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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고민은 외모, 가장 좋아하는 연기자는 최민식, 류승범
당신이 배우를 꿈꾼다면,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과 같은 꿈을 꾸고 ‘준비생’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장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현장에서 만난 준비생 53명에게 설문을 요청했다. 무기명 설문이며, 모든 질문은 주관식으로 이루어졌다. 당신보다 먼저 배우의 꿈에 다가선 사람들이 어떻게 배우의 꿈을 품게 되었고 현재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지 들어보자. 이들의 대답은 곧 당신에게 닥칠 미래인 동시에, 지금 활동 중인 배우들 중 누군가의 과거와 맞닿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1. 언제 처음 배우의 꿈을 품게 되었습니까?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고등학교 이전 (47%)
-고등학교 이후 (53%)
고등학생 시절이 자신의 미래를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시기라고 가정했을 때 배우 지망생 53명 가운데 고교 시절 이전과 이후 배우를 꿈꾸게 된 응답자의 수가 양쪽 비등하게
배우가 되는 길 [5] - 배우 지망생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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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생 동갑내기인 박지연, 김보람, 이주영은 효성고 연극반 동창이다. 대학로 연출가로 활동하는 연극반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기성무대에 설 기회를 얻게 된 운좋은 세 소녀는 대학로 한쪽의 소극장에서 <외로워도 슬퍼도>를 한달째 공연하고 있다. 공연시간은 7시30분. 극단 ‘느낌’의 막내인 세 사람은 오후 2시께가 되면 극장에 출근한다. 예닐곱명이 비비적거리기도 힘든 좁은 분장실에서 수다를 나누던 셋의 하루 일과가 시작됐다.
2시50분 낙산씨어터 안
쓸고, 닦고, 붙이고… 우리는 워밍업 중
세 사람 중 가장 조용한 성격의 이주영씨가 빗자루를 든다. 박지연씨는 쓰레받기를 찾아 나섰고, 김보람씨는 종이, 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분리수거된 쓰레기봉투 자루들을 들고 극장 밖으로 나간 터다. 매일 저녁 배우들이 폭풍처럼 쓸고 지나다니는 무대와 극장 내부는 늘 먼지투성이다. 쓰레기를 버리고 온 보람씨는 어느새 스테이플러를 들고 무대 장식이 떨어져나간 곳들을 손본다. 주영씨는
배우가 되는 길 [4] - 배우 준비생 따라잡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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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준비생 윤주희(21)씨의 하루 일과는 오후 2시께 미용실에서 시작된다. 준비생치고 너무 호사스러운 일정인가? 윤주희씨는 케이블 채널의 데일리 생방송 프로그램 MC를 6개월째 맡고 있다. 방송용 분장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인데 오늘은 좀 서둘러 끝내려는 눈치다. 영화사와의 미팅 때문이다. 이 미팅이 잘되면 그는 올 여름 개봉할 공포영화의 조역 오디션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파란 원피스 차림에 긴 생머리를 예쁘게 말아올리고 난 윤주희씨는 이윤성 매니저와 함께 영화사로 이동한다.
오후 3시20분 에그필름 사무실
“예쁘게 꾸몄네? 그거 반칙이에요”
“반칙한 거 아시죠? 원래 미팅할 때는 남자배우이고 여자배우이고 노메이크업으로 보는데.” 곱게 단장한 윤씨를 보고 프로듀서가 한마디한다. 당황한 내색을 감추는 윤씨 대신 매니저가 “오후 5시부터 생방송이 있어서”라고 설명한다. 감독이 윤씨에게 꼬치꼬치 묻는다. 시나리오를 어떻게 봤느냐, 어떤 캐릭터가 맘에 드느냐.
배우가 되는 길 [3] - 배우 준비생 따라잡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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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 배우의 얼굴을 가진 이를 찾는 사람들
어느 목요일 저녁, 싸이더스HQ 건물 3층 시사실에서 만난 준비생 및 신인배우들의 면면은 참으로 다양하다. SM엔터테인먼트의 12인조 프로젝트 남성그룹 슈퍼주니어 1기 멤버들마냥 새파란 꽃미남, 꽃미녀들만 모여서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 될 것이라는 짐작을 깨고, 1976년생에서 1990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얼굴마다 지닌 개성이 뚜렷하다. 싸이더스HQ 박성혜 이사는 배우의 외모와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얼굴이 좋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누가 봐도 예쁘고 잘생겼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일명 배우의 얼굴이란 건 좀 다르다. 조승우나 지진희 같은 경우를 들자면, 그들의 얼굴은 누가 봐도 돌아볼 만한 미남은 아니지만 뭔가 색깔을 입힐수록 그 색깔이 날 것 같고 눈이 깊어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많을 것 같은 얼굴이다. 여백이 있고 자기만의 정서를 풍겨야 할 것 같다. 최민수의 카리스마가 되었든, 박해일의 자연스러움과 당당함이 되었든
배우가 되는 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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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빅3로 통하는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는 연극배우 출신이다. 황정민도 그러하다. 배우가 되려면 연극을 먼저 해야 하는가보다. 김민정, 양동근, 문근영은 아역배우 출신이다. 아, 나는 성인이니 때가 너무 늦었구나. 배우의 꿈을 접자. 차승원은 모델 출신이다. 전도연은 TV 탤런트 출신이다. 연극영화과 출신이 있는가 하면 국문과를 전공한 정진영, 미대를 졸업한 감우성도 있다. 배우가 되려면 모델을 해야 하나? TV 탤런트를 거쳐야 하나? 길거리 캐스팅될 가능성이 있으니 매니저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만 골라 누벼볼까?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제아무리 유능하기로 소문난 매니저들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쾌하게 해주지 못한다. 어떤 여배우는 질문을 듣더니 “일단 해주고 싶은 말, 꼭 해야겠니?”라고 농담처럼 되물었다. 갈수록 힘이 커지는 한국영화를 동경하며 배우의 꿈을 품는 사람들은 늘어가는데, 배우가 되는 법에 관한 정답은 배우조차 갖고 있
배우가 되는 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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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란 기생충에 관한 반문
이인의 감독의 <Gift>
2002년, 이인의(30) 감독은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접었다. 장편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에 인터넷, 케이블 방송 일을 했던 그는 이후 입산수행을 맘먹은 승려처럼 고향인 경기도 오산으로 내려가 ‘나 홀로 창작’에만 몰두했다. 건축업을 하는 친척이 내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컨테이너를 작업실 삼아 그가 밤낮으로 써낸 장편 시나리오만 벌써 10편. 그러다 지난해 “혼자서 끙끙거리다가는 외로움에 골병든다”는 지인들의 충고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알음알음 동병상련 동료들을 알게 됐고, 그들과의 공동작업이 없었다면, 독특한 여고생 성장기를 다룬 <Gift>는 대학 시절 그의 작품들(<불발된> <물은 물에 젖지 않는다>)처럼 무겁고 난해한 실험영화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1995년에 만든 <회태> <양수>를 보지
제9회 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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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끝을 준비하는 노인들과의 동행
강원석 감독의 <준비된 인생>
강원석(30) 감독은 태어나서 28살 때까지 할머니와 같은 방을 썼다. 작고한 할머니를 “평생의 룸메이트”라고 부르는 그는 “<준비된 인생> 또한 할머니가 하늘에서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여긴다. 2004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동행> 역시 할머니에 대한 그의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16mm 단편. 숨이 다한 할머니를 돌보다 죽음의 길도 함께하는 손자의 이야기다. 그러나 <동행>은 할머니에 대한 애정 고백인 동시에 그의 전환점이기도 했다. “대학 시절 만들었던 단편영화들은 어떻게 하면 상상력을 부릴까 고민한 것들이었다. 몇번 상을 받긴 했지만, 현실에서 공감을 얻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방황하던 차에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이후 <동행>과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대진대학교 영화학과 출신인
제9회 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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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의 무표정 대화법
민용근 감독의 <도둑소년>
어머니의 시신과 6개월간 동거를 해온 소년에 관한 뉴스가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민용근(30) 감독은 누구나 아는 그 이야기를 소재로 <도둑소년>의 시나리오를 썼다. 기묘하게도, 이야기는 수수께끼처럼 흘러간다. 소년의 집 안방에 무엇이 있는지, 영화는 표현을 아낀다. 민용근 감독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와니와 준하> 메이킹 필름을 찍고, KBS 휴먼다큐 프로인 <현장르포 제3지대> PD로 일했다. 현재 케이블TV의 영화정보 프로그램 PD로 일하는 그는, 영화로 돌아올 작품으로 <도둑소년>을 선택했다. 영화연출은 대학 4학년 때 찍은 단편영화 <봄>을 마지막으로 7년을 쉰 셈이지만 <도둑소년>의 시나리오도, <봄>도 공백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다. 민용근 감독은 <도둑소년>을 무표정으로 표정을 드러내는, 짧
제9회 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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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과 한국 코닥,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하는 ‘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 프로그램’이 9번째 당선작을 발표했다. 46편의 응모작 중 선정된 세편은 민용근 감독의 <도둑소년>, 강원석 감독의 <준비된 인생>, 그리고 이인의 감독의 <Gift>로, 예년에 비해 응모작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전언이다. 심사위원으로는 정지우(영화감독), 박도신(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실 실장), 김조광수(청년필름 대표), 문석(<씨네21> 기자) 등 네명이 참여했다. 심사는 30분 이내의 단편 시나리오들을 제작기획서와 일정표, 포트폴리오와 함께 검토하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진행됐다. 한국코닥으로부터 35mm필름 1만 피트를 제공받고, 무료 현상 및 인화, 카메라 장비 대여, 편집 작업료 할인 등의 지원을 받게 될 이 작품들은 올해 8월31일까지 완성할 경우 부산국제영화제의 심사를 받아 와이드앵글 부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
제9회 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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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범아시아 프로젝트 <보이지 않는 물결>
푸미콘 국왕이 재위 60년 다이아몬드 희년을 맞는 2006년은 타이 곳곳에서 축제가 꼬리를 무는 ‘타이 대초청’(Thailand Grand Invitation)의 해다. 타이 정부는 영화제 개막 전야인 16일 정부청사 앞마당에서 파티를 열고 ‘타이 대초청’의 축포를 울렸다. 권력 남용과 탈세로 제기된 위헌 심판 탄원이 그날 아침 헌법재판소에 의해 기각돼 한숨을 돌린 탁신 친나왓 총리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축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왕의 그림자는 영화제 어디에나 일렁였다. 엄밀히 말해 영화제 관객이 맨 처음 본 타이 필름은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의 개막작 <보이지 않는 물결>이 아니라 모든 출품작 앞머리에 꼬박꼬박 상영된 150억원 예산의 시대극 블록버스터 <나레수완>의 예고편이었다. 차트리찰레름 유콜 왕자가 감독한 <나레수완>은 미얀마에 대항해 아유타야 왕국의 독립을 지킨 왕의 전
제4회 방콕국제영화제 견문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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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라, 그러면 그들이 올 것이다.”
방콕행 비행기 좌석에 비치된 기내지는, 제4회 방콕국제영화제(2월17∼27일)가 새로운 터전으로 정한 거대 쇼핑몰 시암 파라곤의 건축 이념을 <꿈의 구장>의 케빈 코스트너가 받은 계시에 빗대고 있었다. 시암 파라곤이 솟아오른 방콕의 라마 1세 대로는 웬만한 백화점 한채 지어서는 아마존 밀림에 나무 한 그루 보태는 격이 될 쇼핑몰 밀집 지역. 두 유통 재벌이 손잡고 150억바트(약 4500억원)를 들인 3년 공사 끝에 지난해 12월9일 개장했다는 시암 파라곤은 8만제곱미터의 백화점과 레저 시설, 복합 상영관을 거느린 쇼핑의 신전이다. 인근 쇼핑몰들의 개축 경쟁을 평정할 코끼리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라마 1세 대로에는 벌써 시암 파라곤보다 더 넓은 또 다른 쇼핑몰이 연내 준공을 목표로 망치질이 한창이었다. 하긴 이들의 경쟁 상대는 어차피 서로가 아니라,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이웃 동남아의 쇼핑 도시일 터다. 소비의 신한테 경배할
제4회 방콕국제영화제 견문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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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편: 미국 현대사를 꿰뚫을 수 있는 하나의 단어를 꼽아보자.
전쟁으로 독립을 쟁취했고, 내전을 통해 평등을 구축한 미국. 20세기는 결국 미국의 전쟁광 기질이 만개한 시기다. 어쩔 수 없이 끼어든 1차 대전 이후. 군수산업을 통해 짭짤한 이들을 챙기는 한편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까지 확실히 확보한 2차 대전에 이르러, 미국은 급기야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이어졌던 베트남전은 미국이 패배한 최초의 전쟁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그러나 군수산업이 핵심산업으로 자리잡은 미국, 냉전시대가 끝난 뒤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국의, 전쟁을 향한 구애는 식을 수 없었다.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 등 전세계 크고 작은 분쟁에서 큰형님 노릇을 도맡느라 여념이 없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20세기에 일어난 전쟁들만 꿰어도 미국 현대사, 절반은 아는 셈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정당한 전쟁_ 2차대전
<진주만>
Good Job: 미국이냐, 일본이냐. 어쨌든 기분
영화로 배우는 미국 현대사 [3] - 정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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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편: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들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인간이다. 실명으로 영화 속 주인공으로 채택되는 인물들은, 조금은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그 흐름을 이끌었거나, 사회적 함의를 좀 더 많이 부여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았거나.
대놓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혁명이다
性을 부르짖은 사람들/ <킨제이 보고서> <래리 플린트> <부기 나이트>
아직도 미국은 섹스 어필하는 영화에 대한 검열이 폭력영화나 전쟁영화에 대한 그것보다 엄격한 나라다. 짐짓 보수적이고, 소수자에 대해서는 대놓고 예의가 없어서,// 피임의 필요성을 말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했던 시기. 다양한 연력, 직업, 인종의 1만2천명을 심층인터뷰하여 남성 성기 중심의 성문화에 속하지 않는 사례가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 출간됐다. <킨제이 보고서>는 이를 작성한 앨프리드 킨지가 자신이 제시한 노골적인 성담론으로 사회의 표적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킨지가 보
영화로 배우는 미국 현대사 [2] - 심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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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영화의 공통점. 첫째, 대부분 이야기의 형태로 전해진다. 둘째, 어느 한쪽의 말만 듣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강한 만큼 잔인한 나라 미국의 역사, 그리고 미국영화의 역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역사는 전세계에 영향을 미쳐왔고, 미국영화는 전세계인들이 보아왔다. 당신이 알아야 할 미국 역사의 모든 것…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것들이 이미 영화에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영화 속, 우리가 미처 주의깊게 살펴보지 못했던 미국 현대사의 다양한 빛과 그늘이 그곳에 있다. 배우 조지 클루니가 감독으로서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굿 나잇 앤 굿 럭>도 자국의 뒤틀린 역사를 냉정하게 들쑤신다. 알면 알수록 재수없게 느껴진다고? 그래도 아는 게 힘이다.
입문편: 다음 영화들과 미국의 특정시대를 연결해보자.
어떤 식으로든, 영화는 사회를 반영한다. 대개 미국의 현재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보여주는 다음의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미국이란 곳은 날 때부터
영화로 배우는 미국 현대사 [1] - 입문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