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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하고 가냘픈 몸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 도도하고 까칠하며 새침한 캐릭터를 두루 걸쳐온 여배우. 염정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런 염정아에게 <카트>의 한선희는 지금까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분위기의 캐릭터다. 이번만큼은 염정아의 큰 키가 더없이 껑충해 보이고, 호리호리한 몸은 있던 특징도 없애버린다는 유니폼 속에 흔적도 없이 파묻혀버린다. 그녀가 구부정한 어깨로 주변의 눈치를 보며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면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아 위태롭다. “모니터 보면서 알았다. 내 큰 키, 그게 되게 안쓰러워 보이더라.” 그렇게 염정아와 마주앉아 염정아와 한선희를 견줘보다가 문득 염정아는 한선희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 마트’의 비정규직 사원 한선희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5년 동안 단 1점의 벌점도 받지 않았고 갖은 연장 근무도 군소리 없이 해왔으니 이번만큼은 희망을 걸어본다. “선희는 우리 엄마처럼 희생적이고
[염정아] 소박함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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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거 있니?”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선배 염정아가 후배 도경수를 살뜰히 챙긴다. <카트>에서 엄마 선희와 아들 태영으로 호흡을 맞출 때도 그랬을까. “선배 앞에서 눈치 보고 연기하면 절대 안 된다”, “떨지 말고 너 하던 대로 편하게 해라”. 염정아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처음 하는 도경수를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그렇게 엄마와 아들로 만난 두 사람은 <카트>를 통해 각자의 도전을 시도했다. 도도할 것만 같던 염정아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선희가 됐고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아왔다는 도경수는 반항기 가득한 소년 태영이 되었다. 영화 개봉(11월13일)에 앞서 두 사람을 만났다. <카트>가 두 사람에게 남긴 진한 흔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카트] 노동자 엄마 반항아 아들의 세상을 향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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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픽쳐스 김주성 대표는 광고(제일기획), 방송(CJ미디어 대표(2009∼2012년)), 영화(삼성영상사업단(1995년), CJ엔터테인먼트 대표(2005∼2009년)), IPTV 플랫폼(KT미디어허브 대표(2012년)) 등 콘텐츠 산업의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친 전문 경영인이다. 올해 초, KT 황창규 신임 회장 체제에서 유임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회사를 나와 투자배급사 와우픽쳐스를 설립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CJ엔터테인먼트 대표 시절, 해외 공동제작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했던 그는 “최종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잘해보려는 건 아니다. 아시아와 전세계에 통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회사 설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새로운 업무가 아니니 정신이 없진 않다. 기존에 해왔던 것을 하는 건 의미가 없는 듯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황창규 신임 회장 체
[flash on] 천천히, 단단히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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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나의 독재자> <마녀> <우는 남자>
2013 <관상> <고양이 소녀>
2009 <김씨 표류기> 외
뮤지컬
2014 <비스티 보이즈> <글루미데이> <나쁜자석> <빨래> 외
“철주 하자!” 이규형은 <나의 독재자>의 이해준 감독이 했다는 이 말을 잊을 수 없어 보였다. 연극과 뮤지컬로 연기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왔지만 상업영화에서는 눈에 띄는 역할을 맡지 못하던 차에 철주라는 비중 있는 역을 맡게 됐다. 철주는 서울대 국문과 출신의 주사파로 중앙정보부가 김일성 대역 배우인 성근(설경구)의 사상 교육을 위해 성근 옆에 붙인 인물이다. 이규형은 유약해 보이나 ‘똘끼’가 느껴지는 엘리트 청년을 표현하기 위해 한달 반 동안 14kg 가까이 체중을 감량했다. 대사에 나오는 교조주의, 주체사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야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아 중국
[who are you] 이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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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와 <김씨 표류기>, 그리고 <나의 독재자>. 이해준 감독이 만든 모든 영화의오프닝 크레딧에선 ‘반짝반짝영화사’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초, 충무로의 주목받는 여성 프로듀서와 재능 있는 시나리오작가로 인연을 맺은 반짝반짝영화사의 김무령 대표와 이해준 감독은 오랜 영화적 동지다. <살인의 추억>을 함께 작업한 봉준호 감독이 ‘철의 여인’이라 부를 정도인 김무령 대표의 철두철미한 성격과 이해준 감독 특유의 독특한 감성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일까. 그들의 영화는 최근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소재와 디테일함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10월30일 개봉하는 <나의 독재자>는 두 사람의 세 번째 합작품이다.
-<나의 독재자>는 <천하장사 마돈나> <김씨 표류기>에 이어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세 번째 작품이다. 개봉을 앞두고 요즘 어떤 얘기를 나누나.
=김무령_별 말
[이해준, 김무령] 아버지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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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청춘.’ 박해일은 <나의 독재자>의 태식을 그렇게 표현했다. “삼십대에 연기하는 마지막 인물이지 않을까 싶어 나에겐 청춘으로서 마지막 캐릭터라는 느낌도 있다. 화면도 최대한 뽀얗게 해달라고 했다! (웃음) 결핍이 많은 태식은 어른이 돼도 내면은 성장하지 못한 채 여전히 철없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코믹한 톤이 있지만 태식의 내면까지 밝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태식이 가진 어둠이 순간순간 보일 타점들은 어디일까. 무겁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태식의 과거들을 오래 생각해볼 필요는 있었다.”
사고친 아버지의 일을 수습하느라 고등학교 연합고사를 볼 수 없었던 소년 태식은 자라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다단계로 건강보조기구를 판매하고 있는 태식은 빚더미를 타고 앉았어도 강남에 살며 외제차를 모는 인물이다. 박해일이 연기하는 성인 태식은 기운찬 목소리로 “돈은 목숨!”이라고 외치며 영화의 2막을 연다. 배우가 되기 전의 청년
[박해일] 어쩐지 낯설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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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티 가리는 게 싫다. 사람 같지 않아 보여서.” 설경구만큼 얼굴 꾸미는 데 인색한 배우가 또 있을까. 분장도 5분이면 끝이고 거울도 웬만해선 안 본다. 오죽하면 <실미도> <소원> 때는 맨 얼굴로 촬영했을까. 그러고 보면 설경구는 인위적으로 무엇을 덧대 이미지를 만들기보다는 극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가 아예 그 인물이 돼버리는 식으로 연기에 색을 입혀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장장 5시간이나 분장을 했다. 그것도 새벽 1시부터 얼굴에 본드와 파우더를 겹겹이 칠하는 특수분장이었다. “밤을 새워가며 분장하고 촬영을 했더니 나중에는 (어지러워) 땅이 올라오더라. 분장 때문에 두드러기는 나지, 밥은 맘대로 못 먹지. 나중엔 약까지 오르더라.” ‘불편한 일은 안 하면 된다’(<씨네21> 921호)던 설경구를 끝내 거울 앞으로 이끈 건 <나의 독재자>의 김성근이었다.
김성근, 그는 누구인가. 극단 허드렛일 전담에 맡는 역할마다 지나가는 행인이
[설경구] 끝없이 달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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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일이요? 어유, 쟤는 늙지도 않아. (웃음) 엉뚱할 것 같잖아요. 오히려 내가 걱정이었죠. 과연 나를 아버지로 볼까?” 얼핏 봐서는 듬직한 큰 형님과 철없는 막내 동생처럼 보이는 설경구와 박해일이 <나의 독재자>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연을 맺었다. 자신을 김일성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못 말리는 아버지 김성근과 그런 아버지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 아들 김태식이라니. 다소 황당하고 엉뚱한 설정 속에서 두 베테랑 배우는 어떤 조합을 만들어냈을까. 게다가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니 궁금증이 더 커진다. 지난봄부터 여름의 초입을 함께 나며 부자지간으로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을 두 사람을 영화의 개봉(10월30일)에 앞서 만나 물었다. 도대체 김씨 부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나의 독재자] 呼兄呼弟 呼父呼兄(호형호제 혹은 호부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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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태풍이 상륙했다. 중국 투자배급사 러스잉예가 10월21일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한국 무일영화사(대표 최광석)와 함께 ‘한•중 감사의 밤’ 행사를 열고, 한•중 공동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러스잉예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LeTV’를 운영하고 있는 동시에 중국 전역 108개 도시에 1200여개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중국 최대 온•오프라인 플랫폼 회사다. 한국에서 극장 개봉한 장이모 감독의 신작 <5일의 마중>과 올해 여름 시장에서 20억위안(3472억원)을 벌어들인 <소시대>(감독 궈징밍) 등 매년 약 15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이기도 하다. 러스잉예 장자오 대표는 “<5일의 마중> 개봉도 했고, 한국 감독을 비롯해 투자배급사를 만날 목적으로 서울을 찾았다”고 출장 목적을 밝혔다.
-매년 제작 편수가 얼마나 되나.
=올해는 15편 제작했다. 내년에는 20편 정도다. 경쟁사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중 한편만 대표인 내가 직접 진행한다
[flash on] 좋은 영화가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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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브뤼게만은 독일 포츠담 바벨스베르크콘래드울프 영화학교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데뷔작 <아홉개의 신>(2006)으로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독일영화전망 부문에 진출했고, 2012년에 만든 트렌디한 코미디영화 <무브>로 상업영화쪽에도 소질을 보였다.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각본상과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에도 초청된 신작 <거룩한 소녀 마리아>의 시나리오는 여동생 안나 브뤼게만과 함께 썼다. 남매는 뮌헨, 남아프리카, 독일 남부의 작은 시골을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여동생과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함께 줄거리를 생각해내고 인물을 만들었다. 대사는 대부분 내가 썼다. 작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처음 아이디어는 추운 겨울날 베를린에서 자전거를 타다 생각났다.
-광신적 신앙을 가진 부모와 자녀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이유는 뭔가.
=세계 어느 곳에나 자녀를 엄하
[flash on] 영화는 질문을 던지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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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로서, 연기자로서, 엔터테이너로서, 황찬성은 늘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 그가 카메라 프레임 저 너머에 위치한 어떤 인물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레드카펫>은 의미심장한 영화다. 선배들의 구박에 시무룩하다가도 금세 현장 이곳저곳을 누비는 에로영화 현장의 연출부 막내. 감독 지망생 대윤으로 분한 황찬성은 무대 위에서 선보이던 강렬하고 응축된 모습보다 한결 자유로워 보인다. 돌이켜보면 대중이 그의 존재를 자각하기 시작한 건 가수보다 연기자로서의 모습이 먼저였다. 2PM으로 데뷔하기 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정보통’ 고등학생 찬성으로 분한 그는 어딘가 어설프지만 밝고 건강한 사춘기 소년의 모습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그런 그에게 연기란 잠깐의 외도가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음악과 함께 안고 가야 할 무엇이다.
-에로영화 현장의 연출부 막내 역할을 맡았다. 아이돌 그룹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배우가
[황찬성] <레드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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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어떤 영화는 온전히 배우의 역량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다. 허술한 영화가 배우의 재능에 기대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완벽을 향해 한층 한층 구성요소를 쌓아간 장인의 퍼즐게임 그 마지막 한 조각을 채울 특권은 오직 배우에게만 허락된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배우가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거꾸로 자신을 비워야 할 필요가 있다. 특정 감정을 명확하게 지시하는 단호함보다는 무언가가 일어나기 직전의 조짐을 형성하는 재능이 필요하다. 데이비드 핀처의 스릴러 <나를 찾아줘>의 마지막 조각은 두말할 것도 없이 로저먼드 파이크다.
<나를 찾아줘>는 그녀로 인해 시작되고 그녀를 통해 끝난다. 수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실제 화면구성도 그렇다. “너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고 싶어.” 남편의 달콤한 말투로 문을 여는 영화는 뒤이어 “너의 머리통을 으깨서라도”라는 살벌한 멘트를 겹치며 ‘그녀’라는 미지를 그려나간다. 단적으로 말해 &
[로저먼드 파이크] <나를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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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3 <서울연애>의 단편 <춘곤증> <싸이코메트리>
연극
2014 <관객모독>
드라마
2014 <가족끼리 왜 이래> <사랑해서 남주나>
2013 <굿 닥터> <유리가면> <KBS 드라마 스페셜 사춘기 메들리>
2012 <친애하는 당신에게>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웹 드라마
2014 <썸남썸녀>
윤박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이자 개봉(10월30일)을 앞둔 옴니버스영화 <서울연애>의 <춘곤증>(감독 김태용)에서 상원을 연기했다. 지방 출신으로 전자상가에서 일하며 연상의 누나를 사랑하는 연하남인데 꽤 귀엽고 당돌하다. 그런 상원을 연기한 윤박에게 한번 더 시선이 간 건 누나에 대한 마음을 표현할 때마다 어느새 발갛게 달아올라 있던 그의 귀 때문이다. “(배우로서) 단점 같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
[who are you] 윤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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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이자 영화연구자인 김소영 교수, ‘전영객잔’의 필자로서 한 시절을 보낸 그녀에 대한 독자들의 향수와 관심은 여전하다. 그사이 그녀는 김정이라는 감독명으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얼마 전엔 한국영화 연구서 <파국의 지도>와 영화평론집 <비상과 환상> 등 두권의 책을 동시에 출간했다. <파국의 지도>는 한국이라는 영화적 사태에 대한 통시적 영화연구서다. 한국영화의 시원(始原)에서 1960년대를 경유해 촛불집회의 대중 경험이 반영된 2009년 전후의 영화를 살펴본다. 평론집 <비상과 환상>은 최근 한국영화의 증상을 진단하는 예지와 같은 책이다. 통시적 연구 작업에서 가능한 문제 발굴과, 동시대적 작업인 비평에서 가능할 논평과 비전이 두 책을 넘나들며 대화처럼 엮여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정에서 김소영 교수를 만났다.
-2000년대 대표 영화평론가다. 현장평론을 떠난 요즘 어떠한 아쉬움은 없나.
=일단 데드라인 없는 삶이 즐겁다
[김소영] 사라지는 것들을 불러모으는 트랜스 아시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