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4일, 캘리포니아 컬버시티에 위치한 소니픽처스 스튜디오에선 기자들을 초청해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의 미공개 영상을 몇편 공개했다. 모두 더하면 30분 정도 길이의 토막난 영상을 보기 위해 기자들은 휴대전화를 밀봉했고 비밀유지 서약에 서명했다. 그만큼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대한 경비는 삼엄했다. 전편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한 데다 오리지널의 주인공인 해리슨 포드가 캐릭터의 30년 뒤를 연기하기 위해 돌아오기도 했으니 이 영화의 혈통을 의심할 것은 없었다. 게다가 <라라랜드>(2016)로 커리어의 정점에 선 라이언 고슬링의 차기작이라는 점, <프리즈너스>(2013),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콘택트>(2016) 등 내놓는 신작마다 잔혹하면서도 우아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까지, 제작사가 이 영화에 비상한 관심을 쏟는 이유는 손가락으
베일 벗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둘러싼 기대와 짐작
-
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가 극장가에서 흥행 참패를 겪은 지 35년이 흘렀다. 그사이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극장판의 완성도에 이의를 제기하며 지금껏 다섯 가지의 판본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랬던 그가 수십년이 지나 속편의 아이디어까지 구상한 것은 <블레이드 러너>의 창조주로서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리들리 스콧의 지휘 아래, 오리지널 ‘릭 데커드’인 해리슨 포드와 그의 뒤를 잇는 새로운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 연출을 맡은 드니 빌뇌브 감독 등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그리고 지금 관객의 눈높이를 과연 무엇으로 만족시켜줄까.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개봉에 앞서 스튜디오가 미리 공개한 짧은 영상과 배우 라이언 고슬링을 직접 만나고 온 안현진 통신원의 현지보고를 통해 속편에 관한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해보고, 오리지널 <
<블레이드 러너 2049>와 <블레이드 러너>
-
“영국, 미국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 나라입니다.” 배우 콜린 퍼스가 말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골든 서클>)의 세 번째 프리미어 행사가 한국에서 열렸다는 건 이 영화에 대한 국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킹스맨’ 프랜차이즈의 제작진 또한 잘 알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골든 서클>의 세 배우, 콜린 퍼스와 태런 에저턴, 마크 스트롱이 9월 21일 CGV용산에서 국내 매체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태런 에저턴은 <독수리 에디>(2016)의 홍보차 내한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고,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은 이번이 첫번째 내한이다. 지난 19일 입국한 세 배우는 사흘 동안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이어갔다. 20일 저녁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배우들과의 무대인사가 취소되며 관객의 항의가 잇따르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세 배우는 “한국에서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는 소감을 입을 모아 전했다. 이들
<킹스맨: 골든 서클>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콜린 퍼스, 태런 에저턴, 마크 스트롱
-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최근 이만큼 유행한 명대사가 있을까. 다소 침체기에 있던 액션 첩보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4)의 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이 드디어 국내 관객을 만난다. 다행히 콜린 퍼스가 연기하는 해리 요원은 돌아왔으나 전작과 비교해 돌아온 ‘킹스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위험한 신사들의 귀환을 알리는 <킹스맨: 골든 서클>의 모든 것을 A부터 Z까지 키워드로 분석해봤다.
A _미국 America
“우리는 1편에서 문화의 충돌을 탐구했다.” 콜린 퍼스의 말이다. 매튜 본이 창조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시크릿 에이전트>)는 단지 스타일리시한 첩보영화이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다. 영국의 뒷골목 소년 에그시(태런 에저턴)가 비밀첩보기관 킹스맨의 존재를 알게 되고, 킹스맨의 유능한 일원이자 멋
<킹스맨: 골든 서클>의 모든 것, A부터 Z까지
-
-
<쎄시봉>(2015) 이후 한동안 중국영화를 준비하던 김현석 감독은 <아이 캔 스피크>의 공동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로부터 시나리오를 전달받는다. 거절할 이유나 댈 셈으로 시나리오를 읽어내려갔다는 감독은 결국 올해 1월 <아이 캔 스피크>에 합류해 옥분(나문희)과 민재(이제훈)를 만난다. <아이 캔 스피크>는 구청의 민원왕 나옥분 할머니가 가슴 깊이 묻어뒀던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과정을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도록 찡하게 그려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상업영화로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는 데도 성공한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부터 첫 기술시사를 마친 날까지, 8개월 동안 <아이 캔 스피크>와 더불어 살았던 김현석 감독이 영화만큼이나 담백한 필치로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과 현장의 대소사를 깨알같이 전해왔다. 지난주 인터뷰(1123호 씨네인터뷰 “배우들을 믿고, 그 장면의 진실함을 믿고 갔다”)를 가졌던 김현석 감독이
김현석 감독이 말하는 <아이 캔 스피크> 제작기
-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담담한 말 끝에 백성을 등지고 남한산성으로 피신해야 했던 임금의 급박한 발걸음, 초라한 인조의 뒷모습이 잡히는 듯하다. 1636년 인조 14년. 조선의 왕은 47일간 남한산성에 고립되었고, 청 태종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의미의 절을 했다는 치욕의 역사로 후대에 회자된다. 하지만 그 결정을 어느 누가 패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전쟁영화지만 사실상 육신의 전투가 아닌 말의 전쟁. 고립무원의 성 안에서는 ‘진짜 나라를 위한, 백성을 살리는’ 승리가 무엇인지에 관한 서로 다른 두 주장이 ‘목숨을 내걸고’ 맞부딪히고 있었다. 청과의 화친을 주장한 주화파 최명길(이병헌)과 당장 죽을지언정 타협하지 않으려는 척화파 김상헌(김윤석). 서로 다르지만 충성과 신념을 다한 말과 말이, 서로를 향한 칼처럼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긴장의 연속.
전투로 볼 때는 ‘지는 싸움’을
황동혁 감독에게 듣는 <남한산성> 제작기
-
계절이 바뀌기 전부터 극장가는 미리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군함도> <택시운전사> 등 이슈를 몰고 다니던 여름 극장가의 열기를 뒤로하고 추석 시즌을 맞이한 영화들이 베일을 벗었다. 일찌감치 개봉을 한 한국영화 <아이 캔 스피크>와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남한산성> 그리고 개봉을 맞아 배우들이 한국을 찾은 <킹스맨: 골든 서클>, 35년 만에 돌아온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올가을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위안부 문제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상업영화 틀 안에서 감동적으로 풀어낸 <아이 캔 스피크>의 김현석 감독은 <씨네21>에 직접 쓴 제작기를 보내왔으며, 이병헌·김윤석·박해일·고수·박희순의 만남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을 이화정 기자가 먼저 만나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정리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과 <블레이드 러
<남한산성> <아이 캔 스피크> 감독 제작기와 <킹스맨: 골든 서클> <블레이드 러너 2049> 미리보기 & 다시보기
-
이원세 감독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원세 감독 마스터클래스’가 오는 9월15일(금)부터 22일(금)까지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린다. <잃어버린 계절>(1971)로 데뷔한 이원세 감독은 무분별한 산업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그려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81), 허황된 아메리칸드림에 경종을 울리는 <여왕벌>(1985) 등을 통해 특유의 사회비판적 시선을 보여줬다. 하지만 <특별수사본부 김수임의 일생>(1974), <엄마 없는 하늘 아래>(1977) 같은 장르영화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1975년에는 김호선·이장호·하길종·홍파 감독 등과 함께 ‘영상시대’를 결성하며 청년영화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여왕벌> 등 그의 대표작 12편을 상영한다.
1980년대 초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리는 ‘이원세 감독 마스터클래스’
-
문성근 배우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적폐청산 TF로부터 보고받은 ‘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 조사 결과로 드러난 블랙리스트에 영화감독이 무려 52명(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에 이르며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 비해 압도적이더라. 국가정보 전문가들로부터 영화와 영화인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웃음) ‘이명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영화계, 특히 독립영화와 민간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정부 지원을 못 받지 않았나. 지난 9년 동안 스마트폰이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감청이나 도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텔레그램이나 아이메시지를 통해 문자를 주고받은 것도 그래서다. 이번 공개된 문화·예술인 사찰은 사생활을 일일이 들여다보진 않았겠으나 동향을 광범위하게 파악했다는 점에서 국가폭력이라 할 수 있겠다. 문화·예술인을 포함해 KBS, MBC 같은 방송사와 대기업 투자·배
‘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 조사 결과 드러난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인들의 반응
-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이 영화계를 사찰하고, 우파영화 제작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_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네, 언론보도를 통해 봤습니다. 진실을 좀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_ 이낙연 국무총리
“확실하게 조사해주십시오.”_ 노웅래 의원
“네, 알겠습니다.”_ 이낙연 총리
지난 9월 11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마포 갑)이 이낙연 총리에게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이 영화계를 사찰하고 이승만, 육영수를 소재로 한 우파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씨네21>과 <한겨레21>이 함께 지난 3개월 동안 국정원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이 내부에 엔터팀이라 불린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직보 의혹을 받는 추명호 국정원 정보보안국장 산하에서 팀 형태로 운영되던 조직이었다. 국정원 엔터팀은 대기업 투자·배급사뿐만 아니라 직배사 임원을 정기적으로 만나 어
국정원 개혁위원회 ‘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 발표
-
<씨네21>은 지난주 <한겨레21>과 공동 취재해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엔터테인먼트팀(이하 엔터팀)을 보도한 바 있다(<씨네21> 온라인과 <한겨레21> 1179호 ‘표지이야기’에 실린 ‘박근혜 정부 국정원 엔터팀도 있었다’ 기사.-편집자). 청와대 직보 의혹을 받는 추명호 국정원 정보보안국장 산하에서 팀 형태로 운영되던 조직인 엔터팀이 진보성향을 가진 영화를 제작한 영화인들을 사찰하고 이를 근거로 제작·투자·배급 등 영화 제작 공정의 전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9월 12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및 ‘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이 MB 정부의 블랙리스트로 집중 관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의 영화계 사찰과 MB 정부 국정
<씨네21><한겨레21> 공동취재 - 정부가 앞장섰던, 창작의 자유에 재갈 물리기
-
“위대한 예술가들은 훔칩니다. 그들은 오마주를 바치지 않지요.” 쿠엔틴 타란티노의 명언이다. 후대의 많은 영화감독들에게 귀감이 된 위대한 감독들에게도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된 그들 각자의 멘토가 있었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때로는 회고록을 통해서, 영화감독들이 직접 밝힌 영감의 대상에 대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을 엮어 소개한다.
▶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사를 통틀어 막스 오퓔스가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 생각했으며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그에게 사로잡혀 있음을 고백한 바 있다. 큐브릭의 마지막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은 막스 오퓔스의 영화 <윤무>(1950)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아서 슈니츨러의 소설 <꿈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광의 길>(1957)을 촬영할 당시 큐브릭은 막스 오퓔스의 기일인 3월 25일을 기억하기 위해 그날의 촬영분을 롱트래킹숏(막스 오퓔스는 유려한 트래킹숏으로 유명했다)으로 채웠다고.
[감독들의 감독들⑦] 영화감독들이 영감을 얻는 법에 대한 몇 가지 진실
-
장르를 딱딱하게 정의 내리는 것만큼 무의미한 짓도 없지만 전쟁을 다룬다고 전부 전쟁영화는 아니다. 정확히는 이런 전쟁영화가 있을 수도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전쟁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심리적인 구조는 차라리 탈출극에 가깝게 다가온다. 놀란 감독이 전체적으로 참고했다는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서부전선 이상없다>(1930)의 경우엔 전쟁을 통한 반전영화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원작인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동명 소설부터 전쟁의 거대한 참상을 비판하는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29년 발표된 원작 소설은 르포 형식으로 실제 군인의 기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전 군인의 심정을 생생한 묘사를 빌려 담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실제 군인의 일기, 1인칭의 체험담이라는 형식이다. 원작 소설은 전쟁의 모든 상황을 전지적인 시점에서 재현하는 대신 어린 병사의 제한된 시점에서 파고든다. 루이스 마일스톤을 자극한 것도 이 지점이었을 것이다.
러
[감독들의 감독들⑥] <서부전선 이상없다> 루이스 마일스톤 - 전쟁영화의 형식미학
-
‘브랫팩 틴에이지 로맨스’ 영화의 대부. 1980년대에 활동하며 인기를 누리던 하이틴 스타들을 일컫는 ‘브랫팩’이란 단어는 존 휴스 감독의 작품 세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그가 각본과 연출을 도맡아 성공시켰던 <아직은 사랑을 몰라요>(1984), <조찬클럽>(1985), <신비의 체험>(1985), <페리스의 해방>, <결혼의 조건>(1988) 등을 비롯해 각본을 쓴 <휴가 대소동>(1983), <핑크빛 연인>(1986), <나홀로 집에>(1990) 등을 통해 몰리 링월드, 앤서니 마이클 홀, 빌 팩스턴, 매튜 브로데릭, 매컬리 컬킨 같은 배우들이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존 휴스 감독은 1980년대 할리우드 청춘영화의 상징처럼 늘 할리우드의 중심부에 존재해왔다. 그는 10대들의 눈높이에서 10대들의 일상과 사랑을 그대로 영화 안에 담아내겠다는,
[감독들의 감독들⑤] <페리스의 해방> 존 휴스 - 신나잖아! 유쾌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