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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준(박근형)은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것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두 독거노인 우식(장용)과 화진(예수정)을 만난다. 어느 날 소고기뭇국을 나눠 먹으며 오랜만에 고기의 맛을 느낀 그들은 홧김에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은 뒤 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친다. 그로부터 묘한 쾌감을 느낀 셋의 아슬아슬한 무전취식이 이어진다. <사람과 고기>는 현재 대한민국의 주요 사회문제인 노인 빈곤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고기를 먹는 것으로 욕망을 실현한다는 아이디어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만큼 고기를 사치품으로 여기는 계층이 사회에 많아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세 주연배우의 몸짓과 표정엔 연기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 상영작.
[리뷰] 언젠가 다 똑같은 고기가 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 <사람과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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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을 운전하던 에그발(에브라힘 아지지)이 떠돌이 개를 차로 들이받는다. 그는 우연히 바히드(바히드 모바셰리)가 운영하는 정비소에 들르는데, 에그발의 의족 소리를 듣고 바히드는 임금 체불 문제로 항의하다 수감됐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에그발이 당시의 고문관이라 확신한 바히드는 곧바로 에그발을 납치한 채 함께 수감됐던 동료들을 찾아간다. 그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고민하는 사이, 에그발의 임신한 아내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란 정권의 부조리를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비판하고 나선 영화다. 등장하는 다섯 주인공의 서사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반체제 혐의로 수감됐을 때 수감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반영됐다. 정당한 요구를 했음에도 수감자들이 과한 형벌을 받았고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점, 그럼에도 이들의 저항이 또 다른 폭력을 야기하지 않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제7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리뷰] 가장 큰 복수는 가해자와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사고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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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네이버웹툰 <연의 편지>가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다.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더빙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는 아름다운 작화와 음악으로 중무장했다. 과거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할머니 댁 근처로 전학 온 소리(이수현). 하지만 과거의 힘이 너무 센 탓일까. 새 학교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매몰될 즈음 소리는 비밀스러운 편지 한통을 발견한다. “다음 편지를 찾기 위해선 이곳으로 가봐!” 학교 곳곳에 숨겨진 편지를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벌어지는 동화적인 장면은 일종의 교내 어드벤처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연의 편지>가 그리는 10대 아이들은 순진무구하게 행운에 기대기보다 제 손으로 다음 챕터를 여는 자력을 지녔다. 특히 이수현이 부른 메인 O.S.T <연의 편지>가 청량함을 고조시킨다.
[리뷰] 요즘 힘들다는 당신에게, 초록빛 무성한 편지를 보냅니다, <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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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이 시작된다. 다만 이번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려놓기 경쟁이다. <보스>는 한때 명절 극장가의 대표 장르라고 해도 좋을 조폭 코미디의 계보를 오랜만에 잇는다. 1990년 후반 ‘식구파’는 조직명 그대로 끈끈한 협력으로 지역을 접수한다. 순태(조우진), 판호(박지환), 강표(정경호)는 각자 싸움 기술을 발휘해 조직을 반석 위에 올려놓지만 세월은 조직폭력배를 원치 않는다. 중국집 요리사를 꿈꾸는 순태, 춤의 매력에 눈을 뜬 강표가 각자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이 조직의 보스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치열한 ‘보스 양보전’이 펼쳐진다. 추석 극장가의 ‘보스’였던 조폭 코미디 장르가 시대에 맞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돌아왔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강력한 개연성으로 작동한다. 모난 구석이 없이 추석 극장가 공략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잘 뽑힌 오락영화다.
[리뷰] 추석과 조폭 코미디. 여전히 먹히는 공식으로 풀어낸 안전한 오락,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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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닌, 그 옆에 있던 조연은 시간이 지나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작품 바깥을 상상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법이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원작 팬들에게 추억의 시간을 선물하듯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선사한다. 오직 하니의 라이벌로 기능하던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이제 고등학생이 된 두 사람은 보다 고차원의 주제로 싸운다. 특히 길거리 위를 달린다는 ‘에스런’ 경기를 새롭게 창조하면서 다채로운 액션, 경기를 긴장감 넘치게 만드는 변수, 하니와 애리가 균형을 이뤄야만 하는 개연성 등을 지혜롭게 보완했다. 중간중간 유아동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되는 장면이 아쉬움을 남기지만 후반부 경기가 많은 것을 상쇄하기 충분하다. 노브레인 황현성이 음악감독을 맡아 스포츠물의 벅차오름을 고양시킨다.
[리뷰] 어쩌면 그동안 세상이 하니와 애리에게 주고 싶었던 것들이 마침내,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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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덴지는 전기톱의 악마와 계약한 후, 모든 것을 썰어버리는 막강한 힘의 ‘체인소 맨’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일본 공안 소속의 데블 헌터가 되어 각종 악마와 맞서 싸우고 있다. 한편 상사 마키마를 흠모하는 덴지는 자신에게 진정한 마음이랄 게 있는지 고민하는 중이기도 하다. 여기엔 제대로 된 사회의 보살핌 없이 자란 덴지의 성장배경이 뒷받침되어 있다. 그런 덴지에게 불현듯 찾아온 또 한명의 소녀, 보랏빛 머리칼과 신묘한 눈망울을 지닌 레제. 덴지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레제와 함께 설레는 시간을 보내지만, 뜻밖의 악마와 마주치며 잠깐의 사랑을 멈추고 결투를 시작한다. 동명의 인기 만화 중 한 에피소드를 극장판으로 만든 작품이다. TVA에서 명확히 살아나지 못했던 원작의 허무하고 충동적인 정서가 훨씬 더 잘 어우러지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일반적이지 않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덴지의 성격이 비약 없이 자연스레 드러나면서 <체인소 맨>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가
[리뷰] 물의 고요에서 불의 열망으로, 톱질도 순애다,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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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원소 3부작’을 완성하는 마지막 작품. 베를린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라우라(파울라 베어)는 남자 친구와 함께 내키지 않는 여정에 오른다. 그녀는 길 한가운데에 서 있던 이방인 베티(바르바라 아우어)와 시선을 주고받는다. 이윽고 불의의 사고로 남자 친구는 현장에서 즉사하고, 라우라는 베티의 손길에 의식을 되찾는다. 라우라가 베티와 함께 머물기를 간청하면서, 그리고 베티는 마치 그녀를 오랜 시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라우라를 집 안으로 들이면서 둘은 기묘한 돌봄의 관계를 맺는다. 그녀는 베티의 보살핌 속에 먹고, 입고, 자전거를 타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새로운 삶에 정착하려 한다. 그러나 그곳의 가구들은 어딘가 늘 고장 나며, 베티의 남편과 아들이 라우라를 대하는 태도는 이 임시적 모녀 관계에 숨겨진 다른 의도가 있음을 넌지시 드러낸다. <미러 넘버 3>는 사고에서 깨어난 라우라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표층의 서사와 베티 가족이 비밀스레 공유하는 상실의 기억이
[리뷰] 페촐트의 시네마일까. 우리의 인생일까, <미러 넘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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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핀천의 <바인랜드>는 1980년대 레이건 시대에서 시작하지만 읽어나갈수록 불안과 해방 사이에 놓였던 ‘반문화’의 60년대가 피어오르는 소설이다. 일찌감치 핀천의 <인히어런트 바이스>를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던 폴 토머스 앤더슨이 다시 한번 같은 작가의 <바인랜드>에서 영감을 받은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로 돌아왔다. 60년대와 80년대를 가로지르며 전개되었던 소설과 달리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이야기는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재로 시대를 옮겼다.
무장혁명단체 ‘프렌치 75’에서 폭발물 제조를 담당하는 밥(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은 억류된 이민자들을 탈출시키는 급습 작전에 동참한다. 조직의 핵심 인물이자 누구보다 급진적인 철학을 지닌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는 작전 도중 군인 스티븐 록조(숀 펜)를 성적으로 모욕한 후 생포하면서 그에게 충동과 분노를 동시에 산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프렌치 75는 이후로도 미국 도심
[리뷰] 미국이라는 더러운 유산에 새로운 점화를 외치는 PTA의 ‘진짜’ 21세기,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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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디저트만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엉뚱하고 개성 넘치는 악당을 총집합시킨 <브레드이발소: 베이커리타운의 악당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코믹한 에피소드를 모았다. 먼저 거울을 향해 베이커리 타운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저트가 누군지 묻는 케이크 여왕은 다른 디저트가 언급될 때마다 그들을 못생기게 만든다. 자기보다 예쁜 디저트를 모두 엉망으로 만들려던 그가 처리한 인원은 무려 53만명. 허무맹랑한 숫자에 웃음이 터지지만, 진짜 아름다운 디저트 1위가 공개되는 순간 대반전에 놀라게 된다. 정직원이 되기 위해 막힌 변기를 뚫는 악당파이, 설탕과 카페인, 셀레늄을 섞어 거짓 에너지 드링크를 파는 레드벨벳 케이크 등 독창적인 설정의 빌런들이 등장하여 친근한 에피소드를 완성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웃음까지 책임졌던 본시리즈의 힘만큼 모두를 웃게 만든다.
[리뷰] 브레드 아저씨 그만 웃겨요, 유아동을 뛰어넘는 코미디, <브레드이발소: 베이커리타운의 악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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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건 14년 전 마다가스카르를 찾은 한 사진작가와 그를 알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다.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독립된 지리 환경 덕에 생명 다양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마다가스카르엔 인간 본연의 순수함이 남아 있다. 외지인을 반가운 마음으로 환대하는 풍경 속에서 정초신 감독, 장태화 음악감독, 신미식 사진작가는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작한다. 실제로 한글을 따라 읽거나, 한국어 가사의 노래를 부르는 어린이들을 보면 앞 글자에 ‘K’가 붙은 산업적 재화가 아닌, 문화의 즐거움으로 연결된 인류애를 느끼게 된다. 그간 아프리카 대륙권을 문화 문맹으로 해석하던 식민지적 관점에서 벗어나 이 자체로 수용하고 존중하는 다큐멘터리의 태도가 뛰어나다. 두 문화권의 교류로서 기록적 가치가 높고, 영화가 선물처럼 선사사하는 마다가스카르의 넓은 풍경과 장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리뷰] 어린이, 노래, 평화. 어쩌면 지구에 존재하는 천국, <마다가스카르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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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에서 태어나 고향의 옛 이름 ‘파르테노페’(첼레스테 달라 포르타)라는 이름으로 삶을 사는 한 여성에겐 몇 가지 고민이 있다. 첫째는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자꾸 곤란한 일이 생긴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의 젊음을 어디에 써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하거나, 나폴리 출신 대배우에게 연기를 배우는 동안에도 그녀는 타인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다. 그러던 와중에 휴가지에서 벌어진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파르테노페는 크게 흔들린다. <파르테노페>는 <그레이트 뷰티> <유스> 등 지속적으로 아름다움과 나이듦에 관한 주제로 영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작이다. 또 한번 감독의 고향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며, 정적이고 감각적인 화면과 군데군데 삽입된 초현실적인 장면 등 연출자의 일관된 스타일이 돋보인다. 제77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다.
[리뷰] 매력적이지만 설득은 되지 않는 긴 강의, <파르테노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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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키리야마(기쿠치 후마)와 그가 근무하는 건물 세입자 스즈키(오모리 모토키)는 시청자 참여형 생방송 SNS 채널 ‘#진상을 말씀드립니다’의 팬이다. 진행자는 과거 인기를 끌었지만 모종의 스캔들로 종영한 SNS 육아 방송 출신의 사테츠(오카야마 아마네). 구독자들이 보낸 실화 중 사테츠가 고른 이야기를 당사자가 들려주고, 다른 시청자들은 재미를 느낄 경우 화자에게 후원금을 쏜다. 음성이 변조되고 얼굴은 아바타로 대체되므로 익명성은 보장된다. <#진상을 말씀드립니다>는 유키 신이치로가 쓴 동명의 소설집을 원작으로 한다. 폭로 방송이라는 매개를 통해 단편 여럿을 하나로 엮은 시도가 인상적이다. 인터넷 공간을 가상현실로 구현하고 ‘진상’을 자극적으로 재현해 관객이 작품 속 시청자의 입장에서 몰입하기를 유도한다. 일부 설정이 다소 작위적으로 와닿고 문제의식이 좁은 면으로 수렴한다는 점이 아쉽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리뷰] 새롭지는 않으나 분명한 문제의식,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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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이병헌)는 실직했다. ‘올해의 펄프맨’까지 수상한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지만 공장의 사주가 바뀌며 구조조정 대상자가 됐다. 1년이 넘도록 재취업을 못하자 아내 미리(손예진)가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그렇다고 집안의 경제 사정이나 가장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사 ‘문 제지’의 문을 두드려봐도 최선출 반장(박희순)으로부터 수모만 당할 뿐이다. 이에 만수는 죽이는 결심을 한다. 유령회사를 차려 자신과 유사한 경력을 지닌, 실직한 제지 전문가들의 이력서를 받고 그들의 개인정보를 토대로 실직자들을 찾아가 직접 잠재적 경쟁자를 없애겠다고. 만수의 최종 용의선상에 최선출은 물론 구범모(이성민), 고신조(차승원)가 오른다.박찬욱 감독은 <어쩔수가없다>를 두고 수차례 “내가 만든 영화 중 제일 웃기는 영화, 진입장벽이 아주 낮은 영화”라고 말했다. 이번만큼은 감독의 말을 믿어도 좋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12편의 장편영화 중 가장 웃음 타
[리뷰] 눈이 시리게 웃기고 서글픈 신자유주의의 푸른 멍, <어쩔수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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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의 여성 홍이(장선)는 빚더미에 앉자 목돈을 가진 엄마 서희(변중희)를 요양병원에서 퇴원시켜 집으로 데려온다. 치매 초기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엄마 서희와 특별히 살갑거나 끈끈하지 않은 홍이의 갑작스러운 동거는 얼핏 평범한 시작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이는 서희가 보관해 달라고 내민 통장에 몰래 손을 대어 빚을 갚고, 데이트할 때 입을 옷을 쇼핑하는 데 금세 써버리고 만다. 낮에는 해주 이모에게 엄마를 맡기고 강사와 건설 현장 요원을 오가며 돈을 버는 홍이의 생활은 단조롭다가도 격정이 치솟는다. 나이 들어 아픈 서희는 연약하기보다 억척스러워 소란을 일으킨다. 틈만 나면 불러내 빚을 독촉하는 과거의 남자에게 홍이는 되도록 뻔뻔하게 버티고, 자신의 실체를 모르는 데이트 상대 앞에서는 끝내 거짓된 모습으로 자신을 감춘다. 그러는 사이 서희를 돌봐주던 해주 이모와 끝내 사이가 틀어지고 엄마의 치매 증세는 홍이가 감당할 수 있는 날들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한다. 단편 <좋은날
[리뷰] 스쳐지나가는 우연한 삶, <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