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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박성웅이 주로 보여준 캐릭터는 눈에 힘준 인물이었다. 장르영화 속 악역이거나 센 캐릭터이거나. 평소의 그가 유머러스하고, 장난기 많으며, 솔직하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알 뿐이다. <메소드>에서 박성웅이 연기한 재하는 배역에 몰입해 연기하기로 정평이 난 연극배우다. 연기에 관한 한 강한 신념을 가진 그는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와 함께 연극을 준비하다가 배역의 감정에 휩쓸려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닮은 구석이 많은 캐릭터인 데다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설정인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인 까닭에 재하는 박성웅에게 “도전”이었다.
-영화는 어땠나.
-빡빡하게 진행됐던 촬영 상황과 현장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아주 만족한다.
-재하는 박성웅의 실제 모습 중에서 솔직하고 부드러운 면모와 닮은 구석이 많던데.
=하하하. 역시 아는 사람은 안다니까.
-악역이나 센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까닭에 출연 제안이 들어왔을 때 반가웠을 것 같다.
=너무 해
<메소드> 박성웅 - 솔직하고 부드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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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아와 영화에서 연인 사이고, 얘(오승훈)와 키스 신도 찍었는데 뭘. (웃음)” 사진기자가 박성웅에게 “얼굴을 윤승아씨와 오승훈씨쪽으로 좀더 가까이 다가가줄 수 있나”라고 요청하자 박성웅은 선뜻 포즈를 취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서울에 올라온 까닭에 호흡이 척하면 척이다. <메소드> 촬영 마지막 날, 배우와 스탭들이 “한달 더 찍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던 것도 “팀워크가 좋았던 덕분”이다. 11월 2일 극장 개봉하는 영화 <메소드>는 메소드 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 재하(박성웅)와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가 연극을 작업하다가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재하의 오랜 연인 희원(윤승아)은 둘의 관계를 불안해하며 지켜본다.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영화와 달리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세 배우는 마치 친남매 같다. 다음 장부터 세 배우의 <메소드> 작업기를 전한다.
<메소드> 박성웅·윤승아·오승훈 - 연기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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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 여자. 2049년의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하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연기하는 조이는 월레스사가 프로그래밍한 ‘꿈의 안드로이드’다. 개봉 전, 조이는 ‘블레이드 러너 K의 연인’ 정도의 인물로 알려졌는데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고 나면 제작진이 왜 조이에 대한 설명을 꺼렸는지 알 수 있다. 그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놀라움 중 하나다. 매 순간 자유자재로 겉모습을 바꾸며 사용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조이는 매력적인 인공지능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드니 빌뇌브의 세계로 걸어들어온 아나 데 아르마스는 올해 서른살인 쿠바 출신 여자배우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영화의 오디션을 보는지도 알지 못한 채, 오디션에서 또 다른 SF영화 <엑스마키나>의 한 장면을 연기했다고 한다. 아나 데 아르마스의 매력은 이국적인 외모와 신비로움, 그리고 강인함에 있다. 아나 데 아르마스
<블레이드 러너 2049> 아나 데 아르마스 - 당신이 꿈꾸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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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가 어려울 때도 참가자 수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오는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 전시홀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의 김형래 실장은 활발한 거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필름마켓이 주관하는 행사 중 올해로 3회를 맞는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마켓의 ‘북투필름’과 ‘E-IP 피칭’은 각각 원작 소설 9편과 웹콘텐츠 IP 9편을 선정해 피칭 행사를 연다.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해 추천제로 운영하던 ‘E-IP 피칭’을 올해부터 북투필름과 함께 공모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김형래 실장은 마켓 기간에 외부 행사가 많아진 점이 올해의 변화라고 강조한다. 바른손(주)과 영화제가 협업한 ‘VR 시네마 in BIFF’ 포럼 행사와 필름펀드 토크, 올해 발족한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가 주관하는 저작권 관련 포럼도 마켓 기간에 함께 열려 참가자들이 영화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다. 이는 모두 아시아필름마켓이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영화화가 가능한
김형래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실장 - 마켓을 넘어 하나의 플랫폼이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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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세계에서 어머니는 변방의 존재다. 이제껏 부자(父子) 관계(<똥개>(2003), <미운 오리 새끼>(2012))를 포함해 남성들의 연대와 균열을 주로 그려온 까닭에 어머니는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심지어 전작과 스타일이 여러모로 달랐던 최근작 <극비수사>(2015)조차도 두 남자(김윤석, 유해진)의 공조 수사를 그린 작품이었으니까). 곽경택 감독의 13번째 장편영화 <희생부활자>는 ‘희생부활자’(RV)라는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관객과 머리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는 장르영화인 줄 알았는데, 진한 모성애를 담아낸 ‘곽경택판 <죄와 벌>’이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에 죽임을 당했던 어머니 최명숙(김해숙)이 어느 날 갑자기 되살아나 집으로 돌아온 뒤, 아들 진홍(김래원)에게 칼을 들고 달려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언론시사회가 끝나자마자 만난 곽경택 감독의 얼굴은 오랜 편집을 드디어 마무리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무척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어머니를 얘기하다보니 감정이 원초적으로 변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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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박인환, 나문희 부부로 출연.’ 1998년 <조용한 가족>의 개봉에 부쳐 탤런트 나문희의 스크린 진출은 일간지의 주요 소재였다.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 드라마 배우로 각인됐던 나문희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조용하지도 않을뿐더러 이상한 아웃사이더가 모인 ‘조용한 가족’. 정리해고 당한 아버지가 개업한 산장에는, 만화책 보며 뒹구는 삼촌(최민식), 폭력 전과를 둔 아들(송강호), 얌전한 척만 하는 큰딸(이윤성), 그리고 기기묘묘한 어린 딸(고호경)이 있었고, 나문희는 오합지졸 가족들을 규합하는 유일한 잔소리꾼 어머니였다. 코믹과 스릴러가 교배된 <조용한 가족>은 김지운 감독을 알린 작품이자 돌아보면 배우 캐스팅 조합이 기적에 가까웠던 작품이지 싶다. 당시 <씨네21>이 주최한 제1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었고, <아이 캔 스피크>의 공동 제작사인 명필름의 세 번째 제작 작품이었다. 부러 연기하지 않아도
<조용한 가족> 나문희 - 여전한 그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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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의 메리 애들러를 찾아라. 그건 <어메이징 메리>를 구상 중이던 마크 웹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미분과 적분을 아무렇지 않게 풀어버리는 수학 천재 소녀인 메리 애들러는,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야 한다는 철칙을 가진 삼촌의 영향으로 밝고 명랑하며 천진난만하다. 천재의 머리와 아이의 마음을 동시에 지닌 소녀. 마크 웹에게 100%의 메리는 11살의 아역배우 매케나 그레이스였다. <아이 엠 샘>에 출연할 무렵의 다코타 패닝을 연상케 하는 이 미국 배우는, 6살 무렵 연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42편의 영화와 TV시리즈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와 드라마 <지정생존자>(페니 커크먼 역), <원스 어폰 어 타임>(에마 스완 어린 시절 역)이 잘 알려진 그녀의 출연작이다. <어메이징 메리>에서 프랭크 삼촌으로 출연한 크리스 에반스가 “아이다움과 예측 불가능한 본능을 동시에 지녔으면서도 프로
<어메이징 메리> 매케나 그레이스 - 천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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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서 말은 인간만큼이나 중요한 캐릭터다. 최명길(이병헌)이 홀로 청나라 진영에 찾아가는 첫 장면은 조선과 청의 말 숫자를 대비함으로써 조선의 위태로운 상황을 보여준다. 기마부대를 가진 청나라는 병력 면에서 발로 뛰는 조선 병사들을 압도한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말의 비주얼로 구현해낸 김교호 킴스승마클럽 대표는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촬영 현장에서 말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전문가다. “작품과 캐릭터에 어울리는 비주얼을 가진 친구들을 선발하고, 현장에서 직접 트레이닝도 한다.” 여기서 트레이닝은 매일 말에게 밥과 40리터의 물을 챙겨주고 말이 하루 12번가량 배출하는 배변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동물 연기를 돕는 일을 포괄한다. 먼저, 촬영장에 투입되기 전 음향 마이크나 반사판에 놀라지 않도록 미리 말을 훈련시키는 과정이 3년 정도 걸린다. 그렇게 교육을 마친 말의 외모와 성격을 파악해 적합한 장면에 투입시키는 것도 그의 역할 중 하나다. 청나라 황제 칸 등은
김교호 킴스승마클럽 대표 - 말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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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격정적인 것을 냉엄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느꼈다.” 영화 <남한산성>을 본 소설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의 감상평이다. 그의 말대로다. 조선 역사상 가장 뼈아픈 패배 중 하나로 기억되는 병자호란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남한산성>은 통곡과 오열의 순간과 거리두기를 하는 영화다. 눈물 대신 합리적인 성찰의 힘을 믿으며, 패배라는 결과보다 그에 이르기까지 펼쳐졌던 치열한 말의 교전에 주목하는 이 작품은 페이소스로 승부하는 한국 상업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색채로 다가온다. 한편 <남한산성>은 <마이 파더>(2007)와 <도가니>(2011), <수상한 그녀>(2014)에 이은 황동혁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이번 영화의 경우 “내가 가진 모든 자산을 쏟아부어서 영화적으로 가장 만들고 싶었던, 아름다운 작품 한편을 만드는 것”이 흥행보다 더 중요한 목표였다고 말하는 그는 <남한산성>을 만든 뒤 처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 "김상헌의 말을 통해 변화를 바라는 바람과 상상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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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땐뽀걸즈>는 ‘땐’스 스‘뽀’츠를 추는 거제여상 학생들의 사연을 따뜻하게 그린 다큐멘터리다. 이들에게 ‘땐뽀’는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가 아니다. ‘땐뽀’가 취업을 앞둔 각박한 현실을 잊게 해주거나 또는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판타지는 더더욱 없다. KBS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승문 PD는 “파업 기간에 영화가 개봉해 동료들에게 조심스러운 동시에 개봉을 앞두고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봐줄지 긴장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거제 조선소가 쇠락하는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거제에 갔다가 거제여상 땐뽀반을 알게 됐다고 들었다.
=지난해 6월 거제 조선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여러 노동자들을 사전 취재했었는데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 프로그램이 많아 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다. 바닷가 근처를 달리다가 거제여상을 보게 됐고, 학교에 전화를 하고 찾아갔더니 ‘땐뽀반’을 만날 수 있었다. 이규호
<땐뽀걸즈> 이승문 감독 - 춤추는 순간의 충만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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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골든 서클>(2017)의 첫 액션 장면은 ‘프린스 앤드 더 레볼루션’의 <Let’s Go Crazy>에 맞춰 영국 대표 스파이 에그시(태론 에저턴)가 적들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는 신이다. 노래의 제목을 알아챈다면 ‘Let’s Go Crazy’가 이번 영화의 주제임을 눈치챌 것이다. 전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에 이어 두 번째로 ‘미친’싸움을 벌이는 <킹스맨: 골든 서클>의 주인공들은 활동 무대를 영국에서 미국으로 확장하고 더욱 거칠면서 잔인하기까지 한 첩보전을 벌인다. 지난 9월 26일, 국내 개봉을 하루 앞두고 해외에 머물고 있는 매튜 본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킹스맨: 골든 서클>의 연출 방향에 대해 물어봤다.
-영국의 스파이, ‘킹스맨’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스테이츠맨’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식의 이야기를 속편의 아이디어로 구상한 계기가 무엇인가.
=전편이 거리의 소년 에그시와 킹스맨 사이
<킹스맨: 골든 서클> 매튜 본 감독, “영국과 미국 문화의 충돌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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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소재를 상업영화의 영역 안으로 끌어와 웃음과 감동을 끌어낸다. 무거운 소재를 코믹으로 풀어내기까지는, ‘소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 ‘어려운’ 기획 뒤에 명필름과 함께 영화의 공동 제작사로 참여한 영화사 시선의 강지연 대표가 있다. 처음 원안을 쓴 5년 전부터 개봉 후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현재에 이르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작품을 만든 강지연 대표에게 <아이 캔 스피크>의 제작과정을 들어보았다.
-소재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코믹 장르와 접목해 대중적인 호응을 높인 기획이다. 기존 위안부 피해자 소재의 영화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접근 방식이었는데.
=그 부분에 우려의 말이 많았다. 극단적인 말로 만류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코믹 톤 때문에 자칫하면 소재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큰 작품이었다. 이런 시선들 때문에 이후 투자받고 영화를 만들기까지 쉽지 않았
<아이 캔 스피크> 강지연 영화사 시선 대표 - 무거운 소재로 쉽게 마음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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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이목구비, 그중에서도 선한 눈빛이 주는 힘이 커서 김래원이 연기한 캐릭터엔 인간미가 흐른다. <해바라기>, <마이 리틀 히어로>(2012), <강남1970>(2014), <프리즌>(2016) 등에서 보여준 것처럼 능글맞거나 폭력적이거나 위악적인 순간에도 김래원의 연기엔 언제나 인간적 동의를 구하는 순간들이 있다. 철저히 감정을 절제하며 연기해야 했던 <희생부활자>에선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죽은 엄마(김해숙)가 살아 돌아와 복수하려는 대상인 검사 아들 진홍은 김래원이 그간 연기해온 캐릭터들과 달리 차갑다. 그 새로운 캐릭터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기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김래원은 조심스레 단어를 골라 말했다.
-사진촬영하는 걸 지켜보니 김해숙 배우의 카리스마가 엄청나더라. 현장에서 그런 기운을 받으며 함께 연기하면 연기할 맛도 나고 긴장도 될 것 같다.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워낙 익숙해서
<희생부활자> 김래원 - 기존의 김래원을 배제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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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이 연기하는 인물은 대부분 누군가의 엄마다. 하지만 그가 연기한 엄마들은 누구의 무엇이란 설정을 뛰어넘는 강력한 개성을 가진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의 숫자만큼 매번 차별화되게 연기해야 한다”라는 배우의 믿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해바라기>와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 이어 <희생부활자>까지 김래원과 세번 모자 관계로 조우했지만 모성을 실현하는 방식은 양극단에 서 있다. 자신의 친아들을 죽인 양아치 오태식(김래원)을 용서하고 기꺼이 양아들로 거둬들이거나(<해바라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연인을 둔 아들을 포용하던(<천일의 약속>) 그가 자식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살아 돌아왔다.
-7년 전에 사망했다가 부활하는 비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시나리오에서 “신진대사가 없는 코마 상태”라거나 “원망과 복수만 남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묘사된다. 이런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
<희생부활자> 김해숙, "엄마는 엄마다"라는 말의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