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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연수 프로그램 4일차, 중국 청년감독들이 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박광현, 조성희 감독과 만났다. 우얼쿤 비에커·궈진보·박광현·조성희·롱잉·한슈아이·왕펑 감독(왼쪽부터). 박광현 감독은 “선후배가 아닌 동료감독으로 대화하고 싶다”라고 간담회의 운을 뗐다. 이어 조성희 감독이 “우얼쿤 비에커 감독의 <구출>을 보고 현재 활동 중인 상업영화 감독인 줄 알았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참가자들의 작품에 대해 박광현 감독은 기성 영화 못지않은 유려한 미장센을, 조성희 감독은 단편영화임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안정적인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과 중국의 청년 감독을 양성하고 양국의 우호 증진을 도모하는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가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 영화제의 장점은 입상한 중국 감독들에게 한국에서의 연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지난 3회를 거치며 영화제에서 수상한 중국 감독들은 한국 영화산업 연수를 통해 강제규,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수상자들의 한국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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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저 작은 마을의 볼품없는 잡화점이 배경이다. 끔찍한 살인사건도 없고, 그래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꿈과 진로를 고민하는 고민상담 편지가 32년의 시간 차로 엮인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선연한 피 대신 이번엔 제법 훈훈한 판타지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분명 기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결이다. 그럼에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 출간 즉시 화제를 모았으며 급기야 국내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소설이자 스테디셀러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히로키 류이치 감독(<바이브레이터>(2003), <가부키초 러브호텔>(2014))의 연출로 영화화됐다. 독한 설정을 밀어낸 그 자리에, 마치 조곤조곤 흘러 나오는 라디오 속 사연을 듣는 듯한 이 착한 사연의 파워가 무엇인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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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으로 아카데미 최다 후보 지명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고맙다. 아카데미 후보로 지명된 것에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 지난 25년간 내가 탐구해온 수많은 이미지와 아이디어에 이 공을 돌리고 싶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감독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화다. 더불어 이 작품은 영화적으로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나의 노력이 영화 커뮤니티에 의해 지지와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 기쁘다.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인 동시에, 당신의 전작을 통틀어 가장 로맨틱한 작품일 것이다. 당신은 왜 사랑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나.
=당신의 말대로, 나는 과거에 러브 스토리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크림슨 피크>(2015)라는 예외가 있긴 했지만, 이 작품 역시 진짜 로맨스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 영화관 위의 다락방…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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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와 매체, 시대를 관통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방대한 취향과 관심사는 이미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주어진 레시피에 따르고 싶지 않다. 내 방식대로 요리하길 원한다”는 델 토로의 말대로, 그에게 영향을 준 수많은 레퍼런스는 델 토로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가진다. 다음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에 영향을 준 주요 레퍼런스에 대한 이야기다.
<해양 괴물> (1954)
기예르모 델 토로에겐 어린 시절 강박적으로 그리던 세 가지 괴물이 있었다고 한다. 프랑켄슈타인, (론 채니 버전의)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잭 아놀드가 연출한 이 1954년 영화에 등장하는 아가미 인간이다. <해양 괴물>은 아마존으로 탐사를 떠난 사람들이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아가미 인간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룬 호러영화다. 아가미 인간의 터전을 침범한 탐사대원들은 차례로 죽임을 당하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에 영향을 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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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낮춰주세요. 이 자리에 서기까지 25년의 시간이 걸렸으니, 나에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지난 1월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 소감의 끝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퍼지려고 하자 기예르모 델 토로는 이렇게 말했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2006), <퍼시픽 림>(2013) 등 개성 있는 판타지·SF 영화로 주목받아온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유독 상복이 없는 감독이었다. 그런 그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은 그간의 설움을 완전히 씻어버릴, 2018년 미국 어워드 시즌의 가장 강력한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몬스터영화의 거장이 만든 이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할리우드를 사로잡았나. 이 지면에서는 2월 22일 국내 개봉을 앞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1월 말 진행한 기예르모 델 토로와의 전화 인터뷰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 델 토로가 빚은 사랑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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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영화감독이 되려고 했나.
=20, 21살 때쯤 원래는 시를 전공하고 있었는데 대학에 개설된 영화 수업을 받는 순간, ‘아, 이것이 내가 평생 해야 할 것이구나’ 직감했다. 레바논 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어 1987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선보였다.
-어린 소녀 제니와 육상 코치와의 육체적 관계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나.
=미국은 주마다 청소년의 육체적 관계를 촬영하는 데 세밀한 법이 있다. 예를 들어 루이지애나 같은 경우는 침대에 청소년이 앉기만 해도 포르노로 간주하기 때문에 제니와 촬영하는 동안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어린 제니 대신에 22살의 작은 체구의 스턴트 더블(몸 대역배우)이 남자배우와의 육체 접촉 장면을 찍었고, 촬영장에는 심리상담을 위한 전문가가 같이 있었다. 누워 있는 장면도 실제로는 세로로 세워진 침대에 머리카락 등을 이용해 마치 누워 있는 듯하게 세팅한 것이다.
-로라 던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오랜 친구 브라이언 드 팔
[영화제 기행③] <더 테일> 제니퍼 폭스 감독 - 무조건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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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가 흩날리던 저녁 나는 솔트레이크공항에 도착했다. 올해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까지는 40분가량 더 가야 하는데 내리자마자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해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폭설이 내리던 밤. 폐차 직전의 낡은 차에 할아버지 택시기사. 지난해 처음으로 유타에 발을 내디뎠다.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을 뚫고 사막의 고개를 과연 넘을 수 있을지 내내 마음을 졸였다. 눈길에 바퀴는 계속 헛돌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동차는 산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었다. 산 중턱에서 밤을 새우게 되는 건 아닌지, 눈은 언제쯤 그치려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다행히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파크시티로 진입할 수 있었다. 엄청난 폭설로 인해 내가 가야 하는 도로는 진입이 통제됐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큰 트렁크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택시기사 할아버지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내가 갈 집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면 자기가 20달러를 준다고 했다. 택시비 40
[영화제 기행②] 이현정 감독의 제18회 선댄스영화제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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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IFFR), 이하 로테르담영화제)는 영화제를 다양한 목소리와 감수성이 소용돌이치는 행성에 비유했다.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열린 올해 로테르담영화제는 그곳의 거주자들을 탐구하자고 제안했다. 도시 곳곳에 나부낀 슬로건은 “IFFR 행성의 주민을 만나보세요”(Meet the humans of IFFR)다. 더불어 인간을 정의하는 다양한 명제가 시내 곳곳을 장식했다. “그들은 어떤 종보다 높은 수준으로 도구를 쓴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전쟁을 일으킨다”, “그들은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등등. 말하자면 제47회 로테르담영화제는, 영화인과 관객에게 휴먼의 정의는 무엇이며, 인간들이 맺는 관계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영화예술은 거기서 무엇을 하는지 다시 생각하자고 권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원론적 질문 아니냐는 회의가 들 법하다. 그러나 베로 베이어 집행위원장은 개막식 환영사에서 201
[영화제 기행①] 김혜리 기자의 제47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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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의 바운더리는 점점 좁아지고 독립영화의 관객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대환 감독은 “마치 편의점 냉장고에 탄산음료만 진열된 것 같다”는 말로 다양한 영화를 품지 못하는 상업영화계의 포용력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 우리는 <꿈의 제인> <초행> <시인의 사랑> <용순> <폭력의 씨앗>처럼 용감한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다섯편의 영화는 하나같이 용감한 시도를 보여준다. 더불어 만드는 과정에서도 용감한 결단과 인내가 필요한 영화들이었다. <철원기행> <초행>의 김대환 감독, <시인의 사랑>의 김양희 감독, <용순>의 신준 감독, <폭력의 씨앗>의 임태규 감독, <꿈의 제인>의 조현훈 감독까지, <씨네21>이 주목하는 신인감독 다섯명에게 대담을 청했다. 신인감독으로서, 젊은 감독으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들려달라 했더니 김양희 감독은 제주
다섯 신인감독들이 말하다 - 영화 완성과 영화제에서의 수상이 정신승리로 그치지 않게 ‘다음’을 기약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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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할리우드에서 열린 <블랙팬서>(2월14일 국내 개봉)의 프리미어는 단순한 시사회가 아니라 화려한 연출이 겸해진 영화 팬을 위한 행사였다. 티찰라/블랙팬서를 연기한 채드윅 보스먼이 입장할 땐 영화 속 티찰라의 여성 호위무사대인 도라 밀라제가 나타나 보스먼이 탄 차량을 호위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토속 의상을 입은 악대가 전통악기를 두드릴 때 출연진이 한명씩 등장하는, 새로운 방식의 프리미어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이 지면에서 꺼내놓은 이야기는 지난해 12월 4일 다운타운 로스앤젤레스에서 <블랙팬서>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만나 나눈 인터뷰가 바탕이 됐다. <블랙팬서>의 라이언 쿠글러 감독과 주연배우 채드윅 보스먼, 악역 에릭 킬몽거를 연기한 배우 마이클 B. 조던 그리고 와칸다의 공주이며 명석한 두뇌를 가진 (토니 스타크보다 더 똑똑한) 슈리를 연기한 영국 배우 레티시아 라이트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키워드로 풀었다. <블랙팬서>를
[설 연휴 기대작③] <블랙팬서>를 더 재미있게 보는 여섯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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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맡은 적 없는 인물을 연기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영화 <독전> 촬영현장에서 고 김주혁은 우리가 그에 관해 잘 알고 있던 이미지, 예를 들면 영화 속 ‘광식이 형’이나 예능 프로그램 속 ‘구탱이 형’의 모습과는 다른 캐릭터의 결을 보여주는 재미에 대해 언급했었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부터 ‘악역’ 연기에 처음 도전했던 <공조>(2017)나 <석조저택 살인사건>(2017)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독전> 등의 영화를 선택했던 이유는 그가 앞서 언급했던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으리라. 우리가 알고 있던 고전 <흥부전>과는 다른 전개를 보여줄 <흥부> 역시 지금껏 봐왔던 김주혁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줄 영화임에 분명하다. 그를 직접 만나 새 영화의 캐릭터에 대해, 현장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럴 수 없음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2월 14일 개봉하는
[설 연휴 기대작②] 미공개컷으로 만나는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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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두번 바뀌었지만, <조선명탐정>은 그대로다. 감독도, 배우도, 심지어 제작사, 투자·배급사, 홍보사까지 바뀌지 않고 어김없이 설 연휴에 돌아왔다. 이 시리즈를 모두 연출한 김석윤 감독은 평균 사람의 수배의 시간을 사는 것 같다. JTBC 제작1국(드라마) 국장이기도 한 그는 현장에서 매년 한편씩 연출도 하고 있다(2014년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2015년 드라마 <송곳>, 2016년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내가 원래 관리자 체질은 아니라서, 데스크에서 결재를 하다보면 촬영 끝나고 모텔방에서 소주잔 기울이던 게 참 그립다.” 영화 현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김석윤 감독을 만나, 시리즈를 이어온 힘의 근원 그리고 변화에 대해 들었다.
-같은 배우와 감독으로 3편까지 왔다. <장군의 아들> 시리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웃음)
=1편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설 연휴 기대작①]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김석윤 감독 - 오락물에는 오락의 연출 방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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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강추위의 여파로 온몸을 롱패딩으로 휘감고 다니는 요즘, 설 연휴를 준비하는 극장가에서는 지난 연말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강철비> 등이 한껏 띄워놓은 흥행 열기를 붙잡아두기 위한 예매율 끌어올리기 전쟁에 돌입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또 한번의 흥행 기록 경신을 이어갈 영화가 탄생할지 기대되는 가운데, 설 연휴 가장 화제를 불러모을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들의 소식을 한데 모아봤다. 최근의 한국영화 제작 환경에서 굳건하게,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배우와 감독의 교체 없이 3편까지 버티고 달려온 시리즈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개봉 2월 8일)의 김석윤 감독을 만나 영화 안팎에 얽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또 이번 연휴에는 고 김주혁의 출연작인 조근현 감독의 <흥부>(개봉 2월 14일)도 만날 수 있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현장의 모습과 더불어 최근 연기 폭을 넓히는 시도를 했던 근작들에서의 모습도 함께 살펴
설 연휴, 극장에서 뭐 볼까?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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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의 대가, 괴짜, 기인 등. 고 김기영 감독의 이름 옆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영화처럼 살다간 그를 빗댄 표현이다. 영화를 육체화한 삶을 살았던 그이기에 아주 틀린 묘사는 아니지만, 그와 그가 만든 영화를 다룬 책 몇권과 글들을 읽으면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항상 궁금했다. 김기영 감독의 20주기를 앞두고 김 감독의 장남 김동원씨에게 만남을 청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김동원씨는 “우리 막내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고 자신 대신 동생 김동양씨를 떠밀었다. 올림픽대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만난 김동양씨는 “유작 <천사여 악녀가 되라>(1990)를 찍을 때 아버지가 당시 올림픽대로를 계속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하셨다. 진짜 저예산으로 찍었는데 극장 개봉은 못하고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다. 올림픽대로를 보니 이 영화가 생각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막내아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 김기영 감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와의 대화를 1인칭 시점으로 구성하였다.
김기영 감독 막내아들 김동양씨, 아버지 김기영을 추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