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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쿠타 도마를 만난 건 지난해 마카오국제영화제에서였다. 그는 미이케 다카시의 <두더지의 노래> 시리즈 중 <두더지의 노래: 홍콩 광소곡>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객석에서 들려오던 함성이 아직 뇌리에 박혀있다.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마왕> 등 화제작에서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도 장르를 오가며 꾸준히 연기 경력을 이어나갔다. 특히 <두더지의 노래: 잠입탐정 레이지>의 세이지 역할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 캐릭터의 탄생이었다. 미이케 다카시의 폭주와 이쿠타 도마의 엉뚱함이 시너지 효과를 냄으로써 전성기 아사노 다다노부를 보는 듯한 매력이 느껴졌다.
이쿠타 도마의 배우생활 2기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과 함께다. 감독 스스로 ‘힐링’으로만 소비되던 기존 전작의 감성을 걷어내고, 좀더 인간적으로 다가가기로 결심하고 만든 작품이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다. 이쿠타 도마는 남들과 다른 성정체성으로 상처를 받았지만 어리고 약한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이쿠타 도마 - 진심을 겨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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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씨네21>은 배리어프리영화를 알리기 위한 릴레이 인터뷰를 1년 넘게 연재했다. 그때만 해도 장애인을 가로막는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철폐하는 ‘배리어프리’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배리어프리 영화는 더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김수정 대표는 “개념을 정착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인데 솔직히 이 정도로 빨리 자리잡을 줄 몰랐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시네마테크를 5년 동안 설명하고 다녔지만 아직까지 모르시는 분이 많다. (웃음) 보편화되는 게 그렇게 어렵다. 지금 배리어프리영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게 내 힘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사회적 인식 변화가 결정적이다.” 2012년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의 작은 포럼으로 첫발을 디딘 배리어프리영화제의 가장 큰 장벽은 정작 국내에 제대로 된 배리어프리영화가 한편도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7회를 맞이한 지금, 30여편 넘는 상영작은 물론 다양한 부대행사를 갖추고 11월 9일부터 1
배리어프리영화제 김수정 대표 - 배리어프리의 상영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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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제작자에서 훌륭한 투자자로 변신한 사람.”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담당이 누구인지 설명하는 데 그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이상윤 CJ E&M 영화사업부문 글로벌기획제작본부장의 말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을 것 같다. 이정세 영화사업담당은 1998년 미로비젼에 입사한 뒤 2002년 씨네월드의 자회사 타이거픽쳐스에 기획실장으로 합류해 이준익 감독, 조철현·정승혜 대표의 씨네월드, 타이거픽쳐스, 영화사 아침 세 회사의 살림을 도맡았으며, 정승혜 대표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제작자로서 영화사 아침을 운영했다. 이후, 2013년 메가박스의 자회사였던 씨너스엔터테인먼트로 옮겨 첫 영화 <결혼전야>의 투자·배급을 진행했고, 2014년 씨너스를 인수·합병한 메가박스의 영화사업담당으로 지금까지 시장에 신선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올해 메가박스는 상반기의 <박열>(235만여명,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과 하반기의 <범죄도시>(11월 8일 기준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담당, "제작사의 지속 가능한 운영이 나의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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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120BPM>의 배우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가 한국을 찾았다. 로뱅 캉피요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 영화는 1990년대 초반 에이즈운동단체 ‘액트 업 파리’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는 에이즈로 죽어가는 션을 연기한다. 삶을 사랑했기 때문에 세상과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션의 삶을 온몸 던져 연기했다. 제7회 서울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국내에서 첫 상영된 <120BPM>은 내년 2월 국내 개봉예정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처음 공개됐고,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칸에서 첫 기자시사가 열리던 때 우리는 포토콜을 진행하고 있었다. 포토콜 이후 트위터 반응을 살피니 긍정적인 글들이 올라오더라. 아르헨티나 기자로부터 극장에서 사람들이 울기도 하고 박수도 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모든 게 믿기지 않았다. 이 영화 덕분에 매일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
<120BPM> 배우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 - 내게는 현장이 서바이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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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현재를 영화로 만난다. 자국에서 주목받은 신작들이 초청된다. 스웨덴영화제(주최 주한스웨덴대사관, 스웨덴대외홍보처, 스웨덴영화진흥원)가 올해로 6회를 맞았다. 올해는 ‘다르지만 괜찮아-We are family’를 주제로 다민족 공동체, 대안가족, 확대가족에 대한 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개막작인 <미나의 선택>은 마약 판매상으로 전락한 미나가 갱단과 경찰의 추격을 피해 컨테이너촌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통해 스웨덴 밑바닥 계층의 피폐함을 그린 영화. 바닥을 치는 생활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미나의 선택이 배우 말린 레바논의 절실한 연기에 힘을 얻는다. 안드레아스 외만 감독의 <이터널 섬머>는 입양아인 소녀 엠이 운명의 상대 아이삭을 만나게 되고, 둘이 함께 떠나는 로드무비 형식의 영화. 청춘의 방황과 비극적 최후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각각 다른 두 영화의 배우와 감
배우 말린 레바논·안드레아스 외만 감독 - 이민자 그리고 공동체 스웨덴의 지금을 그린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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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 이발관>(2004),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등의 영화로 많은 팬을 거느리며 슬로 라이프 지향 영화를 유행시키기도 했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딸 토모(가키하라 린카)와 그녀의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트랜스젠더 린코(이쿠타 도마)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는 과정 속에 엄마와 딸의 관계, 가족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는 영화다. 첫질문을 하기가 무섭게 지금껏 만들었던 “힐링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운을 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신작의 출발점과 최근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눈에 보이는 풍경과 스타일보다는 보이지 않는 관계와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번 영화에 관해 몇 가지 궁금한 점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아이의 시선에서 엄마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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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먼저, 아우 먼저 챙기는 모습이 우애 좋은 형제 같다. 배성우는 말수 적은 안세하가 한마디라도 더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안세하는 선배 배성우가 하는 말을 경청한다. 충무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배성우와 달리 여러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서사를 이끌어간 영화가 이번이 처음인 안세하는 촬영현장에서 배성우가 많이 챙겨줬다고 고백했다. “남자배우 중에서 막내고, 숫기가 없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만큼 조심스러웠는데 선배(배성우)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웃게 된다. 덕분에 긴장하지 않은 채 곧바로 슛에 들어갈 수 있어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게 안세하의 회상이다.
<꾼>에서 배성우, 안세하가 각각 연기한 고석동과 김 과장은 한배를 탄 사기꾼들이다. 춘자(나나)와 함께 박희수 검사(유지태)의 비선 수사팀에 소속된 둘은 박 검사의 지시를 받으며 사기꾼 장두칠을 추적한다. 고석동은 말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데 일가견이 있고, 박 검사의 손발이 되어
<꾼> 배성우·안세하 - 호흡이 끝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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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에게도 진심이라는 게 있을까. 적도 아군도 없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영화 <꾼>에서 겉 다르고 속 다른 동상이몽 로맨스를 담당한 커플이 있다.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 지성(현빈)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잡기 위해 사기꾼들의 협력을 빌린다. 각자의 개성과 역할로 판을 짜는 사기꾼 중에서도 단연 이목을 사로잡는 건 빼어난 미모로 상대를 홀리는 춘자(나나)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유혹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녀에게 떨어진 미션은 잠적한 장두칠의 오른팔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배우의 타고난 매력이 동반되어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역할인데 그런 의미에서 춘자 역을 맡은 배우 나나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캐스팅이다. “춘자는 미모에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그걸 무기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미모로 현혹시키고 빠른 손놀림으로 임무를 완수한다.”
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로펌의 조사원 김단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바
<꾼> 박성웅·나나 - 동상이몽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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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날 현빈은 고인이 된 김주혁의 빈소를 늦게까지 지켰다. 전작 <공조>(2016)와 현재 촬영 중인 <창궐>에 함께 출연한 사이라 슬픔은 컸다. 벌겋게 충혈된 눈이 슬픔의 크기를 짐작게 했다. 유지태는 그런 현빈의 옆에서 조곤조곤 말을 걸며 기운을 북돋았다. “<꾼>은 케미스트리가 좋은 영화다. 캐릭터들이 부딪혔을 때의 재미, 배우들의 호흡을 기대해도 좋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격려와 칭찬이 넘친 현장이었다.” 유지태의 이 말은, 이날의 길지 않은 인터뷰 자리에서도 증명됐다.
<꾼>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들의 이야기다. 사기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지성과 장두칠 사건 담당 검사였던 박희수는 장두칠을 잡기 위해 손을 잡는다. 지능형 사기꾼으로 변신한 현빈은 지성이 “유연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꾼>은 소소한 반전부터 큰 반전까지, 반전이 흥미로운 영화다. 지성 캐릭터 역시 상황에 따라 유연하
<꾼> 현빈·유지태 - 반전의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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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때문에 설명하기가 어렵다. (웃음)” <꾼>에서 사람 마음을 속이는 데 능수능란한 배우들이 스포일러 지뢰 앞에서 쩔쩔맨다. 이 영화는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 지성(현빈)이 박희수 검사(유지태)와 그의 비선 수사팀과 함께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쫓는 이야기다. 강력한 반전을 노리기보다는 서사가 전환되는 지점마다 크고 작은 반전들이 도사리고 있는 까닭에 기자들은 하나라도 더 캐물으려 했고, 배우들은 반전의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은 빙빙 돌려 말했다. 다음장부터 현빈·유지태·배성우·박성웅·나나·안세하와 치열하게 주고받은 ‘밀당’을 전한다.
<꾼> 현빈·유지태·배성우·박성웅·나나·안세하 - 영화꾼들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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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꿈꾸는 가난한 천재가 주도하는 시험 사기극. <배드 지니어스>의 주인공 린은 탁월한 재능과 영민함을 지녔지만 정작 호쾌한 케이퍼 무비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애처로울 정도로 성실하게 범죄에 임하는 이 과묵한 10대 소녀를 보고 있자면 어느새 윤리적 고민을 뒤로하고 그를 응원하게 된다. 15살에 데뷔한 베테랑 모델인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은 이번 작품으로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까지 치렀다. 타이에서는 ‘디자인하다’라는 뜻을 지닌 독특한 애칭 ‘옥밥’으로 더 자주 불린다. 단단한 눈빛 너머로 대담한 포부를 내비치는 신예배우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이 한국을 찾았다.
-<배드 지니어스>가 타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솔직히 조금 놀랍다. 이번에 한국에 온 것도 애초엔 브랜드 행사 참석차 계획된 것이었는데 마침 영화 개봉일과 겹쳐서 내심 기분이 좋다.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한다. 우리 영화를 보고
<배드 지니어스>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 대담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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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나인필름은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운영하면서 외화 수입·배급 및 한국영화 투자·배급까지 아우르고 있다. 엣나인필름의 주희 기획마케팅총괄이사는 “극장의 본질과 기능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2007년부터 정상진 대표와 손발을 맞춰왔다. 그의 역할은 “영화 수입·배급·마케팅, 극장 업무까지 두루 총괄”하는 전천후이다. 엣나인필름은 <날아라 펭귄>(2009)을 시작으로 <남영동1985>(2012), <공정사회>(2012), <위로공단>(2012) 등 한국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투자·배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엔 <자백>(2016)과 <우리들>(2016)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고 그 여세를 몰아 올해는 <눈길> <꿈의 제인> <직지코드> <공범자들> <더 테이블> <더 플랜> <다시 태어나도 우리> <메소드>까지 무려 8편의 영화
주희 엣나인필름 기획마케팅총괄이사 - 도발하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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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이 된 것 같더라.” 방은진 감독은 <메소드>의 제작과정을 이렇게 돌아본다. “내일이면 엎어질 것 같던 영화가 어디서 팔이 하나 나타나 붙고, 다리가 하나 나타나 붙어 이렇게 완성됐다.” <메소드>는 영화감독에게 제작기회를 주는 채널CGV의 오리지널 무비 프로젝트 ‘이매진 무비’ (YMAGINE MOVIE)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첫 번째 작품이다. 연극 <언체인>에 참여한 메소드 연기로 정평난 배우 재하(박성웅)와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의 교감을 그린 작품. 베테랑 연기자와 연기를 막 알아가는 신인배우가 전개하는 배역의 몰입이, 곧 실제와 연기를 구별할 수 없는 혼돈과 파격의 사랑으로 변모해나간다. 제동을 걸 수 없는 치명적인 사랑을 통해 방은진 감독은 연기에 대한 원론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일으키는 미묘한 지점을 탐구한다. <집으로 가는 길> 이후 내놓은 4년 만의 연출작이자 네 번째 장편영화다.
-<집으로 가는 길
<메소드> 방은진 감독, "가진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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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은 채 사람들 앞에 나선 기분이다. (웃음)” 조영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채비>는 엄마 애순(고두심)과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인규(김성균)가 이별할 채비를 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줄거리만 봐도 울컥하는 설정인데도 극적 장치에 기대지 않고 눈물을 강요하지 않으며, 고두심과 김성균 두 배우의 절제된 연기만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조영준 감독은 자극적인 메인 사건 없이 애순과 인규 모자와 주변 인물들의 일상만으로 이야기를 돌파하는 배짱을 갖췄다. 그는 <인투 포커스>(2011), <마녀 김광자>(2012), <피아노>(2013), <사냥>(2015) 등 여러 단편영화를 연출해 국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언젠가 <세븐>(감독 데이비드 핀처, 1995) 같은 영화를 찍고 싶다”는 그가 눈물을 쏙 빼놓는 드라마 <채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80대 노모와 지적장애를 가진 50대
<채비> 조영준 감독 -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