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와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를 연달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바다보다 더 깊은>(가제)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처음 소개했다. <걸어도 걸어도>에 이어, 대중가요 노랫말에서 따온 제목인 <바다보다 더 깊은>은 부덕한 아버지, 부재하는 아버지라는 모티브를 감독의 근작과 공유한다. 소싯적 문학상을 탄 후 작가를 꿈꾸던 료타(아베 히로시)는 생활에 무심하고 도박벽을 씻지 못해 이혼에 이르렀고 흥신소 일로 생계를 버틴다.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는 데 실패했지만 료타에겐 미련이 남아 있다. 료타의 노모 요시코(기키 기린)도 아들의 재결합을 바란다. 그리고 요시코의 집에 료타와 전처 교코(마키 요코), 손자 싱고(요시자와 다이요)가 모인 저녁, 그해 여름 스물세 번째 태풍이 이들의 발을 하룻밤 동안 묶는다. 세상을 날리고 씻어내는 비바람이 암시하듯 이
[칸 스페셜] “다음 가족영화는 60대에 찍겠다” - <바다보다 더 깊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
-<어드벤처랜드> <아메리칸 울트라>에 이번 영화까지, 제시 아이젠버그와 세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했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그와 친분을 유지하나.
=<아메리칸 울트라>를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난 그를 그리워할 시간도 없었다. (좌중 웃음) 제시와 나는 진짜 친구다. 우리는 다양한 리액션을 섞어가며 우스운 대화를 나눈다. 무엇보다 나는 제시를 너무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 (웃음) 그가 옆에 있으면 당황하지 않는다. 나는 언론에 대해 다소 방어적인 편인데, 그와 함께 있으면 무엇이든 말하게 되더라. 나는 제시에게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나를 그렇게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데, 그는 당신에게 어떤 것들을 원하던가.
=보니 역의 오디션을 볼 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좋은 여배우라고 생각해요. 보니 역할에 적역이라고 생각하고. 마침 촬영 스케줄도 맞으니
[칸 스페셜] “온전히 나일 수 있는 힘을 영화에서 찾는다” - <카페 소사이어티> 크리스틴 스튜어트 인터뷰
-
뉴욕 남자와 캘리포니아 여자. 올해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우디 앨런의 42번째 영화인 <카페 소사이어티>는 이 두 사람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다.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만난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와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만, 순간의 선택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이미 <어드벤처랜드>(2009)와 <아메리칸 울트라>(2015)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기에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조합이 너무 익숙하지 않을까 짐작하면 오산이다. 지난 두편의 영화에서 너드와 수더분한 캐릭터로 다소 코믹한 커플 연기를 선보인 이들은 우디 앨런의 신작에서 고전 멜로영화의 주연배우들을 연상케 하는 애상적인 커플로 거듭난다. 개막식 다음날인 5월12일 아침과 오후 두 배우를 각각 따로 만났다.
우디 앨런과의 기묘한 경험
바비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
-당신과 우디 앨런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뉴욕에서 자랐고 연기
[칸 스페셜] 우디 앨런과의 기묘한 경험 - <카페 소사이어티> 제시 아이젠버그 인터뷰
-
공유_석우처럼 강하지만 평범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런 취향 때문에 함께 일하고 있는 매니지먼트사는 걱정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영화 속 마동석씨는 평범하진 않지만 누가 봐도 멋진 캐릭터이지 않나. 사실 영화가 칸에 초청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웃음) 영화를 찍을 때는 몰랐는데 칸에 오니 감독님이 되게 멋져 보인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할지 말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감독님께서 꽤 자신감이 넘치셨다. 좀비물이 대중에게 친화적이지 않는 장르였던 까닭에 영화에 대한 걱정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우려했던 것들이 잘 표현된 것 같아 감독님께 감사하다. 3천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오랜만에 자극을 받았다. 나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예의상 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박수갈채를 받는 건 스타나 연예인이 아닌 온전히 배우로서 소중한 경험이었다.
정유미_나 역시 <부산행>이 칸에 올지는 생각도 못했
[칸 스페셜] <부산행> 출연배우들의 말, 말, 말
-
-
*이 인터뷰는 국내 매체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연상호 감독의 말을 따로 정리한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부산행>의 프리퀄로 알려져 있다.
=두 작품 모두 같은 좀비 장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사회적 함의가 직설적으로 표현된 <서울역>에 좀더 개인적인 감수성을 부여해 만든 작품이 <부산행>이다. 여러 이유 때문에 <부산행>이 먼저 공개됐지만 말이다. <서울역>을 작업할 때 좀비는 일종의 군중, 그것도 아주 평범한 군중이라고 생각했다. 좀비가 타자화된 괴물이지 않나. <서울역> 역시 이야기의 초반에는 그렇게 보이지만, 결말로 갈수록 좀비 세상이 된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반대로 정말 암울하게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연출한 작품이 <부산행>이다.
-줄곧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다가 실사영화, 그것도 상업영화를 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그래
[칸 스페셜] “전작과 달리 일반 대중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 연상호 감독 인터뷰
-
연상호 감독의 데뷔작 장편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은 선명한 주제와 만듦새를 갖춘 영화였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이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야 할 필연성이 있을까? 반대로 말하면 <돼지의 왕>은,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실사영화는 어떨까 절로 상상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했다. 그리고 <부산행>은, 긴 시간이 흐른 다음 그 물음에 대해 마침내 돌아온 대답이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로 점화되는 재난 스릴러다. 아내와 별거 중인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일에 바빠 소원하게 지낸 딸 수안(김수안)의 생일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내가 사는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 오른다. 그러나 열차는 좀비의 침투와 연쇄 감염으로 이내 아수라장으로 화한다. 전국을 초토화한 재앙의 뉴스를 차내 방송으로 접한 승객에게 남은 희망은, 유일하게 초기 대응에 성공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남은 채 도착하는 것뿐이다.
좀비 호러는 언제나
[칸 스페셜] 칸에서 첫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
하정우_다른 현장에서는 어느덧 선배의 위치가 되었는데, <아가씨> 현장에서는 키스탭 대부분 나보다 선배님들이셨다. 김상범 편집감독님과 친분이 있어서 그분의 편집실에 가면 자연스레 박찬욱 감독님에 대한 얘길 나누고, <암살> 찍을 때는 안수현 프로듀서가 과거 박찬욱 감독님의 작업을 한 적이 있어서 또 자연스럽게 <아가씨> 얘길 주고받았다. <암살>에서 함께 작업한 류성희 미술감독님, 예전에 광고 촬영을 함께한 정정훈 촬영감독님과도 <아가씨> 촬영 전부터 시나리오를 의논했다. 어딜 가든 박찬욱 감독님의 네트워크 안에서 <아가씨> 얘기를 할 수 있어 무척 편했다.
조진웅_많은 선배들이 칸에 꼭 가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대체 비행기를 12시간씩이나 타고 칸을 가봐야 하는 이유가 뭔가. 오래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아파 비행기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신혼여행도 하와이로 갔다왔는데 힘들었다. (웃음) 레드카펫
[칸 스페셜] <아가씨> 배우들의 말, 말, 말
-
*이 인터뷰는 국내 매체 라운드 테이블과 칸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들을 정리했습니다.
-<아가씨>를 함께 제작한 용필름 임승용 대표로부터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처음 건네받았을 때 소설의 어떤 면모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특정 장면이 끌어당겼던 것 같다. 시간이 오래 지난 까닭에 원작의 어떤 장면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되게 아이로니컬한 대목이 있었다. 1장에서 2장으로 넘어갈 때 드라마를 끌고 가는 주체가 바뀌는 것도 좋았다. 서사의 주체와 객체가 드라마 안에서 뒤바뀌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남북한 병사들이 같은 상황을 각기 다르게 묘사했던 <공동경비구역 JSA>나 서사의 주체가 바뀌는 <복수는 나의 것>도 그런 맥락에서 풀어나갔던 작품이었다. 또 관객이 이미 본 장면인데, 그 장면이 다시 나올 때 다른 등장인물의 눈으로 보게 되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원작 소설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각색하려
[칸 스페셜] “시선을 마주치고 외면하고 하는 순간들이 중요했다” - 박찬욱 감독 인터뷰
-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멀찍이 떨어진 작품이다. 시대극이고, 전작에 비해 대사가 무척 많고, 두 여성주인공을 서사의 전면에 내세운 것도 처음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전작과의 유사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뜻으로 한 얘기는 절대 아니다. 성에 갇힌 소녀가 탈출을 감행하며 성장한다는 점에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스토커>(2012)와 함께 묶일 만하다. 같은 사건을 각기 다른 인물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복수는 나의 것>(2002)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폭력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올드보이>(2003)나 단편 <컷>(2004)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있지만, 이 영화에선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어쨌거나 분명한 건 <아가씨>가 박찬욱 감독의 전작 중에서 인물들의 목표가 가장
[칸 스페셜] 한국영화 첫 공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
5월17일 화요일.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중반부를 넘어선 지금,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상영관에서 마주하는 기자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영화제 공식 협찬사로 기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네스카페 부스는 카페인 섭취가 절실한 기자들로 늘 장사진을 이룬다. 아침 8시30분에 그날의 첫 영화를 보기 시작해 짬짬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오후 10시쯤 마지막 상영이 열렸던 극장을 빠져나오는 생활을 일주일간 반복하다보면 아무리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지치기 마련이다(그런 의미에서 거의 매 상영 때 극장에서 마주치는 나이 지긋한 해외 평론가들의 평온한 표정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다). 게다가 올해의 칸은 기자들에게 시련 한 가지를 안겨줬다. 경쟁부문 상영작의 러닝타임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긴 상영시간에 관한 논란
물론 상영시간이 긴 영화는 경쟁부문에 언제나 있어왔다. 지난 2013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가장 따뜻한
[칸 스페셜] 칸국제영화제에서 도착한 두 번째 영화통신
-
21세기 한국영화가 질적, 양적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반면, 영화의 ‘제2의 개봉’이라 할 수 있는 2차 매체 시장은 극장과 달리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한 것이 현실이다. 시장성과 자본 논리로 인해 몇몇 한국영화가 정작 한국에서는 블루레이로 출시되지 못하는 현실은 애타게 한국영화 블루레이를 기다리는 관객의 시선을 해외로 돌리게 하곤 한다. 지난주 조재휘 평론가의 ‘국내 정식 발매를 희망하는 해외판 블루레이 Best 10’ 기획에 이어, 언젠가는 국내 정식 발매가 있길 희망하는 해외판 한국영화 블루레이의 면면을 살펴본다.
복수 3부작 2002~5(북미)
<복수는 나의 것>(2002)과 <올드보이>(2003),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2005)로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은 블루레이가 HD 매체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이래 꾸준히 출시 요청이 있어온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명성과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이 세 작품의 블루
[스페셜] 해외에서 발매된 한국영화 블루레이 Best 10
-
한편의 굉장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곱절의 수고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미 심상찮게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곡성>의 현장은 얼마나 더 뜨거웠을까. 각자의 영역에서 프로덕션을 진두지휘한 네 사람의 키스탭을 만나 <곡성>의 상세한 면면과 나홍진 감독과의 혹독한 협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임민섭 프로듀서, 채경화 의상감독, 이후경 미술감독, 장영규•달파란 음악감독이 그들이다.
임민섭 프로듀서
<태양은 없다>(1998) 제작부로 영화를 시작해 <페스티벌>(2010), <특수본>(2011), <7번방의 선물>(2012) 프로듀서에 이어 <곡성>(2016) 프로듀서를 맡았다. 나홍진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여태까지 한 작품 중 가장 고생했던 작품이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니 과정은 힘들어도 노력하니 이렇게 좋은 영화가 나오는구나 싶더라”는 그다. 블루트리픽쳐스를 설립해 <채식주의자>(2009)를 제작하기
[스페셜] 스탭들이 말한다 <곡성>의 그 장면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언론 시사회 반응이 아주 좋더라. 긴 시간 매만져온 작품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시사회장으로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기자분들이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정말 알 수가 없더라. 객석을 보는데 다들 무표정하셔서, ‘아… 재미없게 보셨나보다’ 했지. (웃음) 끝나고 좋은 말씀을 많이 들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곡성>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어떤 불행을 겪은 사람, 혹은 피해자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추격자>와 <황해>를 만들며 가해자에 대해 굉장히 많은 조사를 했다. 오랜 시간 취재를 하고 전문가들의 연구 자료를 보며 그들의 심리 상태와 범죄를 저지르는 요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거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왜 그런 불행을 겪어야 하는가? 물론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위험하니까 가지 말
[스페셜] 장르를 비틀기 위해서 가장 클리셰적인 종교가 필요했다 - 나홍진 감독 인터뷰
-
<추격자>(2008)와 <황해>(2010)의 징글징글한 에너지가 오랫동안 그리웠다. 나홍진 감독이 신작 <곡성>을 들고 6년 만에 돌아왔다. <곡성>은 촬영 전부터 시나리오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라고 영화인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언론 시사회에서 첫 공개된 <곡성>은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다. 나홍진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스릴러 장르 장치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한국영화에서 쉽게 시도되지 않았던 오컬트라는 장르를 과감하게 돌파했고, 선과 악의 구도가 분명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악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점에서 <곡성>은 <추격자> <황해>와 다른 경지로 넘어간 작품이라 감히 장담해본다. 영화 리뷰와 나홍진 감독의 긴 인터뷰가 <곡성>을 감상하는 데 작은 팁이 되길 바란다.
“모든 살인은 십자가 아래서, 즉 신의 발밑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했다.” 데뷔작
[스페셜] 나홍진의 작가적 야심이 만개한 세 번째 영화 <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