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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그런 말을 할 수 있겠죠. 동성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세상에 던질 때 꼭 섹스여야 했냐는 등의. 저는 가장 다이렉트한 것을 택했어요. 가족에서 차별받고 직장, 사회에서 차별받고 뭐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원색적이고 직접적인 데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파워와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섹스신을 처음에 넣어 문제제기한 거죠. 또 하나가 있다면,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기 위한 겁니다. 관객에게 ‘내 영화 장난 아닙니다, 정신 차리고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거죠.서동진그러면 일주라는 여성 캐릭터에 관한 건데요. 게이영화에서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게 애정의 삼각관계입니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가 서로 원치 않는 관계에 관여하게 되었을 때, 한 여성이 등장해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중재합니다. 뿐만 아니라 관객은 이 관계를 해석해주는 유력한 목소리를 그녀를 통해 듣게 됩니다. 감독들은 대개 이 삼각관계에서 여성의 언어를 통해서 동성애와 이성애의 편견에
<로드무비>를 보는 김인식,서동진의 두 시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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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일단 저는 노동현장이 동성애 남성간의 유대공간이라는 인식은 하진 않았었고요. 실제로 제가 표현하려는 것은 권력관계였죠. 동성애자인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석원이 대식을 따라다니는. 대식의 손에서 벗어나면 생존경쟁에서 죽어버리고 말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끌려다니는 그런 권력관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노동현장을 좀 많이 넣었던 거죠.서동진<로드무비>는 말 그대로 로드무비이기도 합니다. 흔히 로드무비라 할 때, 길은 주인공의 내면을 은유하곤 합니다. 배회하거나 방랑하는 자의 내면과 공간, 즉 길이 일치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 길은 내면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영화 속의 길은 가끔 멈춰서거든요. 가끔 멈춰서 어마어마하게 숭고한 자연을 보여준다거나 하잖아요.김인식이건 우답일 수도 있는데, 길을 항상 움직이면서 보여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저는 <로드무비>에서 길이라는 존재가 내면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로드무비>를 보는 김인식,서동진의 두 시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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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프리츠 랑 오딧세이-프리츠 랑 회고전’(문화학교 서울, 주한독일문화원 공동주최)이 10월18일부터 10월25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이 영화제는 지난 2001년 2월 베를린에서 시작해, 뉴욕, 파리를 돌며 열렸던 프리츠 랑 회고전의 일환으로 기획된 행사다.프리츠 랑은 <메트로폴리스> <마부제 박사> 등을 만든 두말할 것 없는 독일 표현주의영화의 대가다. 나치를 피해 망명한 미국에서 만든 <사형집행인 또한 죽는다> 등으로 할리우드 필름 누아르에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대표작 13편이 상영되는데, 디지털로 복원해 새로 태어난 <메트로폴리스>를 비롯하여, 프리츠 랑의 세계를 진하게 드러내는 신비로운 영화 <마부제 박사>와 <달의 여인> 등이 역시 복원된 프린트로 한국 관객 앞에 선보인다.편집자히틀러가 막 정권을 잡은 1933년 독일. 괴벨스의 호출을 받은 프리츠 랑은 그의 관저로
독일 표현주의영화의 대가 프리츠 랑 회고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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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당대의 시대적 본질을 드러내야 한다”바이마르공화국 시절 독일 표현주의영화의 전통 속에 놓여 있는 랑은, 그러나 특정한 스타일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그의 작품 속에는 단순화된 강조와 왜곡을 특징으로 하는 표현주의적 요소들과 더불어 과학적 자연주의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객관적 사실성,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시적 이미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이질적인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은 어떤 일관된 발전단계를 보여주거나 작품의 제작순서에 따라 차례로 드러난 것도 아니었다. <메트로폴리스>에서는 미래 거대도시의 모습과 암울한 지하세계의 모습에서 표현주의적 요소들이 발견되지만, 바로 뒤에 만들어진 <달의 여인>에서는 소재의 판타지적 특성과는 달리 철저한 사실주의가 추구됐다. 그런가 하면 연쇄살인자의 추적을 다룬 <엠>에서는 다시금 어두운 조명과 극단적 대조 그리고 그림자의 극적 사용과 같은 표현주의적 요소들이 두려움과 긴장감을 배가시킨
독일 표현주의영화의 대가 프리츠 랑 회고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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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Der Mu de Tod/1921년/ 82분/ 독일결혼을 앞둔 처녀가 갑자기 죽은 약혼자를 구하기 위해 저승세계를 찾아가고, 저승사자가 세 사람의 생명이 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약혼자를 돌려주겠다고 제안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6연으로 된 독일 민요’라는 부제대로, 현실 재현보다는 환상의 시각적 구현에 영화의 본질이 있다고 믿던 당시 독일영화가 단골소재로 삼던 민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독일 낭만주의 시대의 전형적인 이야기구조인,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틀처럼 감싸고 있는 ‘틀구조’(Rahmenhandlung)와 그리피스의 <인톨러런스>에서 영향을 받은 옴니버스 형식을 결합해 이야기구조가 독특하다. 개인의 자유의지와 숙명적 결정론이라는 랑의 핵심주제를 알레고리적 영상을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랑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마부제 박사> Dr. Mabuse/2001년 복원판/1922년/127분(1부),92분(2부)/독일노베
프리츠 상영작 13편 미리 보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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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인> Frau im Mond/ 2001년 복원판/ 1929년/ 168분/ 독일달에 있는 금을 차지하려는 부자들의 음모로 달 탐사를 꿈꾸는 미치광이 과학자 일행이 우여곡절 끝에 로켓을 타고 달에 가는 이야기. <메트로폴리스>를 통해 기술 문명의 미래에 대한 물음을 던졌던 랑이 다음 시도로 달 탐사를 다룬 작품. 준비과정에서 저명한 로켓 공학자와 달 연구가의 자문과 고증을 거쳤으며, 달 표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기차 30량 분량의 바다 모래를 옮겨왔고, 젖은 모래를 말리기 위해 일일이 불을 때며 촬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랑의 완벽주의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SF의 고전이며 로켓 발사시 호명되는 카운트다운의 유래가 된 영화.<엠> M/ 1931년/ 117분/ 독일당시 독일 대중지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었던 연쇄살인범의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랑의 첫 번째 유성영화. ‘아이들을 조심시키라’는 단순한 메시지와는 달리 새로이
프리츠 상영작 13편 미리 보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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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 You and Me/ 1938년/ 94분/ 미국집행유예로 감옥에서 나온 뒤 백화점 점원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헬렌은 비슷한 처지의 남자를 만나 사랑하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남남인 척한다. 전작 <분노> <한번 뿐인 삶>과 유사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랑은 여기에 코미디와 뮤지컬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경쾌한 분위기의 복합장르를 시도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의 음악을 담당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쿠르트 바일이 음악을 담당하는 등 야심찬 기획이었지만 복합장르에 익숙지 않았던 당시 미국의 비평과 관객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사형집행인 또한 죽는다> Hangmen Also Die/ 1943년/ 134분/ 미국체코를 점령한 나치의 악명 높은 사령관 하이드리히 암살사건과 이에 대한 독일의 대량 보복학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전작인 <인간 사냥>(Man Hunt), <공포
프리츠 상영작 13편 미리 보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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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하는 것, 모든 나라들은 이러한 희생의 유혹을 알고 있었다. 체코인들의 적이었던 독일인들과 러시아인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민족이다. 그들의 애국심은 다르다. 그들은 그들의 영광, 그들의 중요성, 그들의 보편적인 사명에 열광한다. 체코인들이 조국을 사랑했던 것은 조국이 영광스러워서가 아니라 작고 끊임없이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애국심은 조국에 대한 커다란 연민이다.”- 밀란 쿤데라 <향수> 중비행기는 파리 드골공항을 떠나 프라하 루즈네공항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쿤데라가 최근작 <향수>에서 율리시스의 그것에 빗대어 ‘위대한 귀환’이라고 일컬었던, 20년 전 조국 체코를 등지고 프랑스로 망명했던 이레나의 귀환과 동일한 루트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스메타나가 찬미했던 그의 조국은, 그러나 소외된 이방인들의 고독을 양분삼아 살찌워진 곳이었다. 조국에 대한 사랑만큼 증오도 연민도 컸던 사람들. 체코에
한석규 3년 만의 신작 <이중간첩> 프라하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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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서른을 넘긴 신인 감독은 스물여섯명의 기자들로부터 난생처음 당하는 집단 인터뷰에 짐짓 당황한 듯했다. 그러나 조심스럽고 천천히 대답을 이어가는 김현정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14기 출신으로 단편 <고수부지의 개자식들>을 비롯 <공공의 적>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처음엔 거대할 만큼 건장한 몸집과는 쉽게 매치되지 않게 다소 여성적으로 들리던 이름이, 꼼꼼하고 섬세한 촬영장에서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꽤나 적절한 작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무대는 베를린인데 프라하에서 찍는 이유는.→ 베를린의 체크 포인트 찰리는 이미 관광지화됐다. 그러나 프라하는 건축의 양식이나 도로의 생김새가 베를린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고, 영화촬영의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미술, 의상, 소품 담당자들이 80년대 카페 여종업원의 의상까지 완벽히 재현해주었다.데뷔작인데 꽤 대작이다.→ 솔직히 정신이 없다. 대작이다 뭐다 생각할 겨를없이 그저 열심히 찍고 있다.한석규라는 배우가 부담스
<이중간첩> 현장을 가다 - 김현정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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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수척해진 얼굴에 거뭇거뭇한 수염을 기른 채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선 한석규는 이미 꽃다발을 안겨주며 “받아주실 거죠?”라고 부드럽게 묻던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유난히 천장이 높은 프라하의 한 선술집에서 식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작된 이날의 집단 인터뷰는, 공백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들과 고액의 개런티에 대한 집요한 질문 공세로 그리 편하지만은 않게 진행되었다.<텔미썸딩>이 99년 11월에 개봉했으니 3년 만의 복귀다.→ 정말 오랜만의 촬영이라 긴장된다. 3년이란 시간 동안 뭘 하고 지냈는지 궁금할 거다. <이중간첩>을 하려고 3년간 쉬었다는 대답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그동안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과 기분들이 교차했고 결론적으로는 편안해졌다. 작품을 안 하는 동안 얻은 것도 많았다. 나의 위치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것을 잘 생각할 기회였다. 사실 한국영화계를 위해 무엇을 할까, 뭐 이런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지
<이중간첩> 현장을 가다 - 한석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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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5일 <위대한 독재자>가 극장에 걸린다. 런던이 독일군의 공습을 받던 1940년 개봉했던 작품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 올해 베를린영화제 폐막식부터 다시 선보였던 버전이다. 역사가 격동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풍자코미디 <위대한 독재자>는 채플린의 최고 걸작은 아니지만 채플린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감동적인 작품이다. <위대한 독재자>는 희극이 비극을, 웃음이 슬픔을, 희망이 절망을, 채플린이 히틀러를 이긴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개봉에 앞서 채플린의 분신, 떠돌이 찰리를 불러내는 것은 그 승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돌아보기 위함이다. 전쟁과 기아의 시대에, 사람들은 의식하든 못하든 찰리의 소동을 보면서 오늘을 사는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이 20세기 초의 인류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수십년이 흘렀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우디 앨런, 주성치, 로베르토 베니니 등 모자를 벗거나 안경을 쓴, 또는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은 또 다른 찰리를 동
디지털 리마스터링판 개봉하는 <위대한 독재자>,찰리 채플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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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의 첫 장편 <키드>에서 떠돌이 찰리가 길에 버려진 아이를 기르게 되는 대목은 캐릭터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보여준다. 특유의 우스꽝스런 걸음으로 걸어오는 찰리, 골목에 버려진 아이를 보고 난감해하다 지나가는 아줌마의 유모차에 몰래 태운다.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는 찰리, 경찰관이 나타나자 냉큼 아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커피포트로 젖병을 만들어 아이 입에 물리고 나란히 옆에 앉아 침대시트를 잘라다 기저귀를 만드는 찰리, 경제적 능력은 없지만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동정심을 샘솟게 한다. 곧 개봉할 영화 <아이 엠 샘>에서 어린 딸을 돌보는 지체장애인 아버지 숀 펜의 모습에서도 <키드>의 채플린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 엠 샘>은 <키드>처럼 코믹하지 않지만 <키드>로부터 각인된 유전자가 눈물샘을 건드린다. 아이를 지키려는 찰리와 숀 펜의 노력은 번번이 편견과 오해의 벽
디지털 리마스터링판 개봉하는 <위대한 독재자>,찰리 채플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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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을 말하길…무성영화 시대의 황제 채플린은 누구보다 침묵이 금이라는 명제를 증명한 예술가였으나, 현실의 채플린은 평생 시끄러운 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FBI에는 위험한 적색 분자였고 호사가들에게는 나이 어린 여자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성 도착자였으며 장 르누아르 같은 감독에게는 영화를 영접하게 만든 사도였다. 한 시대 전세계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사나이 찰리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미움받는 남자 채플린과 동일 인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예찬했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그를 질투했다. 채플린은 돈과 명예에 진지하게 애착하고 재능과 성취에 대해 겸손을 몰랐으며 누구의 충고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채플린의 성격은 그를 향한 뜨거운 말들에 기름을 부었다.“저, 망할 녀석은 발레 댄서야. 그것도 역사상 최고의. 좋은 기회만 있으면 맨손으로 목을 졸라버릴 텐데.”(무성영화 시대의 코미디언 W.C. 필즈가 채플린의 연기를 보고 나서)“고집 세고 의심 많고 이기
채플린이 말하길‥ 채플린을 말하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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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이 말하길…“한편의 코미디를 만들기 위해 내겐 공원과 경관 한명, 예쁜 소녀 한명만 있으면 된다.”“전쟁과 투쟁은 모두 비즈니스다. 한건의 살인은 악당을 만들고 100만건의 살인은 영웅을 만든다. 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살인광시대> 중에서 연쇄살인자 베르두의 말)“나는 예수 역을 하고 싶다. 나의 캐스팅은 논리적이다. 나는 유대인이고 코미디언이다…. 그리고 무신론자다. 고로 예수 캐릭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1922년 한 제작자가 예수의 생애를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듣고)“나는 유성영화의 수명을 6개월로 본다. 길어도 1년이다. 그러고나면 끝일 것이다.”(1931년)“대사는 코미디 속에서 역할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대사는 내가 만드는 종류의 코미디 안에서는 있을 자리가 없다. 내 사고방식에 따르면 대사는 늘 액션의 발목을 잡는다.”“더이상 미국은 내게 이용가치가 없다. 예수가 미국 대통령이라도 다시는 미국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출국하면
채플린이 말하길‥ 채플린을 말하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