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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8일 개막한 인디포럼2002가 5월26일, 9일간의 행사를 모두 마치고 폐막했다. 프로그래밍에서 실험영화를 강화하고 다큐와 애니메이션 편수를 줄였던 이번 영화제는, 인디포럼으로서도 하나의 ‘실험’이었다. 김노경 프로그래머는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조금 삐걱거리긴 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체 평가를 했다. 24일 현재 관객 수는 예년에 비해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학생영화가 많이 빠진 점, 칸영화제 기간과 겹친 점, 다큐멘터리를 2번씩 상영한 점, 월드컵으로 일간지 홍보가 여의치 않았던 점, 실험영화를 강조한 기조 자체” 등이 주최쪽이 분석한 이유. 극/실험영화 중에서는 <안다고 말하지 마라> <연애담> <시간의식>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 <빨간 모자> <센터필더 인효삼씨> 등이 좋은 반응을 받았고, 특히 캐나다 미디어시티의 실험영화들인 해외초청작과 포럼 행사에 국내
인디포럼, 5월26일 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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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제한상영관 신설을 뼈대로 한 개정 영화진흥법이 발효한 뒤,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소위가 지난 5월22일 처음으로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렸다. 대상이 된 영화는 특이하게도 동물들의 교미행위를 담은 북한의 다큐멘터리 <동물의 쌍붙기>이다. 등급위에 따르면 이 영화는 조류부터 코끼리에 이르는 동물 70여종의 교미장면을 290분 분량에 담았다. 등급위 관계자가 밝힌 제한상영가 판정 이유는 “새나 조그만 거북이 등의 교미장면은 교육적 측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말, 코끼리, 원숭이 등 큰 동물의 교미장면은 연구용으로는 몰라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영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는 것. 영화를 본 영화등급분류소위의 한 위원은 “모든 교미장면에서 성기부위를 클로즈업으로 비춘다”며 “몇몇 위원은 ‘동물 포르노’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화등급분류소위 위원 10명 중 9명이 참석해 1명만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매기고 나머지 8명이 ‘제한상영가’를 매겼다.형법에서 말하는 ‘
동물 성행위가 인간 수치심을 자극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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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애니 방영시간 대폭 줄어, 애니메이션업계 반발, 방송법 개정 추진 움직임"국산 TV애니메이션을 살려내라!” 애니메이션 업계가 통합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며 나섰다. 한국만화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우리만화연대 등은 5월21일 “최소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을 명시한 기존 법 조항을 상대적 성격의 의무방영제로 변경, 의무화한 통합방송법이 창작 애니메이션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의무방영 총량제 실시, 방송사의 적극적인 투자, 기존 작품 세번 이상 방영시 쿼터에서 시간을 줄이는 차등적용제 등만이 방송용 국산 창작애니메이션을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통합방송법이 실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이제서야 애니메이션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애초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 2001년 3월에 제정된 통합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사는 주당 애니메이션 방영시간 중 30∼50%를 국산 작품으로 채우면 된다. 문제
`국산 TV애니를 살려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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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의 사랑과 상처 그려, 8월 크랭크인 예정<처녀들의 저녁식사> <눈물>의 임상수 감독의 신작 <마지막 연애의 상상>이 주요 배역 공개오디션 공고(게시판 참고)와 함께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명필름에서 제작하는 <마지막 연애의 상상>은 권태로운 부부와 이들의 가족에게 일어나는 홈드라마를 큰 축으로, 부부의 정부를 둘러싼 은밀한 연애와 치명적인 상처를 담는다. 30대 변호사 영작과 춤을 포기하고 가정에 들어앉은 호정은 무료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간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입양사실을 알게 된 뒤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아들 수인과 전쟁으로 가족을 등지고 술로 세월을 버텨온 시아버지와 마지막 회춘을 꿈꾸는 시어머니가 있다. 한편 영작은 자유분방한 성의식을 가진 20대 애인 연을 통해 억눌린 욕구를 배출하고 호정은 성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열일곱 소년 지운과 위태로운 연애행각을 펼치게 된다.<눈물> 이후 2년
임상수 신작 <마지막 연애의 상상>, 명필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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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변재란, 이민용, 장미희 등, 위원장은 호선, 영화계 반응 "대체로 무난"2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인선 작업이 마무리됐다. 5월24일 문화관광부는 영진위 위원 명단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위촉된 위원은 김병헌, 김창유, 김홍준, 민병록, 변재란, 유지나, 이민용, 이충직, 장미희씨 등 모두 9명. 이들은 5월28일 문화부장관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2기 영진위를 이끌게 된다. 문화부는 인선 기준에 대해 “영화계 20여개 단체들로부터 추천받은 후보인사들 중 실무능력을 중요하게 고려했다”며 “위원들의 연령이 대부분 40대로 한층 젊어진 것이 특징”이라고 자평했다.이와 관련, 영화계는 대체로 무난한 인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유인택 회장은 “교직을 겸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뽑혔지만, 현장과 유리됐던 이들은 아니다”라며 “원활한 업무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은 “독립·예술·저예산영화 지원 확대, 전산망
2기 영진위 위원 9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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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55회 칸영화제 폐막식. 장편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데이비드 린치가 감독상 부문에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을 호명하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 2000년 「춘향뎐」에 이어 두번째로 칸영화제 본선에 문을 두드린 임권택감독이 40여년의 영화 인생 중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하는 자리였다.
무대에 오른 임권택 감독은 "심사위원들과 질 자콥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그리고 이 상을 받기까지 내 영화를 항상 지지해준 프랑스와 세계비평가협회에 감사한다"면서 "특히 장승업 역을 맡은 최민식씨와 김병문 역의 안성기씨, 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께 공을 돌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상은 한국뿐 아니라 남북한을 통틀어 우리 민족에게 주는 상이라 생각한다"며 감격해했다. 자리를 함께 한 임권택 감독의 부인 채혜숙(예명 채령) 여사 역시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으며 객석에서 임감독의 수상을 지켜본 최민식씨와 안성
임권택 감독 칸 영화제 수상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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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세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제55회 칸영화제서 감독상을 수상함에 따라 한국영화계의 오랜 숙원이 풀렸다. 지난 99년 송일곤 감독의 단편 「소풍」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단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기는 했으나 장편 경쟁부문에서 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영화관계자들은 83년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나라야마 부시코」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이후 일본 영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급성장한 것처럼 이번 수상이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특히 올해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10)나 영국 켄 로치(스위티 식스틴), 캐나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거미) 등 쟁쟁한 거장들과 어깨를 겨루어 당당히 입상했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영화 평론가 정성일씨는 "임권택 감독의 영상언어가 이제 서방세계에서도 통할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양
<취화선> 칸영화제 수상 의미와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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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막을 내린 제55회 칸 국제영화제에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을 차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감독은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를 감독한 미국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과 감독상을 공동 수상했다.
취화선은 19세기 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아름다운 영상에 담은 영화로 임감독의 99번째 작품이다.
최고상은 `황금종려상'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프랑스)의 `피아니스트'가 차지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주제로 한 이 영화에서 아드리엔 브로디는 바르샤바의 게토(유대인 강제거주구역)을 탈출하는 피아니스트로 열연한다. 폴란스키 감독 자신도 게토에서 살아남았지만 나치 수용소에서 모친을 잃은 개인적 아픔을겪었다.
2위상인 대상은 핀란드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과거가 없는 남자'에 돌아갔다. 또 이 영화에서 천진난만하고 동정심 많은 구세군 간부 역을 맡은 카티
임권택 감독 칸영화제서 감독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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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영화 한편이 영화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감독도 배우도 내용도 모두 낯설기만 한 <죽어도 좋아>.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됐으나 한국에선 채 1천명도 보지 않았을 이 이상한 영화는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면서 올해 최대의 문제작이 될 조짐까지 보인다. 무슨 영화인지, 그리고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송일곤 감독의 평, 그리고 영국평론가 토니 레인즈와 감독의 대담을 곁들여 살펴본다. 편집자올해 칸영화제 라인업이 발표되었을 때 <취화선>의 경쟁 부문 진출을 기뻐하던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한 작품에서 멈추었다. ‘<죽어도 좋아>(Too Young to Die), 감독 박진표.’알 만한 사람들은, 편집실에서 흘러나온 풍문으로, 몇몇 영화인들의 입을 통해, 혹은 ‘70대 노인들의 섹스’라는 다소 말초적인 카피로 소개된 기사들을 통해 익히 이 영화의 이름을 알고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죽어도 좋아>는 여전히 생소
70대의 사랑 담은 박진표 감독의 다큐멘터리 <죽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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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할아버지, 담뱃갑만한 작은 점포에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종일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틀니를 물에 헹구고 별것 없는 찬에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침침한 백열등 아래 홀로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공원에서 ‘너무 예쁜’ 할머니를 만난 이후, 그의 삶은 달라진다. 염색을 하고 방청소를 하고 “이름, 표오를∼ 붙여줘어∼” 콧노래도 흥얼거린다. 안 뿌리던 향수도 뿌리고 인사 연습도 한다.할머니는 장구 한대와 조그마한 보따리 하나를 싸들고 할아버지 집으로 온다. 놀러온 것이 아니라 살러 들어온다. 그리고 두 사람은 촛불 두 자루에 술 한잔을 나눠 마시고 환희에 찬 첫날밤을 함께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글을 가르치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민요를 가르치고, 가끔은 좁은 골목에서 다정한 키스를 나누고, 더운날엔 ‘다라이’에 마주앉아 함께 목욕을 하고, 그러다 눈빛이 맞닿는 날이면 “넘어가네, 넘어가네…” 살을 섞는다. 사진관에서 웨딩드레스에 양복을 빌려입고 젊은 사람들처럼 폼나게 결혼
<죽어도 좋아>는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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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센의 희곡 <유령>의 젊은 화가 오스왈드는 마지막 장면에서, 여인은 물론 어머니와 이미 10년 전에 죽은 아버지 역시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정신병적인 고통에 이렇게 외친다. “어머니… 태양을… 태양을….” 100여년 전의 이 작품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유효한, 우리에게 점차 결핍되어가는 인간관계와 사랑의 소멸에 관한 공포를 이야기한다. 이런 증후는 전염병처럼 도시와 문명의 사회에서 사는 우리에게 퍼졌으며, 현재의 문화에서도 많은 부분 입센이 말해왔던 일상의 균열에 관한 영향 아래 놓여 있다. 그러나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는 영향의 반대편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생의 열망이다. 이것은 새로움이다. 지금 새로운 한국영화가 한편 완성되었다.이 영화는 70대 노인의 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얼핏 들으면 진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70대 노인의 열정적인 삶에 대한 예찬이자 현재의 우리에게 결핍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꽃섬>의 감독 송일곤, <죽어도 좋아>의 경이로운 힘에 감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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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죽어도 좋아>가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던 날, 상영관인 모악관에는 칸 비평가주간에 선정된 작품이라는 소식을 들어서인지 해외 게스트들이 유독 많이 몰려들었다. 그중 ‘한국영화통’으로 불리는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는 상영관 앞자리에 착석해 영화를 관람했고 이 새롭고 진귀한 영화의 출현을 진심으로 반겼다. 그리고 며칠 뒤 서울에서는 프레스용 영문소개자료를 만들기 위한 토니 레인즈와 박진표 감독의 만남이 해외배급과 국내배급을 동시에 진행하게 될 미로비전의 아늑한 응접실에서 마련되었다. “어떻게 보았냐”라는 박진표 감독의 질문에 “좋았으니 여기까지 온 것 아니냐”고 응수하던 토니 레인즈는 <죽어도 좋아>가 자신이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로 있는 토론토영화제에 초청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으로 첫인사를 대신했다.토니 레인즈 아마도 당신을 외국에 소개하는 첫 자료가 될 테니 영화에 깊숙이 다가가기보다는 꽤나 기본적인 의문을 충족시키는 인터뷰가 될 거예요. 좀
토니 레인즈,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를 인터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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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보는 신문을 어깨 너머로 힐끗 보다, 오늘이 5·18이구나, 생각했다. 얼마 전 4·19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 숫자의 조합이 상기시키는 기억과 상념의 무게는 아마 세대별로 다를 것이다. 나는 그걸 무겁게 상기하는 세대에 속하지만, 그 무거움으로부터 도피한 부류다.영화는 도피처로 적당하다. 나는 <스타워즈>가 싫지 않다. 싫기는커녕, 그런 판타지의 쾌감이 없으면 이 일이 도무지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에피소드1>의 레이스 장면만으로도 나는 7천원 지불을 망설이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재미없는 건 할리우드영화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말들이다. 그런 말들은 너무 뻔하게 옳아서 재미없다.그런데 이 쾌락의 세계는 안전하지 않다. 판타지에서 다시 기억으로 결국 현실에의 회귀를 권유하며 안온한 자족적 쾌락을 뒤흔드는 것도 영화다. 켄 로치의 영화가 그랬다. 1996년, <랜드 앤 프리덤>을 봤을 때의 충격을 잊기 힘들다. 기
켄 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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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있으면 가끔 가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싶은 영화가 있다. 여기 소개할 감독들은 인디포럼 상영작 중 바로 그런 작품들을 만든 감독들이다. 니체와 메를로 퐁티에게 편지를 보내고 후설의 <시간의식>을 영화화한 <반변증법>과 <시간의식>의 쌍둥이 감독 김곡·김선, 안데르센의 동화를 가지고 엽기 스토리를 꾸며내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의 원숙현 감독, 그리고 가볍다 못해 경박할 정도로 연애에 관한 상상화를 그려낸 <삼천포 가는 길>의 윤성호 감독. 만나보니 그들은 과연,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괴짜들이었다. 김곡·김선 감독은 기자가 뭐래도 물을라치면 저들끼리 토의를 해댔고, 원숙현 감독은 미인대회 입상경력이 있는 연기전공자였다. 윤성호 감독은 매일 농구하고 술 마시는 게 무료해 재미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숙현과 윤성호의 작품은 모두 첫 작품이고, 김곡·김선 감독 작품의 경우 실
인디포럼에서 만난 독립영화 감독 3인의 세상보기, 영화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