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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르 카레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존 부어맨의 <테일러 오브 파나마>는 초기의 보도들이 떠들어댄 것과 달리, 그렇게 엉터리없는 물건만은 아니다. 제작사 콜럼비아는 시사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소문을 흘리는가 하면 개봉날짜를 변경하는 등 실패작을 예고하는 전통적 수순을 착착 밟았지만, 막상 영화는 지난 시즌에 스튜디오들이 내놓은 야심작들보다도 한수 윗길이다. 연기는 매끄럽고 도덕관은 시대에 맞게 회색이며 태도는 거의 환상적이다.실제로 이 영화는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세계 첫 시사를 가졌을 때 프랑스의 베테랑 작가주의 평론가들로부터 적지 않은 환대를 받았으며, 미국땅의 부어맨 팬들도 이에 못지않게 환호할 것이 분명하다. 제작사는 이 영화가 코미디로 뽑혀나올 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르 카레의 스릴러 자체가 일종의 스파이소설 패러디인데도 말이다. 희화화 정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존 부어맨은 아예 한술 더 떠 런던 정보당국이 파나마로
007? 엿이나 드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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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형사와 조폭의 향기가 거의 동시에 풍긴다. 그래서 이명세, 김지운, 김상진 등 감독들이 그런 역할에 미리 낙점한 것 아닐까. 된장 뚝배기나 황톳빛 논두렁, 또는 비오는 날 뒷골목 포장마차와 어울릴 것 같은 이원종씨. <신라의 달밤>에서 경주 토착 조직폭력배의 보스 마천수 역은 태생부터 ‘그의 것’이었다. 영화사에 가서 <신라의 달밤> 대본을 읽은 뒤 물었다. “나, 마천수 하라고 불렀죠?” 김상진 감독이 미리 빼놓으라고 했다나. 마천수를 어떻게 표현할까. 그냥 표정연기만으로는 뭔가 부족할 것 같았다. 뽀글뽀글 파마를 하기로 결심했다. 3시간 걸려 파마를 하고 돌아오니 사람들이 웃다 넘어지더란다. 마천수 첫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옛 성현 말씀에 똥개도 제 집에서는 80을 먹는다. 여기가 어데고? 여긴 주야 주. 주가 어데고. 내 태어나고 자란, 내 고향이야, 고향!” 원래 시나리오상에는 ‘50을 먹는다’였는데, 80으로 뻥튀기했다. 영화 들어가기
내추럴 본 ‘마천수’, <신라의 달밤> 배우 이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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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는 복사골문화센터에는 올해 널찍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영화제 기간 VIP 게스트라운지로 쓰일 곳. 이제 얼마 뒤면 국내외 여러 감독, 배우, 배급업자들이 모여들 그곳에, 그들을 9일간의 축제로 불러모은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부천영화제 초청팀장인 오가원씨, 팀원 남숙희, 정수진, 엄경희씨. 한층 위 영화제 사무국에서 일하는 이들은 사실 한자리에 모였다는 말이 적합하지 않을 만큼 매일매일을 문화센터 안에 마련된 기숙사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일하는 사이다. “믿기지 않아요. 벌써 다음주 목요일이면 개막이라니.” 오가원 팀장이 믿기지 못해하는 영화제 개막은 앞으로 8일이나 남았지만, 5월부터 준비해온 초청업무를 마무리하기에 숨가쁜 시간이기도 하다. “우린 이제 죽었어요”, 영화제가 시작하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바쁜 날들이 될 거라며 걱정하는 눈치는 잠깐, “영화제 스탭은 아주 즐거운 일이에요”라는 이들은 영화제를 진정으로 즐기는 젊은 시네필들이었다.이들
“우린 이제 죽었어요, 아주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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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제일 편하세요?”라고 묻자, 김홍준(44) 감독은 ‘감독’도 ‘위원장’도 ‘(영진)위원’도 ‘선생님’도 모두 다 편하다고 말했다. <장미빛 인생> 그리고 <정글 스토리>. 삶의 꺼칠한 얼굴을 맨살 그대로 렌즈에 담은 아주 리얼한 영화를 만들었던 김 감독은, 지난 2월27일부로 판타지영화 축제의 호스트가 됐다. 할 일이 주어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해버린다는 그에게, 7월12일 개막하는 영화제 준비가 ‘시뮬레이션 훈련’ 단계에 들어가고, EBS의 <한국영화 걸작선>을 몰아서 녹화하느라 밤을 새면서 영진위 일과 영상원 학생들 성적까지 처리하는 요즘은 ‘게으름 지수’가 마이너스로 치닫는 나날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연방 울어대는 휴대폰에 응하며 종이 케이스가 끼워진 다이어리를 꺼내 0.7밀리 샤프펜슬로 스케줄을 채워 가는 김홍준 위원장에게 수첩이 예스럽다고 참견하자 금세 “물에 젖어도 되고 전자파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합리적으로
제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홍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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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처럼 외로운 눈빛, 기다란 강철손톱, 온몸의 골격이 아다만티움이라는 특수한 물질로 이루어진 후천성 돌연변이 인간. 지워진 과거의 기억. 강철손톱이 튀어나올 때마다 아프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더욱 아픈, 어두운 캐릭터. 지난해 여름, 휴 잭맨은 <엑스맨>의 울버린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것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일까? <엑스맨> 이후 휴 잭맨이 맡은 역은 모두 상처를 간직한 사람이다. 애슐리 저드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썸원 라이크 유>의 에디는 첫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바람둥이이며, <스워드 피쉬>의 스탠리는 전처가 못 만나게 하는 딸을 만나기 위한 소송비용을 마련하고자 악당들한테 협력하는 컴퓨터 해커다.
날 때부터 혈관 속에 연기자의 피가 흐르지는 않았다. 1968년, 세계적인 미항 시드니에서 영국계 이민자의 다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휴 잭맨은 소년 시절엔 럭비, 크리킷, 수영, 테니스, 배구, 서핑 등을 즐기는 활력 넘치
울버린, 삭제할 수 없는 이미지 파일, <엑스맨>의 휴 잭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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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모 통신업체 광고에서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며 ‘연애운동설’을 주창한 사람이 그녀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나 요즘에 닷컴에 투자하고 있어”라며 능청스레 과자를 깨물어먹는 CF장면이나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의 베트남 소녀, TV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서 당돌한 반항아 민지 역 등은 어떤가.
중학교 2학년 시절이던 1998년 10대 패션잡지 표지모델 공모에서 1등을 차지한 뒤 CF, 뮤직비디오, 방송을 거쳐 마침내 <화산고>로 영화계에 첫선을 보이게 된 신민아(17)는 막바지를 향해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 촬영장에서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끝날 때가 돼서야 좀 알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가볍게 내뱉었다. 드라마가 먼저 방송되긴 했지만, <화산고> 작업은 지난해 8월부터 들어갔으니 영화를 통해 처음 연기를 익히게 된 셈인 그녀는 처음에는 워낙 큰 규모
표정보다 마음이 큰 이 소녀, 아시나요? <화산고>의 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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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시간째 저러고 있다. 허공에 구부정하게 매달린 채, 굵은 빗줄기와 한패가 된 살수차의 물세례를 견디고 있는 것이다. 하나, 누구도 안쓰러운 표정을 주지 않는다. 장혁(26) 역시 “이 정도로, 뭘” 하는 투다. 10개월째 당하고 있는 피아노줄, 물고문이니 이젠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에 발붙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뜨고 보니 손조차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처음엔 그렇게 헤맸어요. 지금이야 제 몸무게를 단전으로 버틸 수 있을 정도이니.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지요.”
촬영장에서 장혁의 별명은 ‘열정’이다. 고된 한컷을 마치고서도, 힘이 남는지 곧바로 김태균 감독 옆에 붙어 요것조것 따져묻는다. “기를 이렇게 뿜으면 되나요?” 감독이 다음장면 시범을 보이면, ‘감’이 잡힐 때까지 몇번을 반복한다. 현장에서 기절한 것만 여섯번인 이 청년의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만화적인 캐릭터가 맘에 들었어요. 사실적인 스토리가 아니니까, 캐릭터 역시 어디서 가져와서 흉내낼
열정 위에 `필`을 꽂다, <화산고>의 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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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다 가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전남 고흥의 폐교 운동장. 목검을 쥔 가느다란 손목의 힘줄이 불거진 것이 딱해 보였는지 사진기자가 잠깐의 휴식을 제안한다. 그런데 신민아, “그냥 가죠, 뭐”라고 끊고선 몇 가지 포즈를 더 재본다. “사실 제가 쪼그려 찍는 게 힘들어서요.” 멋쩍은 사진기자의 말을 듣고서야 빗방울을 훔쳐낸다. “둘이 안 친해요?” 별말없이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서 이거다 싶어 한마디했더니, 이번엔 장혁이 “꼭 붙어다니고 재잘거려야 친한가요?”라고 반문한다. “그렇긴 한데….” 말꼬리를 흐리는 방문객들, 두 청춘이 ‘씩’ 웃어주지 않았다면 다음 질문을 던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화산고 고수들과의 만만치 않은 대면은 그렇게 시작됐다.
" 나중에 될 애들이야.” 김태균 감독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록도가 보이는 부둣가 횟집에서 감독은 술기운을 빌려 둘 다 ‘독기’가 서려 있다고 했다. 지금은 햇병아리에 불과할지 몰라도, 언젠가 볏을 꼿꼿이 세울 것이라고
화산같은 젊음, 스크린을 불태우다, 장혁&신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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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돼지 베이브> 1, 2편에서 농부로 분했던 배우 제임스 크롬웰이 동물보호시위를 하다 체포, 5시간 만에 풀려나는 소동을 벌였다. 그가 잡힌 곳은 북부 버지니아의 패스트푸드점 웬디스. ‘동물에 대한 도덕적 대우’라는 단체의 한 회원은 웬디스 점포의 지붕에 올라가 “웬디스는 동물학대로 문닫았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펼치기도 했다. “<꼬마돼지 베이브> 이후, 사람들은 돼지와 다른 동물들이 감수성 있고 온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을 육류로 다루는 행위를 멈춰야 할 시점이다”라고 크롬웰은 말했다.
동물도 감수성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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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배우조합 파업타결, 제작중단된 프로젝트들 재개에는 시간 걸릴 듯지난 7월3일 할리우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계약만료를 기해 파업에 돌입할 태세이던 미국배우조합(SAG)과 전미 TV라디오아티스트연합(AFTRA)이 스튜디오쪽과 향후 3년간의 잠정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배우쪽과 스튜디오쪽은 서로의 절박한 입장을 이해하고 파업을 막아보자는 뜻이 통해 이렇듯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SAG의 대표인 윌리엄 대니얼스는 “행복하다는 말로 부족할 만큼 행복하다. 이번 계약은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결과에 만족을 표했고, 스튜디오쪽 협상팀장인 J. 니콜라스 카운터는 “영화산업이 워낙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협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협상팀에서 통과된 임시안은 조합위원회를 거쳐 13만5천명 조합원들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협상타결은 재계약 협상이 시작된 지 6주 만이며, 계약이 만료된 지 3일 만에 이뤄
69억달러 손실은 피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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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브로스넌을 대신하랴. 007 영화의 제작사인 이온 프로덕션이 제임스 본드 ‘경질’ 소문에 쐐기를 박았다. “본드를 다른 배우가 연기한다는 전세계 언론과 웹사이트상의 루머가 심히 걱정된다”며, “다음 007 영화에서도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할 것”이라고 프로듀서 마이클 윌슨과 바버라 브로콜리는 말했다. 최근 영국 언론은, 브로스넌이 고사하기만 한다면 제라드 버틀러가 본드 역을 맡을 것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브로스넌은 를 포함, 3편의 본드무비에 출연했다.
브로스넌은 본드의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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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배경으로 조직폭력배들과 스님들의 좌충우돌 액션을 코믹하게 그릴 <달마야 놀자>(제작 씨네월드, 연출 박철관)의 제작발표회가 7월4일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스님팀’ 김인문, 정진영, 이원종 등은 이 영화를 위해 삭발한 채로 등장, 눈길을 끌었다.
조폭이 절에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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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츠, 숀 펜, 그리고 리안 감독이 <타임>이 뽑은 ‘최고의 미국인’ 안에 들었다. ‘최고의 미국인’은 “단지 훌륭”해서도 안 되고, “단지 매우 훌륭”해서도 안 된다, ‘넘버 원’이어야 한다는 게 <타임>의 설명. 웬만한 ‘리스트’에 빠짐없이 오르는 줄리아 로버츠야 새로울 게 없지만, 숀 펜이 영화배우이자 감독으로, 그리고 리안이 최고의 미국영화감독으로 선정된 것은 화제가 될 만하다. 리안이 미국에 산 것은 20년. 그의 영화 <와호장룡>이 오스카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것과 달리, 그 자신은 대만인이 아닌 미국인으로 ‘최고’ 영예를 안았다.‘무엇이 그녀를 최고로 만드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타임>이 줄리아 로버츠를 여타 ‘훌륭한 배우’와 구분한 이유. “좋은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2류 영화 안에서도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로버츠가 진정한 무비스타라는 것이다. “그녀가 출연하지만 않았다면 비디오
당신은 최고의 미국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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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쪽에 떴나. 자기 영화 홍보에 비협조적인 걸로 이름난 우디 앨런이 그의 밴드를 대동하고 영화홍보를 위한 순회공연을 떠난다고 한다. 8월10일 전미개봉할 신작 <제이드 스콜피온의 저주>의 시사회가 열리는 3개 도시가 그의 여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는 영화시사장에 온 사람들 앞에서 연주실력을 뽐내게 된다. 열혈 재즈광인 앨런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매주 월요일이면 맨해튼의 칼라일호텔에서 재즈 공연을 해왔다. ‘에디 데이비스와 그의 뉴올리언스 재즈 밴드’가 그가 소속된 밴드. 앨런은 클라리넷 주자다. 앨런은 지난 96년, 다큐멘터리 <와일드 맨 블루스>의 쇼케이스에 맞춰 유럽투어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 서부에서 그가 라이브 연주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월1일 시작해 6일에 끝날 그의 이번 ‘시사회공연’의 수익금은, 전액 해당지역의 비영리 음악단체에 기증될 예정이다.
웬일로 협조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