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시즌4의 드라마, 두편의 극장판이 나왔지만 <심야식당>의 포맷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한다는 점이 독특하다면 독특한 이 공간에는 얼굴에 원인 모를 흉터가 있는 마스터가 있고, 그의 음식을 먹다 보면 손님들은 자연스레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이렇듯 마스터는 <심야식당> 고유의 정서를 책임지는 핵심이고, 그를 연기한 배우 고바야시 가오루는 1980년 데뷔한 일본의 베테랑 배우다. <비밀> <도쿄타워> 등 많은 작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그의 연륜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심야식당>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설득한다. <심야식당2>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와의 짧은 만남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창한 표현 없이도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 대화를 전한다.
-2년 만에 <심야식당>의 두 번째 극장판이 나왔다. 지난 9년간 드라마와 극장판에 모두 출연한 배우로서 달
[people] <심야식당2> 배우 고바야시 가오루
-
18살 용순은 운동장을 달리고 또 달린다. 군 대항 육상 대회에 나갈 학교 대표 선수를 모집한다는 교내 포스터를 본 용순은 덜컥 육상부에 들어가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용순은 육상 대회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답답하기에 뛸 뿐이다. 용순은 체육 선생과 연애 중이지만 그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긴 것 같아 답답하고 불안하고 화가 난다. 아버지가 자신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재혼하겠다며 새로운 사람을 집으로 들인 것도 불만이다. 용순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의 연속이다. 하지만 용순은 끝장을 볼 생각이다. 자신이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것들에 용을 쓰며 매달리는 용순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애처롭다. <용순>으로 장편 데뷔를 한 신준 감독을 만났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발전시킨 작품인 만큼 감독에게도 <용순>은 끝까지 매달려보고 싶은 그 무엇이었던 모양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수상했다.
-단편 <용순, 열 여덟 번째 여름>(2
[people] <용순> 신준 감독
-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웃음)” 한국영화에서 쉽게 도전하지 않았던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영화가 등장했다. 조선호 감독의 <하루>는 반복되는 하루에 갇힌 남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주어진 시간 안에 실수를 되돌리지 못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사건을 마주해야 한다. 마치 게임처럼 속도감 넘치는 90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끌고 가야 하니, 상당히 정교한 계산과 과감한 연출이 중요했을 것이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나뉠 것 같다고 걱정하는 조선호 감독을 첫 언론 시사회가 끝난 직후 만나, 데뷔작을 내놓은 소회와 아이디어의 출발점에 대해 물었다.
-반복되는 하루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2년, 조감독 생활을 정리하고 데뷔를 준비하면서 오래전에 써놨던 메모를 뒤적이다 “끝나지 않는 하루,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문구를 보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타임루프를 소재
[people] <하루> 조선호 감독
-
변요한이 또 돌아갔다. ‘돌아왔다’는 컴백의 의미로 쓰려던 것이 아니다. 그가 전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이어 또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 <하루>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당신 거기 하루만 있어줄래요?’라고 제목을 이어 붙여도 말이 될 만큼 유사한 설정의 영화에 그가 연이어 출연한 이유는 뭘까.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서 새로운 시도에 품은 기대와 반성,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한 그만의 노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전작과 설정이 유사한 타임루프 소재 영화에 출연하는 부담감은 없었나.
=전작에서는 내가 직접 시간 이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웃음) <하루>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땐 너무나 쉽게 읽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땐 너무 어려웠다. 세 번째에는 헷갈리기 시작하더라. 네 번째 읽으니 자신감이 없어졌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이 인물의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
[커버스타] 변요한의 하루는 천천히 흐른다 - <하루> 변요한
-
-
세계 각지를 돌며 의술을 행하던 준영은 정작 딸아이의 생일에 아이를 잃고 만다.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가는 딸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더 끔찍한 건, 준영이 계속해서 딸의 죽음을 목격하기 2시간 전으로 되돌아가서 다시금 딸의 죽음을 목격한다는 데 있다. 악몽 그 이상의 비극적 하루에 갇혀버렸다. <하루>에서 김명민은 이 지옥의 상황을 반복하는 준영을 연기한다. 이러한 서사구조의 특성상 김명민은 같은 장면에서 조금씩 계속해서 달라지는 준영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연기해야 했다. 보통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5)로 만났을 때도 도전할 만한 작품에 눈이 간다며 차기작 <하루>의 준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시나리오를 참 재밌게 읽었다.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고 메시지도 분명하면서 가슴 뭉클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해보고 싶어졌다. 근데 딸아이의 사고가 일어나기 2시간 전으로 계속해서 돌아가고, 또 돌아가는 이야기 구
[커버스타] 철저한 준비, 섬세한 연기 - <하루> 김명민
-
“이 티셔츠가 더 어울릴 것 같아. 너, 이거 입어보자.” 표지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던 도중 김명민이 변요한에게 화려한 색상의 그림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건네자, ‘이런 티셔츠, 이런 커플룩 처음 입어본다’며 수줍게 웃는 변요한의 얼굴에서 편안한 형, 동생의 기운이 느껴진다.
두 사람이 동시에 비슷한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자, 누군가 뒤에서 버디 형사영화의 주인공 같다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한번 호흡을 맞춘 적 있는 두 사람은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 <하루>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하루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절망적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연기해야 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느라 딸과 소원해진 무심한 의사 아빠 준영과 생계를 위해 아내의 사랑을 잠시 밀쳐내버리는 무책임한 남편 민철은 살아온 삶도 성격도 다르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변요한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샌드백처럼 어떤 연기도 다 받아준” 김명민의
[커버스타] 그들의 하루, 그들의 호흡 - <하루> 김명민·변요한
-
독립영화를 챙겨 보는 관객에게 손민지는 낯익은 이름이다. 지난 2010년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단편 <910712 희정>(감독 유원상)에서 주민등록증에 들어갈 양손 지문 날인을 거부한 주인공 소녀를 연기한 그 배우다. 이후 <피끓는 청춘> <이쁜 것들이 되어라> <기화> 등 여러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다. <악녀>에서 손민지가 연기한 민주는 숙희(김옥빈)가 국정원 조직에서 만난 친구다. 영화의 후반부, 요정에서 그가 김옥빈과 함께 험상궂은 남성 두명과 맞붙는 액션 신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날렵하고 박력이 넘친다.
-단편 <910712 희정> 때 모습과 많이 달라 깜짝 놀랐다.
=(기자가 영화 제목의 숫자를 제대로 못 외우자) 내 생일이라 나만 기억을 잘한다. (웃음) 그때가 20살이었다. 단편영화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비슷한 것 같아 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악녀>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who are you] 액션 촬영은 짜릿했다 - <악녀> 배우 손민지
-
울진 왕피천계곡, 동해 무릉계곡, 양양 서림계곡, 양구 도솔산, 고창 선운사. 어느 산악동호회의 추천 종주 코스가 아니다. 영화 <대립군>의 로케이션 촬영지다. 말이 계곡이지, 이곳들은 산 깊은 곳에 있거나 민간인 통제구역(도솔산)이라 일반인의 발길이 뜸하다. 총 75회차 중에서 무려 60회차가 넘는 촬영을 이런 곳에서 했다. <대립군> 제작진은 산을 넘고 또 넘어야 했던 광해(여진구)와 대립군(이정재)의 처지와 다름없었다(75회차 중 60회차가 낮 장면이고, 실내 세트 촬영은 단 한 장면도 없었다.-편집자).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에서 산을 좀 탔던 정창훈 제작실장에게 또 다른 ‘산악 사극’(?) <대립군>은 진행 난이도가 훨씬 더 높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산 하나만 헌팅하면 될 거”라고 만만하게 본 게 사실이다. 하지만 “풀 하나, 나무 하나도 지역마다 다르다”는 정윤철 감독의 ‘디테일’ 때문
[영화人] <대립군> 정창훈 제작실장
-
돈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는 보이지 않는 위협 속에서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며 이야기를 기획하고 제작비를 충당하고 자료를 수집해야 했던 제작진의 노고가 일궈낸 결과물이다. 심지어 영화 제목조차 어디 가서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극장에 내걸린 지금, 영화는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의 신기록을 세울 기세로 흥행몰이 중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백두대간에서 이광모 감독과 함께 예술영화 전용관 극장 운영 및 영화 수입과 배급에 힘써왔던 최낙용 부사장은 이 영화를 위해 사비를 털어 제작비를 충당해가며 제작사를 설립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이창재 감독을 도왔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토록 어렵고 고된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게 했던 것일까. 혹은 제작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숨은 어려움은 없었던 것일까. 이번 영화의 고된 제작기와 더불어 극장 운영과 수입·배급을 두루 경험한 그에게서 예술영화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에
[씨네 인터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라는 의미 자체가 컸다" - <노무현입니다> 최낙용 PD
-
지난 3월 9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조은성 감독은 우연히 대로변에서 꼬리가 잘려 너덜너덜해진 고양이를 만났다. 이 길고양이에게 조은성 감독은 ‘해피’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던 순간, 처음으로 울음소리를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라운드의 이방인> <60만번의 트라이> 등 그동안 스포츠 다큐멘터리영화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져왔던 조은성 감독은 왜 길고양이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나아가 길고양이를 처음으로 입양하게 되었을까. 거리의 동물들에게 너무도 혹독한 한국의 현실과 해외의 사례를 대비하며,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다큐멘터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연출한 조은성 감독의 사연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2013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지하에서 벌어진 길고양이 학대사건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살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people]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조은성 감독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5월 24일부터 10월 9일까지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이름의 전시가 진행된다. 예술은 어떤 방식으로 이 불확정성의 시대를 포착하고 읽어낼 것인가가 참여 작가들의 공통된 주제다. 그중 싱가포르 출신의 호추니엔 감독의 작업에 주목해봤다. 그는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싱가포르 단독 작가로 선발된 현대미술작가이며 <여기 어딘가에>(2009), <미지의 구름>(2011) 등을 만든 영화감독이다. 이번 전시에는 세편의 영상 작품이 소개된다. 신작 <동남아시아 비평 사전 볼륨2: G for Ghost(Writer)>(2017, 이하 <비평 사전>)는 26개 알파벳 각각에서 뽑아낸 26개의 키워드가 동남아시아와 관련된 5천여개가 넘는 영상과 실시간으로 무작위 편집되면서 ‘동남아시아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잠정적 답변을 전한다. 삼중 스파이로 알려진 라이 텍에 관한 이야기인 <The Nameless>(
[people]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 <불확정성의 원리> 참여하는 호추니엔 감독
-
신하균의 작품 선택은 어떤 의미에서든 평범하지가 않다. <브레인>(2011), <미스터 백>(2014) 등 TV드라마에도 자주 출연하면서 광기 어린 눈으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에너지를 발산해 시청자의 혼을 쏙 빼놓곤 했다. 야심적인 사극 도전이었던 <순수의 시대>(2014)에서는 체지방률을 2%대까지 줄이고 데뷔 이래 가장 수위 높은 베드신을 연기했다. 주로 신들리거나 혹은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기대가 생길 즈음, 신하균은 힘을 쭉 빼고 <올레>(2016)에서 중년 남성의 지질한 면을 코믹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출연한 작품이 흥행이나 비평 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할 때에도 신하균의 행보만큼은 결코 뻔하지 않았다. 그러니 신하균이 여성 원톱 액션영화 <악녀>를 선택한 것이 그리 의외의 일은 아닐 것이다.
-주도하기보다 보조하는 역할이고, 분량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악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커버스타] 악당의 품격 - <악녀> 신하균
-
“<원더우먼> 보셨어요?” 김옥빈이 묻는다. 올 6월 극장가에서 <악녀>와 맞붙을 경쟁작이 모두 액션 블록버스터에 주인공은 여자라는 말도 덧붙이며. “<원더우먼>의 갤 가돗, <미이라>의 소피아 부텔라와 액션으로 경쟁하게 생겼어요. 심지어 갤 가돗은 군필자래. 어떻게 이기죠? (웃음)”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액션영화’가 나와야 한다고 진심으로 믿는 김옥빈에게 이건 기꺼이 감수해야 할 선의의 경쟁에 불과하다. 특유의 생기발랄함에 성숙함을 더해 돌아온, 더욱 깊어진 김옥빈의 한순간을 공유한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원톱 액션영화의 주인공이다.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겠다.
=시나리오를 보고 숙희라는 인물이 너무 신기했다. 능력은 전사인데 마음은 소녀인 거다. 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면서, 마음은 이렇게 여리고 착할 수가 있을까? 처음에는 숙희의 이 상반된 특성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내
[커버스타] 전사와 소녀 사이 - <악녀> 김옥빈
-
“오빠, 다리는 좀 괜찮아?” 스튜디오에서 만나자마자 김옥빈이 신하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악녀>에서 비련의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이 작품이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 올해의 칸국제영화제에서 끝내 만나지 못했다. 차기작 <바람 바람 바람> 촬영 도중 신하균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경쟁부문에 초청된 <박쥐>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함께 걸었던 두 사람이기에, <박쥐>팀의 반가운 재결합(박찬욱 감독은 올해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이 성사되지 못해 못내 아쉽다며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영락없이 사이좋은 선후배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이들은 종종 서로의 존재를 위협하는 역할로 만났다. <박쥐>의 무기력한 남편과 자유를 갈망하는 아내, 그리고 <고지전>의 남한군 중위와 북한군 저격수. 신하균과 김옥빈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악녀>에서 그들이 분한 인물간의 드라마는 더
[커버스타] 그 여자, 그 남자의 세 번째 드라마 - <악녀> 김옥빈·신하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