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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부천영화제의 비기(秘技), 호금전 회고전이 한국에서 촬영된 말년의 작품 <산중전기>의 상영으로 13일 오후 2시 문을 열었다. 300여 명의 관객이 자리를 메운 부천 시청 무대에 오른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개인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한 주연배우 쉬펑이 보내온 메시지를 전했다. 이 메시지에서 쉬펑은 “20년 전 호금전 감독의 영화를 찍었던 한국의 변화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호금전 재평가 움직임이 더없이 반갑다. <협녀> 등이 매진된 소식을 듣고 보니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 크다”며 고마움과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관객에게 소개된 호금전의 열성팬 피터 리스트 교수(몬트리올 콩코르디아대)는 먼저 평일 오후에 세 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러 많은 관객이 모인 데에 놀라움을 드러낸 후, “러닝타임 205분 짜리 편집본은 나도 오늘이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판타스틱 장르’ 개념에 꼭 들어맞는 호금전 영화이며, 산수화의 미학과 한국의 자연, 60년
무협영화의 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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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갈아 입지 않고 5일간 계속해서 춤만 추세요. 그럼 돈도 벌고 술과 안주도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부산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인터넷을 이용한 영화 보조출연자(엑스트라) 공개모집에 100여명의 대학생들이 지원해 5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부산영상위원회는 부산에서 촬영하고 있는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감독 장선우)의 나이트클럽 장면에 출연할 엑스트라 1명을 지난 11, 12일 이틀간 부산지역 각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했다.모집대상은 부산에 사는 20대 남녀로 춤과 외모에 자신이 있으면 누구나 가능했다. 이들이 할 일은 14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부산 해운대구 부산무역전시관 1층 클럽 `비련'에서 마음껏 춤을 추는 것이다.단 드라마의 연결을 위해 촬영하는 닷새간 옷을 바꿔 입으면 안되는 조건이었다.모집공고가 나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집 안내문이 뜬 직후부터 부산영상위원회와 영화제작사인 `기획시대'는 끝
영화 `성냥팔이 소녀…` 엑스트라 공모 50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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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첫날밤의 이른 마감을 아쉬워하는 게스트들을 위해 개막작 <레퀴엠>과 <나비>의 경쟁 부문 초청을 축하하는 파티가 12일 밤 11시경부터 송내역 근처 ‘재즈 피플’에서 열렸다. <레퀴엠>의 수입사이자 <나비>의 해외배급을 담당한 미로비전과 <나비>의 제작사 D 프로덕션이 주최한 이 자리에는 문승욱, 김지운 감독 토니 레인즈 등이 참석했으며 ‘오르가즘 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4인조 밴드 ‘오! 브라더스’가 1시간 가량 공연을 펼쳐 흥을 더했다.
<레퀴엠>과 <나비>를 위한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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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현재 ID카드 발급 예정자수는 2000명. 심사위원(연두색, 9명), 스폰서(연갈색, 58명), 국내외 게스트(연보라색, 해외 평론가 및 프레스 포함 800명), 프레스(파란색, 320명), 자봉단(주황색, 200명), 조직위(초록색, 22명), 스탭(빨간색, 80명), 이벤트 지원(노랑색, 4명), 부천시청 관계자(상아색, 114명), 집행위원 및 프로그래머, 페스티벌 레이디(골드, 6명), 데일리카드(흰색, 숫자미정)를 합친 숫자다. 복사골 문화센터 2층에 위치한 ID 카드 발급처는 12일부터 20일까지 운영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ID카드로 예매할 수 있는 영화는 1일 3매, 당일과 익일 예매만 가능하다. ID 카드나 티켓 중 하나만 빠트려도 상영관 입장이 불가능하므로 주의요망. 아이디 카드 지정 예매처는 복사골 문화센터, 시청, 시민회관 세 곳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예매 취소는 상영시간 20분전까지 가능하다.
ID 발급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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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룸이 새롭게 단장했다. 작년의 경우 복사골 문화센터 5층에 마련된 인터뷰 공간이 전부였다. 올해는 2층에 마련된 공간만 세 곳. 국내외 게스트들에게만 개방되었던 게스트 라운지가 30분 내외의 짧은 인터뷰를 위한 공간으로, 문화사랑카페와 그 옆의 인터뷰 전용룸은 사진과 취재를 합쳐 1~2시간 정도의 긴 인터뷰에 사용된다. 4층의 프레스센터와 종전의 5층 기자회견실까지 합치면 인터뷰 공간은 모두 다섯 곳. 인터뷰 예약은 이틀 전에 마쳐야 한다.
인터뷰룸 새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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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보금자리인 프레스센터가 복사골 문화센터 4층 문예자료실에 설치됐다. 영화제 관련 각종 소식지와 인터뷰 신청서 등 인쇄물이 비치된 데스크를 비롯, 5대의 컴퓨터가 설치된 정보이용실과 휴게실, 8대의 VTR을 갖춘 비디오 룸, 노트북 사용자를 위해 5개의 LAN이 별도로 설치된 사이드 룸 등 5개 섹션으로 운영된다.
프레스센터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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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박10일간의 영화 피크닉은 중반을 넘어서야 갠 날씨를 만날 것 같다. 인천 기상청이 발표한 주간예보에 따르면 12일부터 16일까지 연이은 비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17일부터는 서해 남부에서 올라오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 영화제 기간 동안 낮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3∼4도 높은 27∼32도로 영화사냥꾼들은 ‘덥거나 혹은 비오거나’의 악조건을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From Rain to SunshineIt looks as though we'll meet clear skies only a little after the middle of the 9 night 10 day-lasting film picnic. According to the Incheon Meteorology Administration's weekly forecast, a series of rainfalls is in store for us from the opening 12th until
비오거나 혹은 덥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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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담을 받으러 온 내담자들의 꿈 이야기를 듣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어디선가 보았던 영화이야기를 내담자들은 자신이 본 마냥 그대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럴 땐 내담자들의 입을 통해 신의 계시가 내려지는 것 같아 섬뜩해지기까지 한다.예를 들면 오랫동안 어머니의 애정결핍에 시달린 내담자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따라 긴 통로를 헤치고 어딘가를 들어 가봤더니 그게 바로 냉장고 안이 더란다. 살려달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냉장고문은 열리지 않고, 내담자는 이제 꼼짝없이 얼어 죽었구나 하는 순간 깨어났다고 했다. 자신 때문에 냉장고에 들어가 죽은 아이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던 주인공이 음식을 거부하던 이야기는 바로 영화 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테마이기도 하다. 이 내담자 역시 불안정한 정서와 음식을 연결시키는 폭식증이 있었다. 결국 음식물이 들어찬 냉장고란 가짜 자궁 혹은 차가운 자궁은 아니었던가?원형적 무의식을 펼쳐 보이는 공작의 깃털 같은 화려한 꿈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
꿈속에서 영화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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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 딸아이의 소풍가방을 맨 엄마, 의자를 밟고 올라선 두 아이의 까치발, 웅장한 음악에 지그시 눈감은 아빠. 11일 전야제가 열린 부천 중앙공원의 야외음악당에서 영화 속에서 오려낸 듯한 가족을 만났다. 부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한껏 빠져 있던 아버지 신순범(39)씨는 아니나 다를까 부천 필의 회원인 열성 팬이라고. “한 해에 20회 정도는 부천 필의 음악회를 관람하죠.” 담담한 말 속에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이 배어난다. 알고 보니 신순범씨는 인천 시민. 하지만 부천을 이야기하는 그의 음성은 들떠 있다. “영화와 음악이 성숙할 수 있는 기반도 잘 갖춰져 있어요. 영화제가 매년 열리니 가까운 인천시민들에게까지 즐거운 연례 이벤트가 생긴 셈이구요.”네 식구가 항상 몸 어딘가를 서로에게 기대고 있는 모습을 놀라워하니 부인 장현옥(32)씨는 수줍게 웃기만 한다. <홀랜드 오퍼스>같은 따뜻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영화보다 음악을 편애하는 남편 때문에 1년에 두세
즐거운 연례 이벤트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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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일본·감독 하라다 마사토·105분출연 유키 아마미, 아수로 와타베감독 하라다 마사토는 <가미가제 택시> <바운스> <쥬바쿠> 등이 차례차례 소개된 부천영화제의 단골. <이누가미>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들개신 ‘이누가미’를 숭배하는 일본 시골마을. 이곳의 보노야마가문의 여자들은 대대로 이누가미를 모시는 단지를 지키며 살아야 하는 숙명이다. 이 가문의 여인 미키는 이누가미 저주에 관한 전설과 숭배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여기면서도 한편으론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도시에서 아키라라는 젊은 교사가 부임해온다. 그가 부임해온 날, 마을은 갑작스러운 안개와 돌풍에 휩싸이고, 그날 밤 마을사람들은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날부터 미키는 점점 젊어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아키라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마을에 불행한 일들이 하나씩 생겨나자 사람들은 미키 때문에 이누가미의 저주가 되살아났다고 믿는
이누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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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이 따로 있으면서도 영화에 관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영화를 사랑하고 옹호하며, 영화를 전파해내는 ‘영화인’들이 있다. 공중파 TV와 라디오의 영화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홍은철 아나운서와 배유정 동시통역사. 이번 개막식에서도 이들은 공동사회자가 되어 영화의 환상에 흠뻑 빠져들고픈 관객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홍은철씨의 부천영화제 개막식 사회는 이번만도 벌써 세 번째. 그렇다면 이 판타스틱 영화제 단골 호스트의 취향은? 황당하게도(?) “호러나 엽기를 뺀 모든 영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은철씨는 부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남다른 매력을 “한밤중의 심야상영장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젊은 관객들의 열기를 느끼며, 도발적인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젊고 재능있는 미지의 감독들을 발견하는 기쁨”이라고 요약한다. 반면 배유정씨의 영화 식성은 부천과 찰떡궁합. 어려서부터 공상과학 영화와 소설에 매료되었던 그녀는 판타지 영화의 열혈 팬이다. “인류 미래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무슨 일이 있어도 영화제 사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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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부천에 없는 것은 장편 애니메이션. 올해의 부천에 넘쳐나는 것은 흥미로운 단편 애니메이션들이다. 13일 관객과 만나는 세 꾸러미의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출품작 가운데에서도 돋보이는 멤버인 작은 애니메이션들을 일람해 본다.-편집자14편의 애니메이션 단편들 중에서 7편이 점토, 인형, 오브제 등 이용한 3D 애니메이션, 나머지 4편이 2D 애니메이션, 3편이 3D 컴퓨터그래픽(CG)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형식의 이미지를 접할 수 있는 셀렉션. 2D의 경우도 관습적인 만화영화의 드로잉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양식의 작품들이 눈에 띤다. 반면에 3D CG의 경우는 기존의 단편들이 주로 보여주었던 새로운 표현 기법에 대한 도전보다는 짤막하면서도 인상적인 에피소드에 초점이 기울어져 있는 편이다.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내용면에서 두드러진 하나의 경향은, 몹시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단편적 상황과 주관적 경험의 강조이다. 주로 <눈이 아름다운 남자> <달팽이> <
단편걸작선의 애니메이션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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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아주 집요해요.” 35개국에서 온 140명의 판타스틱한 신부감을 부천의 관객들과 만나게 하기 위해 이 두명의 매파는, 해외영화제를 ‘보따리 장수’처럼 다니면서 ‘돈안되는 영화제는 NO!’라고 외치는 마켓의 장사꾼들에게 문전박대 당하기 여러번, 한손에 카달로그 한손엔 핸드폰 들고 정말 집요하게 아부하고 협박(?)했다는 기억을 먼저 풀어놓았다. 인디포럼 영화제 기획,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밍 팀장을 거쳐 올해 처음 판타지의 배에 오른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호금전 회고전의 전반적인 진행을 맡았고 1, 2회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를 거쳐 3회부터 올해까지 프로그래머로 부천에 뼈를 묻은 송유진 프로그래머는 다년 간의 노하우로 조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마치 몇살 터울 자매처럼 대답을 서로 미루지 않은채 적절히 나누어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프로그래밍 과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작년과 비교해 볼 때 어떤것들이 달라졌나.송유진 더 재미있다.(웃음) 작년은 프로그래머 외에 많은 모자를 쓰고
여성에게 내재한 공포가 호러와 판타지 장르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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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폴란드·감독 예르지 스투·75분출연 예르지 스투, 안나 딤나저녁 식탁을 나누던 부부의 숟가락 소리가 한순간 멈춘다. “여보, 저 문간에 서 있는 게 뭐죠?” 사비츠키 부부의 모범적이지만 쓸쓸한 삶은 서커스단에서 뒤처진 낙타 한 마리를 입양하던 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한다. 낙타를 먹이고 산책하고 옷과 집을 지어주면서, 잔잔한 희열을 간직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 부부. 그러나 셋의 동거는 공동체의 침해로 벼랑에 몰린다. 일부는 관료주의적 발상으로, 몇몇은 돈벌이 욕심으로, 또다른 사람은 아프리카 병균을 운운하며 낙타를 “쓸모없는 가축”이라고 몰아붙인다. 애정어린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낙타는 종적을 감추고, 가슴조이던 사비츠키 부부는 어느 겨울 아침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기차에 오른다. 친구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가 젊은 시절 썼던 각본을 배우 겸 감독 예르지 스투가 연출한 <빅 애니멀>은 사랑으로 말미암은 소외, 인간의 유서깊은 질병인 불관용에 대해
빅 애니멀 Big Anim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