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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후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다키스트 아워> <덩케르크> <겟 아웃> <레이디 버드> <팬텀 스레드> <더 포스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쓰리 빌보드>
<씨네21>의 선택_ <쓰리 빌보드>
<쓰리 빌보드>가 받아야 한다. 올해 아카데미의 경향 중 두드러지는 건 트럼프 시대에 대한 화답을 하는 이야기들이다. <겟 아웃>처럼 장르적으로 풀기도 하고 <더 포스트>처럼 역사를 소환하기도 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처럼 은유적으로 풀어낸 영화들도 있다. 하지만 <쓰리 빌보드>만큼 확실하고 선명하게 오늘의 미국, 오늘의 공기를 부각시키지는 못한다. 이 영화는 마치 2007년 9·11에 반응했던 미국영화를 연상시킨다. 다만 전망이 그리 밝진 않은데 초반에는 <쓰리 빌보
[아카데미 시상식②] 아카데미의 선택 예측 vs <씨네21>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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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에게 신보다 더 많이 언급된 남자.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에게는 늘 이런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하지만 2018년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웨인스타인의 이름은 더이상 호명되지 않을 것이다. 2019년에도, 2020년에도,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범죄를 폭로한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할리우드를 넘어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을 뒤흔들었다.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등 유명 배우들의 용기 있는 폭로가 이어지며 ‘웨인스타인 성범죄 스캔들’은 전세계 각국의 여성들이 SNS에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미투(Me Too) 운동’으로 이어졌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웨인스타인의 몰락은 올해와 그 이후의 아카데미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이하 AMPAS)는 지난해 10월 웨인스타인을 회원에서 제명했으
[아카데미 시상식①] #포스트_웨인스타인 #metoo #트럼프 #여성영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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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미국 시각으로 3월 4일 일요일 저녁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한국에서는 3월 5일(월) 오전 9시30분경 채널CGV와 OCN을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작품상 수상작인 <문라이트>를 <라라랜드>로 잘못 호명했던 지난해 시상식 말미의 대형사고를 기억한다면, 올해는 어떤 작품이 어떤 순간 충격과 반전의 드라마를 써내려갈지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2018년 아카데미 후보작의 면모를 살펴보면, 예년보다 흥미로운 점이 많다. 미국 사회의 시대정신과 아카데미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올해의 후보작을 전격 분석해보았다. 이제는 연례 코너로 자리잡은 아카데미 시상식 예측과 ‘<씨네21>의 선택’도 공개한다. 이 지면에는 최근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시상식 시즌 화제가 되고 있는 여섯편의 미국영화에 대한 글을 함께 실었다. 4월 개봉예정인 <레이디 버드>를 제외한 다섯 영화는 이미 국내 극장에서 개봉했거나 3월
오스카씨는 누구에게 갈까? ① ~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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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시선은 항상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장편 데뷔작 <세 친구>(1996)는 갓 20대가 된 청년들이 겪는 온갖 폭력을 그렸고, 청춘을 지나보낸 중년 남성의 안간힘을 담은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나 비인기 스포츠를 하는 중년 여성의 고충을 포착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은 말할 것도 없다. <날아라 펭귄>(2009)을 포함해 누구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작 작품을 많이 연출했고, 2009년부터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도 역임하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 역시 여전히 고민 많은 이들을 보여준다. 수능시험을 치른 엄마(문소리)가 집을 나갔고, 애인만 시험에 붙고 자신은 임용고시에 떨어져 고향에 잠시 내려온 혜원(김태리)의 상황은 한없이 우울하게 풀어낼 수도 있다. 시골에서만 자란 은숙(진기주)이 회사에서 계약직으로서 겪는 고충이나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시골로 내려온 재하(류준열)의 고민도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 - 자기에게 맞는 길을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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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놓는 작품마다 파란을 불러일으킨다. 숀 베이커는 아마도 작가라는 명칭에 가장 어울리는 미국의 젊은 감독일 것이다. 천재, 혁신가로 불리며 오스카가 주목하는 그의 행보에 대해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1. 기발, 창의, 혁신
숀 베이커를 수식하는 단어는 여러 가지지만 그를 향한 찬사는 이 세 마디 안에 녹아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이크 아웃>으로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화제를 모은 후부터 숀 베이커의 행보는 곧 미국 독립영화의 현주소가 되었다. 영화광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자산을 영화에 녹여내는 대신 피해가는 방식을 선택한다. 흔히 말하는 인용이나 헌사 대신 여느 영화들의 색깔들을 조금씩 비껴가는 기발한 지점에서 영화를 출발시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없던 걸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다. 익숙하되 조금 다른, 요컨대 자기 식으로 소화한 문법들을 선보이는 쪽에 가깝다. 가령 할머니와 포르노 여배우의 우정을 다룬 <스타렛>의 전반은 비밀을 밝히
숀 베이커를 처음 만난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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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지개가 빛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른이 된 지금은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환상이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 환상은 허무맹랑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의 빛살을 받아 구성된 또 하나의 진실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미국 하층민들의 삶을 끌어안는다. 함부로 연민하거나 재단하는 일 없이 그저 일상의 자잘한 조작들을 끌어모으는 이 영화는 종국에는 가슴 한구석에 쉽게 지울 수 없는 인장을 새긴다. 누군가에겐 달콤하고 누군가에겐 씁쓸한 얼룩들. <탠저린>(2015)에 이어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선보인 숀 베이커 감독은 이제 명실상부 미국의 차세대 작가로 주목할 만하다. 동시대 사회를 날카롭게 포착하여 아이들의 시선으로 다시금 접근한 이 영화는 실로 매혹적이고 생기가 넘친다. 물론 그 놀라운 성취와 숀 베이커 감독의 면면을 짧은 지면 안에 다 담을 순 없을 것이다.
숀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 현실과 동화 사이에 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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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지를 남김없이 파낸 엄마가 누나의 귓속에 입술을 집어 넣고 속삭입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아이들은, 벌을 받게 된단다. 누나는 다리도 간지럽고 등도 간지럽지만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뾰족한 귀이개가 눈앞에서 어른거립니다.” (단편 <비밀동화>) 처연한 이야기를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들려주는 최은미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면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귀는 가렵고 손에는 땀이 나지만 그것이 어떤 감정 때문인지 정확히 설명하기는 힘든 상태. 최은미 작가가 그려내는 지옥도에는 엄마에서 딸로, 그 딸에서 딸로 이어지는 대물림되는 고통이 있고, 각종 질병과 강박증에 지배당하다 패배하고 마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있다. 2008년 <현대문학> 신인상에 단편 <울고 간다>가 당선되면서 활동을 시작한 최은미 작가는 두 권의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에서 이처럼 예정된 비극을 향해 걸어가는 인
[소설가⑥] <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작가, “내가 가장 공포를 느끼는 것들을 소설에 끌어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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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은 경계에 서 있는 작가다. 민음사, 문학동네에서 편집자로 일을 하다가 장르문학을 쓰게 됐고, 한때는 ‘오타쿠들의 여왕’이라 불리더니 “문학상이 필요해서 상을 받기 위해 쓴” <이만큼 가까이>는 판타지를 싹 뺀 성장물이었다. 첫 단행본 <덧니가 보고 싶어>는 원래 영화 시나리오 형태로 썼고, 결과적으로 엎어졌지만 지난해 지상파 드라마 대본을 쓰기도 했다. “나에게 맞는 형식은 단행본이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아하지만, 꼭 소설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난 소설가라기보다는 그냥 이야기 작가인 것 같다.” <피프티 피플>은 정세랑 작가의 독특한 경력과 유연함, 다양한 결이 반영된 작품이다. 주인공이 무려 50명인 독특한 구성으로, 각양각색의 인물이 고유의 에피소드를 가진다. 편집자 출신이라 “현 시대 내가 속한 공동체에 의미 있는 이야기인지를 따지게 된다”는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층간 소음 등 최근의 사회문제 또한 적극적으로 녹여
[소설가⑤] <피프티 피플> 정세랑 작가, “젊은 사람들 편을 들어주는 할머니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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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 사진 보여드릴까요?” 이종산 작가는 인터뷰 사진 이야기를 하다 말고 스마트폰 사진첩을 열어 드랙 분장을 하고 퀴어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신중하지만 단호하게, 원하는 방향을 분명히 알고 향하는 <커스터머> 속 수니와 안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었다. <커스터머>는 SF이자 판타지이며 퀴어소설인 동시에 연애 이야기인데, 두 사람 사이에서 첫 감정이 솟고 압도하는 대목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인 소설이다. 소설 속 ‘커스터머’는 유전공학 기술로 신체를 ‘커스텀’해 바꾼 사람들을 말하지만,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내면을 커스텀하는 방식 중에는 사랑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나’를 알아가는 일에 더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대상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빠지는 일. 한달음에 읽히는 10대 주인공의 감정을, 이종산 작가는 어떻게 써냈는지 알고 싶었다.
-<커스터머>도 그렇고, 전작들인 <코끼리는 안녕,> &
[소설가④] <커스터머> 이종산 작가, "퀴어문학임을 분명히 밝힌 작품이 더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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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신문 기사에서 손원평이라는 이름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반가움 반, 놀람 반이었다. 그가 쓴 장편소설 <아몬드>가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는 내용의 소식이었다. 2001년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영화평론가로 데뷔했고,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진학해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 <너의 의미>(2007) 등 몇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던 그가 소설이라니. <씨네21>의 오랜 독자라면 아주 낯설지 않을 그는 영화와 소설을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 쓰고 있었다. ‘소설가’ 손원평은 <아몬드>와 <서른의 반격> 두편의 장편소설과 단편 <4월의 눈>(<창작과비평> 2017년 겨울호 수록)을 냈다. <아몬드>는 윤재와 곤이라는 17살 동갑내기 두 친구가 혐오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가슴으로 교류하며 성장하는 이야기고, &l
[소설가③] <아몬드> <서른의 반격> 손원평 작가, "균열이 일어나야 세상이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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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씩 딸애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고 나면 한동안은 이렇게 그 생각에 꼼짝없이 붙잡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나는 벌을 받는 걸까. 뭔가 잘못된 것을 딸애에게 물려주고 만 걸까.” <딸에 대하여>에서 동성 연인과 사는 딸을 보는 ‘나’의 마음은 원망보다 자책감을 닮았다. ‘딸에 대하여’라는 제목과 달리 어머니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이야기는, 무조건 이해하고 끌어안으려는 애정과 세상 기준에 뭐하나 모자람 없기를 바라는 욕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의 마음을 따른다. 이 소설을 쓴 김혜진은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치킨 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3년 <중앙역>으로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다. 도시의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그 도시의 시작이자 끝이며, 집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는 종착역인 중앙역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중앙역>을 떠올리면, 생활과 생업의 장면들을 담아낸 소설집 &
[소설가②] <딸에 대하여> 김혜진 작가, "시간이 지나면서 소설이 나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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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오셨어요? 문예지와 교류도 없었는데.”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자 김보현 작가가 던진 첫 질문이었다. 그다음에는, 같은 이유로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2011년 계간 <자음과모음>에 단편소설 <고니>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보현 작가는 장편 <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을 발표하기까지 6년여 시간을 소설 쓰는 사람들보다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과 가깝게 보냈다. 등단을 한 뒤 문예지에 단편을 발표하며 소설집으로 묶거나 장편을 연재한 뒤 단행본으로 내는 활동이 없었던 셈. 대신, 김보현 작가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 소설 등으로 발전시킬 작품을 찾는다는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2013년에 <올빼미 소년>으로, 2015년 <팽: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로 두 차례 우수상을 받았다. 그때 상을 받은 작품들이 어떤 이야기였는지,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이야기들이라면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소설가①] <누군가 이름을 부른다면> 김보현 작가, “소녀를 주인공으로, 좀비물이자 성장담인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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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현대문학상), 김애란(동인문학상), 손보미(대산문학상), 정세랑(한국일보문학상). 2017년 문학상 수상자는 전원 80년대생 여성이었다. 갑작스레 재능 있는 젊은 여성 작가들이 쏟아진 탓일까, 2016년 말 있었던 #문단_내_성폭력 논란의 여파일까. 중요한 사실은, 재능 있는 여성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씨네21>은 김금희, 김애란, 손보미 작가와 이미 인터뷰한 일을 떠올려, 이제부터의 활약에 주목할 만한 새로운 재능 있는 여성 작가들을 만나기로 했다. 2010년 단편 <드림, 드림, 드림>으로 등단해 6편의 장편소설을 내고 지난해 한국일보문학상까지 수상한 정세랑 작가에게 한발 늦은 축하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한 것을 필두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이후 여성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딸에 대하여>의 김혜진 작가, <씨네21> 영화평론가 출신으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아
우리가 주목하는 소설가 6인 ① ~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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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 영화과에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새로운 소망이 생겼다. 어떤 수업을 받기에 이렇게 우수한 감독들을 배출해내는지 궁금하더라.”(궈진보 감독) “한국영화를 워낙 많이 보다보니 내가 보는 풍경 속 건물들이 다 영화에 나온 그곳인 것 같아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특히 한국영화 특유의 공간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실제로 볼 수 있어 좋았다.”(한슈아이 감독) 5박6일간의 한국 연수는 재능 있는 신인 중국 감독들에게 어떤 것들을 남겼을까. CJ문화재단이 제공하는 한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서 입상한 다섯명의 중국 감독 우얼쿤 비에커·궈진보·왕펑·한슈아이·롱잉을 만나보았다.
-한국 연수 프로그램을 소화 중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프로그램은.
=왕펑_ 나는 4DX, 스크린X 같은 새로운 상영 방식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중국 사회에서는 일단 신기술이 나오면 이 기술로 어떤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이 기술을 통해 얼마나 멀리 나아갈
제4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입상한 중국 신인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