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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임에도 불구하고>는 필립 그랑드리외의 이례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그의 최신작이다. 그리스계로 프랑스에서 맹활약 중인 여배우 아리엔 라베드(<아텐버그> <더 랍스터>)와 록산느 메스퀴다가 공동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다층적으로 얽히는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나 장르의 프레임을 입힌 드라마의 전개가 통념적인 서사영화의 꼴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내러티브의 말미에 다다른 극중 한 장면에서 아리엔 라베드가 연기하는 간호사 헬렌과 그의 연인인 가수 렌스는 범죄세계의 덫에 걸려 스너프필름을 찍게 된다. 검은 가죽 마스크로 얼굴을 통째로 가린 헬렌은 짐승 같은 무뢰한의 가혹한 고문에 절명하고 만다. 범죄조직의 또 다른 일원이 이 살풍경의 현장을 태연하게 카메라로 찍고 있다.
<밤임에도 불구하고>는 전작(全作)을 통해 드러난 필립 그랑드리외 스타일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그랑드리외는 여기서 언어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미지의 리듬에 대한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필립 그랑드리외 회고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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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필자가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을 맡았던 건 평자로서의 개인적인 욕심이 컸다. 2000년대 말에 나름 오지랖을 넓힌다고 독립영화 위주로 평을 쓰고 극장에서 감독과의 행사 진행을 많이 했는데 도돌이표를 찍고 있는 느낌이 공허해서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제의가 있었을 때 아예 본격적으로 한국의 젊은 영화를 발굴하는 일에 더 나서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본인 주제를 제쳐둔 과욕이었지만 보람 있는 일이기는 한데, 영화제에서 직접 장편을 제작하는 프로젝트까지 3년째 진행 중이지만 내외부에서 변화의 가시적인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고민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신청을 한 120편가량의 영화들을 보면서 자주 좌절했으며 가끔 안심했다. 늘 그렇듯이 출품신청작들 면면은 대학 실습 작품 수준의 의욕 과잉인 영화들로 대다수가 채워지고, 잠재력이 보이거나 야심이 두드러진 영화들로 선정작 목록을 정하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특히 극영화들 다수가 완성도와 상관없이 적은 제작
[스페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통해 본 한국영화의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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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노바> Eva Nova
마르코 슈콥 / 슬로바키아 / 2015년 / 106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에바는 당대 최고 여배우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화려했던 삶을 접게 된다. 어느덧 예순이 넘은 에바는 재활원을 나와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연기 활동을 위해 언니에게 맡겼던 아들 도도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편 돈이 필요한 그녀는 마트에서 일하고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려 한다. 연기 활동도 재개하기로 마음먹지만 상황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영화는 ‘한때’ 잘나가던 배우에서 평범한 혹은 그 이하의 삶을 살게 된 에바 노바의 노년을 따라간다. 카메라는 거울과 마주하는 에바의 그늘진 얼굴을 종종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빛을 잃은 그녀의 얼굴에서 들리는 소리 없는 외침이 인상적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달콤한 말은 에바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요원해 보였던 아들과의 화해는 그녀의 얼굴에 조금씩 생기를 불어넣는다. 2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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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사이> If You Were Me
최익환, 신연식, 이광국 / 한국 / 2015년 / 94분 /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최익환, 신연식, 이광국 감독의 옴니버스다. 최익환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떡볶이에 빠진 여고생의 유쾌한 학교 탈출기이자 떡볶이 사수 드라마다. 소녀들은 오늘도 교문 앞 떡볶이 가게로 맹렬히 향한다. 학교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등교 후 교문을 폐쇄한다. 선생님은 “여기에 있는 한 너희들을 그냥 좀비라고 생각하라. 대학가면 사람된다”고 한다. 영화는 좀비가 돼 선생님을 물어뜯는 소녀의 꿈, 선생님과 친구들의 저지를 뚫고 교문을 뛰어넘어 떡볶이집으로 향하는 소녀의 상상으로 이어진다. 신연식 감독의 <과대망상자(들)>에서 우민은 자신이 말하지도 않은 속마음을 다른 사람들이 안다는 데 놀란다. 그러다 독특한 무리와 맞닥뜨린다. 그들은 권력 집단이 독재를 위해 개인의 기억을 파괴하고 전세계를 우민화한다, 인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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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이더 대 백스> Schneider vs. Bax
알렉스 판 바르메르담 / 네덜란드 / 2015 / 96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
암살자는 둘이요, 타깃은 서로다. 살인청부업자 슈나이더는 의뢰를 받고 목표물인 작가 레이먼 백스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한다. 백스 또한 그의 방문을 알고 있던 차. 둘은 무성하게 자란 수풀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다. 슈나이더는 저녁에 열릴 자신의 생일 파티를 위해 서둘러 일을 처리하려 한다. 하지만 의뢰인의 말과 달리 백스 곁에는 묘령의 여인이 함께 있다. 설상가상으로 순찰 중이던 토지 관리인에게 발각돼 슈나이더는 그 자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가 새롭게 변장하고 차를 갈아타는 사이, 백스의 집에는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들이 드나든다.
네덜란드의 시네아스트, 알렉스 판 바르메르담이 빚어낸 정교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늪지대로 둘러싸인 외딴 방갈로를 중심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두 인물의 밀도 높은 대결이 벌어진다. 슈나이더가 백스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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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스테이> Short Stay
테드 펜트 / 미국 / 2016년 / 61분 / 국제경쟁
매사에 시큰둥한 마이크는 뉴저지에서 피자 배달로 생계를 꾸려간다. 친구를 대신해 필라델피아에서 도보 여행사 홍보를 맡지만 그의 삶은 그곳에서 더욱 비참해진다. 테드 펜트의 첫 장편영화 <쇼트 스테이>는 단편 작업을 함께해온 배우 마이크 마카로니를 내세워, 한 남자의 적적한 삶을 건조하게 그렸다. 뻣뻣한 걸음과 뚱한 표정의 주인공 마이크는 늘 무뚝뚝한 말투로 사람을 대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을 거리에서 만나지만 대화와 관계는 아무렇지 않은 듯 툭툭 중단되기 일쑤고, 마이크는 혼자 자기 방으로 돌아와 골똘히 생각에 잠길 따름이다. 건조한 일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번듯한 잠자리도 없는 그가 대도시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무시는 <쇼트 스테이>의 각박한 공기를 한껏 부풀린다.
<잠자는 소녀> Girl Asleep
로즈메리 마이어스 / 오스트레일리아 /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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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영화도시’ 전주에서 4월28일부터 5월7일까지 10일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쳇 베이커의 전기영화 <본 투 비 블루>로 문을 열고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문을 닫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총 211편(장편 163편, 단편 48편)의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 신선하고 도발적이며 재미와 감동까지 안겨줄 영화들이 그득한 가운데, <씨네21> 기자들이 자신 있게 20여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마련한 영상작가이자 영상이론가인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의 작품세계를 조망해주었다. 나만의 영화를 발견하는 작지만 큰 기쁨을 전주에서 누려보시길. 예매는 이미 시작되었다.
<본 투 비 블루> Born to Be Blue
로베르 뷔드로 / 미국, 캐나다, 영국 / 2015년 / 97분 / 개막작
재즈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가 끊임없이 음악적
[스페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4월28일 개막, <씨네21> 기자들이 엄선한 추천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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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아닌 공백을 의식이라도 한 듯, <경계도시>(2002), <경계도시2>(2009)의 홍형숙 감독은 두편의 다큐멘터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요즘은 성미산학교의 통합지원교사와 학생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라떼와 친구들>(가제) 촬영 때문에 매일 아침 일찍 ‘등교’해 저녁 늦게 ‘하교’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선거캠프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 정치다큐멘터리 <투윅스>(가제)의 촬영 일부를 마쳤다. <춤추는 숲>(2012), <소년, 달리다>(2015)를 만들며 한동안 ‘강석필 감독-홍형숙 프로듀서’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다시 ‘홍형숙 감독-강석필 프로듀서’로 역할을 바꿨다. 목을 다쳐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홍형숙 감독의 ‘대변인’ 자격으로 강석필 프로듀서도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다.
씨네21_<경계도시2> 이후 7년이 흘렀다. 차기작 준비 기간이 꽤 길어지고 있는
[스페셜] 품속에 들어온 아이를 어찌할 것인가 - 홍형숙 감독, 강석필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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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 상수동 카페에서 박혁지 감독을 만났다. 한 남편의 두 아내로 수십년을 동거해온 두 할머니 이야기 <춘희막이>(2015)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이후 오랜만의 인터뷰였다. 마침 감독은 <춘희막이>로 우크라이나국제영화제에 참석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쉴 새? 오자마자 주말에 충남 홍성에 다녀왔다. 벌써 5개월째 매주 홍성행이다.” 그곳에 <시간을 꿈꾸는 소녀>의 주인공 소녀가 있다. 소녀는 무녀다. 4살 때 신내림을 받고 지금껏 신점을 본다. “낯선 이의 미래를 꿰뚫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무녀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소녀는 때때로 자신의 미래도 꿈에서 본다고 한다.” 박혁지 감독이 소녀의 존재를 안 건 오래전이다. “SBS <진실게임>에 ‘진짜 무속인을 찾아라’라는 내용으로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소녀가 나왔다. 부모에게 응석을 부릴 나이인데 어른들의 미래를 본다니. ‘이 소녀가 자라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6년 후,
[스페셜] 시간만큼 좋은 해결책은 없으리라 믿는다 - 박혁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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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들이 사용한 용어 그대로 지면에 옮겼음을 밝힌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6 폐막식 다음날 김동원, 경순 감독을 만났다. 김동원 감독은 영화제 집행위원이고, 경순 감독은 영화제에서 신작 <레드마리아2>(2015)를 상영하고 관객과 만났다. 폐막 뒤풀이 뒤라 혹 두 감독이 피곤한 상태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두 감독은 인터뷰 장소인 카페 근처에서 각자의 취향대로 점심까지 뚝딱 해치우고 돌아왔다. 경순 감독은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직접 초록 빛깔로 머리 염색까지 했다면서 화통하게 웃는다. 한국 독립다큐멘터리계의 앞 세대 감독들이자 오랜 선후배 사이인 두 감독은 서로의 작업을 묵묵히 지지해주다가도 다른 입장의 사안에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해갔다. 여전히 뜨거운 김동원, 경순 감독의 대화를 옮겼다.
씨네21_인디다큐페스티발2016에 참석했다. 올해의 영화제 분위기와 최근 다큐멘터리계의 흐름에 대한 각자의 생각부터 듣고 싶다.
[스페셜] “논쟁적인 다큐멘터리가 나와야 한다” - 김동원 감독, 경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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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의 21주년을 돌아보면 어김없이 한국 독립다큐멘터리 현장기사가 있었다. 상업의 논리에서 비켜서서, 현장을 지켜온 다큐멘터리스트들이 있다. 사회의 부조리와 어둑서니를 카메라에 담는 이들이다. 그간 독립다큐멘터리의 제작 여건은 나아졌는지, ‘독립’이라는 정신은 유효한지에 대해 묻는다면 쉽게 긍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쩌면 좀더 자주, 면밀히 이들의 고민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도 된다. 다시, 또 현장으로 가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만나야 했다. 정부의 재개발 정책으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인 <상계동 올림픽>부터 비전향장기수들의 목소리 <송환> 등을 만든 한국 독립영화의 버팀목 김동원 감독을 만났다. 김동원 감독이 응원하는 동료이자 후배 경순 감독도 함께했다. 여성의 몸과 정체성, 노동에 대해 소신껏 밀어붙인 신작 <레드마리아2>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경계도시>의 홍형숙 감독은 2014년 서울시장
[스페셜] 한국 다큐는 지금 무엇을 응시하는가 - 독립다큐멘터리 다섯 감독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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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희 미술감독
미국영화연구소(AFI) 유학 후 <꽃섬>으로 미술감독 생활을 시작해 <피도 눈물도 없이>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를 연달아 작업하며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미술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박찬욱 감독과는 <친절한 금자씨>(미술감독 조화성)와 <스토커>만 제외하고 <아가씨>까지 쭉 함께해오고 있다. 최근작은 <국제시장>과 <암살>.
오달수 배우
박찬욱 감독과는 단편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로 조우한 뒤, <올드보이>에서 감금방의 이상한 남자 철웅을 연기하며 혜성처럼 충무로에 등장했다. 이후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등 박찬욱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됐다.
김상범 편집감독
오래전 연출을 준비하던 김상범 편집감독의 연출부로 대학생 박찬욱이 참여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그의 부
김상범, 류승완, 류성희, 정서경, 오달수가 박찬욱 감독과 나눈 거침없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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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사에서 거장이라는 수식이 식상하다 싶을 만큼 당연한 이들. 바로 감독 임권택과 배우 안성기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이래 102편의 영화를 찍은 임권택 감독과 <황혼열차>(1957)로 연기를 시작해 한국인의 얼굴로 자리매김한 배우 안성기는 국민감독, 국민배우라는 수식에 갇히지 않은 채 여전히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젊은’ 영화인이다. CGV아트하우스의 ‘한국영화인 헌정프로젝트’는 CGV아트하우스 상영관 두곳 CGV서면, CGV압구정을 각각 임권택관, 안성기관으로 새롭게 단장해, 두 영화인에게 ‘존경’의 헌사를 바치는 기획이다. 지난 3월22일 헌정관 개관을 기념해 <씨네21> 역시 이 자리를 축하하는 의미로 26인의 영화인에게 <씨네21> 21주년 특집호 커버 촬영을 요청했다. 더불어 임권택, 안성기의 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 김홍준 감독(현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예술감독, 임권택 감독의 조연출
한국영화의 이정표 같은 그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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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것 같은 얼굴. 스크린에서 한예리를 처음 보았을 때 속으로 메모했다. 도무지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그림엽서 세트를 모았던 일본 작가 이와사키 지히로의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발그레한 뺨의 소녀가 애틋하게 떠올랐다. <푸른 강은 흘러라>(2008)에서 연변 학생을 연기한 한예리는, 놀라운 배우인 게 분명한 동시에 계속 배우로 살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영화에는 그녀가 음악을 들으며 교실 창가에 가만히 서 있는 짧은 숏이 있다. 아무것도 호소하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뉘앙스를 풍성하게 만드는 이런 정경을 대뜸 만들어내는 배우는 개기일식만큼 귀하다. 독립영화의 그녀가 담백하고 맑았다면 몇해 후 대중에게도 한예리의 이름을 알린 <파주>(2009)와 <코리아>(2012)에서 그녀는 강렬하고 분방했다. 친구를 태운 바이크를 몰고, 온몸을 던져 탁구를 쳤다. 2014년 동양화풍의 애니메이션 <가구야 공주 이야기>에서 붉은
춤추듯 연기하기, 흐르듯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