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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순차적으로 개봉한 한국영화 3파전으로 연말 극장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세 영화의 소재도, 형식도, 구성도, 장르도 모두 차별화된다. 각자의 강점으로 관객을 흥분시키는 이들 영화의 강점은 무엇일까. 감독, 배우들과의 만남에 이어 이번주에는 세 영화를 차별화하는데 일조한 스탭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본다. <강철비> 김태원 PD와 양욱 군사 전문가, <신과 함께-죄와 벌>의 진종현 VFX 총괄 슈퍼바이저와 최완호 R&D 슈퍼바이저, 그리고 <1987> 이우정 제작자, 김경찬 작가를 만나 영화를 더 깊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7~2018 겨울 한국영화 빅3 핵심 스탭을 만나다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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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인조(박해일)는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청나라의 칸(김법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노주한 스틸 작가는 당시 현장에 대해 “배우들끼리 감정이 흐트러질까봐 서로 말도 안 하고 황동혁 감독도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을 정도로 긴장감이 감도는 촬영현장이었다”고 말한다. 미술팀의 숨은 노력이 담긴 세트를 포함해서 배우 박해일의 연기가 당시의 치욕적인 역사적 순간을 영화적으로 잘 담아낸 장면이었다. 미술 세트 양옆으로 대신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도 더 넓게 담을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칸 일행이 올라선 미술 세트만 앵글 가득히 들어오도록 찍었다. 노주한 스틸 작가는 “영화의 의미가 한 장면에 담긴 것 같았다. 내가 딱 소화할 수 있는 컷이었다”고.
<싱글라이더>
극중 재훈(이병헌)이 아내 수진(공효진)이 머무는 호주의 집을 몰래 찾아가서는 자신 없이도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훔쳐보는 장면이 있다. 영화에서 배우 이병헌과 공효진이
B컷으로 보는 2017 한국영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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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작업이다. 그리고 배우나 스탭들이 노력해 만들어낸 그 많은 공동 작업의 결과들이 극장에 걸린다. <씨네21>은 한 해 동안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 영화들의 면면을 되돌아보면서 그동안 여러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촬영현장 스틸컷을 매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사진을 한장 한장 훑어보면서 현장 스틸컷을 촬영한 작가들과 일일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개봉 당시에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영화의 새로운 매력을 또다시 발견하기도 한다. 올 한해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든 <더 킹> <청년경찰> <박열> <범죄도시> <특별시민> <택시운전사> <싱글라이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꿈의 제인> <남한산성> <석조저택 살인사건> <여배우는 오늘도> <장산범> 이상 13편의 영화 촬영현장을 다시금 살펴
B컷으로 보는 2017 한국영화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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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이 돌아왔다. 다행히 이번엔 비교적 빠른 복귀다. 언제나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 1순위인 그도 어느덧 장편 데뷔 14년차에 접어든 만큼 크고 작은 변화들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상상에 더해 원숙미가 물씬 느껴지는 안정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1987년의 이야기를 이제야 영화화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토록 기본에 충실한 연출을 장준환 감독이 선보였다는 것도 놀랍다. 그간의 변화에 대해 묻자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단단한 답이 돌아왔다. 믿음직하다.
-먼저 축하드린다. 언론시사 후 반응이 좋다.
=<씨네21>에서 그렇게 말씀해주니 믿음이 간다. 기자시사에서 보는 반응과 일반시사에서 관객이 보는 반응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기자들은 싸늘하지 않나. (웃음) 긴장이 많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일단 같이 일한 스탭이나 배우들, 무엇보다 그 당시 실존 인물들과 유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민주화 투쟁을 한 분들과 유가족
<1987> 장준환 감독 - 현실을 목도하는 힘과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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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아니, 시작이 아닌 끝이라고 해야 할까. 1987년 모두가 뜨거웠던 그해 여름 시민들로 가득 찬 광장은 “호헌철폐 독재타도” 여덟 글자로 물들었다. 1979년 12·12 사태로부터 무려 8년, 전두환 독재정권에 의해 짓밟힌 민주주의에의 열망이 들불처럼 타오를 불씨가 된 건 젊은 청년의 꽃같은 목숨이었다. 남영동 어두운 구석에서 스러져간 박종철군 고문 살인과 정부의 은폐 조작을 규탄하는 목소리들은 전국 각지에서 메아리쳐 6월10일 민주 헌법을 쟁취하기 위한 범국민대회가 성사됐다. 그리하여 부당한 군부정권은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6·29 민주화선언을 통해 무너진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시민의 힘으로 일궈낸 승리의 기억이라 해도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후 김대중, 김영삼 두 후보의 통합이 불발되고 직선제를 통해 전두환 정권의 계승자인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을. 1987년의 함성은 끝나지 않을 어둠에 대한 복선이었을까 아니면 미완일지
<1987>, 우리 모두 뜨거웠던 그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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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에도 관객을 만날 한국영화들이 차고 넘쳤다. 각 배급사의 2018년 농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데 모았다. 개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까닭에 따로 표기하지 않았다.
[투자·배급사⑦] 2018년 한국영화 주요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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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영화사업부문의 2017년은 국내와 해외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공조>(감독 김성훈)가 782만명을 불러모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군함도> <남한산성> <침묵>이 여러 이유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것은 권미경 한국영화사업 1본부장과 이상윤 한국영화사업 2본부장에게 2018년 성과가 중요해진 이유다. 반면 해외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의 여러 이유때문에 투자 책임자를 대신해 윤인호 홍보팀장이 인터뷰 자리에 나섰다.
-2017년은 아쉬움이 많았을 것 같다.
=국내 사업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반면, 해외 사업에서 성과가 있었다.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 251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동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93만명 동원), <남한산성>(감독 황동혁, 384만명 동원)은 평단에서 나
[투자·배급사⑥] 윤인호 CJ E&M 영화사업부문 홍보팀장, "더 순발력 있게 움직여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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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가 투자하는 게 참 어렵더라. (웃음)”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이하 워너) 대표의 말이다. 그는 잘 알려진 대로 천만 관객을 기록한 <변호인>(제작사 위더스필름)의 제작자였다. 창립작 <밀정>이 750만 관객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한국영화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은 지난 2016년과 달리 <싱글라이더>와 <브이아이피>를 선보인 올해 워너의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제작 환경과 관객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는 그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올해의 사업을 돌아본다면.
=2017년은 워너에 약간의 숨고르기를 하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올해 개봉한 작품들의 흥행 성적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로컬 프로덕션을 운영한 지 3년차인 지금 본격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시기였다고 자평한다. 성과보다는 제작·투자에 대한 기반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서 중장기적으로 한국영화 파트너로 자리잡기 위해
[투자·배급사⑤]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 "극장 중심의 시장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지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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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는 올해 <박열> <부라더> <기억의 밤> <아빠는 딸> <로마의 휴일> <범죄도시> 이상 6편의 한국영화를 선보였다. 앞의 세편은 투자·배급작이고 뒤의 세편은 배급만 담당한 배급작이다. 투자·배급작 3편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범죄도시>(관객수 688만명)는 2017년 한국영화 흥행 3위를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메가박스로선 작은 시도들이 쌓여 큰 성과를 이룬 한해였다.
-<동주> <미씽: 사라진 여자>를 선보인 2016년이 도약의 해였다면 올해는 투자·배급사로서 확실히 입지를 다진 해가 아니었나 싶다. 메가박스의 2017년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부담이 배가된 해다. 투자·배급사로서 몇위를 해야겠다, 그런 목표는 없었다. 각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겨 제작진의 수고에 보답하고, 영화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에게 성과를 남겨주는 게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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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배급사④]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담당, "편견을 깨는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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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의 2017년 사업은 531만명을 불러모은 <더 킹>(감독 한재림)을 제외하면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용두사미라고 부를 수만은 없는 건 넷플릭스와 극장에 동시 배급한 <옥자>나 충무로에서 보기 드문 여성 원톱 액션영화 <악녀>처럼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진행하며 얻은 게 많기 때문이다. 2018년이 창립 10주년인 NEW는 <강철비>를 일찌감치 내놓으며 2018년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2017년 사업이 어땠는지 자평하자면.
=내부적인 재정비가 절실했던 해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공연 등 기회가 올 때마다 콘텐츠를 다양화했고 직원 수도 늘렸는데 여러 면에서 집중이 필요하다는 고민과 반성이 지난해부터 많았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콘텐츠 사업 영역을 분리하고 조직을 쪼개는 개편을 했다. 몸집이 커지는 건 우리 사업부의 장점이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콘텐츠에 집중하기로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영화 &
[투자·배급사③] 박준경 NEW 영화사업부 대표, "보편적인 공감대 갖는 영화뿐 아니라 장점이 확실한 영화도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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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2017년 최고 흥행작이자 유일한 천만영화는 <택시운전사>(관객수 1218만명)였다. <특별시민>과 <희생부활자>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택시운전사>의 독보적 흥행과 <프리즌> <살인자의 기억법> <꾼>의 고른 선전에 힘입어 쇼박스는 올해도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꾼>이 2017년 쇼박스가 선보인 마지막 영화였다.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등 겨울 대작들과의 경쟁을 피하면서 실속을 챙겼다.
=전략적으로 배급 일정을 고려한 결과다. 엄청난 흥행 스코어가 난 건 아니지만 <꾼>이 22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이른바 빅 시즌에 어떤 영화를 낼까 고민하기보다는 작품의 본질적인 가치가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시기를 우선적으로 고민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여름 시장이나 겨울
[투자·배급사②] 김도수 쇼박스 영화제작투자본부 상무,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적인 콘텐츠'에 대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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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활약은 놀라웠다. 신인감독을 앞세운 <청년경찰>(560만명)과 <보안관>(258만명)은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어 관객의 마음을 훔쳤고, 최근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은 한국영화 최초로 두편의 블록버스터를 동시 제작한다는 야심찬 기획으로 주목받았다. 제작비의 몸집을 늘리기보다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내실을 다지고, 기존의 제작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식을 고민한다는 전략은 최근 몇년간 부진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돌파구가 됐다.
-2017년 롯데의 행보를 자평한다면.
=힘들었다. (웃음) 근래 몇년 사이 가장 큰 성과를 낸 한해였지만 영화의 장르나 내용에 있어 새롭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면서 위험부담도 컸다. 예를 들어 <보안관>은 ‘아재’와 ‘로컬’이라는, 다소 촌스럽고 지방색이 강한 영화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었고, <청년경찰>역시 최근 충무로에서 사라진 청춘영화를 만든다는 위험이 있었다. 개봉
[투자·배급사①] 이상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 부문장, "글로벌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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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 정체기로 접어든 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2017년 한국 영화산업 통계를 바탕으로 2018년을 내다보자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2017년 12월 극장 관객수가 아직 집계되지 않은 까닭에 정확한 수치를 얘기하긴 어렵지만 2017년 한해 동안 극장을 찾은 총관객수가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2017년 11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수가 지난해에 비해 87만여명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2017년 극장 관객수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들 것 같다). 2013년 이후 5년 연속으로 극장 관객수가 2억명을 돌파했지만 시장 파이가 지금보다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업계 플레이어들은 많지 않다.
2017년 12월 6일 열렸던 CJ CGV 미디어포럼에선 “극장산업이 이미 정체기로 접어들었다”는 내용의 데이터가 발표되기도 했다. 2017년 박스오피스 성적을 보더라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 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총여섯편(<박열>(2
투자·배급사 책임자로부터 듣는 2018년 한국영화의 경향과 주요 작품 일람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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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포스, 제다이, 라이트세이버, 스톰트루퍼 등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모든 전통 요소를 바탕으로 시리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이번 영화는 블록버스터영화로서는 다소 어려운 길을 가려 한다. 왜 우리는 ‘포스의 균형’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라는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서 시각적으로는 가히 SF영화의 끝판왕에 가까운 엄청난 액션 활극을 선사한다. 152분이라는 넉넉한 러닝타임 위에 전편에 이은 신구 세대 배우들의 조화는 물론 환상적인 우주의 볼거리가 가득 차 있다. 그저 3부작의 최종장을 향한 정거장 정도의 영화로 생각했던 관객은 어서 예매 티켓부터 끊고 보자. 무엇을 상상하든 그와는 다른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상투적인 소개와 함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담고자 했던 비전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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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제시한 비전… 탄생 40주년 맞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