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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다른 세계’라는 올해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코로나19로 전례 없이 변화한 풍경 속에서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가 개최됐다. 예년보다 규모 면에선 축소됐지만 한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자리인 만큼, 서독제는 가능한 많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올해 장·단편의 공모와 심사를 분리해 진행한다. 그 밖에도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창작자들의 제작 지원을 돕는 다양한 신규 사업들을 론칭했다. 운영의 안정화를 꾀한 3년을 지나 4년차에 접어들며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해온 의제를 하나하나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제 개막(11월 26일)을 하루 앞두고 찾은 사무국에서 김동현 집행위원장에게 서독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영화제 차원에서 내놓은 코로나19 대비책이 있나.
=사실 방제 시스템을 준비하고 상영관을 축소하는 등의 선제적 조치들은 다 되어 있는 상태였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 이제 오랜 의제들을 해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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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귀하고 특별한 보호막을 두르고 있던 <보건교사 안은영>의 홍인표 한문 선생님처럼 실제 남주혁에게서도 특별한 기운이 느껴질지 궁금했다. 혹은 드라마 <스타트업>의 남도산처럼 공대생의 사고 회로를 지닌 엉뚱하고 멋있는 청춘의 초상일지, 혹은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이준하처럼 세상의 밑바닥을 경험하고도 온기를 간직한 청년에 가까울지 궁금했다.
의외로 남주혁은 무색무취했다. 중학생 때 농구선수로 뛴 이력이나 모델로 활동하다 배우가 된 이력에서 짐작하게 되는 에너지와 화려함은 어디다 숨겨놓은 걸까 싶을 만큼 조용히 환경에 녹아들었다. 그 무색무취함과 조화로움이야말로 배우 남주혁의 치명적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제>에선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차례로 통과하는 대학생 영석이 되어 조제(한지민)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김종관 감독의 <조
[인터뷰] '조제' 남주혁 - 옆에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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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의 백상아를 연기하며 그해 배우가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찬사를 받았던 한지민이 선택한 인물은 장애 때문에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책을 통해 세상을 접할 수밖에 없는 <조제>의 조제다. 드라마 <아는 와이프> <눈이 부시게> <봄밤>을 통해 그녀가 보여준 인물들 역시, 우물쭈물하거나 멈춰 설 여유 없이 일상을 전투적으로 치러낸 캐릭터들 이었다. 작품 외적으로도 여러 사회 활동을 통해 어떤 장애물이든 지혜롭게 뛰어넘을 것 같은 이미지를 구축한 한지민과 조제의 조합이 궁금해진 이유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배우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을 듯해서다. 한지민의 또 다른 시작점이 될지도 모를 <조제>의 개봉을 앞두고 원작과는 다른 조제만의 사랑법에 관해서, 30대를 마무리하는 2020년의 고민과 관심사에 대해서 물었다.
-<조제>는, 영화로는 <미쓰백> 다음 작품이자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인터뷰] '조제' 한지민 - 더 멀리, 더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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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있다. 외출할 땐 휠체어가 필요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집 안에서 보내며 책을 읽고 상상으로 세계를 누비는 조제(한지민).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대학생 영석(남주혁).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이 끌린다. 두 사람의 손과 시선과 마음은 꼭 맞게 하나로 포개진다. 하지만…. 김종관 감독의 <조제>는 이 ‘하지만’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원작인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이 영원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진 관계로 호흡을 맞췄던 한지민과 남주혁은 <조제>에서 다시 한번 연인으로 손을 맞잡는다. <조제>의 제작보고회 날 제작기 영상을 보고 눈에 눈물이 고였던 남주혁과 그런 남주혁 때문에 따라 눈물을 훔쳐야 했던 한지민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조제와 영석으로 살았던 시간
[인터뷰] '조제' 한지민·남주혁 - 사랑, 영원할 수 없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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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영화제가 새롭게 태어났다. 중구문화재단과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손잡고 새롭게 막을 연 제5회 충무로영화제는 ‘디렉터스 위크’를 표방하며 감독에 의한, 감독을 위한, 감독의 영화제로 탈바꿈한다. 이번 영화제는 12월 1일부터 5일까지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여러 장·단편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감독들의 이야기를 듣는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영화의 메카 충무로에서 다시금 영화 문화의 꽃을 피울 것”이란 안상훈 감독의 말처럼 이번 영화제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대거 참여해 영화의 현주소를 묻는다. 제5회 충무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 겸 기술감독을 맡은 문시현·안상훈 감독을 만나 달라진 영화제의 이모저모에 대해 물었다.
-5회를 맞이한 충무로영화제가 올해는 완전히 새로운 포맷으로 바뀌었다.
안상훈 지난 4회까지는 뮤지컬영화제 컨셉으로 진행됐는데 올해부터 한국영화감독조합과 손잡고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로 거듭났다. 제목 그대로 ‘
제5회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 "칸영화제 감독주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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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김포 시민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가 12월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2월 13일까지 열린다. 청소년, 김포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제인 만큼 올해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만 9살부터 24살까지 해당되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경쟁부문뿐만 아니라 비경쟁부문, 김포시를 주제로 한 영상을 모은 지역특별부문 등 세 가지 섹션에서 200여편의 상영작이 공개된다. 하성면, 통진읍, 고촌읍 등 김포 곳곳에서 야외 상영이 총 14차례나 예정되어 있으니, 별이 보이는 밤하늘 아래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운치를 놓치지 말자.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의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조직위원장 정하영 김포시장과 조성륜 집행위원장을 만나 올해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미리 엿보았다.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영화제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조성륜 3회째인 만큼 지난해보다 짜임새 있게
[김포국제청소년영화제] 청소년과 시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영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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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완 감독은 관록의 배우 김혜수가 단번에 매료된 영화적 세계를 만든 신인감독이다.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내가 죽던 날>은 복직을 앞둔 형사 현수(김혜수)가 외딴섬에서 벌어진 10대 여성 세진(노정의)의 살인 사건을 맡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첫 작품이기에 좋아하는 배우이자 염두에 둔 배우 김혜수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던 박지완 감독은 캐스팅이 성사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보낸 지 일주일 만에 만나자는 답변이 왔는데, “김혜수 선배님이 워낙 인품이 훌륭한 분이어서 거절하더라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려는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작은 코멘트라도 듣고자 자리에 나갔던 박지완 감독은 그날로 김혜수 배우의 출연 의사를 듣게 됐다.
그만큼 <내가 죽던 날>은 이야기의 힘이 큰 영화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자살 사건을 다루면서도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무엇보다 캐릭터들간의 연대가 따스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 그렇게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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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만 더하면 넘칠 것 같은 잔에 떨어진 한 방울. 장애인 활동 지원인과 장애인 보호자로 매칭된 성희(문혜인)와 현목(김준형)은 첫 만남에서부터 그 한 줄기 액체를 온몸으로 맞는다. 각자의 물살을 가르기에도 버거운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은 낯선, 그러나 필요해져버린 타인에게로 삐죽이며 달려나가는 억센 마음을 정돈하지 못한다.
서로의 존재를 살피고 견디는 이들에게 찾아든 파문(波紋)과 범람을 응시하는 김덕중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에듀케이션>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되어 배우 문혜인과 김준형에게 올해의 배우상을 안기며 근래 가장 주목할 만한 데뷔작으로 손꼽혀왔다. “사건도 없이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는 미스터리한 매혹을 느끼게 해줄”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작품이라는, 영화를 향한 애정 어린 찬사를 받아든 김덕중 감독은 이제 관객의 ‘수강후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나.
=기획 단계에서 성희를 중심에
'에듀케이션' 김덕중 감독 - 혼자만의 방에 갇힌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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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혜인은 <에듀케이션>의 성희가 되기 위해 두권의 노트를 채웠다. 각각 보랏빛에 가까워지는 붉은 톤, 푸른 톤의 표지 너머에는 한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으나 이제 스페인에 가고 싶어 장애인 활동지원 아르바이트에 나선 성희의 시간이 새겨져 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여성(송영숙)을 보조하게 된 후 그의 아들이자 보호자인 고등학생 현목(김준형)과 마찰을 일으키는 성희를 따라가는 이 영화는 “어쩌면 괴로움과 불안 속에 빠진 성희가 그것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의 괴로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문혜인 배우가 공책에 적은 단상으로부터 3년 전 그의 바람이 떠올랐다. 2017년, <씨네21>이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여성배우 7인’ 중 한명으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각박한 현실에서도 살아가고자 하는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듀케이션>은 그 소망이 실현된, 배우 문혜인의 첫 장편 주연작이다.
-고야, 페
'에듀케이션' 문혜인 - 현실에 발을 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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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영화 <마틴 에덴>은 경계에 선 자의 씁쓸한 몰락기다. 나폴리의 거친 선원 마틴 에덴은 우연한 계기로 만난 상류층 여성 엘레나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아득한 계급 차를 느낀다. 고급 어휘를 구사하고, 문화적 소양도 풍부한 엘레나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마틴은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 마틴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지적 욕구와 호기심이 내재된 인물이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의 욕망까지 더해지며 그는 외적으로도 다른 사람으로 진화하지만, 동시에 상류층 집단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 상황에 처한다. 한편 그가 속한 노동자계급은 사회주의에 눈떠 조합을 만들고, 마틴 개인은 허버트 스펜서의 진화론적 자유주의에 매료된다. 계급 상승의 욕망은 소속 집단의 목소리를 배반할 수 있고, 조합이 가진 전체주의적 위험을 맹렬히 지적하는 자유주의자는 양쪽 계급 모두에 환영받지 못한다.
20세기는 개인주의적 사회주의, 자유주의적 사회주의, 사회주의적 아카니즘과 같이 사상
'마틴 에덴'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 인터뷰, "시네마는 일종의 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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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의 한 장면. 시댁에서 아내 사린(박하선)이 사과를 깎을 때 구영은 아버지, 작은 아버지와 함께 담소 나누기 바쁘다. 아내 옆에 가서 함께 과일을 깎거나, 자신이 직접 칼을들 만한 센스가 안타깝게도 그에겐 아직 없다. 무구영을 연기한 권율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며느라기>를 보고 나서 구영에게 ‘남편이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라고 핀잔을 주면 성공한 작업”이라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보이스3> <해치> 등 최근 장르 시리즈에서 특화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에게 이번 시리즈는 “가장 일상적인 면모를 드러낸 작업”이었다고 한다.
-원작 웹툰을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구영은 눈치가 없지 않나. 언젠가 결혼하면 아내와 어머니의 관계에서 구영보다는 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눈치가 없지만 악의 또한 없는 것이 구영의 특성이다.
=여러 상황에서 센스가 부족해 답답한 면모가 있는데 그렇다고 악의나 편협함이 있는
'며느라기' 권율 - 눈치 없다고 혼나야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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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 남편의 가족들에게 마냥 잘 보이고 싶은 시기. 평균 지속 기간은 2년 안팎이나 사람에 따라 10년도, 평생도 걸린다는 무시무시한 시기. 수신지 작가는 SNS에 연재한 만화 <며느라기>에 이와 같은 한때를 ‘며느라기(期)’로 명명했다. 11월부터 라디오 <박하선의 씨네타운> DJ로, 드라마 <산후조리원>의 ‘둥이맘’ 은정 역으로 활약하며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 방영을 앞둔 배우 박하선은 이제 그 시절에서 벗어나 “웃으며 할 말 다 하는” 며느리가 되었다. 자신이 주인공 민사린 같았던 때를 떠올리며 연기했다는 그는 “기혼자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누군가의 가족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드라마 <며느라기>를 소개했다.
-원작 웹툰의 팬이었다고.
=지금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에도 출연 중인데, 실제로 출산 후 산후조리원 동기들이 알려줘서 처음 보기 시작했
'며느라기' 박하선 - 결혼 이후의 삶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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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 민사린(박하선)과 무구영(권율)이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왔다. 11월 21일 카카오TV로 시청자를 초대한다는 이들은 2017년 수신지 작가가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웹툰 <며느라기>로 세상에 나와 3년여 만에 드라마화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런데 결혼에 골인한 두 캐릭터가 보내온 청첩장이 뭔가 이상하다.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부부로서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 끝에 점 세개와 물음표가 웬 말인가.
물론 원작 독자들에게는 이 문장부호가 당연하게 느껴질 테다. <며느라기>는 난생처음 며느리라는 호칭을 받아든 사린에게 펼쳐지는 탄식과 의문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본격 ‘시월드 격공일기’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선 과 대표였고, 직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사린은 왜 시댁에만 가면 작아지고, 그 쪼그라든 마음으로 자꾸 부엌으로 기어들어갈까.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건 사린의 남편 구영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우리 가족에게 잘했으면 좋겠는데, 그럴수록 부부 사이가
인스타툰 원작의 웹드라마 '며느라기' 박하선·권율 - 행복하게 잘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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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정의는 스무살이 됐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동생 말순이 손을 잡고 홍길동을 쫓아다니던 동이가 어느덧 이만큼 자랐다. 독립영화 <소녀의 세계>와 <히치하이크>에서 보여줬던 풋풋한 미소와 예리한 눈빛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역배우 경력 10년. 신인 아닌 신인 노정의가 10대의 마지막 영화로 <내가 죽던 날>을 만났다. 김혜수, 이정은과 함께 주연을 맡은 <내가 죽던 날>은 자살로 추정되는 세진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노정의가 연기하는 세진은 범죄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돼 외딴 섬에서 생활하며 경찰의 보호를 받는 10대 소녀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애틋한 세진과 달리 현실의 노정의는 연기가 마냥 좋은 싱그러운 스무살이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롱 패딩을 입고 나타나 “며칠 전에 과 패딩을 받았다”며 웃던 노정의는 “연기력과 인성, 모두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내가
'내가 죽던 날' 노정의 - 10대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