버든 오브 드림스>(1982) 등 헤어조크에 관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들고 지난 11일 개막한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왔다. <…구두…>는 헤어조크가 친구인 에롤 모리스에게 영화를 만들 용기를 주기 위해 필름을 완성하면 구두를 먹겠다고 호언한 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제 구두를 요리해 먹는 과정을 찍은 작품이다. <버든…>은 아마존강가 밀림에 오페라 하우스를 세우려는 집념과 광기의 사나이에 관한 영화인 <피츠카랄도>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버든…>은 헤어조크가 영화 속 주인공 못지 않은 광기와 집념으
“현실 뚫고 진실 드러내는 게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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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꾸러기 플라이, 귀여운 여동생 스텔라, 내성적이면서 유전자나 디엔에이(DNA) 공부를 즐기는 뚱보 사촌동생 척. 둘은 부모가 외출한 틈을 타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이상한 동굴 실험실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지구 온난화로 점점 해수면이 높아지자, 인간이 “물고기가 되어야만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 아래 대안을 연구하는 괴짜박사 매크릴의 실험실이다. 목마른 스텔라는 박사가 만든 물고기가 되는 약을 꿀꺽 한 입에 들어마시고 만다. 48시간 이내에 사람이 되는 약을 먹지 않으면 영원히 물고기로 남아야 한다는 박사의 말에, 스텔라를 따라 플라이, 척은 물고기가 되어 바닷속으로 떨어져버린 약을 찾으러 나선다. 하지만 약은 포악한 상어의 이빨청소를 맡으며 살아가던 조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다. 우연히 물고기가 되어버린 세 아이의 바닷속 모험극을 그린 덴마크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2000)는 어린이 눈높이의 따뜻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 어린이가
으악, 날좀 봐! 물고기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