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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남자>의 최모경(김민희)은 울고 또 운다. 한없이 ‘우는 여자’ 최모경의 사연은 딱하고 또 딱하다. 모경은 아이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치매에 걸린 엄마의 병수발을 들어야 한다. 죽은 남편이 연루된 사건으로 툭하면 경찰에 소환된다. 심지어는 그 자신이 킬러 곤(장동건)의 타깃이 되어 쫓긴다. 서로를 죽이려고 에너지를 뿜어대는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가냘픈 모경은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다. 탈진할 정도로 우는 가련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러다 도망치기도 전에 쓰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이상하다. 보통 여자 캐릭터가 지나치게 울면 답답하기 마련인데 모경이 울면 울수록 어쩐지 영화에 눌어붙은 피와 땀이 지워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핏물로 범벅된 곤의 지저분한 얼굴을 모경이 눈물로 대신 씻겨주는 것 같기도 하다. 피와 액션으로 점철된 <우는 남자>에서 관객의 숨통을 틔우는 건 전적으로 모경의 맑은 얼굴이다. 김민희의 얼굴도 시간의
[김민희] 저 깊은 곳까지 내려놓고,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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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때부터 모델로 활동한 미르카 비올라는 스무살 무렵부터 영화를 공부하며 십여년간 연출팀 스탭으로 일했다. 2011년에야 내놓은 늦은 데뷔작 <사랑의 상처>는 미혼모가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이야기였다.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된 그의 두 번째 영화 <캠걸>은 네명의 여성들이 자립하는 과정을 그렸다. 먹고살 길이 막막한 알리체(안토니아 리스코바)와 친구들은 웹캠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캠걸 사업을 시작하지만 알리체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캠걸>은 또한 대학생 딸을 둔 엄마 미르카 비올라가 자신의 자녀 세대에 보내는 응원과 당부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인물들, 디지털 문화의 부작용 등 <캠걸>은 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의 문제도 관심 있게 다루고 있다.
=이탈리아는 오랜 경제 위기로 직장인들의 은퇴 시기도 빨라지고, 젊은이들이 직업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인터넷은 접근성이 좋아 효과적이
[flash on] 여성의 강한 면모를 그려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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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특히 더 팔자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취미로 나팔을 배우고 있는데, (입술을 가늘게 만들어 양옆으로 벌리며) 이렇게 해야 소리가 난다. 그러니 더 파일 수밖에. 고민이다. 때려치울까 말까. 너무 주름이 진해져서. (웃음) 나팔은, ‘이제 와서 이런 걸 배워 뭐하지’ 하는 생각을 좀 이겨보려고 배우고 있다. 소리도 좋고.”
김뢰하의 얼굴엔 팔자주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오래된 강의 물줄기처럼 두뺨에 가지런히 얹힌 팔자주름은 김뢰하의 얼굴을 세찬 남성의 얼굴로 만들었다. 어느 인터뷰에선 굵게 팬 주름이 “태생적인 것”이라고도 했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 주름의 3할 정도는 스스로가 만들어간 것일 테다. 거기에 바둑돌처럼 단단한 두눈. 두눈에 슬쩍만 힘을 줘도 상대로 하여금 방어 태세를 취하게 만드는 그 눈빛도 김뢰하를 강한 남성으로 각인시키는 데 일조했다. 건달, 깡패, 조폭, 혹은 형사. <살인의 추억>의 조용구 형사, <달콤한 인생
[김뢰하]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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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3 <어덜트 월드>
2012 <킥 애스2: 겁 없는 녀석들>
2011 <겟 썸2>
2010 <킥 애스: 영웅의 탄생>
2008 <겟 썸> <리마커블 파워> <가든 오브 더 나잇>
2007 <아메리칸 크라임> <마마 보이>
2004 <클리핑 아담> <필 오브 더 퓨처> <슬립오버>
2003 <원 트리 힐>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본 뒤 그에게 홀리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퀵실버, 에반 피터스는 그야말로 <엑스맨>을 휩쓸고 지나갔다. 순간이동에 가까운 속도로 관객의 혼을 빼놨고, 주방 신에서 총알의 위치를 조정하는 동안 관객의 마음까지 조정했다. 슈퍼히어로물인 <킥 애스: 영웅의 탄생>에서 영웅이 된 친구 애런 존슨의 활약을 지켜
[who are you] 에반 피터스 Evan Pe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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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이 돌아왔다. <기막힌 사내들>(1998)로 데뷔한 이래 거의 매해 거르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연극과 영화와 TV를 가리지 않고 활동해온, 그래서 정작 자신은 머쓱해하는 표현인 ‘문화 게릴라’라고도 불렸다. 최근에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을 비롯해 tvN <SNL 코리아>를 이끌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퀴즈왕>(2010)과 <로맨틱 헤븐>(2011)으로부터 3년여의 공백이랄까? 다른 감독들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일 테지만 매체를 넘나드는 왕성한 탐식가인 그에게는 제법 긴 휴지기로 느껴진다. 게다가 <하이힐>은 이전 작업들과 굉장히 다른 선로에 놓인 것처럼 느껴지는 변화의 작품이다. 그런데 이미 그는 그다음 작품인 김성균, 조진웅 주연의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 촬영까지 종료한 상태다. 영화감독으로서 다시금 예전의 속도와 감각을 되찾은 것일까. 그렇게 궁금한 것들이 가득한
[장진] 영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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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김원중이 우리의 1순위였다.” ‘2014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의 홍보대사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올해 영화제의 메인 컨셉이 ‘글램’이라면 더더욱. 남성적이기보다는 중성적이며 때론 페미닌한 매력까지 가졌다는 평을 듣는 김원중이 아닌가. 그런 그가 ‘글램록’ 스타일의 영화들을 소개한다면? 게다가 그는 지금 대한민국 패션계가 가장 사랑하는 스타일 아이콘이다. 그런 그와 함께 영화를 본다면? 영화제를 알린다는 홍보대사의 취지에 이만큼 딱 맞는 인물도 드물다. 그는 올해부터 매년 음악의 특정 장르를 선정해 음악영화제 본연의 컨셉에 충실하겠다는 영화제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다. 홍대 상상마당 영화관에서 6월6일부터 열흘간 펼쳐질 페스티벌에 함께하는 그를 만났다.
-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선정될 만큼 평소에 영화와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건가.
=일상에서 영화와 음악은 항상 나와 함께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특별히, 유별나게 관심을 갖고 있다거나 깊이 파고든
[trans x cross] 관객 눈높이에서 영화제를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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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자 신민아. 낯설다. 찻집 주인 신민아. 낯설다. 대중에게 신민아는 밝고 명랑하고 당돌한 청춘 아이콘이 아니었던가. 낯선 건 또 있다. 장률 감독과 신민아. 예술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감독과 상업영화에서 주로 활동해온 여배우의 조합이라니. 역시 또 낯설다. 장률 감독은 “누구에게나 이면이 있다. 내가 만나본 신민아는 차분하고 소박한 친구”라고 말하지만, 장률 감독의 영화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경주 여자 신민아는 상상이 쉽지 않다. “데뷔한 뒤 <경주>에 출연하기 전까지 명랑하고 밝은 캐릭터만 연기했던 것 같아요. <경주> 같은 영화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장률 감독은 알고 있었냐고요? 아뇨. 감독님을 만나고 난 뒤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감독님의 전작을 찾아봤어요. <두만강>은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좋았어요.” 신민아가 장률 감독의 신작 <경주>를 들고 관객 앞에 섰다. <10억&g
[신민아] 꿈이 이르고, 꿈에 이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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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진심”과 “인연”으로 움직이는 배우다. “김성수 감독으로부터 진심이 가득 담긴 러브레터를 받았어요. 국적보단 감독과 나의 개인적인 관계성, 인연을 먼저 생각해 <무명인>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무명인>에 앞서서도 그는 이재한 감독의 <사요나라 이츠카>, 김태희와 공연한 <나와 스타의 99일>로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의 스탭들과 교류한 바 있고, 아미르 나데리의 <컷>을 촬영할 땐 미국, 터키, 이란, 프랑스의 스탭들과도 함께 일했다. “합작영화를 할 땐 문화적 장벽 때문에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가며 얻는 성취감과 만족도가 훨씬 큽니다. 김성수 감독과는 동갑이라 체험적으로 통하는 구석이 있었어요. 스필버그 영화든 성룡의 영화든 우린 아마 같은 것들을 보며 자랐을 거예요. <무명인>도 서로 ‘그 느낌, 말 안 해도 알지?’ 하는 식으로 얘기를 나눠가며 만든 영화죠.”
배역을 고르는
[니시지마 히데토시] <무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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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스위트 프랑세즈>
2014 <더 다크 밸리>
2014 <말레피센트>
2012 <비잔티움>
2012 <온 더 로드>
2011 <익스트림 No.13>
2008 <프랭클린>
2007 <컨트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삐딱한 청년이 있다. 먹고 마시기를 즐기고, 그 못지않게 춤과 노래를 즐기고, 그보다 더 대마를 즐긴다. 샘 라일리가 연기한 <온 더 로드>의 작가지망생 샐이다. 느긋한 성품과 한량의 영혼을 가진 건 실제의 샘 라일리도 마찬가지다. <말레피센트>의 까마귀 디아발은 말레피센트의 수족으로 늘 반 걸음쯤 뒤에서 그녀를 지켜본다. ‘디즈니 영화’ <말레피센트>에서 말레피센트와 디아발 사이를 흐르는 위험한 분위기를 읽어낸 이가 있다면 그건 틀림없이 안젤리나 졸리를 바라보는 샘 라일리의 속 모를 눈빛 때문일 거다.
무명 록
[who are you] 샘 라일리 Sam R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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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막 한가운데에 자식을 버렸다. 아이는 들개처럼 세상을 떠돈다. 벌을 받아 마땅한 엄마가 눈앞에 없었으므로 아이는 대신 세상을 벌하기로 한다. <우는 남자>의 곤은 그렇게 냉혹한 킬러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그 순간부터 곤은 성장을 멈췄다. 그의 육신은 지금을 살아도 그의 정신은 사막에 묻혔다. 그런 곤이 되어 돌아온 남자가 있다. 반박을 할 수 없는 완벽한 외모 때문인지 누구에게도 버림받아본 적 없을 것 같은 배우 장동건이다. <우는 남자>의 이정범 감독은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깨져버릴 것 같은” 그의 얼굴이 주는 인상이 캐스팅의 주요 이유는 아니었다고 전한다. 그보다도 감독은 22년간 배우 생활을 해오며 장동건이라는 사람이 촘촘히 쌓아올린 시간과 경험을 탐했다. “<아저씨> 이후 나와 함께하고 싶다는 젊고 근사한 배우들은 많았지만 그건 내면의 아픔이 중요한 곤이라는 캐릭터와는 맞지 않아 보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장동건] 마음 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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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으로 단숨에 전세계 평단을 사로잡은 캐나다 출신 감독 드니 빌뇌브의 신작 <에너미>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도플갱어>가 원작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듯, 영화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잠재의식 속을 헤집고 들어간다. 똑같이 생긴, 그러나 어딘가 많이 다른 역사학 교수 아담과 배우 앤서니가 도플갱어로 만나는 미스터리 심리극이다. “내 작품 중 가장 사적인 영화”라고 감독 스스로가 말할 정도로 <에너미>는 그가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온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과연 인간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그의 궁금증이 만들어낸 ‘에너미’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원작 소설의 어떤 점에 강하게 이끌렸나.
=주제 사라마구는 인간의 나약함과 문명의 취약성에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풀어가는 작가다. 나는 그의 환상적인 유머 감각과 뛰어난 지성에 감탄한다.
[flash on] “신경증에 걸린 첩보영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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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메신저>(이하 <고메>)는 그간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작됐다. 내가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열정과 이를 열렬히 응원해준 팬덤의 힘으로 완성된 이 독특한 프로젝트는 국내 시장에서는 드물게 OVA(Original Video Animation) 용으로 먼저 제작되어 팬들과 직접 만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척박한 환경에 비춰볼 때 실로 과감한 시도였고 비록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2010년 1화가 만들어진 이후 수많은 ‘고메’ 팬들을 양산했던 <고메>가 무려 4년 만에 2화를 들고 다시 팬들에게 돌아왔다.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에서 나아가 이제 일반 관객에게도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극장판으로 찾아온 <고메>. 이 색다르고 고집스런 프로젝트 뒤에는 스튜디오 애니멀이라는 뚝심 있는 제작사가 있다. 총 6화 완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언제
[flash on] 대책 없는 ‘으리’보다 이유 있는 ‘신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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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새벽에 관한 ‘다른’ 해석을 접한 건 4년 전 블록버스터영화를 준비 중이던 한 PD로부터였다. “수차례 매니지먼트사를 설득했는데 안 되더라. 아쉽지만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에서 송새벽이 맡을 캐릭터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국면에서 작은 악마로 변해가는 인물이었다. 당시 송새벽은 한창 코믹한 이미지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광고에서 그는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미친 고백’을 하는 수줍은 남자였고, 그런 송새벽에게 파괴와 악의 근성을 가진 캐릭터는 헐겁거나 어울리지 않는 옷 같았다. 그런데 PD가 들려준 말은 주변의 견해와 달랐다. “제작자로서 지켜볼 때 배우 송새벽에겐 지금이 중요하다. <방자전>(2010)의 스타성이나 CF의 웃음기를 걷고 그가 가진 연기력,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에겐 분명 그런 지점이 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방향은 좀 손쉬운 이미지 선택이 아닐까.”
그 배역은 결국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에게 돌아갔고 그 배우는 엄청난 주목을
[송새벽] <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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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드라큘라 언톨드>
2014 <맵스 투 더 스타즈>
2014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2014 <넛잡: 땅콩 도둑들>
2013 <에너미>
2013 <벨>
2012 <코스모폴리스>
2012 <항생제>
2011 <데인저러스 메소드>
드라마
<머독 미스터리>
<해피 타운>
<국경특수수사대> 외 다수
모든 상황을 간파하고도 모른 척하는 표정과 말투. 영화 속 사라 가돈의 싸늘하고 서늘한 무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열살 때부터 캐나다에서 TV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온 그녀에게서 이런 분위기를 끄집어낸 건 같은 캐나다 출신의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다. 다른 여성에게 흔들리는 정신분석학자 칼 융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데인저러스 메소드>의 엠마, 억만장자 남편의 일방적인 요구에 경멸로 응대하는 <코스모폴리스>의
[who are you] 사라 가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