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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열두 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다. 준호(유재상)는 만년 4등 수영선수다. 재능이 없으면 속 편하게 취미로만 시키면 되는데, 또 그렇지도 않아 준호 엄마(이항나)의 속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준호 엄마는 신통하다는 수영 코치 광수(박해준)를 소개받고, 그에게 준호를 맡긴다. 16년 전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국가대표 출신인 광수는 당시 폭력사건에 휘말려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4등이 낮은 성적이 아닌데 뭐 어때,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게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학부모이기도 한 정지우 감독 역시 “준호 엄마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웃음) 영화 속 학부모 중 하나가 나이고, 그들이 가진 자식에 대한 불안감이 바로 내 마음”이라며, “이 영화는 부모로서 나의 고백과 자백 같은 게 담겨 있다”고 말했다. <4등>은 정지우 감독이 <은교>(2012) 이후 4년 만
부모로서 나의 자백 같은 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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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로는 <무림여대생>(2008) 이후 8년 만의 귀환이다. <시간이탈자>는 곽재용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그동안 일본, 중국을 오가며 해외 프로덕션에 몸담아왔던 그가 선보이는 오랜만의 한국영화다. 순수하고 맑은 인물들과 운명론적인 테마, 즉 ‘곽재용 월드’의 인장 같은 특징들은 여전하지만,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와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최근 한국영화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트렌디한 스릴러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야심도 엿보인다. “누구든지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게 최근의 한국영화계”라고 말하는 그는 이 치열한 전장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번 작품이 ‘세 번째 데뷔’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했다. 어떤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한 건가.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데, 우선 한국에서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 거잖나. 제작 시스템부터 스탭, 배우들까지 모든 것들이 변해 있더라. 마치 영화감독으로 데뷔해 현장을 처음 경험했던
“세게 보여주기보다 제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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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13일, 극장가에서 의미 있는 한국영화 3파전이 시작된다. 곽재용 감독의 <시간이탈자>와 정지우 감독의 <4등>, 박흥식 감독의 <해어화>가 그 작품들이다. 이번 3파전은 충무로에서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온 중견감독들의 귀환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한국영화계의 빠른 속도감 사이에서 이들은 현재 어떤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을지 궁금했다. 사정상 박흥식 감독은 지면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곽재용 감독과 정지우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충무로의 허리축을 지탱하고 있는 이들 중견감독의 고민과 생각을 공유했으면 한다.
곽재용, 정지우 그들의 신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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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한국 현대사를 그리고 싶었다.” 영웅이 아닌 ‘악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만큼 <더 킹>은 새로운 시선이 예상되는 기대작이다. <관상>(2013) 이후 3년 만의 차기작 제작 현장에서 한재림 감독을 만났다. 100회차 촬영의 1/3 지점을 통과했다는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촬영 전 내레이션 녹음을 위해 조인성씨와 작업을 먼저 마쳤는데, 헤어지면서 스탭들과 사운드 후시할 때 여기서 다시 보자고 했다. 그게 7월 이후다. 7개월이나 지나야 다시 녹음실로 가겠구나. 무섭더라. (웃음)” 전쟁터 같은 촬영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재림 감독을 만났다.
-2월 초 크랭크인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의 고민과 현장에서 오는 차이는 무엇인가.
=더 좋아지는 부분도 있고, 더 재밌어지는 부분도 있다. 내가 썼지만 새로 알게 되는 부분들도 생긴다. 아, 이런 뉘앙스가 더 짙어지는구나 싶기도 하고 김우형 촬영감독님과 이런저런
“권력자 시선의 한국 현대사를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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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한국 현대사. 정권 교체로 검찰 내의 세력이 바뀌고, 그렇게 새로 재편된 라인 속에서 부와 명예와 권력을 알뜰히 챙겨갔던 사람들. 더 많이 가지고 싶었고, 더 높이 오르고 싶었고, 더 넓게 누리고 싶었던 이들은 자신만을 위한 성을 ‘더’ 쌓기 위해 국민을 기만했다. 조폭과 연계한 봐주기 수사, 금품 수수, 언론 유착… 이 모든 게 검찰 내부에서 일어났다. <더 킹>은 한국 현대사, 억압의 역사에서 ‘가해자’로 규정되는 흡사 왕에 버금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세밀한 기록이다. 한재림 감독은 권력의 교차점마다 판세를 노리며, 그 중심까지 진출한 부패한 검사 태수(조인성)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왕’이 되는 가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현대사의 모순을 짚어보려 한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태수의 흥망성쇠와 함께 빠르게 전개되는 흐름 속, 영화는 이 뼈 있는 시선을 놓치지 않고
사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욕망의 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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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VR 촬영은 아직 대중에게 생소하다. 그래서 벤타VR 전우열 대표와 광고 영상 제작회사 붕우의 노성언 감독, 두 VR 촬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실전 VR 촬영 팁을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전우열 대표는 지난해 VR 단편영화 <타임 패러독스>를 제작한 바 있고, 노성언 감독은 동국대 예술대학원과 함께 ‘포스트 시네마’라는 VR 스터디를 진행하며 VR 영상을 찍고 있다. 아래 내용만 숙지하면 어디 가서 전문가인 척할 수 있을 것이다.
-VR 촬영에 최적인 카메라가 따로 있나.
=한국에서는 고프로(GoPro) 카메라가 많이 쓰이긴 한다. 작고 가벼운 데다가 비용이 경제적이니까.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소니 알파 A7이나 니콘 D5 같은 DSLR이 사용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알렉사, 레드에픽 같은 영화 촬영에 주로 투입되는 카메라로 찍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드물다(크고 비싸니까). 이처럼 VR 촬영을 위해 태어난 카메라는 따로 없다. 또, VR 촬영에서 카메
VR 촬영에서 카메라 기종보다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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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선댄스영화제의 뉴프런티어 섹션에는 지난해에 이어 VR 관련 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게임, 의료산업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VR은 미래의 영화, 그리고 미래의 극장 관람 형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지금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 개발, 사업을 확장 중인 4명의 VR 전문가에게 지금 영화계가 주목해야 할 VR 영상의 특징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아가 미래의 영화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를 물었다. 당장 모든 것이 뒤바뀔 일은 없겠지만, 누구보다 먼저 미래의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의 설렘 가득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민혁
CGV 스크린X팀 PD. 다면 영상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3차원 스크린의 일종인 VR로 옮겨갔다. 지인들과 ‘VR스토리 워크샵’이란 소모임을 만들어 토론도 하고 간단히 영상도 찍어보며 입문했다. 스크린X와 VR을 접목시킬 방법을 연구 중이다.
전우열
영화, 방송 타이틀을 제작하는 1인 기업을 운영하다가 3D 슈퍼바이저를 거
VR이 도입된 근미래의 영화, 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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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올해 초에 열린 선댄스영화제 스토리텔링 포럼 행사에 참여해 VR과 영화의 공존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게임이 영화를 죽이지 않은 것처럼 VR 역시 상호 보완 관계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확실히 VR은 보통의 영화가 줄 수 없는 감각의 충격을 안겨준다. 먼저 사각의 스크린이 없기 때문에 관객이 한번에 받아들일 시각 정보가 많아지고 관객은 사실상 스크린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생생한 현장감 혹은 몰입감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이러한 기술을 도입한 영화를 상상해볼 수 있다. 이미 많은 단편영화들이 VR의 영화화를 본격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대부분 고민하는 지점은 이야기다. 영화는 제한된 시간 안에 정해진 플롯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영화의 고유의 방식이기 때문에 SF나 호러, 액션 어드벤처 등 장르 요소를 차용하는 게임의 경우와 VR을 많이 비교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게임의 특성상 사용자는 아바타와 같은 캐릭터를 두어
모두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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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즉 VR은 사람들의 상상이 만들어낸 무릉도원 같은 공간이 아니다. 실은 철저하게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통제된 공간이다. 그런 공간을 눈앞에 펼쳐놓을 수 있는 그래픽 혹은 촬영기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컴퓨터의 성능이 점점 발달하면서 이제 사람들은 고글 형태의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만 쓰면 VR 속으로 쉽게 빠져들 수 있게 됐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다양한 시각적 충격 효과를 언제 어디서나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실을 현실답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진짜처럼 재현하는 데 골몰하는 VR은 내가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공간성’과 어떤 사건과 공간에 직접 개입해서 행동하고 사고할 수 있다는 ‘상호작용’, 이 모든 걸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몰입성’ 등의 특징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미디어를 제공한다.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로부터…
이처럼 어딘가에 빠져들고 몰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미디어의 기원은 1
경험의 한계를 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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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들은 미래를 미리 실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이 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차원을 넘어서 허리가 굽은 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의 내 모습을 미리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실제와 유사한 인공적인 환경’을 제시함으로써 인간에게 감각적 경험을 유발시키는 과학기술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 발달한 덕분에 가능해졌다. 그곳에 없지만,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상현실은 사람들의 감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무언가. 그 막연한 기대는 미디어의 영향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 놀라운 경험의 기술은 전 지구적으로 영화를 포함한 멀티미디어와 결합해 놀라운 시너지를 내고 있는 추세다. 특히 그중에서 영화와 VR은 사실상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R의 열기를 등에 업고 VR의 역사적 기원에 대해서 자세하게 살펴봤다. 그리고 영
VR, 미래의 영화를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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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창간 첫해인 1995년부터 ‘<씨네21> 영화상’을 뽑았다. 저널리즘이 전통적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의미 있는 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8년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으로 개편되기 이전부터 시작해왔으니 사실상 창간과 함께 매해 베스트영화를 선정해온 셈이다. 그중 95년과 96년 두해 동안의 선정은 평론가와 기자로 대표되는 전문가 집단이 아닌 정기독자들에게 선택을 맡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회 영화상 선정의 변을 빌리자면 “<씨네21> 정기독자들이야말로 우리 영화의 한해 수확에 대한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믿음”에 근거를 둔 방식이었다.
1995년 첫 번째 <씨네21> 영화상의 주인공은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었다. 61.8%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2위 이민용 감독의 <개 같은 날의 오후>는 9.1% 득표) 이 영화는 단지 영화에 그치지 않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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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세는 게 촌스러운 일이라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생일을 기념하는 건 자축보다는 반성의 기회를 얻기 위한 이벤트가 아닐까 싶다. 당신이 누구인가를 알고 싶다면 당신 주변을 둘러보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라. 오늘의 나는 어제의 시간들이 쌓인 결과이고 숱한 체험들은 기억이란 이름으로 기록된다. 21주년을 기념해 지난 21년간 <씨네21>이 해마다 선정한 ‘올해의 한국영화’를 다시 꺼내보기로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기록들은 <씨네21>의 기억이자 한국영화가 걸어온 발자취의 일부다. <씨네21>과 한국영화가 함께 성장해온 키재기판의 흔적을 쓰다듬으며 앞으로의 21년 동안 어떤 발자국을 남겨야 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고자 한다. 때론 멀리서 봐야 보이는 것들도 있다. 일련의 리스트를 한 호흡으로 읽다보면 한국영화가 걸어온 어떤 흐름이 손에 잡힐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씨네21>을 사랑해준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선물이라 믿
<씨네21>과 함께 ‘올해의 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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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야 마틴
1984년 필리핀 마닐라 출생. 2005년 필리핀대학 졸업 후 방송국, 잡지사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필리핀 인디오에 관한 짧은 필름> <오토히스토리아> 등으로 이름을 알리며 필리핀영화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2009년 필리핀 13인 아티스트 어워드에 선정됐고 파리, 뉴욕,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리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앙투안 티리옹
1981년생. 영화평론가이자 작가, 프로그래머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근무했다. 2009, 2010년 르 상카르트(Le Centquatre) 센터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2009년 제임스 베닝 회고전, 2015년 라브 디아즈 회고전을 기획했다. 2009년 라야 마틴과 단편영화 작업을 함께했고, 2015년 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두개의 퍼포먼스를 기획 중이다.
라야 마틴은 필리핀을 대표하는 젊은 감독 중 한 사람이다.
기록되지 않는 순간들을 위한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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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충무로의 재능 있는 신인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이철하 감독은 안타깝게도 꽤 오랫동안 잊혀진 이름이었다. 문근영, 김주혁이 주연을 맡은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와 <스토리 오브 와인>(2008), <폐가>(2010) 등을 연출했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앞날을 고민하던 그는 지난 2010년, 산티아고의 800km 순례길을 걷고 온 뒤 변했다. 한 여자가 백주에 아무도 모르게 납치되어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사건을 다룬 <날, 보러와요>는 그런 이철하 감독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첫 작품이다.
-시사회 전날 밤, 자비에 돌란의 <마미>를 다시 봤다고.
=잠이 안 와서. 영화를 보며 밤을 새웠다. 글쎄, 왜 <마미>를 다시 보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원래 액션영화, 블록버스터영화보다는 그런 느낌의 작품을 좋아한다. 친한 제작자는 제발 마이너한 느낌의 이야기, 휴머니즘 드라마 그만 좀
“다양한 포맷 통한 스토리텔링을 계속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