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마침내 날갯짓을 시작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촬영을 마쳤어야 할 이 영화가 캐스팅 문제로 투자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해 12월 제작이 중단됐다가 지금에야 다시 제 궤도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3월11일 전라남도 장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는 <천년학>의 성공적인 재기를 알리는 팡파르였다. <씨네21>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계속될 이 천리 길의 첫 한 걸음을 따라잡았다. 다음날 이뤄진 제작진의 광양 매화마을 세트장 방문 모습과 임권택 감독과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쩌기가 임권택이란 양반 아녀.” “오정해네, 창 하는 오정해. 고 옆엔 조재… 뭐여?” 어둠을 헤치고 출발한 버스가 6시간 넘게 걸려 닿은 작은 마을은 장터처럼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100여명의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를 제하더라도 100명은 족히 될 인근 주민들이 바닷가 제방가를 빽빽하게 메우고 있었다. 이날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천년학>, 본격 제작 시작 [1]
-
서면 질문지에 대한 미카엘 하네케의 답변은 절반만 도착했다. 그는 얼마 전에 있었던 수술로 인해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고, 남은 절반의 질문지를 채워낼 여력이 없다는 전언이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보내준 답변에 외신과의 인터뷰를 일부 발췌해서 첨부했다.
-당신은 현대 유럽 영화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불린다. 그같은 명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난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지루하냐?’고 물어본다. 감독으로서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은 관객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암시한다. 가능한 한 관객의 마음을 최대한 많이 동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히든>은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여러 해 동안 함께 일하자고 제의해온 다니엘 오테유를 위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를 보면 내면에 어떤 비밀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하네케는 2000년작 <미지의 코드> 역시 작업을 제의한 줄리엣 비노쉬를 위해 만들었다- 편집자).
-<히든&
<히든>의 미카엘 하네케 [3]
-
코드3 - 미디어/ 하네케는 미디어를 믿지 않는다
하네케 영화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TV를 본다. <일곱 번째 대륙>의 가족은 죽어가는 순간에 TV 수상기에서 흘러나오는 팝송(<Power of Love>)를 듣는다. <베니의 비디오>의 베니는 도살당하는 돼지를 담은 테이프를 반복적으로 본다. 스쳐지나가는 장면에서도 TV는 끊임없이 네오나치의 살인과 장난감 광고와 전쟁영화를 방영 중이다. <히든>에서도 거실에 켜져 있는 수상기에서는 끊임없이 이스라엘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계적 폭력의 이미지들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무엇도 배우지 못한다. 보스니아 학살현장을 담아온 <미지의 코드>의 포토 저널리스트도 아내와의 소통에서는 실패할 뿐이다. “미디어는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며 의식을 교란시킨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 우리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히든>의 미카엘 하네케 [2]
-
현대 유럽 영화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미카엘 하네케의 신작 <히든>이 3월30일 개봉한다. 프랑스 중산층 지식인의 위선을 파헤치는 매서운 스릴러 <히든>은 하네케 세계의 종합이자 미학적 절정에 달해 있는 작품이다. 하네케는 언제나처럼 흔들리지 않는 카메라로 멈추어선 채 주인공들을 쥐고 흔들며, 동시에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고통스럽지만 지적인 게임을 제안한다. 데뷔작인 <일곱 번째 대륙>으로부터 <히든>에 이르기까지, 지난 17년간 하네케가 만들어온 모든 작품들로부터 5개의 코드를 뽑아 그의 세계를 되짚었다. 함께 실린 서면인터뷰는 폭력과 선동의 작가로만 알려진 하네케를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켜본다. 숨어서 지켜본다. 카메라는 파리의 한 골목에 있는 중산층 가정집의 정면을 지켜본다.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지켜본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관객은 깨닫는다. 그들이 지켜보는 이미지는 주인공인 조르주와 안
<히든>의 미카엘 하네케 [1]
-
-
올해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특징은 감초배우들이 원톱으로 영화에 등장해 인기를 누리는 것. 조연으로 12년간 고생한(?) 끝에 ‘꼭짓점 댄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수로, 사기꾼, 도둑 등 안 해본 악역이 없는 이문식, 소심하고 순진한 코믹남과 악당을 오가는 류승범, 임창정 등 이제 한국의 코믹 배우 라인업은 여느 외국 부럽지 않을 정도로 풍성하다. 그런 의미에서 비교해봤다. 한국과 외국에서 코믹 연기로 뜬 남자배우들의 대결, 지금부터 관전하시라.
1. 주접(?)으로 뜬 괴짜들 - 잭 블랙 vs 김수로
쿵쿵쿵쿵! 공룡이 쫓아오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영화를 찍으려고 애쓰는 <킹콩>의 칼 던햄. 고집 세고 욕심 많은 감독 칼 던햄을 연기한 잭 블랙에겐 범상치 않은 외모처럼 독특한 자기만의 연기 영역이 있다. 그는 <자칼>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등 수많은 블록버스터에 조연으로 출연했지만, 그의 주종목은 역시 코미디영화다. 엉덩이
원맨 코미디의 산증인들! 한국 vs 외국 남자 코믹 배우 비교
-
5위 <피도 눈물도 없이>의 독불이
선정 이유: 엘리트 악당이 판을 치는 요즈음, 참으로 단순하고 무식하여 돋보이는 악당. 더불어 작명 또한 독창적이다.
그는 누구인가: 한때 권투선수였던 독불이는 투견꾼이 되어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대박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기다리다 못해 직접 대박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단순하고 난폭하기만 했던 독불의 인생은 함정과 사기가 뒤엉킨 미로처럼 변해버린다. 주먹밖에 없는 독불이가 어찌 미로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겠는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 투견장의 개처럼 날뛰는 모습이 고색창연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남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여자 패는 깡패는 영화 속에서 많이 보았지만, 독불이처럼 스펙터클할 정도로 주먹을 날리는 남자는 많지 않았다.
경쟁자: <나쁜 남자>의 한기. 돈이든 여자든 한번 꽂히면 지독하게 물고 늘어지는 남자들은 역시 무섭다.
4위 <배트맨2>의 펭귄맨
선정 이유: 펭귄 닮은 외
최고의 악당 베스트 10 [2]
-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당황할 때가 있다.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하는 것이 바른 관객의 자세일 텐데, 남몰래(어차피 아무도 모르겠지만) 악당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저 인간은 주인공보다 잘생겼잖아, 잘생긴 남자가 이겼으면 좋겠어!” “흥! 착한 척하기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사랑 타령이란 말이냐!(아 참, 저 영화는 조선시대지)” 그러다보니 마음에 드는 악당 리스트도 차곡차곡 쌓여가게 마련이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이지만, 미움받는 악당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우기다보면 공정해질 수가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뽑은 멋진 악당 베스트 10이다.
10위 <반지의 제왕>의 나즈굴
선정 이유: 검은 두건을 쓰고 검은 말을 탄 반지의 악령. 말없는 카리스마와 외모에서만은 따라올 악당이 없다.
그는 누구인가: 절대반지를 만든 사우론은 인간과 요정과 난쟁이를 위해서도 몇개의 반지를 만들었다. 나즈굴은 그 반지의 힘에 매혹되어 영혼을 잃어버리고
최고의 악당 베스트 10 [1]
-
패션은 곧 메시지다. 3월12일 웨스틴조선호텔, 오다기리 조는 마치 히미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듯, 영화 속 히미코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그는 매우 침착하고 조용했으며, 간단한 질문에도 신중한 태도로 임했다. 때로는 <박치기!>의 사카자키 같고 때로는 <메종 드 히미코>의 하루히코 같았던 그와의 인터뷰를 아래 싣는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게이 하루히코 역을 맡았다. 어떤 준비를 했나.
=게이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말투나 앉는 자세, 이런 걸 게이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히코는 게이라서 히미코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우연히 사랑을 하게 된 대상이 히미코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가지는 일본의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긴 담배를 피운다. 길고 가는 담배. 그래서 ‘에세’ 담배를 한국에서 가져와서, 그걸 피웠다.
-게이인 하루히코가 사오리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인간이기 때문에. 밥
오다기리 조를 만나다 [3]
-
“세계에서 제일 첫 번째 팬은 자기 자신”
<밝은 미래> 이후 니무라 역의 ‘해파리’ 같은 이미지는 <꿈속에> <스크랩 헤븐>과 최근의 <유레루>까지 이어진다. 사회에 ‘독기’를 품고, 현실의 자신과 싸워가는 모습이다. 오다기리 조는 이런 장르의 영화를 음악의 한 장르인 펑크록에 비유한다. “사회에 대한 저항심, 굳이 방황하고 싸우는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느끼고 있는, 그런 정도의 반항심.”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스크랩 헤븐> <꿈속에> 등이 이런 카테고리로 묶일 만하다. 그리고 오다기리 조는 비교적 조용한 느낌의 영화 <메종 드 히미코>까지 ‘펑크적’이었다고 말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여러 가지 테마가 가능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게이가 등장하는 영화, 죽어가는 사람과 그를 바라보는 이의 영화, 내가 이 영화에 출연한다면 모처럼 좋은 영화에 나왔다는 소리를 듣겠구나(웃
오다기리 조를 만나다 [2]
-
네이버 지식검색에 ‘오다기리 조’를 치면, ‘<메종 드 히미코>의 하루히코가 <박치기!>의 사카자키 맞나요?’라는 질문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아무리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좀 심하다. 게이 청년 하루히코(<메종…>)와 히피 패션의 사카자키(<박치기!>), 그리고 지식검색의 몇 페이지를 더 넘겨 <밝은 미래>의 ‘해파리 소년 니무라’까지. 배우 오다기리 조가 궁금해진다. 그는 하루히코일까, 사카자키일까, 아니면 니무라일까? 이누도 잇신 감독과 함께 <메종 드 히미코>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오다기리 조를 만났다.
2005년 6월, 일본의 영화잡지 <키네마준보>는 오다기리 조 특집 기사에서 조니 뎁의 이름을 자주 언급했다. 어두운 내면을 연기하면서도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와 같은 유쾌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조니 뎁이 당시 <밝은 미래> <스크랩
오다기리 조를 만나다 [1]
-
촬영 - 찍어보기는 했지만
한강변에서의 첫 촬영날.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풍에 장성미 조감독은 눈물을 질질 흘리며 딱딱이를 친다. 황대진 촬영감독의 손은 얼어붙어 있다. 강도높은 리허설 덕인지 ‘새가슴’(이종도)과 여자친구인 ‘얼굴값’(홍하얀)의 주거니받거니가 나름 괜찮다. 일정이 빠듯해서 모니터를 켤 시간도 없다. 부리나케 한신을 해치우고 현장에 공수된 뜨거운 국물과 김밥과 홈메이드 유부초밥을 스탭들과 나누어 먹다. 와이프와 장모와 처형의 정성이다. 유일하게 스탭들 모두를 만족시킨 건 감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과단성 따위가 아니었다. 아내의 손맛이었다. 꽥!
한강변 신을 다 해치우고 주유소 옆길에서 한신을 찍다. 전기 끌어오는 일을 김효창이 능란하게 해낸다. 역시 관록이 중요하다. 지옥에서 헤매던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 비하면 촬영은 소풍 같았다. 준비한 대로 찍으면 되니까. 영화사 봄의 김민정과 그의 친구 이은하가 핫팩과 도넛을 싸들고 왔고 내친김에 행인과 잡상인 연기
왕초보의 영화 만들기 [2]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나도 정재영처럼 ‘원정’을 떠나기 전에, 내 첫 ‘영화원정’을 떠나기 전에, <욥기>의 구절이라도 외웠어야 옳았다, 돌이켜보니. 그냥 나는 김기덕의 영화와 경쟁하겠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초저예산과 초긴박 촬영일정을 김기덕적인 의지로 다 맞추겠다, 그것 말고는 아무런 욕심이 없었다. 카메라 시점은 어떻게 만드는지, 180도 가상선은 어떻게 지키는지 또는 창의적으로 어기는지, 대화신에서 카메라는 어떻게 이동해야 긴장감이 생기는지, 거울과 유리창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붐마이크는 어떻게 치울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도대체 내가 욕심을 낼 수 있는 게 뭐가 있으랴. 겨우 2회차 촬영에 뭘 할 수 있었으랴.
그러나 설령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욕심은 다부졌어야 옳았다는 생각이, 상영회를 하는 청평산장에서 퍼뜩 들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연쇄살인극이 일어나면 딱 어울릴 으스스하고 휑하니 넓은 산장
왕초보의 영화 만들기 [1]
-
적정 가격의 유료화가 필요하다
씨네21/ 유료화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조성규/ 올해 베를린에 갔는데 모바일 판권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했더니 상대가 좀처럼 이해를 못하더라. 그들 입장에선 그게 수익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반면, 우리 입장에선 거대 통신회사들의 요구가 있는 거고. 인터넷 판권만 하더라도 지금은 다 계약서에 명시하는데, 실은 한국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다.
조광희/ 초고속 인터넷이 발전한 한국 같은 멋진 신세계에서 발생하는 곤란한 문제인데. (웃음) 개인적으로는 결국엔 극장, DVD와 비디오 그리고 인터넷 정도로 윈도가 압축될 것이라고 보는데. 현재는 이용하고 싶고, 이용하기 쉬운데, 자꾸만 묶어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인간행동 차원에서 볼 때 법이 있고 그 법을 사람들이 얼마나 잘 지키느냐 하는 문제는 얼마나 법을 쉽게 어길 수 있느냐, 법을 어겼을 때 리스크는 어느 정도냐, 합법적 대안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영파라치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2]
-
불법 영화파일을 신고하면 포상한다는 영파라치 제도가 시작된 지 한달이 넘었다. 2월1일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둔 듯하다. 3월9일 현재 10개 영화사들의 위임을 받아 영파라치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온라인 업체 씨네티즌의 사이트에는 7만6천여건에 달하는 신고 건수가 접수된 상태다. 그동안 복제 파일이 무성했던 이름난 공유 사이트들은 초토화됐다. 뒤져봤자 별 볼일 없는 ‘야동’투성이다. 반면, 영파라치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3월부터서는 씨네티즌쪽에서 법무법인 일송과 함께 불법 영화파일을 인터넷에 올린 이들이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씨네21>이 긴급좌담을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혜준(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이원재(문화연대 사무처장), 조광희(변호사·법무법인 한결), 조성규(영화사 스폰지 이사) 등 관련 업계 종사자와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이 3월7일 좌담에 참석했
영파라치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