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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이해하는 마지막 단계는 그것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뤽 베송 감독의 저력은 아무도 딛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그 길을 구체적으로 풀어 친절하게 제시하는 데 있다. <루시>는 시간과 존재에 대한 뤽 베송의 철학적 비전이 담긴 영화지만 그의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쉽고 편안하고 재미있다. <루시>의 제작과정을 알려주는 그의 말투도 자신의 영화를 닮았다. 각종 비유를 동원한 맛깔나는 설명을 듣다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루시>는 당신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거두고 있다. 축하한다.
=모든 영화를 열정적으로 만들었지만 시기나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흥행이 되지 않는다. 그건 오직 관객의 마음에 달린 일이다. 결과에는 겸손하고 싶다. 감독으로서 내 역할이 실패했을 때 책임지는 거니까. (웃음) 국가,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영화를 이해해주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SF, 액션 등의 요소가 있지만
[flash on] “누구라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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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의 교수이자 영화학자인 크리스 베리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 속의 한국영화: 한•중영화 커넥션과 그 너머’라는 주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트랜스: 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주관하는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중국 내 소수민족 영화를 꾸준히 연구해왔고, 그중에서도 조선족 출신인 영화감독 장률에 관심이 많다. 4년 전에도 장률 감독의 영화에 관한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그는 장률과 티베트의 페마 체단 감독의 영화 세계를 비교했고, 문화이론에서 기존의 민족 개념을 넘어서는 트랜스내셔널리즘적 접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중국영화로 학사, 박사 학위를 받으며 꾸준히 공부해오던 차였다. <China on Screen>이라는 책을 공동집필하면서 소수민족의 영화가 나의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 학술 투어를 왔다가 운 좋게도 트랜스:
[flash on] 탈민족 관점에서 소수민족 영화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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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스톤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시리즈로 가둬놓을 수는 없다. 그에게는 영화 속 스파이더맨인 앤드루 가필드를 현실의 남자친구로 만들어준 보배로운 시리즈이겠지만(최근에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며 연인 앤드루 가필드를 다음 타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팬들은 그가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었고 우디 앨런의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신선한 출구가 됐다. 1988년생 에마 스톤은 여러 TV드라마를 통해 경력을 쌓아가다 <슈퍼배드>(2007), <좀비랜드>(2009), <이지A>(2010) 등을 통해 할리우드의 ‘잇걸’로 등극했다. 또래의 주목할 만한 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새로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여주인공 ‘그웬 스테이시’로 발탁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500일의 썸머>(2009)의 감독이기도 했던 마크 웹 또한 이 시리즈의 새로운 감독으로 이
[에마 스톤] <매직 인 더 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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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바이패스> <프라이드>
2013 <선샤인 온 리스> <블랙퍼스트 위드 조니 윌킨슨> <포 도즈 인 페릴> <하우 아이 리브 나우>
2012 <프라이빗 피스풀>
2009 <더 보이즈 아 백>
2008 <디파이언스>
2006 <도둑의 왕>
2003 <피터 팬>
드라마
2015 <캡틴 판타스틱>(촬영 중)
2012 <버드송> 외
<피터 팬>의 주근깨 ‘뽀글머리’ 소년이 <선샤인 온 리스>의 훈남으로 자랐다. 게다가 특유의 귀여움을 훈훈한 얼굴 어딘가에 남겨둔 채로 말이다. 호주 출신으로 영국에서 자란 조지 매케이는 9살 무렵 학교로 찾아온 캐스팅 관계자의 눈에 띄어 <피터 팬> 컬리 역으로 데뷔했다. 그 덕에 학교 수업에서 빠진 매케이는 “이거구나!” 하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꼭
[who are you] 조지 매케이 George Mack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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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소나기> <벙어리 삼룡이> 현재 작업 중
“어디? 레바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명상하기’에 취재를 다녀온 이주현 기자가 그곳에 레바논 출신의 애니메이터가 있다는 말을 전하자, 다들 되물었다. 미국도, 유럽도 아닌 레바논에서 애니메이션을 하러 한국에 왔다고? 게다가 1920~30년대 한국 문인들이 쓴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화하는 작업에 참여한다니.
‘패트릭 스패르, 2013년 6월24일.’ 스탭들이 연필로명상하기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할 때면 안재훈 감독이 직접 써준다는 이름표가 스패르의 자리에도 놓여 있다. “이거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다. 대학 졸업 후 베이루트에서 7년간 프리랜서로 TV광고용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지만 한번도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 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보낸 후라 더 감사했다.” 그의 기쁨 뒤엔 애니메이션을 향한 애정과 연필로명상하기를 향한 끈질긴 구애가 있
[STAFF 37.5] 나답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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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방식으로 듣는 건 재미없다. 한눈에 봐도 육감적인 아름다움이 넘쳐흐르는 스칼렛 요한슨의 외모는 고전적인 금발 미녀의 전형에 가깝다. 풍만한 육체에서 묻어나는 성숙한 분위기는 데뷔 초기부터 그녀를 또래의 여배우들과 구별됐다. 또 한 가지 색다른 면은 제시카 알바나 아만다 사이프리드 같은 당대의 여배우들보다 주디 갈런드나 마릴린 먼로와 비교하는 편이 더 편하다는 점이다. 한데 할리우드 고전 스타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스칼렛 요한슨의 우아함이 그녀의 소탈함과 섞이는 순간 그녀는 인형에서 사람으로 거듭난다. 이 모양이 사뭇 이질적이고 그래서 더 끌린다.
영화가 아이콘에게 바라는 건 살아 있는 표정이 아니라 몇번을 반복해도 망가지지 않는 안정적인 형태다. 몇몇 할리우드 스타들은 이 역할에 충실하다. 필요에 따라 언제든 ‘금발의 고혹적인 미녀’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교체가 가능하고 유의어처럼 소비되는 것이다. 배우는 사라져도 금발의 미녀라는 아이콘은 영생한
[스칼렛 요한슨] 금발로 가릴 수 없는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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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들랏 타히믹은 필리핀 독립영화의 대부이자, 신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지난 30여년간 제3세계 영화를 대표해온 이름이기도 하다. 특별전에서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한 시각예술가 허상범은 그와 그의 영화에 대해 “종종 스스로 민족문화에 대한 상징적 캐릭터를 만들고 그 인물을 현실로서 기록하는 미학적 전략을 취한다. <향기로운 악몽>(1977)에서는 최초의 우주인으로 버너 본 브라운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들고 자신은 그 인물에 팬레터를 보내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특별전에서 열정적인 퍼포먼스까지 진행한 그는 한국 남부지역의 계단식 논이 보고 싶다며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마치 졸업생처럼 학사모를 쓰고 나와 진행한 퍼포먼스가 무척 인상적이다. (웃음)
=할리우드 대학을 20년 만에 졸업했다는 의미다. (웃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 필요 없고 우리 고유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적인 장비도 필요하고 이야기도 생각해내야 한다. 어렵지만 계속 고민해야 한다. 지금
[flash on] 우주적 흐름에 영화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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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편이다. 발레와 힙합댄스의 만남, 스트리트 댄스, 3D 테크놀로지 댄스 등 시리즈마다 새로운 춤의 영역을 스크린에 담아온 <스텝업> 시리즈가 다시 돌아왔다. <스텝업: 올인>이라는 제목처럼 이번엔 시리즈의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그 중심에 시리즈를 총괄해온 안무가 자말 심스가 있다. 17살 때부터 프로댄서로 활동해온 그는 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해온 최고의 안무가다. 제니퍼 로페즈, 마돈나, 마일리 사이러스, 어셔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퍼포먼스, 뮤지컬 <렌트>, 영화 <풋루스> 등이 모두 그가 참여한 작품이다. <스텝업> 시리즈를 가능하게 하는 ‘연결조직세포’ 자말 심스를 만났다.
-매 시리즈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이번 시리즈의 핵심은 댄스 배틀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쇼 배틀 경연을 위한 과정이 중심이다. 그 때문에 이전 시리즈에서 두각을 보인 댄서들이 돌아온다. 춤의 장르와 스타일도 다양해진다
[flash on] 춤꾼의 눈엔 프랑켄슈타인도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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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의 소설 <살인예언자> 첫 번째 편이 스티븐 소머즈의 손에서 <오드 토머스>로 영화화됐다. <오드 토머스>는 마을에 나타난 낯선 남자의 주변에 죽음의 마물 ‘바다흐’가 떼지어 몰려든 것을 본 오드 토머스가 거대한 참사를 예감하고 이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는 이야기다. 스티븐 소머즈의 <오드 토머스>는 “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단 한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라는 이 섬세한 작가에게도 대단히 흡족했던 모양이다. 수십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장르문학 대가가 영화 <오드 토머스>의 프로모션차 보내온 길고 유쾌한 서신을 짤막하게 정리해 이곳에 옮긴다.
-‘죽음을 예견하는 남자’라는 설정과 주인공 오드 토머스의 캐릭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나.
=소설 <공포의 얼굴>을 쓰고 있을 때, “내 이름은 오드 토머스, 나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라는 대사 한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순간 일기장을 펴고 이 대
[flash on] 내 작품 영화화한 중 처음으로 마음에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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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이고 무뚝뚝한 영국 신사’ 혹은 ‘<오만과 편견>의 영원한 미스터 다아시’. 콜린 퍼스를 정의내리고자 하는 여러 시도는 이제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어느덧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이제 그만의 고유한 향기를 풍긴다. 특히 오랜 연인의 죽음 이후 삶의 의미를 상실한 채 죽음보다 더한 외로운 일상을 살아갔던 <싱글맨>(2009),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른 말더듬이 영국 왕으로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킹스 스피치>(2010)를 거치며 그 존재감은 더 단단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특유의 영국 악센트와 부드러운 매너로 마치 휴 그랜트의 반대유형처럼 존재했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와 <러브 액츄얼리>(2003)의 훈훈한 매력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콜린 퍼스는 자기만의 거대한 성(城)을 여전히 더 크고 화려하게 지어가고 있는 중이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스탠리(
[콜린 퍼스] <매직 인 더 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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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갓 오브 이집트>
2014 <라이드>
2014 <더 기버: 기억전달자>
2014 <더 시그널>
2014 <말레피센트>
2013 <오큘러스>
<더 기버: 기억전달자>의 ‘더 원’이라고나 할까. 영화 속 ‘커뮤니티’에서 평생의 직업을 부여하는 직위수여식에서 ‘기억보유자’로 선택된 단 한사람이다. 평범한 소년이었던 조너스(브렌턴 스웨이츠)는 자신의 삶이 거짓이고, 사회가 인위적으로 디자인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커뮤니티를 벗어날 결심을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 친구들의 기억을 풀어주고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제프 브리지스와 메릴 스트립이라는 대배우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보면 볼수록 호기심 가득한 선한 눈매의 브렌턴 스웨이츠는 기분 좋은 발견이다. 원작자 로이스 로리는 그를 두고 “워낙 섬세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배우라 원작보다 나이가 많은 조너스로 설정하는 게 가능했다
[who are you] 브렌턴 스웨이츠 Brenton Thwa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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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삼관 매혈기>(촬영 중)
2014 <군도: 민란의 시대>
2014 <우는 남자>
2013 <용의자>
2013 <집으로 가는 길>
2013 <열한시>
2013 <더 테러 라이브>
2013 <사랑의 가위바위보>
2012 <런닝맨>
2012 <마이 리틀 히어로>
2012 <반창꼬>
2012 <용의자X>
2012 <회사원>
2010 <황해>
2010 <의형제>
2009 <김씨표류기>
2007 <숨>
2006 <시간>
2004 <까불지마>
찰칵 찍을 수 있는 기회는 단 두번뿐. “액션” 사인이 떨어지기 직전과 “컷” 사인이 난 직후. 수초 남짓한 이 시간을 놓치면 스틸작가에게 다시란 없다. 하물며 리허설 없이 곧바로 슛 들어가기로 유명한 윤종빈 감독의 현장은 정신 똑바로 차리지
[STAFF 37.5] 삼세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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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을 10년 만에 기어이 완성했던 안재훈, 한혜진 감독이 좀 이르다 싶게 작품을 내놓았다. 이번엔 한국의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 <소중한 날의 꿈> 개봉 때부터 얘기됐던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리즈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김유정의 <봄봄>을 엮은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다. <운수 좋은 날>의 더빙 작업 직전인 지난 3월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스튜디오 연필로명상하기를 찾았다. 그리고 개봉을 앞두고 스튜디오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스튜디오에서 키우는 강아지 나동이는 여전히 싹싹하게 손님을 맞았고, 안재훈 감독의 작업실은 여전히 골동품 가게 같았다. 공동연출자인 한혜진 감독은 역시나 자취를 감추었다가 인터뷰가 끝나고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한혜진 감독은 오늘도 자리를 피
[안재훈] 손으로 사람으로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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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면이 <씨네21>을 읽고 있었다. 커피가 반쯤 남은 걸로 봐서 못해도 약속 시간 30분 전에 카페에 도착해 있었던 듯하다. <씨네21>을 창간 때부터 구독해왔다는 보기 드문 VIP 독자였다. 그런데 그의 말이 화살처럼 날아와 꽂혔다. “언제쯤 나는 <씨네21> 표지 모델이 돼보나, 그런 로망이 배우들은 다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음반을 내니까 인터뷰를 하게 되네요.” 배우 박준면이 지난 5월, 9곡의 자작곡이 담긴 1집 앨범 ≪아무도 없는 방≫을 발매했다. 7월엔 1집 발매 공연을 무사히 치렀고, 9월엔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두 번째 공연이 시작되기 전, ‘가수’ 박준면을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박준면은 “전 음악을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예요. 배우인데, 작곡할 수 있는 재주가 있어서 곡을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1집으로 나온 거예요”라며 자신이 배우임을 끝까지 환기시켰다. <삼거리 극장>의 에리사 공주, <
[trans x cross] 거칠지만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