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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의 유진은 선배 창석(연우진)의 소설 출간을 돕는 편집자다. 시종 시니컬함을 유지하면서도 과거의 상실을 거리낌 없이 창석에게 털어놓는 인물이다. <대자보>로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상’을 수상한 후,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기까지 배우 윤혜리가 달려온 시간에 관해 물었다.
반짝이는 사람 유진은 과거에 큰 상실을 경험했는데도 사람이 피폐하지 않다.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모습이 억척스럽지 않고 반짝이더라. 그런 지점에 매력을 느꼈다.
아이유 가수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특히 아이유는 내게 ‘테스형’ 같은 존재다. 지혜를 구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과 작품에서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니 너무 좋지 않나. (웃음) 출연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 김종관 감독님이 추천해준 책이다.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뛰어나 유진 연기의 디테일을 채우는 데에 도움이 됐다.
시니컬
[WHO ARE YOU] '아무도 없는 곳' 윤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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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을 만든 주현숙 감독은 사회적 참사로 구획 지어진 객관의 역사로부터 혼자 숨죽여 울던 사람들의 가장 개인적인 시선을 발굴해낸다. 사고 당일 쓰러져가던 배를 바라보던 어느 교사, 수험생 시절에 교실에서 소식을 들었던 청년, 해역에서 시신을 수습했던 진도 어민, 유가족 곁을 지킨 인권 활동가, 장시간 시위 중인 유가족들을 대접한 카페 사장 등 세월호 참사에 얽힌 거리와 각도가 제각각인 보통의 초상들이 등장해 비밀스러운 슬픔을 고백한다.
<계속된다-미등록 이주 노동자 기록되다>(2004)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가난뱅이의 역습>(2012)에서 소외된 청춘의 희망을 살피는 등 언제나 낮은 자리에 카메라를 위치시켰던 다큐멘터리스트 주현숙 감독. 세월호 7주기를 앞둔 어느 날, 그를 만나 여전한 슬픔의 자리를 더듬어보았다.
-<당신의 사월>은 지금은 해체된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4
'당신의 사월' 주현숙 감독 - 위계 없는 공동의 슬픔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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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현장과 상업영화 현장 사이를 오갔던 이수정 감독이 잔잔한 한편의 시 같은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시 읽는 시간>은 보통의 다섯 사람들을 통해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쉼표를 찍고 시를 읽으며 호흡을 가다듬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고찰하는 다큐멘터리다.
이수정 감독은 기실 충무로에서 오랫동안 거론됐던 인물이다. 대학 시절 영화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고, 후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면서 <미술관 옆 동물원>의 제작실장 역할을 했다. 그는 또한 밝은 눈으로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의 초기 기획 개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한국영화사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꼽히는 이정하 영화평론가의 절필 사건을 아내 입장에서 가까이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동안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다큐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시 읽는 시간>은 어떻게 탄생했나.
=20대 중후반에 민족영화연구소에서 영화운동을 하면서 독립다큐멘터
'시 읽는 시간' 이수정 감독 - 시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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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엔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카페에서 만난 미영(이지은), 편집자 유진(윤혜리), 사진가 성하(김상호), 바텐더 주은(이주영)과 나눈 이야기가 차분히 담겨 있다. “이전 작업에서 다음 작업이 시작되는 것 같다”는 김종관 감독의 말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감독의 전작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두 사람의 대화란 점에서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이, 죽음과 상실 등의 주제를 다룬 면에서 <밤을 걷다> <달이 지는 밤>이 떠오른다. 하지만 창석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들을 연결하고, 쌓인 이야기들이 창석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주목하는 <아무도 없는 곳>은, 김종관 감독의 전작과 분명한 차이를 지닌 작품이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됐던 <아무도 없는 곳>이, 극중 배경과 같은 이른 봄을 맞아 관객과 마주할 채비를 마쳤다. ‘대화’란 틀 속에서 꾸준히 시도하고 모험하며
[인터뷰] '아무도 없는 곳' 김종관 감독 - 그 공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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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지 못한다. 그의 걸음이 닿는 곳마다, 자기 이야기를 묵혀둔 사람들이 있다. 약속된 재회와 우연한 발견으로 각각 창석을 마주한 세 여자와 한 남자는 한 모금에 한마디씩 속사정을 풀어놓는다. 캐묻거나 반문하지 않는 창석의 태도가 이들의 입을 열고, 그들에게 자극받은 창석도 어딘가에 짐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배우 연우진은 “다시 무언가를 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작가를 연기하기 위해 시나리오의 여백을 탐색했다. 넉넉한 대화 상대가 되기 위해 빈틈을 넓힌 그는 김종관 감독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고민을 반추해가며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창석은 미영(이지은), 유진(윤혜리), 성하(김상호), 주은(이주영)을 차례로 만난다. 실제 촬영 중 첫 대화 상대는 누구였나.
=영화의 순서대로 이지은 배우와 첫 촬영을 했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이지은 배우와 처음 만났는데, 리딩 때 임팩트가
[인터뷰] '아무도 없는 곳' 연우진 - 여백을 연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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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사람, 다섯번의 대화. 소설가 창석(연우진)은 매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말에 집중한다. 7년 만에 서울에 돌아온 창석은 새로운 소설을 준비 중이다. 정체가 묘연한 미영(이지은), 편집자 후배 유진(윤혜리), 아픈 아내를 돌보는 사진가 성하(김상호), 기억을 잃은 바텐더 주은(이주영) 등 연이은 만남 속에서 창석은 그들의 삶을 전해 듣는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따뜻한 위안이 되기도, 때론 창작의 기반이 되어 창석의 변화를 이끈다.
<아무도 없는 곳>은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조제>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신작이다. 제약된 시공간 속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촘촘히 쌓아가는 감독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더 테이블>에서 운철을 연기한 배우 연우진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창석으로 분해 오가는 말 사이를 유유히 가로지른다. 표지 촬영 현장에서 만난 김종관 감독과 연우진 배우는 오랜 동료
[인터뷰] '아무도 없는 곳' 김종관 감독, 배우 연우진 - 당신의 삶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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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충분히 흡수되었으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대본집에 적어놓았다는 한줄의 메모만 봐도, 연기를 넘어 삶을 대하는 임성미 배우의 태도가 읽힌다. 그가 연기한 <파이터>의 진아는 탈북민 출신으로 복싱 선수의 꿈을 차근히 키워가는 인물이다. 젊은 탈북민 여성에게 가해지는 편견에 진아는 한치의 물러남 없이 맞선다. 링 안팎으로 흔들리는 진아의 호흡을 집요하게 잡아낸 임성미는 2020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파이터>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배우 임성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흉터 친구’ 역으로 장편 데뷔했다. 장재현 감독의 <12번째 보조사제>, 이옥섭·구교환 감독의 <연애다큐> 등을 거쳐 올해 연기 14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스스로를 아직 신인이라고 겸손하게 칭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척하면서 잘하고”(봉준호), “숨 쉬듯 편안하게 연기하는 허파 큰 배우”(
[액트리스] '파이터' 임성미 - 거짓말하고 싶지 않으니 열심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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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시나리오를 저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주는 제 친구 이인아 PD에게 감사합니다.” 지난 3월 17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 배우는 소감을 전하며 이인아 PD를 콕 집어 고마움을 표했다. 이인아 PD는 작품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스탭은 아니지만 정이삭 감독과의 우정으로 한국에서 윤여정, 한예리 배우의 캐스팅을 도왔다. 미국 촬영에도 동행해 음식은 물론 각종 비품을 챙기고 운전을 하는 등 배우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현장을 돌보았다.
독일 광고회사 마켄필름의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에게 2019년 세달의 휴가를 내고 <미나리> 밭으로 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그는 “배우들을 연결해준 사람으로서 양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소지었다. “윤여정 선생님과 한예리 배우가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연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실력도, 사람도 좋은 정이삭 감독
이인아 PD - '미나리'의 숨은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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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제작사가 한배를 탔다. 다이스필름(대표 김성우), 리양필름(대표 이한승), 영화사 미지(대표 서종해), 오스카10 스튜디오(대표 장진승), 영화사 람(대표 최아람), 영화사 일취월장(대표 최문수)은 지난 3월 2일 연합 법인 플랫피(Plat P)를 설립했다. 모두 영화 두편 이상씩 제작한 중견 제작사들이다. 플랫피는 플랫폼(Platform)의 ‘플랫’과 프로듀서 혹은 프로젝트의 ‘피’(P)를 합친 말이다.
과거 제작사들이 공동 제작을 진행하거나 코스닥 상장을 위해 인수 합병하는 사례가 많았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 소속된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배급사 리틀빅픽처스를 설립한 협업 방식이 있었지만 연합 법인을 설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제작사들간의 합종연횡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인다. 김성우 플랫피 대표는 “플랫피에 가면 매력적인 프로젝트와 능력 있는 프로듀서들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움을 주는
영화 제작 연합 법인 플랫피 -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함께 헤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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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꾸러기입니다. (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으로 가득한 <인천스텔라> 제작기를 듣다보면 자신을 ‘욕심꾸러기’라 지칭하는 백승기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천스텔라>는 <숫호구>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오늘도 평화로운>으로 C급 코미디의 장을 연 백승기 감독의 신작이다. 아시아항공우주국(ASA)은 우주에서 정체불명의 구조 신호와 함께 우주선 ‘인천스텔라’의 설계도를 전달받는다. 그로부터 27년 후, 엔지니어 승연(정광우)이 인천스텔라 우주선을 완성하고 탐사대원 기동(손이용)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승연과 함께 우주선에 오른다.
백승기 감독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유지하되 기동의 가족사에서 비롯된 진중함을 더해 전작과 다른 결의 작품을 완성했다. 우주선으로 변신한 스텔라 자동차부터 거대한 그린 스크린까지, 처음으로 우주영화를 찍으며 고군분투한 백승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도 평화로운&g
'인천스텔라' 백승기 감독 - 영화감독은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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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의 폴은 이상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모두 주말 예배 대신 혼자 십자가를 끌고 다니는 폴을 멀리한다. 오직 새로 이사 온 제이콥의 가족을 제외하곤 말이다. 폴은 지역사회의 아웃사이더는 이민자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며 소통의 창구가 된다. 폴 역할을 맡은 윌 패튼은 ‘가장 미국적인, 미국의 보통 사람의 이미지를 지닌 배우’다.
1983년 데뷔 이래 <아마겟돈>(1998), <식스티 세컨즈>(2000) 같은 블록버스터는 물론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해온 그는 미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베테랑 배우 윌 패튼에게 뭔가 비정상적이고 겉돌지만 한편으론 내면이 따뜻하고 미워할 수 없는 인간미로 뭉친 캐릭터 폴에 대해 물었다.
-<미나리>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시나리오는 첫인상이 어땠는지.
=정이삭 감독과는 이미 <아비가일>(2012)에서 함께 작업한
'미나리' 배우 윌 패튼 - 무더위도 이긴 환상의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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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에서 김도훈이 연기한 병준은 몸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다. 전직 권투 선수 출신인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최면에 걸린 뒤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도현(이다윗)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영화 <게이트>(2017)로 데뷔한 뒤 웹드라마 <나의 개같은 연애>, 드라마 <절대그이> <의사요한>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고 있는 신인배우 김도훈은 영화에서 심리적으로 예민해지는 병준의 변화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김도훈은 “캐릭터를 집요하게 고민하고, 성실하게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말했다.
-오디션을 봤나.
=감독님이 골라준 신에서 병준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 분량을 읽었다. 그중에서 거친 이미지인 병준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병준은 전직 권투 선수라 그런지 다부진 체구가 눈에 들어오더라.
=운동을 그만두고 오래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혼자서
[인터뷰] '최면' 김도훈 - 심리를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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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걸그룹 베리굿의 새 멤버로 합류하며 데뷔한 조현은 지난해 드라마 <학교기담-오지 않는 아이>와 영화 <용루각: 비정도시>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출발을 알렸다. 그는 첫 주연작 <최면>에서 현직 아이돌 가수이자 대학생인 현정을 연기했다. 약을 처방받아 생활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현정에게 친구들은 최면 치료를 권하고, 그때부터 기묘한 환상이 현정을 괴롭힌다.
독특한 안무와 분장을 캐릭터에 녹여내 장르적 매력을 살리고자 노력한 그에 대해 이다윗 배우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의 열정을 갖고 있다”고, “아마 감독님을 가장 많이 만나 대화한 배우일 것”이라고 칭찬했다. 어머니가 좋아했다는 배우 왕조현의 이름을 따서 지은 활동명으로, 그는 “걸그룹 활동과는 또 다른 영감을 받는 연기 생활”을 지속하려 한다.
-<최면>에서 연기한 현정은 가수 활동과 학업을 병행해온 경험을 떠올리게 한 캐릭터였을 것 같다.
=학교를 다니고 아
[인터뷰] '최면' 조현 - 한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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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9년차인 배우 이다윗은 더 깊고 여유로워졌다. 영화 <시> <고지전> <스플릿> <사바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은 이다윗은 <최면>에서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영문학과생 도현을 연기한다. 도현은 편입생 진호(김남우)를 통해 최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깊이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최 교수(손병호)로부터 최면 치료를 받은 뒤로, 도현과 친구들은 환각과 환영에 시달리며 혼란스러워한다.
수많은 현장 경험으로 꼼꼼한 사전 준비를 체화한 이다윗은 몰입을 위해 ‘셀프 전생 체험’까지 시도하며 촬영에 임했다. “최면 체험에 관한 정보가 너무 많아 어려웠다”고 말하면서도, 이다윗은 결국 자신의 해석에 살을 붙여 현재의 도현을 완성해냈다.
-공포, 스릴러 영화는 평소 잘 보는 편인가.
=아니다. 손으로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겨우 보곤 한다. (웃음) 하지만 내가 공포영화를 못
[인터뷰] '최면' 이다윗 - 꽂혀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