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俠女 1971년, 감독 호금전 출연 서풍 장르 무협 (영화랑)
홍콩 무협영화의 거장, 호금전을 대표하는 작품. 이미 90분으로 축약된 버전이 출시되어 있으나, 원작은 4시간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번 출시본은 칸영화제에 소개되었던 200분 축약판. 영화의 배경은 중국 명나라 시기. 입신양명에 뜻이 없는 화가 구 선비는 어느날, 이웃에 위치한 흉가에서 양 낭자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음모에 휘말려 숙청당한 조정 충신의 딸. 하지만 그녀를 제거하려는 조정 관리와 무사들의 추격이 뒤따르고, 이들은 위기에 몰리게 된다. 무협의 선과 움직임을 영화적 이미지 속에서 정치한 아름다움으로 창출하였다. 칸영화제 기술공헌상 수상작.
협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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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gie Nights 1997년,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 출연 마크 왈버그 <HBO> 7월13일(금) 낮 2시45분<부기 나이트>는 미국 포르노영화계의 과거를 보여준다. 이 동네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게 필요없다. 육체가 월등한 조건이면 단숨에 스타가 되는 거다. 하지만 오르막길이 쉬운 만큼 내리막길도 금세 눈앞에 펼쳐진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배우가 등장하면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마니까. <부기 나이트>는 <리노의 도박사>(1995)라는 장편 데뷔작으로 재기발랄한 스타일의 영화감독이라 평가받은 폴 토머스 앤더슨 작품. 감독은 <부기 나이트>의 원작이라고 할 만한 단편영화를 1988년에 만든 바 있다. <리노의 도박사>와 마찬가지로 감독은 <부기 나이트>에서 기존 미국영화, 특히 마틴 스코시즈 감독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한다. <좋은 친구들> 등에서 볼 수
케이블영화 <부기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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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Julie) 1999년, 감독 마이크 피기스 출연 피터 뮬란 장르 드라마 (폭스)금기, 사랑보다 관능적인<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통해 세상 끝에 내몰린 남자의 비극적인 절망을 애잔한 아름다움으로 연출한 바 있던 마이크 피기스는 99년작 <미스 줄리>를 통해 다시 한번, 억압된 욕망에 의해 자기 파괴의 극단으로 치닫는 인물들을 탐구해간다. 19세기의 스웨덴을 대표하는 기이한 극작가 스트린드베리의 원작을 영화로 옮겨온 이 작품은 사회적 금기와 위계에 짓눌린 남녀의 사도마조히즘적인 욕망을 통해 위반과 일탈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준다.영화는 19세기 스웨덴을 배경으로 자신의 욕망에 천착하는 백작의 딸 줄리와 하인 진의 모호한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약혼자로부터 파혼을 당한 줄리는 하인들과 파티를 벌이며 절망감을 달래고, 급기야 충직한 하인 진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늦가을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일을 영화로 끌어온 이 작품은 원작이 그러하듯 다분히 연극적이다.
<미스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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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병진이는 내가 여태껏 만난 최고의 파트너이다. 우선 성실하고, (그가 아침에 문을 늦게 연 적은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고객들께 인사를 잘하는 등 상냥하게 최선을 다한다. 비디오테이프의 반품 기일을 챙기는 것(예전엔 반품기일을 놓쳐 떠안는 경우가 허다했다)도 거의 실수가 없을 만큼 꼼꼼히 하고, 매일매일 청소도 열심히 한다. 게다가 친구들과 후배들까지 데려와 일을 돕게 한다.그 역시 대여점이란 공간과 친누나만큼 나를 좋아하는 듯해, 자신의 근무시간이 끝나도 집에 안 가고 대여점에서 나를 돕는다. 내가 술마시고 싶을 때 언제 어디서든지 부르면 달려나와 술을 마셔주기도 한다. 같이 일하는 파트너가 호흡이 잘 맞을 때에 일도 즐겁고, 서로간의 신뢰는 더욱 쌓여가는 것 같다.그의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한 가지. 그가 친구들과 만나 얼큰하게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하던 어느날, 젊은 청년이 술에 취한 채 길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아름다운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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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ires Extraordinaires 1968년,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외 출연 알랭 들롱 <EBS> 7월14일(토) 밤 10시10분에드거 앨런 포는 자신을 “가난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불렀다. 믿을 수 있을까? SF에서 공포와 심리소설에 이르기까지 현대 대중문학에 그가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작가의 정신세계를 극히 황폐한 것으로 표현했던 포의 언급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포의 일생이 가난과 어둠, 그리고 피해의식의 연속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우리는 좀더 그의 작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한 예로, 포의 아내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고양이를 늘 무릎에 올려놓고 생활했다고 한다. 포에게 문학이란 ‘고통’과 같은 의미였을지도 모른다. <죽음의 영혼>은 옴니버스영화다. 로제 바딤과 루이 말, 그리고 페데리코 펠리니 등의 감독은 포의 단편들을 각기 한편의 영화로 옮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감독들이 자신의 취향대로 포의 원작을 선택하면서 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외, 옴니버스영화 <죽음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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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연도 2001년 제품명 나(Na) 광고주 KTF 대행사 웰콤 제작사 매스메스에이지(감독 박명천)황량한 바람이 불고 있는 인적없는 어느 곳. 저 멀리 철탑의 중턱에 한 소년이 앉아 있다. 길 잃은 한 마리 새처럼 정처없고 외로워 보인다. 카메라가 그 소년의 얼굴을 비춘다. 상념에 잠겨 있는 소년. 그의 눈은 무슨 일인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위태로운 표정과 달리 꾹 다문 입술을 타고 평화로운 허밍이 흘러나온다. 이어지는 소년의 독백. ‘나는 학교에 간다. 학교에 가고 싶다. 나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 무엇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레이션에 이어 급기야 소년은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의 손에서 은색의 스프레이통이 힘없이 벗어나 바닥을 구른다. (중략)‘나’의 얘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소비자를 향한 ‘나’의 말걸기는 ‘아버지 나 누구예요?’란 일자머리 총각의 난데없는 질문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룹 god가 촌
찾고싶다, 절망의 돌파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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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동안 미국 생활이라는 것을 했다. 그 말은 <와호장룡>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요요마와 함께 단상을 빛내고 있을 때,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그 중국인들의 환호성을 즐기고 있었다는 말이다. 문제는 재개봉까지 해주면서 전 미국이 다같이 밀어주던 그 영화를, 웬만한 영화는 거의 다 챙겨서 보는데다가 리안 감독을 상당히 좋아하기까지 하는 내가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대단히 개인적이고 또 쑥스러운 것이라 철저히 숨겨왔지만, <와호장룡>의 DVD를 소개하는 자리니만큼 솔직히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외국어 영역에 관한 한 일종의 금치산자 수준인 나로서는, 중국어 대사에 영어 자막으로 된 <와호장룡>을 내용 파악도 제대로 못하면서 얼렁뚱땅 보고 싶다는 생각이 결코 없었던 것.그로부터 1년여 동안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꼭 봐야만 하는 영화 0순위에, 항상 <와호장룡>을 올려놓고 벼르고 있었다. 그리곤 결국 돌아오자마자 큰맘 먹고 장만
칼날은 울고, 나뭇잎은 전율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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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 손을 잡고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영화광이었던 형 덕분에 이미 집에서 LP ‘빽판’을 통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거의 외다시피했던 나는 익숙했던 노래들과 어우러져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들이 꿈을 꾸듯 느껴졌다. 중학교 시절 학교 단체관람으로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영화 속에 숨어 있던 사랑, 미움, 전쟁 등의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던 시대인지라 친구들과 함께이거나 때로는 혼자서 서울 시내 동시상영관을 전전하며 잡식성으로 영화를 즐겼다. 동시상영관에서 가끔씩 했던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라는 이벤트는 더욱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내 또래 영화를 즐겨보던 사람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한국영화는 “시시하다”하여 잘 보지 않았다. 내가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군대를 제대한 80년대 중반부터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들을 섭렵하기 시작했고 88년에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를 보게
펑크멘터리의 사부, <사운드 오브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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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러브 사이키델리코라는 록밴드에 열중하고 있다. 사용하는 컴퓨터마다 전곡을 MP3 파일로 깔아놓았고, 차에서는 음반을 듣는다. 아는 사람들에게 메일로 노래를 보내주기도 한다. 처음 그들의 노래를 들은 것은, 1년 전 일본에서였다. 음악TV를 보다가, 러브 사이키델리코의 첫 싱글 를 처음 들었다. ‘러브’와 ‘사이키델릭’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그들의 음악은 60년대 지향성을 강하게 띠고 있다. 여성 보컬의 목소리도 당당하고 매력적이다. 인상적이었지만, 싱글음반을 사러갈 생각은 없었다.몇 개월 뒤 그들의 음반이 나온 것을 알았다. 첫 번째 음반의 제목은 건방지게도 . 일본음악 개방 이야기가 한참 무성하던 참이라, 망설이다가 포기했다. 혹시 조금만 기다리면 라이선스로 나오지 않을까, 하며(일본의 음반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는 노래는 하나뿐이었다. 돌아와서는 인터넷을 뒤졌다. 그리고 러브 사이키델리코의 전곡을 발견하고, 다운을 받았다. 그러다가
인터넷시대의 음반 구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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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행방이 묘연해진 금괴가 있다. 그 금괴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퍼즐맞추기는 기본이다. 각국의 고수들이 총집결하여 한바탕 총격전과 격투기의 퍼레이드를 벌이고 나면 승리자는 으레 한국의 터프가이들이다. 자, 이 금괴를 이제 어떻게 한담? 결론은 의외로 감동적(!)이다. 만주에 있는 독립군에 군자금으로 헌납한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중반에 걸쳐 이상범람현상을 보인 이른바 ‘만주물’(滿洲物)의 키워드는 그래서 언제나 금괴와 액션 그리고 독립군이다. <한국영화 100년>의 저자 호현찬은 이 장르에 대해 “역사적 근거가 희박한 무국적영화”이긴 하지만 당대 관객의 “액션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순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긴 금기와 검열로 얼룩진 박정희 군부독재하에서 무언가 그럴싸한 명분을 가진 호쾌한 액션영화를 만들려면 이 방법밖에 없겠다 싶기도 하다.만주물의 키워드들은 유열 필모그래피의 단골손님들이다. 최초의 물꼬를 튼 의 경
검열을 뚫고 호쾌한 액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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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 키드각자 적국의 스파이였던 그렉 코테즈와 잉그릿은 상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다. 스파이 활동을 그만둔 뒤 12살된 딸과 8살난 아들을 둔 코테즈 부부에게 실종된 비밀요원들을 찾아오라는 비상호출이 온다. 그러나 코테즈 부부는 악당들한테 납치된다. 이제 어린 남매가 부모를 구하는 모험에 뛰어든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 안토니오 반데라스, 칼라 구지노 출연, 태원엔터테인먼트 수입, 시네마서비스 배급, 상영시간 87분박평식 로드리게즈의 허풍이 귀여울 때도 있네 ★★★홍성남 어린이용이라 비교적 안전한 롤러코스터 ★★☆■ 타인의 취향중소기업 사장인 카스텔라는 까다로운 아내 앙젤리크가 그의 비만을 빌미로 먹는 것에 관해 간섭하는 게 마뜩찮다. 아내를 따라 보러간 라신의 <베레니스> 공연 도중, 카스텔라는 베레니스 역을 맡은 배우 클라라에게 푹 빠져들게 되고 자신의 영어교습을 위해 면접했던 여자가 그녀였음을 알게 된다. 아녜스 자우이 감독, 장 피에르 바크리, 안
스파이 키드 / 타인의 취향 / 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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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배우 흉내내며 서구의 모더니티 전파내가 맡은 역은 장충단 공원에 놀러갔다가 거기서 뭐 사먹구, 배아프다고 뒹굴구 울구 그러는 거야. 부모가 무당 불러다 굿을 하는데 내가 펄펄 뛰다가 죽어뻐렸단 말이야. 그러니깐 결국, 뭐 나쁜 걸 먹으면 배를 앓고, 코레라 같은 병이 생긴다, 그럴 땐 굿 같은 거 하지 말고, 약을 멕이고, 방역 주사를 맞고, 그래라. 그런 영화야.그 영화 찍고 내가 첨으로 돈을 2원 받았다구.(“조선영화주식회사 입사, 이게 1924년이죠?”- 대담 중의 이영일) 조선키네마야! 조선배우학교(1925년 설립- 필자) 들어가기 전인데, 열아홉살 땐가 스무살 땐가 그래. 촬영은 이필우 아니면 이명우였겠지 뭐.(지금까지 복혜숙의 데뷔작은 조선키네마사 창립작품인 <농중조>(1926년)로 알려졌으나, 이 증언에 따르면 1924년경 미신타파와 보건방역을 주제로 영화를 찍은 적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제목과 감독 등은 언급되고 있지 않으며, 여타의 문헌상으로도 쉽
장충동에서 러브신 찍다 행인들의 비난을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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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고교생이 실종된다. 18일 만에 나타난 사람은 리즈뿐이고 다른 사람은 모두 죽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어떻게 죽었나? 청춘남녀가 외부와 고립된 곳에서 사흘을 보낸다는 설정은 80년대 난도질 공포영화 공식을 떠올리게 하지만, <더 홀>의 살인마는 ‘내 마음의 적의’다. 유일한 생존자인 리즈의 증언을 따라 18일 낮, 18일 밤의 ‘공포일지’가 펼쳐진다.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고등학교. 왕따인 리즈는 유명 록가수의 아들이자 킹카인 마이크를 마음에 품고 있지만 그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짝사랑의 고통으로 절망에 빠진 리즈를 위해 그녀를 짝사랑하는 친구 마틴은 마이크와 그의 단짝친구 제프, 학교의 퀸카 프랭키와 함께 지하 대피소에서 사흘간의 비밀파티를 주선해준다. 해방공간에서의 사흘. 마이크와 함께 음식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나란히 누워 있기도 했던 꿈같은 나날이 지나간다. 그러나 사흘 뒤, 출구를 열어주기로 한 마틴은 나타나지 않고 폐쇄공간
18일간의 공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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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은 한가로웠다. 바다를 면하고 있는 거대한 시멘트 공장 안의 한 방파제 중간쯤에서, 강 감독은 쉬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기에 파라솔 아래 강 감독은 흡사 휴가를 맞아 동해를 찾은 피서객에 가까웠다. 다른 스탭들도 마찬가지였다. 새벽에 몇 장면을 찍은 뒤 일찌감치 아침 겸 점심을 먹은 이들은 촬영 장비용 차가 만들어주는 그늘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슈퍼 35mm 카메라도 까만 덮개를 뒤집어쓰고 졸고 있었다.<공공의 적> 촬영 현장을 이렇게 만든 건 다 저 강렬한 태양이었다. 새벽장면과 연결되는 데다 극중 송 형사(기주봉)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우울한 장면인지라 쏘아대는 햇살 아래서 촬영은 불가능했다. 정오를 넘기자 하늘 한쪽에 웅크리고 있던 먹구름 한 덩이가 슬슬 이동하기 시작했다. “자, 다시 가자.” 강 감독의 한마디에 스탭들 역시 예상하고 있었던 듯 몸을 일으킨 뒤 카메라 주위를 둘러쌌다. 이후 ‘공공의 적’ 태양이 변덕스럽게 고개를
태양의 변덕은 유난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