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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를 소재로 했을 뿐 소설 <군함도>는 영화 <군함도>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다. 작가는 굳이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 한수산 작가는 누구보다 일찍 군함도에 주목했고 무려 27년을 매달려 소설 <군함도>를 완성했다. 일본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로 군함도가 언론의 관심을 받기 전부터 묵묵히 이야기를 발굴해왔다는 말이다. 오래 곁에 두고 진중하게 고민한 만큼 소설 <군함도>의 묵직함은 남다르다. 그렇다고 단지 무겁게만 접근하는 것도 아니다. 한수산 작가는 <군함도>에서 사람을 발견하고 이야기한다. 사람이야말로 역사, 민족,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치라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소설 <군함도>가 다시 읽고 여러 번 읽고 나눠 읽기에 좋은 소설, 필요한 이야기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내 작품이 첫발이 아니라도 좋다. 오히려 여러 이야
<군함도> 한수산 작가 - 소설로 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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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에게는 미남 배우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는 사람들까지 돌려놓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예상을 배반하는 의외성에서 오곤 했다. 외모가 빼어난 배우는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아쉬울 것이라는 편견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와 영화 <늑대소년>(2012)의 호연으로 깼을 때도, 한류 스타가 된 이후 일제강점기 역사를 그린 <군함도>를 선택했을 때도 그랬다. 시나리오에서 30여신이 흘러간 후에야 등장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로 마음먹자 주변의 영화 관계자들은 “너 이거 왜 하냐?”고 묻기도 했단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군함도>의 송중기는, 우리에게 기분 좋은 배신을 안겨줄 것이다.
-<군함도>의 박무영은 윤학철(이경영)을 구출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하는 군인이다. 각 잡힌 군인 캐릭터와 감정적으로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배경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나.
=박무영에게는 군함도에 들어오게 된 과정만
<군함도> 송중기 - 더 넓게, 더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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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라는 제목 뒤에 부제를 하나 붙인다면, ‘소간지의 귀환’이 적절하지 않을까? 드라마에 출연하고 음원을 발표하며 팬들과 소통하던 그가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무거운 역사 소재의 영화, 류승완 감독과의 첫 작업, 게다가 그가 연기하는 ‘조선 최고의 주먹’ 칠성이 원톱 스트라이커보다는 든든한 수비수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 등 그의 이전 작업과는 성격이 조금 달라 보인다. 최근 영화 수입업으로까지 활발하게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는 그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군함도>의 풍경에 대해 물었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비극적인 역사 소재의 영화라서 출연 부담이 컸을 것 같다.
=류승완 감독 때문에 시작했다. 이전부터 같이하자고 약속한 터라,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는데 알고 보니 <군함도>더라. (웃음)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과연 내가 정서적인 아픔을 건드리는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군함도> 소지섭 - 새롭게, 열린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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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은 들꽃이다. 군함도에 끌려온 여인들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말년은 잔인한 군홧발에 이리저리 채이면서도 강인한 뿌리로 땅을 부여잡고 제 색을 잃지 않는다. 이정현도 들꽃이다. 가냘픈 체구에 얼핏 한없이 여린 듯 보이지만 형형한 눈빛 안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에너지가 들끓고 있다. <명량>(2014)의 정씨부인이 한 맺힌 몸짓으로 치맛자락을 펄럭이는 단 한 장면만으로 온전히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군함도>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말년이란 캐릭터의 슬픔인지, 이정현이란 배우의 위력인지 구분할 필요는 없다. 이정현은 애초에 두 가지를 나눌 필요 없는 영역에서 숨 쉬는 배우다.
-민감한 소재이고 어려운 이야기다. 출연을 고민하진 않았는지.
=캐스팅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읽은 지 한 시간 만에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 아니 사실 출연 제안을 받은 순간부터 하고 싶었다. 주차장에서 <군함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좋아서 고함을 질렀으니까.
<군함도> 이정현 - 지지 않는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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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한몸 건사하기 힘든 <군함도> 촬영현장에서 황정민은 1인2역을 했다. 그가 연기한 반도호텔 악단장 이강옥은 식민지 조선의 사교계를 들썩거리게 하다가 딸 소희(김수안)와 함께 쫓기듯 현해탄을 건너면서 새 출발을 꿈꿨지만, 강제징용된 다른 조선인들과 마찬가지로 꼼짝없이 군함도에 갇혀 석탄을 캐는 신세가 됐다. 매일 체중 감량하랴, 클라리넷 연주하랴 힘들었을 법도 한데, 수백여명에 이르는 보조 출연자들의 사기 진작도 황정민의 몫이었다. 그런 그를 류승완 감독은 “주연배우 이상의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이 이강옥을 “평소 황(정민) 선배가 탭댄스를 추고 악기 연주하는 걸 보고 만든 캐릭터”라고 얘기해주었다.
=<군함도>를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왔고, 그만큼 나를 잘 아니까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했을 거다.
-<부당거래>(2010), <베테랑>(2015)을 연달아 작업하면서 쌓은 신뢰감도 작용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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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황정민 - 이만한 에너지의 중심에 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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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 들어옵니다. 다들 박수!” 황정민의 흥겨운 외침에 송중기를 향한 축하가 쏟아진다. 표지 촬영 전날 결혼 소식을 전했다는 중압감 때문인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들어오던 송중기의 얼굴도 이내 환하게 밝아진다. 쑥스러워하면서도 기쁨을 감출 수 없는 미소를 띤 채 여기저기 인사하는 송중기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료들. <군함도>의 현장 분위기가 어땠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다. 육체적으로 쉽지 않았을 도전이었고 아픈 역사를 마주한다는 무게도 짊어져야 했다. 이를 즐겁게 소화할 수 있었던 건 해야 할 이야기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를 지탱한 현장의 일체감 덕분이었을 것이다.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행복했다는 <군함도> 현장. 이야기를 할수록 배우들의 눈빛에 생기가 되살아난다.
<군함도> 황정민·이정현·소지섭·송중기 - 완벽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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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그리고 아메리칸 허니보다 달콤한 건 없다네.”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이하 <아메리칸 허니>)의 ‘스타’는 미국 컨트리뮤직 밴드 레이디 앤터벨룸의 노래 <American Honey> 속에서 걸어나온 것 같은 여자다. 쓰레기더미를 뒤져 먹을 것을 찾아내고 히치하이킹을 일삼는 거리의 삶이지만, 스타는 누구보다 매력적인 미소와 멋진 타투를 장착한 텍사스 소녀다. 스타를 연기하는 신인배우 사샤 레인의 존재감은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꽃이 만발한 벌판을 터벅터벅 걷는 모습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자연스러움과 날것의 매력을 지녔다. 미국의 길 위에서 주연배우를 물색하던 영국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는 이 원석을 플로리다주의 백사장에서 발견했다. 당시 텍사스주립대에 다니던 사샤 레인은 출연 제안에 대학을 때려치운 뒤 짐을 싸서 안드레아 아놀드의 차에 올라탔다. 내일을 장담할 순 없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사샤 레인 - 진짜 ‘스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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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대표는 영화사 하늘이 홍보 마케팅을 하고 있는 <박열>의 흥행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마침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제3기 신임 회장직까지 맡게 돼 열의까지 더했다. 2년 임기 동안 마케터들의 노동 환경 개선에 일조하고 싶다. “마케터의 노동 시간과 양이 엄청나다. 많으면 한달에 거의 매일을 새벽까지 야근하고 주말도 휴가도 없이 산다.” 협회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해 제작사, 투자·배급사와 얘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해볼 생각이다. “하루 전에 연락해 당장 내일까지 뭔가를 만들어내라고 하는 식이 아닌 ‘문화’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협회가 생긴 뒤 마케팅 대행료가 상승했고 개별 마케터들의 임금이 조금이나마 오른 게 긍정적이다. 이젠 야근 수당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문제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성 마케터들의 노동 여건에 대한 고민도 있다. “9:1 이상으로 여성 마케터 비율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영화사 하늘만 해도 11년간 운영해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신임 회장, 김광현 영화사 하늘 대표 - 마케터 노동 환경 개선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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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카페) 좀 찍어보고, 우리 집에 가서 또 찍어보고… 인터뷰 전문에 쓰면 안 돼. 배우들은 그런 거에 예민하면 기사가 되는데 나는 뭐 배우도 아니고.” 누가 <씨네21> 전 편집장 아니랄까봐, 조선희 작가는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고 생긴 것과 다르게 해달라 요구해서는 안 되지만 생긴 것보다 못 나오면 안 되니까”라며 사진 촬영을 꼼꼼히 챙긴다. <씨네21> 편집장(1995~2000), 한국영상자료원 원장(2006~2009), 서울문화재단 대표(2012~16)를 차례로 역임한 조 작가의 신작 소설 <세 여자>(한겨레출판사 펴냄)는 한장의 사진에서 출발한다.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등 다소 낯선 이름의 세 여성 혁명가들이 개울에 발을 담근 채 활짝 웃는 사진이다. 혼돈의 용광로 같았던 식민지 조선에서 상해로, 소련으로, 남경으로 나가 공산주의 혁명과 민족 해방에 투신했던 이들이다. <세 여자>는 세 여자를 통해 1920년대부터 1950
12년 만에 소설 <세 여자>를 낸 조선희 작가, "세 여성 혁명가를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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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노후 대책 없다>를 만든 이동우 감독만 만나려 했다. 그러다 이동우 감독이 몸담고 있는 하드코어 펑크 밴드 스컴레이드의 드러머이자 <노후 대책 없다>의 출연자인 이주영이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에 왔다기에 둘을 만나기로 했다. 그러다 스컴레이드의 보컬 류지환도 인터뷰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인터뷰 장소에 나갔더니 펑크 밴드 파인더스팟의 주축 멤버이자 <노후 대책 없다>에서 카메라 원숏을 가장 많이 받은 송찬근도 함께 있었다. 그렇게 대책 없이 불어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감독이 출연자의 사생활 노출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항의부터 부모님이 알면 큰일나기 때문에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라고 얘기해야겠다는 터무니없는 말까지 쏟아졌다. 사실 이 영화가 그렇다. 하드코어 펑크 하는 이들의 날것의 분노와 고백이 종잡을 수 없이 튀어나온다. 새로운 감각의 다큐멘터리 <노후 대책 없다>를 만든 이들을 만났다.
-포털 사
<노후 대책 없다> 이동우 감독, 스컴레이드·파인더스팟 - 날것의 분노, 펑크로 표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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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전도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였다. 충무로 최정상의 배우가 신인이나 다름없는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2002)에 출연해 많은 화제가 됐다. 거친 삼류인생도, 남자들과 돈가방을 두고 싸워야 하는 액션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악다구니 쓰고 맞아가며 망가졌던 그는 “여배우가 아니라 배우로 살아남고 싶다”고 거듭 얘기했다. 우리는 그 뒤로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자신의 위치를 지켜왔는지 잘 안다. 7월 13일 시작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그의 배우 인생 2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를 준비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2002)는 물론이고 <해피엔드>(1999), <너는 내 운명>(2005), <밀양>(2007), <멋진 하루>(2008), <하녀>(2010), <무뢰한>(2014) 등 그의 출연작 17편이 상영된다. “욕심이 많아서 어느
[메모리] 전도연, 멋진 모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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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재꽃>에는 전작들과 달리 외롭지만은 않은 소녀들이 있다. 영화에 밝은 기운을 번지게 한 데에는 11살 해별이 있다. 해별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찾아 홀로 캐리어를 끌고 시골 마을로 들어선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자신에게 생채기를 안겨준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해별은 의지할 사람인 하담(정하담)을 만나 새로운 여정에 오른다. 해별을 연기한 배우는 초등학교 5학년인 장해금. 박석영 감독은 “자유로우면서도 제 갈 길을 잃지 않는, 튼튼하고 주눅 들지 않는 해금을 보면서 자신 앞의 것과 용감하게 대면하고 생기를 잃지 않는 해별을 그려갈 수 있었다”고 했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장해금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어깨에 멘 작은 가방에서 초콜릿과 아카시아 향이 나는 껌을 꺼내 선물이라며 수줍게 내민다. 촬영이 시작되자 이 모든 게 영 어색한지 아니면 다 즐거운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가며 흥겨운 춤을 춰본다. 영락없는 12살 소녀다.
<재꽃> 장해금 - 꿈과 용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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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터뷰를 하게 될 줄이야. (웃음)” 박미하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운영위원장이 멋쩍게 웃는다. 그는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출범한 지난 2002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16년간 영화제 사무국 업무를 맡아온 미쟝센단편영화제의 산증인이자, 지난해까지 이 영화제의 유일한 상근직원이었다. 지난 10회 당시에는 영화제에 대한 그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는 의미로 집행위원 감독들이 감사패와 더불어 한 사람씩 무대로 올라와 선물을 수여하는 깜짝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고. “김태용 감독님은 본인의 시나리오를 가져와 사인을 해주셨고, 어떤 감독님은 차(tea)를 포장해서 주기도 하셨다. 그 마음이 고마워 무대에서 펑펑 운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내 청춘을 미쟝센에 다 바쳤네. (웃음)”
그런 그가 올해부터는 부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 “승진이라기보다 영화제에 계속 머물기 위한 직함으로 봐달라. (웃음) 지난해 출산을 했다. 영화제 업무량이 많다보니 육아와 병행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미하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운영위원장 - 미쟝센과 함께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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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영화 <그 후>는 바람을 피운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이 이를 눈치챈 아내(조윤희)와 내연녀 창숙(김새벽) 사이에서 겪는 진퇴양난을 그린다. 그런데 정작 봉완의 아내로부터 오해를 사서 맞고, 봉완에게 회유당하고, 창숙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디는 건 그날 막 출근한 아름(김민희)이다. 비록 봉변을 당하지만 아름은 영화 속 여타의 인물과 달리 자신에게 당당하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에서 비롯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봉완의 가식을 꾸짖을 줄 아는 여성이자 관찰자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그 후>에서 제목을 빌려온 영화는 아름과 만나면서 봉완의 민낯이 드러나는 하루 동안의 코믹한 해프닝 사이로, 봉완을 사로잡고 있는 창숙과의 만남이라는 과거, 그리고 이 소동과 관계가 끝난 후의 어느 하루의 시제가 뒤섞이는 영화다. 흑백의 카메라는 그 어느 때보다 인물들 가까이 클로즈업되며, 그렇게 붙어선 카메라 사이로 공간을 꽉 채우는 것은
<그 후> 홍상수 감독, "믿음과 마음, 그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