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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장커가 또 한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중국 산업화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소무>(1997)의 냉정한 응시에서 출발하여, <임소요>(2002), <세계>(2004), <스틸 라이프>(2006)까지 그간 평단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던 지아장커의 세계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아내는 관조적인 시선과 다큐멘터리적인 접근, 자본과 속도에 밀려나는 풍경의 포착 등으로 이해되곤 했다. 눈에 띄는 변화를 선보인 건 전작 <천주정>(2013)부터인데 다큐멘터리적인 색깔을 다소 벗겨내고 장르영화라는 겉옷을 입힌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혹자는 그가 더이상 인민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했고, 누군가는 지아장커가 확장시키고 쌓아올린 형식미에 손을 들어줬다. <천주정>에 대한 호불호는 아마도 <산하고인>(2015)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다. 지아장커의 첫 번째 멜로드라마이자 가장 감성적인 이야기.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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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도호에 입사하면서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학창시절에 연극반에서 활동했는데 그때는 생활고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배우가 되면 생활이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도호 입사시험을 보기로 작정했다. 시험 당일 자신이 없어서 입구에서 머뭇거리며 안 들어가고 있으니 수위아저씨가 들어와 시험을 보라고 하더라. (웃음) 그렇게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고 이왕 배우가 된 거 최선을 다해 제대로 된 배우가 되자 마음먹었다.
-만주에서 태어나 2차대전 종전까지는 하얼빈에서 지내다 일본으로 왔다. 그때 보수적인 일본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대륙’이라고 놀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워낙 어릴 때라 당시 기억이 없다. 아버지께서 철도기사였고 조부가 해군무관이었는데, 그 때문에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만주로 갔다. 덕분에 아주 국제적인 환경에서 자란 셈이다. 배타적인 일본과 달리 해외에서 자라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습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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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는 함께 성장한 동창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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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로 유명한 배우 다카라다 아키라가 지난 2월20~20일 한국영상자료원을 찾아 관객과 만났다. 나루세 미키오 특별전(2015년 12월20일~2016년 3월6일)(주최 한국영상자료원,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재)영화의전당,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혼다 이시로 감독의 <고지라> 상영과 함께 국내 최초로 <세계대전쟁>(1961)이 상영되었다. 또 그의 작품 활동의 또 하나의 축인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딸, 아내, 엄마>(1959)와 <방랑기>(1962) 상영과 GV도 마련되었다. 이틀 내내 지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관객의 의견을 일일이 경청하고, 팬서비스를 아끼지 않은 그에게 도호 스튜디오 활동 시절의 회고담과 최근 근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1997년 12월23일 63살의 다카라다 아키라는 협심증으로 수술을 받았다. 마취에서 깨어난 그가 제일 먼저 한 말이 “미후네 도시로가 죽었으니 도호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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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은 영원한 레전드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무술감독이자 서울액션스쿨을 이끌고 있는 정두홍 무술감독과 성룡이 이끄는 무술팀 ‘성가반’ 출신의 박현진 무술감독이 만나 성룡에 대해 입을 모았다. 최근 출간된 성룡의 자서전 <성룡: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를 보면서 정두홍은 스턴트맨 막내 시절 비디오로 성룡 영화를 보며 밤새 연구하고 이후 그에 자극받아 보라매공원에 서울액션스쿨을 처음 세운 시절을 떠올렸고, 박현진 또한 2001년 <러시아워2>를 시작으로 꿈에 그리던 성가반의 일원이 되어 <턱시도> <뉴 폴리스 스토리>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 등 성룡과 10년간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성룡을 보며 영화판에서 죽기 살기로 버텨왔던 그들의 대화에 초대한다.
<씨네 21>_먼저 두분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하다. 서울액션스쿨(이하 액션스쿨)의 정두홍 무술감독이야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내 마음속의 영원한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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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개봉한 <퍼시픽 림>의 후기들을 보다가 눈길이 가는 글이 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의도해서 일부러 ‘cancel’이라고 표현한 걸 왜 멋대로 ‘종말을 막는다’라고 번역했나?” 이 관객이 지적한 영어 대사는 “Today we are canceling the apocalypse!”였다. 이 관객의 지적대로 감독의 의도를 존중해 사전적 의미대로 번역을 해야 할까? “종말을 취소할 것이다!” 또는 “종말을 중지할 것이다!” 영화 자막에 대한 비평글들을 보다 보면 “감독의 의도를 훼손하고 영화를 망쳤다”라고 지적하는 얘기들이 종종 눈에 띈다. 이 얘기와 함께 세트로 따라다니는 지적이 있다. “왜 번역가 마음대로 의역을 하는가?”
그렇다면 ‘의역’이란 무엇인가? 왜 영화를 망치는 원흉으로 종종 비난을 받을까? ‘I love you’를 ‘나는 사랑해. 너를’이라고 영어 문법 그대로 번역한다면 이것은 원문에 충실한 직역인가?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한국어 어
고려할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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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번역가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솔직히 내 아들이 번역일을 한다고 하면 못하게 할 겁니다. ‘열심히 하면 잘될 거야!’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요.” 20년 가까이 영화 번역일을 해온 박지훈 번역가조차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 번역가로서 일할 수 있는 풀이 아주 좁기 때문이지요. 예전에야 SBS, MBC 등이 운영하는 영상번역아카데미가 있었지만 현재로선 개인이 가르치는 작은 클래스가 전부입니다. ‘번역가가 되는 길’에 대한 공통적인 답은 실력과 적극성입니다. 윤혜진 번역가는 “맨땅에 헤딩”한 경우가 태반이라 하였고 박지훈 번역가도 일을 처음 시작할 땐 배급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문을 두드렸다네요. “처음 제대로 못하면 데뷔작이 유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개 한번 의뢰해보고 잘하면 계속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정도 실력이 준비됐을 때 부딪쳐야 합니다.” 박지훈 번역가의 조언입니다. 덧붙이자면, 윤혜진 번역가가 수석 강사로 있는 더라인 아카
영어만이 아니라 국어 실력도, 검색 능력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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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소곤소곤 별>(감독 소노 시온, 작업 예정)
<더 우먼 인 더 실버 플레이트>(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작업 예정)
<남과 여>(2015)
<이웃집에 신이 산다>(2015)
<도쿄 트라이브>(2014)
<고양이 사무라이>(2013)
<르 아브르>(2011) 외 다수
영화 번역가 정구웅은 영화 번역 연구자이기도 하다. 고려대 불어불문학과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데 연구 주제가 흥미롭다. 요약하면, 소설가였던 에릭 로메르는 어째서 영화감독으로 선회했는가를 통해 영상 번역과 소설 번역의 차이를 짚는 것이다. 2005년부터 일본어와 프랑스어로 된 영화의 번역을 하며 그가 초지일관 영상 번역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와도 닿아 있다. “내가 번역한 작품들은 관객이 많이 든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개성 있는 작품들이었기에 번역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작품들”이라고 그는 말한다. <도쿄 트라이브>
영상의 논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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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나의 그리스식 웨딩2>(2016)
<마이크롭 앤 가솔린>(2016)
<싱 스트리트>(2016)
<사우스포>(2015)
<스틸 앨리스>(2014)
<이미테이션 게임>(2014)
<컬러풀 웨딩즈>(2014)
<스윗 프랑세즈>(2014)
<블루 재스민>(2013)
<라스트 베가스>(2013)
<로마 위드 러브>(2012)
<하얀 리본>(2010)
영화 번역가, 강사 그리고 수입•배급사 대표. 번역가로 시작해 다양한 직함을 갖게 된 윤혜진 번역가는 될성부른 영화와 미드 마니아였다. 어릴 때부터 <라이온 킹> 등의 영화를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보며 대사를 죄다 외워버렸던 그녀는 <굿 와이프>를 비롯해 수많은 미드를 번역했고, <하얀 리본>으로 극장 개봉영화 번역을 시작해 재기 넘치는 <로마 위드 러브> 번
“관객이 70% 이상 만족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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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데드풀>(2016)
<스포트라이트>(2016)
<사울의 아들>(2015)
<캐롤>(2015)
<맥베스>(2015)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나의 어머니>(2015)
<러덜리스>(2014)
<셀마>(2014)
<미스터 터너>(2014)
<아메리칸 셰프>(2014)
<와일드>(2014)
<폭스캐처>(2014)
<다이버전트>(2014)
<노예 12년>(2013)
<아메리칸 허슬>(2013)
<웜바디스>(2013)
<프란시스 하>(2012)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던 날 황석희 번역가를 만났다. <스포트라이트>에 작품상이 돌아간 걸 확인한 그는 “와, 대박”을 연발하며 자신이 트로피를 품은 듯 기뻐했다. 이병헌이 시상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사울의 아들&
“영화로 수다 떨며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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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4월 개봉예정)
<클로버필드 10번지>(4월 개봉예정)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인터스텔라>(2014)
<라이프 오브 파이>(2012)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프로메테우스>(2012)
<어벤져스>(2012)
<소셜 네트워크>(2010)
<인셉션>(2010)
<킥애스: 영웅의 탄생>(2010)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아이언맨>(2008)
<300>(2006)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
<악마 같은 여자>(2001) 외 다수
과장을 보태자면, 박지훈 번역가는 한국영화 번역사의 산증인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1997년, 박지훈 번역가는 IMF 경제위기 당시 영상번역회사를 운영하던 지인을 통해 <쉬리&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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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친화적 번역가 <데드풀> 번역 황석희
자막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도쿄 트라이브> 번역 정구웅
장르를 넘나드는 멀티테이너 <로마 위드 러브> 번역 윤혜진
표준을 제시한다 <인터스텔라> 번역 박지훈
꿀잼 자막의 내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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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이학박사 정재승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연구교수, 입자물리학자 이종필
단국대학교 의학대학 교수, 기생충학자 서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공학박사 노준용
부산대학교 물리교육학과 교수, 양자물리학자 김상욱
이세돌 기사 vs.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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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영화 속 과학자들은 평범하지 않다. 흥미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일반인의 이해 범주를 넘어선 부분이 많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미치광이로, 존경의 의미를 담아선 천재로 불린다. 어떨 땐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천재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FACT
“일반인들에게 과학자 이름을 대보라고 하면 아마도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 정도가 언급되지 않을까. 이들은 우주와 맞닿아 있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디테일에 의존하지 않는 채 근원적인 답을 찾아 헤매는 이론물리학자들이다. 그게 현재 과학에 대한 인식 문제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현상을 수식 몇개로 표현하려는 집단이 이론물리학자들인데 그들은 전체 과학자는커녕 물리학자 중에서도 1% 남짓한 소수다. 우주 전체를 대상으로 에센스만 추리려다 보니 한참 앞에 나가 있어 SF 등에서 자주 차용된다. 하지만 다수의 과학자는 바닥에 붙어서 재현 가능한 물질적 증거를 모으는 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이론물리학이 대
왜 영화 속 과학자들은 천재거나 괴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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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CTION
<매트릭스>는 인간이 기계를 위해 일종의 배터리 역할을 하고 있는 디스토피아 세계다. 인간들은 자신이 기계에 사육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가상현실 속을 살아간다.
FACT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맥스웰의 도깨비 원리’라는 이론이 있는데, 근본적으로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설명이다. 핵심은 순수하게 정보가 움직일 때도 에너지가 필요하며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너지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가상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근데 이 가설이 열역학 2법칙 엔트로피를 위배하기 때문에 도깨비란 별명이 붙었다. 다중우주(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우주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고 가정한 이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어쩌면 이미 일종의 매트릭스 안에 들어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사람이 기계의 에너지원이 되었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가는데, 유전자
<매트릭스>는 상상에 불과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