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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의 <뜨거운 안녕>을 불렀다고 하면, 그의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도 ‘아~’ 하고 두눈을 반짝인다. 이름보다 목소리가 더 유명한 뮤지션이란 말은 분명 엄청난 칭찬이다. 이지형이 7월 초, 12곡의 사랑 노래가 담긴 세 번째 소품집 ≪Duet≫을 내놓았다. 그는 정규앨범을 낸 뒤엔 어쿠스틱 곡들로 채워진 소품집을 냈고, 소품집을 낸 뒤엔 정규앨범을 냈다. 그렇게 지금까지 3장의 정규앨범과 3장의 소품집이 세상에 나왔다. 일상의 배경음악이 되기에 딱 좋은 이지형의 음악은 ≪Duet≫에 이르러 더없이 편안해졌다.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매력을 알아버린 이 남자와 마주 앉아 새 앨범 얘기부터 육아 얘기까지 수다를 떨었다. 그는 마성의 목소리만 지닌 것이 아니었다. 마성의 유머 코드까지 장착하고 있었다.
-작업실에 매일 출근하듯 나가나.
=스케줄이 없을 땐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업실에 있는다. 방이 두개 있는데, 원래 혼자 쓰다가 월세만 내고 비워두는 경우가 잦아서 최
[trans x cross] 통기타 소리와 목소리만 남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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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깨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어깨가 굉장히 넓다.” “어깨에 실리콘 맞았다. 엑스레이 찍으면 실리콘 나온다. 으하하하.” 그가 이렇게 실없는 농담을 즐기는 사람인지 몰랐다. 박유천도 아이돌 출신이기에, 소속사의 ‘주입식’ 인터뷰 교육의 영향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습니다’로 요약되는 인터뷰 말이다. 박유천은 달랐다. 주관이 뚜렷했고, 그 주관을 밝히는 데 거침없었고, 분위기를 주무르는 능력도 탁월했다. 동방신기로 데뷔한 지 꼭 십년 만에 첫 영화 <해무>를 찍은 박유천을 만났다.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곧잘 들었던 ‘아이돌’ 박유천이 아닌 ‘배우’ 박유천이 스튜디오로 걸어 들어왔다.
“동희야 내일 몇시야?/ 음, 정리해서 말해드릴게요./ 야, 얘길해줘야 내가 오늘 한잔하든지 하지./ 간단하게 한잔할까요, 형님?/ 어, 좋지. 소주.” 7월29일 발매된 JYJ의 정규 2집 《JUST US》에 수록된 박유천의 자작곡 <
[박유천] 생각과 기대,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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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라는 글자를 티셔츠에 새겼다? 프로펠러가 달리 모자는 또 뭐지? “생기발랄”이 컨셉이라는, 서른세살 남자가 걸어왔다. ‘감성코믹 SF연애판타지’를 표방하는 <숫호구>(2012)의 백승기 감독이다. 서른살 먹도록 연애 한번 못해보고 이리저리 치이는 <숫호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 <숫호구>의 개봉(8월7일)을 앞두고 있다.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숫호구>가 후지필름 이터나상을 수상한 이후 2년 만이다. 영화를 배운 적은 없지만, 재미만 있다면 자급자족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이 재기발랄한 감독을 직접 만나봤다.
-개봉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아트나인의 추석영화제 때 상영 기회를 얻었는데 이틀 연속 매진이었다. 영화를 좋게 본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가 개봉을 도와줬다.
-연출, 각본, 주인공까지 맡아서
[flash on] “꾸러기 철학을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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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유아 넥스트>
2013 <패트릭>
2012 <베이트 3D>
2011 <블루 크러쉬2>
2010 <스텝 업 3D>
드라마
2004∼2008 <홈 앤 어웨이> 외
온 가족이 모인 즐거운 파티장에 난데없이 화살 하나가 날아든다. 곧이어 동물 가면을 쓴 괴한들이 들이닥치더니 대학살이 시작된다. 모두가 공포에 질린 이 끔찍한 순간에 침착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에린은 단연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 수밖에 없다. 가늘고 긴 목선, 그만큼 가냘픈 몸으로 적을 후려치는 품새는 예상외로 힘이 넘친다. 어린 시절 생존 체험에서 배운 대로 임시 무기를 만들어 침입자에게 반격할 땐, 잘 훈련받은 사람이라는 인상과 함께 듬직함마저 느껴진다. 차분해서 더 서늘한 에린 덕분에 액션 스릴러 <유아 넥스트>가 완성됐다면, 그건 전적으로 에린을 연기한 호주 출신의 배우 샤니 빈슨의 재능 덕분이다. 삼대에
[who are you] 샤니 빈슨 Sharni V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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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만남>의 엘자(소피 마르소)는 인정받은 소설가로서, 세 아이의 양육뿐 아니라 무능한 전남편의 경제생활까지 책임져온 그야말로 ‘센’ 여성이다. 동시에, 그녀는 지긋지긋한 이혼 절차를 밟는 와중에도 사랑의 ‘씁쓸한 오렌지향’을 잊지 못하는 로맨틱한 인물이다. 1980년 <라붐>의 빅으로 데뷔해 30여년간 꾸준히 40여편에 달하는 영화에 출연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두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하고 한편의 소설을 출간한 소피 마르소는, 어찌 보면 엘자와 많은 부분 닮아 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30여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독한’ 그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녀는 여전히 사랑과 일탈을 꿈꾸는 사춘기 소녀 빅의 감수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왜 엘자를 선택했나.
=리사 아주엘로스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녀가 첫눈에 반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플라토닉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영화 언어를 통해 멋지게 표현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
[소피 마르소] <어떤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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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소녀 감성이 또 없어요.” 최근 그린나래미디어의 새 식구가 된 임진희 과장이 유현택 대표를 가리키며 웃는다.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님은 그린나래미디어의 첫 배급작인 <시스터>부터 <진저 앤 로사> <폭스파이어> <프란시스 하>로 이어지는 라인업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소녀 취향이라고 하는데 부정할 수 없다. (웃음) 주인공들이 성장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스릴러도 배급해야 하는 것 아닐까 고민한 적도 물론 있지만 결국 좋아하는 영화를 하나씩 정성들여 배급하는 게 제일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랬던 그가 최근엔 과감한 베팅을 시작했다. 다르덴 형제의 <투 데이즈 원 나이트>, 켄 로치의 <지미의 댄스홀>, 베넷 밀러의 <폭스캐처>까지 제67회 칸영화제의 주요 경쟁작 세편이 모두 유현택 대표의 손에 들어온 것. <투 데이즈 원 나이트> <지미의 댄스홀>,
[STAFF 37.5] 감성과 정성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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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에 이사온 건 지난해 10월이었어요. 아직 개발이 미치지 않은 동네라 사람 사는 곳 같네요. 그전에? 사무실이 논현동에 있었어요. 의상 창고는 아직 경기도 용문면에 있어요.” 지저분할 줄 알았던 작업실이 의외로 깨끗하다. 임승희 의상감독과 함께 해인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는 권유진(56) 의상감독은 “인터뷰 때문에 사무실을 급하게 치웠지 뭐예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대신한다. 권유진 의상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1985년작 <길소뜸>으로 의상감독에 데뷔한 뒤 <그 섬에 가고 싶다>(1993), <태백산맥>(1994),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등 코리안 뉴웨이브를 거쳐 <청연>(2005), <웰컴 투 동막골>(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최종병기 활>(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이 충무
[권유진] 대를 이어 영화에 날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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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로 들어선 김남길은 좀처럼 자리에 앉지 않았다. “서 있는 게 편해요”라며 웃어 보이더니이내 스튜디오 한편에 있는 사진들을 훑는다. “어, (정)재영이 형이 이렇게 머리를 기른 적이 있었어요?” 신기해하며 아이 같은 표정을 짓는 그를 보고 있자니 드라마 <상어> <나쁜 남자>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남자가 이 남자인가 싶다. <후회하지 않아> 이후 8년 만의 스튜디오 방문이 낯설 법도 한데 넉살 좋고 스스럼없게 스탭들과 몸을 부딪혀가며 장난까지 친다. “실제의 나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귀띔하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의 산적떼 두령 장사정도 이런 모습일까. 그렇다면 꽤나 살갑고 유쾌한 산적이지 않을까.
<해적>에서 김남길이 연기한 장사정은 한마디로 ‘골 때리는’ 사내다. 고려 무관 출신의 별장으로권력가들의 세 싸움을 등지고 산적떼 두령이 된다는 설정부터가 범상치 않다. 고래가 삼켜버렸다는 조
[김남길] 틀 밖으로 또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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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뛰어들어 날렵하게 제압한다. 여느 액션영화의 여주인공에게 무리 없이 어울릴 법한 표현이다. 하지만 배우 손예진을 설명하기 위해 이 표현을 사용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솔직히 몰랐다. 갑옷과 무기, 검술과 스턴트 액션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손예진은 단숨에 외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니다. 그건 그녀가 눈에 보이는 몸의 움직임보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담아내는 작품에 더 자주 몸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섬세한 얼굴에 수많은 감정을 떠올리고 지워나가는 데 능한 손예진은, 늘 클로즈업이 기대되는 배우였다. 하지만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의 여월로 분한 그녀는 다르다.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해적선에 올라 거친 사내들을 호령하는 여걸이 되려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도 중요하지만 일단 잘 ‘싸워야’ 한다. 그래서 손예진은 <해적>의 남자배우들보다 더 높이, 더 빠르게 움직인다. 밧줄을 붙잡고 허공 위를 날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공중돌기도
[손예진] 섬세한 얼굴에 더해진 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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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라운드. 여자가 다가서자 남자가 멀어진다. 지난해 드라마 <상어>에서 손예진은 아버지가 죽인 남자의 아들(김남길)을 사랑했다. 눈물 마를 날 없던 그녀의 모습에 도대체 행복은 언제쯤 찾아오나 싶어 가슴 졸인 시청자가 많았을 거다. 제2 라운드. 남자가 다가서자 여자가 멀어진다. 8월6일 개봉 예정인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의 ‘산적’ 김남길은 바다를 호령하는 여걸(손예진)과 자꾸만 부딪히는데 그게 싫지 않다. 코믹 어드벤처 사극을 표방하는 이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 해적과 능글맞은 남자 산적으로 분한 두 배우의 신경전은 귀엽고 유쾌한 재미를 선사한다. 비련의 연인(<상어>)을 거쳐 미묘한 라이벌(<해적>)로 돌아온 손예진과 김남길을 만났다. <해적>의 캐릭터가 본인들의 성격과 많이 닮았다는 ‘증언’대로, 스튜디오를 찾은 김남길은 산적의 유쾌함을, 손예진은 해적의 털털함을 실마리처럼 꺼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숙명의 라이벌, 한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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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트 챈 감독이 오랜만에 장편을 들고 부천을 찾았다. SF, 좀비호러, 코미디, 사회물이 혼종된 <미드나잇 애프터>(2014)는 대륙 반환 이후 홍콩의 현재를 징후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야간버스에 탄 기사와 승객은 터널을 지나자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져버린 것을 발견한다. 재난이 일어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진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서 이들만 증발해버린 것일까. 텅 빈 거리, 정체 모를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 방독면을 쓴 일본인 집단, 어디선가 희미하게 수신되는 외계의 메시지 등 기이한 현상들의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한국에 소개되는 신작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본격 장편영화는 오랜만이다. 슬슬 장르에서 빠져나와 주류영화를 만들어볼까 싶다. 마침 박찬욱 감독이 대만에서 이 영화를 보고는 내게 성공적인 상업영화를 만든 게 아니냐며 축하한다고 하더라. (웃음)
-<미드나잇 애프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홍콩영화
[flash on] ‘홍콩영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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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벌어졌던 연쇄살인, 일명 지존파 사건을 계기로 1990년대 초 한국 사회상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 단숨에 눈을 사로잡는 출연자가 한명 등장한다. 전 서초경찰서 강력계 반장 고병천씨, 지존파를 검거한 장본인이다. 76년에 순경으로 입문하여 강력계 반장까지 올랐던 입지전적이고 유능한 인물. 게다가 그는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던 그날 그 현장에도 있었다. 90년대 한국 사회의 거대한 두 사건을 통과해온, 그리하여 영화에 예기치 못한 긴장의 바람을 불어넣은 그는 과연 베테랑 형사답게 묵직하고 정중하면서도 어딘가 매서웠다.
-어떻게 이 영화와 연을 맺게 된 건가.
=내가 서울영상위원회에서 형사물 관련하여 감독과 제작자를 상대로 강연을 좀 했다. 그러다보니 영화 관계자들이 제작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의뢰를 많이 해왔다. 정윤석 감독의 경우는 석사 논문 제출용으로 지존파 사건을 다루고 싶다며 찾아왔었다. 학문적인 것이니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영
[flash on] 한국 사회의 악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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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굵은 장대비다. 세찬 빗줄기를 뚫고 늦은 밤 윤지혜가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갑작스럽게 비가 오네요. 관객이 내일 극장에 많이 오실까요?” 그녀의 말 속에서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개봉 전야의 긴장감이 감돈다. 윤지혜는 <군도>에서 지리산을 누비던 군도 추설의 일원이자 억세고 강인한 명사수 마향으로 등장한다. 드센 사내들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는 기센 여자다. 그런데 웬걸. “어머머머~.” 촬영용 스모그 머신 앞에 선 그녀가 박수까지 쳐가며 소리내 웃는다. 살짝살짝 코믹 춤까지 곁들여가면서 말이다. 매번 카리스마 넘치는 역을 맡아왔던 그녀에게 이토록 발랄하고 소탈한 면모가 있었던가. <군도>의 주요 인물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데뷔 16년 만에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윤지혜와 마주앉았다. 해갈을 전하는 비를 보며 문득 그녀를 만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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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군도: 민란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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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블랙딜>은 공공재의 민영화가 도래할 경우 우리의 삶이 어떤 위험에 처하는지 조목조목 그리고 무섭게 예시한다. 각종 민영화 시행 이후 폐단을 겪고 있는 7개국의 사례를 차분하고도 설득력 있게 짚어나간다. 이 수긍할 수밖에 없는 ‘교육영화’를 보고 나면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해 이렇게 쉽고 흥미롭게 알려주어 고맙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전적으로 그건 이훈규 감독의 역량이다.” 고영재 대표는 그렇게 자주 강조했다( ‘감독 인터뷰’는 961호 참조). 하지만 우린 <블랙딜>의 최초 제안자이면서 기획자이고 제작 내내 든든한 책임자였던 인디플러그 고영재 대표의 말도 듣고 싶었다. <블랙딜>은 수년 만에 기획, 제작자로 돌아온 그의 야심찬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블랙딜>은 내가 추구하는 영화의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한동안은 장르 불문하고 좀 될 것 같은 걸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걸 하는 것이 내가 사는 현실과 맞지 않는
[고영재] TV다큐 같다고? 그건 욕이 아니라 칭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