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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에게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일본영화는 <린다 린다 린다>가 처음은 아니었다. 봉준호 감독이 일본영화제에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에 열광하고,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를 봤다며 배두나를 캐스팅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을 때까지만 해도, 배두나는 해외 진출에 별 생각이 없었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일본에서 개봉할 때,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호텔로 배두나를 찾아와서 시놉시스라는 종이 몇장과 자신의 예전 영화 비디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부를 블루하트의 CD를 전해주었다. 서울로 돌아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영화를 보자마자 출연을 결정했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생각하는 한국 여학생들은, 일본보다 더 소녀적이고 순수하고 낭만적인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영화 속 송도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설정이다. 배두나가 캐스팅되고 나서 대본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송은, 배두나의 이미지에 크게 기대고 있지만
배두나의 <린다 린다 린다> 포토코멘터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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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불친절한 두나씨’라는 블로그를 가지고 있는 배두나는 카메라를,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사진에 빠지게 됐냐고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계 만지는 걸 워낙 좋아해 매뉴얼 안 보고 직접 기계를 만져가며 성능을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데, 사진에 빠지면서부터는 매일 밤마다 두꺼운 사진집을 보다 잠들곤 했다고. 그렇게 시작된 것뿐이라고. 친한 포토그래퍼들에게 물어 좋은 카메라를 찾아냈고, 영화 촬영장에도 늘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뭐 하나에 빠지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오타쿠처럼”이라며 웃는 배두나는, 2004년 9월8일부터 10월3일까지 있었던 <린다 린다 린다>의 촬영장에도 구석구석 카메라를 들이댔다. 도쿄에서 북쪽으로 신칸센을 타고 1시간쯤 가면 있는 군마현 마에바시에 있는 폐교에서 진행된 촬영 동안 배두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고, 멋진 추억을 얻었다. 카메라 광고 문구대로 사진이 기억을 지배한다면, 여기 있는 사진들은 당신이 배
배두나의 <린다 린다 린다> 포토코멘터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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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란체스카3>의 김수미는 유쾌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뱉는 욕설과 흥겨운 <젠틀맨송>은 일용 엄니 이미지를 거침없이 벗어버렸다. 그리고 <맨발의 기봉이>, 포스터 속 그녀의 모습은 일용 엄니를 연상시킨다. 흰머리와 굽은 어깨, 순박함이 묻어나는 얼굴의 미소는 다시 <전원일기>의 한 페이지를 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바탕 코미디의 난장을 끝내고 휴먼드라마로 돌아온 김수미, 비오는 주말 그녀를 만났다.
-<맨발의 기봉이>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셨나요?
=일용 엄니랑 비슷할까봐 망설였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다보니 신현준씨 역할이 참 좋더라고요. 또 현준씨가 꼭 엄마가 되어달라고 부탁도 했고. 일용 엄니는 주책도 없고 가벼운데 기봉이 엄마는 전혀 달라요.
-애드리브를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게 강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가장 큰 강점은 순발력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리허설할 때는 잘되다가도 촬영만
중년의 카리스마 김수미 [3]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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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의 여성성, 모성과 도발적 설정의 충돌
김수미의 엄니, 엄마, 어머니 연기에서 특징적인 것은 그녀의 모성이 여성성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귀엽거나 미치거나>이다. 그녀는 이 시트콤에서 1인2역을 맡아 자신의 일용 엄니 이미지를 패러디한다. 그녀는 미술관 관장인 우아한 김수미와 말 농장을 운영하는 그녀의 엄마 역을 맡았다.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는 수시로 충돌했고, 그 둘 사이의 화학작용은 웃음을 유발했다. 이는 곧 다양한 이미지의 충돌과 결합이 나타내는 시너지 효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웃음의 내부에는 예상외로 간단한 구도의 대립항이 존재한다. 하나는 일용 엄니로 대변되는 모성의 이미지고 다른 하나는 여성성의 표현이다. 김수미에게 여성성은 언뜻 가깝게 다가오지 않지만, 실제로 그녀는 매우 여성적이다. “저는 옷 치장하고, 액세서리 사는 거 좋아해요. 그래서 <안녕, 프란체스카3> 하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구나 생각했죠.”
중년의 카리스마 김수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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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중년 배우는 많다. 김혜자, 백윤식, 나문희, 김해숙, 고두심 등. 이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며 믿음을 준다. 하지만 이들이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기억은 거의 없다. <순풍산부인과>의 오지명과 “니들이 게맛을 알어?”의 신구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2005년, 김수미는 한국영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마파도>의 성공과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3>에서의 이사벨이 결정적이었다. 그녀가 부른 <젠틀맨송>은 화제가 되었고, 관객은 그녀의 욕설을 듣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로만 기억됐던 김수미는 이제 중고생들에게 이사벨과 수미 언니로 불리고 있다. 올해에만 개봉하는 영화가 6편이다. 그녀는 이제 중년 배우이기에 앞서 스타 배우가 되었다.
조역이거나, 코미디거나. 지난 몇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중년 배우들이 소비되는 방식은 단 두 가지였다. 선남선녀 주인공들의 부모가 되거나, 작심하고 망가져 웃음을 주거나.
중년의 카리스마 김수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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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훈훈한 위로를 주고 싶단 생각이….”
봄 하고도 3월 말이지만 임상수 감독이 느끼는 한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겨우내 찬바람이 뼛속을 휘감고 다녔던 것 같다. 타지를 돌아다니며 촬영한 탓인지 얼굴도 많이 그을려 있다. 점퍼에 가죽 코트까지 입고 감기약을 챙겨먹는 것도 모자랐는지 스웨터를 하나 더 껴입는다. 문제작들로 줄곧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임상수 감독에게 <오래된 정원>은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따뜻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원작의 장면이 더욱 강렬하게 시각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가령 현우가 출소 뒤에 우는 장면이나 윤희가 교도소에 면회 갔다가 나오는 장면.
=문학적 표현과 영화적 표현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작에선 TV 요리프로그램을 보다가 현우가 눈물을 글썽이는데, 감독으로서 그 장면을 감동적으로 만들 자신이 없어 화장실 유리 앞에서 우는 장면으로 각색을 했다. 소설에서 아무리 좋아도 영화적으로 관념을 찍을 수는 없다.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찍을
<오래된 정원> 갈뫼 현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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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원 바깥에서 - 강원도 정선, 기차, 현우
지진희와 염정아가 스탭에게 고기를 산 저녁은 훈훈했다. 스탭들은 다음날 20시간 연속 촬영이 있으니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 심산이었다. 봄날의 폭설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길을 가까스로 달려 자정 무렵 도착하니 한숨이 먼저 나왔다. 촬영이 없으면 기삿거리도 없는 것이니까. 일찍 잘 거라던 감독과 스탭들은 노래방에서 광란이었다. 저 폭설에서 어떻게 봄날을 찍을 수 있단 말인가. 과묵하던 촬영감독의 저 즐거운 광란은 혹시 촬영이 취소됐다는 절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촬영 취소 통고를 받고 아침에 여관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김우형 촬영감독과 조희진 조감독 등 스탭들은 현장에 나가 희망을 타진했다. 눈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는데 촬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도착했다. “3월 막바지라고 해도 강원도에서 봄날장면을 찍는 계획은 위험하지 않았느냐”고 지청구를 넣으니 임 감독 왈, “얼마
<오래된 정원> 갈뫼 현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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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 <오래된 정원>은 황석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겨울공화국’이 끝나는 줄 알았던 80년 봄, 참혹한 광주의 비극이 일어났다. 이듬해 현우(지진희)는 수배를 피해 잠수를 타다가 자신을 숨겨준 윤희(염정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둘 사이의 봄날은 너무나 짧았다. 현우는 붙잡혀 감옥으로 가서 세기말을 맞고, 윤희는 감옥 바깥에서 세기말을 맞는다. 이루어질 수 없어 더 간절했고, 불의의 시대가 가로막아 더 애틋한 열애담.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은 두 연인의 열애 속으로 들어가 지난 세기를 굽어보며 인류의 이상과 그 도전을 톺아본다. 임상수 감독은 암울한 시대의 벽화 안으로 들어가 두 사람의 열애를 발견한다.
우리 시대를 온몸으로 밀고 나가며 ‘살아냈던’ 작가 황석영의 열애담이 카메라에 어떻게 잡히는지 궁금했고, <그때 그사람들>로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적 작가 임상수의 1980년대 독해가 궁금했으며, <바람
<오래된 정원> 갈뫼 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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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9월_ “무조건 형사들한테 매달리고 보자”
일단은 무작정 부산에 덤벼드는 것을 포기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부산일보>의 지난 기사 검색 중에 대단히 흥미로운 사건 하나를 발견했다. 이 사건에는 뭔가… 동물적인 이끌림이 있었다.
일명 남구 백운포 살인사건. 1999년 마약 조직의 내부 암투에 의해 일어난 살인사건이었고, 당시에 기사를 썼던 기자와 어렵게 통화가 이루어졌다.
<부산일보> 기획취재부의 강병균, 이현우 기자였다.
그중 나와 연배가 비슷한 이현우 기자가 무척 열심히 도와주었는데, 그는 학생 시절 내가 장산곶매 활동할 때 조감독으로 참여한 <닫힌 교문을 열며>를 본 적이 있었기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이 기자가 소개해준 살인사건의 담당 형사들을 만났는데, 남부서의 형사들 중 한명이 부산 지방경찰청 마약과에 착출돼 오랫동안 일한 마약 담당 베테랑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이제부터는 한
<사생결단> 시나리오 취재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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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물 <바이 준> <후아유>를 연출한 최호 감독은 초롱초롱한 눈빛과 동글동글한 얼굴로 인해 매우 선한 인상이다. 그가 일명 ‘뽕 누아르’ <사생결단>을 차기작으로 결정했을 때, 아마 주위 사람들은 조금 당황했을 것이다. <사생결단> 시나리오를 위해 부산으로 달려간 최호 감독의 취재기는 흡사 잠복근무를 하는 형사의 수사일지를 떠올리게 한다. <사생결단>이 이뤄낸 이야기의 핵심을 만들어준 누군가를 만나는 데까지는 오랜 인내가 필요했다. 친척들이 소개해준 술집 주인, 중간 보스, 경찰관이라는 정거장을 지나는 6개월 동안 최 감독은 눈을 부라리기도 하고, 어수룩한 척 머리를 긁적이며 안간힘을 썼다. 그것은 수면 밑에 잠든 대어를 낚기 위해 낚싯대를 드리운 채 꿈쩍도 않는 강태공의 기다림이었다. 후카사쿠 긴지의 남성드라마에 열광했던 최호 감독이 드디어 낚아올린 마약과 어둠의 세계, <사생결단>의 시나리오는 이렇게 쓰여졌다.
<사생결단> 시나리오 취재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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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조 블랙의 사랑>의 조 블랙(브래드 피트)
현재 위치: 빌(앤서니 홉킨스)과 동거동락하고 있지만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드류(제이크 웨버)가 빌의 회사를 팔아넘기려는 음모를 드러내자 그에게 자신을 세무감사 공무원이라고 소개한다.
매력·재능: ★★★★☆ 땅콩버터를 좋아하고, 떨리는 키스를 할 줄 알며, 여자에게 순정을 바칠 줄 아는 남자를 칭찬하는 최고의 단어가 매력적이라는 말이라면 조 블랙은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 사랑에는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눈빛과 손짓은 상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사랑은 스킬보단 진심이 중요하니.
자기관리: ★★☆ 철저한 편. 이렇다할 소문이 없다.
소문: 잠시 저승사자가 빙의됐었다는 말이 있음.
위험도: ★★★ 불현듯 찾아온 사랑에 어쩔 줄 몰라하는 인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랑을 많이 해본 사람이 안 해본 사람보다 덜 위험하다. 자신의 감정에 너무 취해 상대를 보지 못하는 실수를 바람둥이는 하지 않는
경계 대상 연예 파트너들의 엑스파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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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괴담이 있다. 한 청년이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는다. 날은 순식간에 저물고 그는 산속을 헤매다 작은 불빛 하나를 발견한다. 불빛을 따라 발길을 옮긴 청년은 모녀가 사는 집을 발견한다. 그는 딸에게 하룻밤 쉬어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잠자리에 들지만 새벽녘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깬다. 문을 살짝 연 그는 눈앞의 광경에 경악한다. 청순가련해 보였던 모녀가 입맛을 다시며 칼을 갈고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엔 아주 실해 보이던데. 맛있겠어!”
한없이 순하게만 보였던 그녀가 알고 보니 연쇄살인범이었다면, 한없이 자상한 그가 알고 보니 대책없는 마마보이였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설마했던 일들이 기어이 일어나는 곳이 또 세상 아닌가. 그래서 준비했다. 달콤한 그들의 살벌한 속사정을 파헤친 ‘엑스파일’을.
10위 <권태>의 시실리아(소피 길레망)
현재 위치: 17살 누드모델. 늙은 화가와 은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그가 죽자 40대 철학교수 마르땅(샤를
경계 대상 연예 파트너들의 엑스파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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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성격, 지독한 일중독자
마이클: (트레일러 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대답 좀 하지요? 사람을 오라고 했으면 대꾸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스칼렛: (문을 열더니) 들어오세요.
마이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스칼렛: 이완하고 찍을 베드신 말인데요, 감독님. 저요, 이 빌어먹을(motherfucker) 싸구려 브래지어 도저히 못 입겠어요. 벗고 할래요, 젠장(fucking naked).
-2005년 미국 어딘가, <아일랜드> 촬영장
스칼렛 요한슨은 활달한 것 이상으로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유명세를 얻음과 동시에 사생활을 모두 뺏긴 삶이 너무 싫다고 인터뷰마다 길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물며 남동생이랑 외출을 해도 다음날 신문에 남자친구 생겼다고 사진이 실린다. 난 그런 데 적응 못한다. 적응하고 싶지도 않다.” 반면에 그는 “차 안에서 섹스를 하는 건 정말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이왕 화끈하게 할 거면 뒷좌석이 좋다”든가 “얼
액자를 부수고 나온 21세기형 비너스, 스칼렛 요한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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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위더스푼, 커스틴 던스트, 내털리 포트먼, 키라 나이틀리, 린제이 로한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1세기 할리우드를 책임질 여배우 군단이라는 점이다. 한명이 빠졌다. 스칼렛 요한슨이다. <판타스틱 소녀백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에 이어 지난해 마이클 베이의 블록버스터 <아일랜드>를 찍으면서 이른바 ‘작은 영화’와 ‘큰 영화’의 영역을 모두 흡수하기로 한 스칼렛 요한슨은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기대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5명의 무리에 스칼렛 요한슨을 탁 끼워넣기가 어딘가 석연찮다. 국내 개봉하는 우디 앨런의 신작 <매치포인트>를 본다면 이 석연찮은 느낌은 굳어질지도 모른다. 대체 스칼렛 요한슨이 지금 할리우드를 달구고 있는 또래 여배우들과 차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천진하면서도 깊고 복잡한 눈빛 뒤에 있는 스칼렛 요한슨의 개성을 뜯어보기로 했다.
우디 앨런의 신작
액자를 부수고 나온 21세기형 비너스, 스칼렛 요한슨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