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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은 일제강점기 민중의 투쟁을 다룬 시대극이지만 경쾌함을 잃지 않는다. 옐로, 레드 계열의 색감이 아나키스트들의 열정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CJ 파워캐스트 이혜민 DI 컬러리스트는 <박열>의 따뜻한 색을 만든 장본인이다. “과거라는 이유로 채도를 빼는 것은 너무 진부했다. 불령사가 함께하는 초반에는 박열(이제훈)과 후미코(최희서)의 표정이 잘 드러나게 밝기를 키우고, 눈빛이 좀더 강조될 수 있게 눈쪽에 콘트라스트를 더 줬다. 반면 법원 장면 등이 등장하는 후반부에는 약간 채도를 낮추고 따뜻한 색을 많이 뺐다. 얼굴에 그림자가 지게 하는 등 묵직한 느낌도 함께 줬다.” 많은 공간이 등장하지 않는 만큼 <박열>이 장소에 따른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전에 작업했던 <여교사>는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를 보여주는 만큼 섬세하고 두껍지 않게 색을 썼고, 콘트라스트도 진하게 주지 않는 등 필름 느낌을 살렸
<박열> 이혜민 DI 컬러리스트 - 색보정이라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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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2012)를 기대하고 본다면 당황할 수도 있다.” <브이아이피>로 돌아온 박훈정 감독의 당부다. 누아르라는 같은 장르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박훈정 감독의 전작 <신세계>와 <브이아이피>는 전혀 다른 밀도와 정서를 가지고 있다. <신세계>가 등장인물들의 뜨거운 감정을 싣고 질주한다면, <브이아이피>는 차갑고 건조하게 상황을 응시한다. 북에서 온 귀빈이자 잔혹한 연쇄살인범 김광일(이종석). 그를 잡기 위해 각 조직의 부품처럼 기능하던 인간 군상들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서늘한 불협화음은 박훈정표 누아르 월드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전작을 통틀어 <브이아이피>가 가장 차갑고 서늘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는 박훈정 감독에게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다. 그의 책상 서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메모로부터 <브이아이피>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신세계> 이전부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 - 벼랑 끝에 매달린 인물들의 차가운 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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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와 <제5원소> <아바타>의 공통점은? 프랑스에서 탄생한 SF 그래픽노블을 이야기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1967년 프랑스 만화잡지 <필로트>에 첫 등장한 <발레리안>은 방대한 세계관과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다채로운 외계 생명체, 활력 넘치는 등장인물들로 인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고 후대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10살이었던 뤽 베송 또한 <발레리안>의 열렬한 팬이었다. 영화감독으로서 언젠가 반드시 이 작품을 영화화하겠다고 결심했던 그의 소망은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이하 <발레리안>)로 구현됐다. 뤽 베송의 수많은 전작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제작비(약 2399억원)로 완성된 이 영화는 뤽 베송의 모험가적 기질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작품이다. 최근 전세계를 돌며 <발레리안>의 프로모션에 한창인 뤽 베송이 한국을 찾았다. 그와의 인터뷰와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 뤽 베송 감독 - 자, 지금은 28세기다 상상력을 동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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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은 이상호 기자가 찍은 두 번째 다큐멘터리다. 굳이 ‘기자’라고 한 것은 이상호 감독이 지향하는 바가 어디까지나 탐사 보도에 가깝기 때문이다. 1인 미디어는 물론 영화를 찍을 때도 그의 정체성은 당연히 기자다. 그래서 이상호 기자가 할 만한 탐사, 보도, 고발 다큐멘터리를 예상하고 <김광석>을 본 관객이라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는 예상보다 훨씬 내밀하게 개인적인 기억과 체험을 따라간다.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파고드는 부분만큼 기자 이상호와 가수 김광석의 관계를 더듬는, 일종의 사적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두 번째 영화 만에 기자 이상호는 감독 이상호라는 또 다른 자의식에 눈뜬 것 같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는 김광석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잊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변화를 촉구하는 쐐기가 되려 한다.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기 직전 이상호 감독을 만났다. 그는 개봉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김광석에 대한 제
<김광석> 이상호 감독 - 21년 동안 의혹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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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로는 처음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됐던 원작 <프리스트>의 형민우 작가가 웹툰 <삼별초>를 세상에 내놨다. 8월 16일 다음웹툰 플랫폼에 공개된 17회 분량의 시즌1이다. 만화는 고려 무신정권하의 특수부대로 알려진 삼별초와 삼별초 내에서도 몽골의 병사였다가 고려로 돌아오게 된 신의군에 주목한다. <삼별초>의 주인공인 ‘나’는 몽골의 대륙원정대의 선두에 선 바투 부대의 케식텐을 아버지로 둔 이다. 고려 삼별초를 웹툰으로 끌어오면서 형민우 작가는 삼별초 내부가 아닌 몽골의 시선으로 삼별초를 보는 방식을 택했다. 어쩌면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삼별초>의 세계관이 짙게 배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삼별초>는 CJ E&M 웹툰사업파트가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제작과 투자에 뛰어든 작품이기도 하다. 향후 웹툰의 활용도 궁금증을 낳는 부분이다. 출판 만화로 시작해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온 형민우 작가에게 웹툰
웹툰 <삼별초> 연재 시작한 형민우 작가 - 무엇보다 만화는 재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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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래퍼 투팍의 전기영화는 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기획은 거의 10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투팍의 일대기라는 무게 앞에 수시로 표류를 거듭했다. 여러 차례 감독이 바뀐 끝에 기회를 잡은 이는 베테랑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베니 붐이다. 그는 투팍의 일대기를 담되 그를 미화하지 않고 대신 혁명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할 것이라 공언했다. 사실 감독보다 중요한 건 누가 투팍을 연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전기영화는 대개 두 가지 길을 걷는다. 하나는 인물의 재현보다 배우의 연기와 아우라에 집중하는 쪽이다. 이 경우 인물의 해석에 방점을 찍는다. 다른 하나는 최대한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인물의 사소한 동작, 표정, 말투까지 재현하여 실제보다 생생하게 숨결을 부여하는 게 목표다. <올 아이즈 온 미>는 명백히 후자를 선택한 전기영화다. 그 중심에 디미트리어스 십 주니어가 있다. 디미트리어스 십 주니어의 발탁은 그야말로 스타 탄생이라 할 만하다. 4천 대 1의 경쟁률
<올 아이즈 온 미> 디미트리어스 십 주니어 - 투팍을 연기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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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 그러니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구체적인 시대와 장소가 배경이다. 화자는 서울에서 온 택시기사 만섭(송강호)이다. 때문에 <택시운전사>는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범한 외부인의 눈으로 본 공간을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택시운전사>의 미술과 소품은 조화성 미술감독이 이끄는 화성공작소의 작품이다. 그리고 정이진 미술팀장은 8년간 조화성 미술감독과 함께 일해온 핵심 인력이다. 조화성 미술감독이 전체적인 디자인을 총괄한다면, 정이진 미술팀장은 디자인에 따른 각 신의 컨셉을 정리하는 실무를 담당한다. 촬영이 다가오면 소품을 준비하고 디자인에 맞게 인원을 분배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택시운전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품은 단연 택시다. 당시 광주 택시는 거의 ‘포니’였다고 한다. 후반의 카액션 신에서 다른 포니 택시와 구별되게 하기 위해, 또 좀더 동글동글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브리샤가 만
<택시운전사> 정이진 미술팀장 - 시대와 장소의 분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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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2013)의 사실적 공포가 준 파장이 컸다. 괴담을 소재로, 도심에 사는 사람들의 공포를 포착한 허정 감독이 다시 괴담에 주목한다. <장산범>은 이미 <숨바꼭질>을 만들 때부터 감독이 주목한 소재다. 부산 장산에 출몰한다는 호랑이 모양의 꽤 디테일한 괴수 목격담은, 가깝게 잡아도 1980년 이후로 막 생겨난 괴담이다. 허정 감독은 사람의 소리를 모사하는 괴생명체인 장산범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국 공포 장르에서는 자주 취약점으로 일컬어지는 ‘소리의 공포’를 본격적으로 표현한다. 완성도에 있어서 숱한 아쉬움을 남겼던 최근 한국 공포영화들을 떠올린다면 <장산범>은 독특한 소재의 활용, 긴장을 조율하는 전반부의 흡입력,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주목할 만한 공포영화다. 이 장르에 대해서라면 허정이라는 이름을 믿어도 될 이유가 또 하나 추가됐다.
-<숨바꼭질>의 초인종 괴담에 이어 이번엔 장산범 괴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장산범> 허정 감독, "소리에 홀리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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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9월 14일 개봉을 앞둔 <베이비 드라이버>는 올 초가을 한국 극장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작품 중 하나다. 인터넷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95%의 신선도 지수를 기록한 이 작품은 장르적 재미와 재기 넘치는 유머, 근사한 사운드트랙을 장착한 매력적인 오락영화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 감독 에드거 라이트는 첫 미국영화 연출작인 <베이비 드라이버>를 통해 보다 큰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입증해 보였다. 지난 7월 중순, 에드거 라이트 감독과 <베이비 드라이버>에 관해 나눈 전화 인터뷰를 여기에 옮긴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이 곡으로부터 영화의 모티브를 얻은 건가.
=그렇지는 않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베이비 드라이버>를 좋아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드라이버 캐릭터에 대
<베이비 드라이버> 에드거 라이트 감독 - 매력적인 범죄 액션 영화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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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타워: 희망의 탑>(이하 <다크타워>)을 연출한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의 이름은 우리에게 아직 많이 낯설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미 세계적인 팬덤을 이루고 있다. 그는 <밀레니엄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09)과 <미결처리반Q> 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했다. 또 할리우드의 스타로 떠오른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매즈 미켈슨이 주연한 <로얄 어페어>(2012)를 연출했다.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이 <다크타워>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그가 어릴 적부터 스티븐 킹의 팬이었기 때문. 덴마크 언어로 번역된 스티븐 킹의 책이 별로 없어서 독학으로 영어 공부를 하면서까지 그의 책을 모두 읽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자신의 우상이 쓴 작품을 영화화하게 된 건 필연인지도 모른다. <다크타워>의 미국 개봉 5일 전인 지난 7월 31일 뉴욕에서 진행한 아르셀 감독과의 일대일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다크타워>
<다크타워: 희망의 탑> 니콜라이 아르셀 감독, “이야기 자체를 새롭게 즐길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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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뒤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서울 종로경찰서로부터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 자유개척청년단이라는 단체가 그를 내란선동죄로 고소한 것이다. 주진우 기자가 쓴 기사나 한 말의 어떤 부분이 내란을 선동했는지, 또 실제로 내란이 있었는지조차도 잘 모르겠으나 그가 쓴 기사가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나 보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책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저수지를 찾아라>를 냈다. 에리카 김으로부터 건네받은 BBK 메모 특종을 시작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을 제기한 특종 등 10년 넘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주변을 집요하게 추적해온 이명박 전문 기자로서, 최근의 싱가포르와 캐나다로 추정되고 있는 이명박의 비자금 저수지 취재를 중간 정리한 책이다. 오후 1시에 약속된 이 인터뷰가 “일곱 번째 약속”이라는 그에게 물었다. 대체 ‘가카’(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그토록 애정(?)을 쏟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서울중
주진우 <시사IN> 기자, "이명박이라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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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기자들 전화다. (웃음)” 스튜디오에 들어온 최승호 감독은 계속 걸려온 기자들의 전화 때문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최승호 감독을 만난 8월 14일은 <공범자들> 상영금지가처분신청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고, 오전으로 예정되었던 선고는 오후 1시가 되어서야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이날 오전, 신청인(MBC 법인, 김장겸 MBC 사장,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백종문 부사장, 박상후 시사제작 부국장)쪽이 “영리 행위를 하기 위해 동의 없이 채권자들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서류를 추가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중앙행정법원 제50민사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영화가 MBC 법인의 명예권은 물론, 김장겸 MBC 사장 등 신청인 5명의 명예권과 초상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영화는 사실에 기초하여 공적 인물인 신청자들에 대한 비판과 의문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며, 신청인들은 MBC의 전·현직
<공범자들> 최승호 감독 - 우리는 질문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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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 지금의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런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가 신인류를 대변할 참신한 마스크를 찾고 있다면, 아미아 밀러의 얼굴은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녀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신비로움’이었다. 쉽게 읽을 수 없는 표정과 내면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만 같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아미아 밀러를 바라보는 관객에게 수많은 물음표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는 맷 리브스 감독이 <혹성탈출> 3부작의 3편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준비하며 노바 역에 아미아 밀러를 캐스팅한 이유와도 연관이 있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자 오래된 이야기의 끝을 장식할 소녀, 노바를 구상하며 맷 리브스 감독은 “매우 감정적일 수 있는, 동시에 매우 본능적인 방식으로 다른 유인원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있었다. 당시 11살이었던 아미아 밀러는 시저를 연기한
<혹성탈출: 종의 전쟁> 아미아 밀러 - 이토록 순수한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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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의 조선인 탈주 시퀀스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모든 스탭들이 입을 모아 전하는 가장 고난도의 촬영이었다. 시퀀스의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밤부터 다음날 아침 동이 터온 뒤까지 이어지는 영화적 시간을 표현하기가 여러모로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탈주를 시도하는 조선인과 이들을 막으려는 일본인이 벌이는 전투 양상은 빛의 변화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데이 포 나이트’(낮 시간에 밤 장면을 촬영하는 것)로 촬영된 이 장면의 배후에는 조명팀의 깊은 고민이 있었다. “우리가 태양이라는 자연을 이길 수는 없으니 빛의 변화를 표현하는 건 후반작업팀에 맡기고 좀더 쉽게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연을 이길 수 없다고 해서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성환 조명감독이 이끄는 <군함도> 조명팀은 새벽녘의 어스름함을 표현하기 위해 가로 30m, 세로 12m 폭의 대형 실크천을 촬영장의 상공에 띄워 일광을 막았다. 크레인 두대를 연결해서 천을 띄워야 할 만큼
<군함도> 이성환 조명감독 - 이야기를 돕는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