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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오프의 순간이, 조바심과 갈증의 시간이 닥쳤다. 우리 안의 흥분한 구경꾼들은 어서 승리와 패배를 내놓으라고 북을 두들긴다. 분하지만 인정하자. 실제 범죄보다 허술한 추리영화는 드물고 뉴스보다 재미없는 정치영화도 흔치 않지만 스포츠 중계보다 지루한 스포츠영화는 꽤 있다. 하지만 영화는 실황 중계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종종 해낸다. 스크린이라는 경기장을 넓게 쓸 줄 아는 지략을 갖춘 감독이 지휘하는 스포츠영화는 인간의 육체가 자연과 부대끼다 균형을 이루는 찰나의 엑스터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절대고독이고 때로는 가차없는 정쟁(政爭)이고 때로는 기도인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과업을 이룬다. 경기장으로 간 영화가 잡아낸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아주 게으른 스포츠 애호가 김봉석이 슬로모션으로 전한다. 편집자그 남자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한 가지 문제는 있다. 그 남자는 게으르다. 누군가 말하기를, 바다에 가서 가장 좋은 일은 바다 속으로 잠수하는 것이고, 다음은 바다 위를 헤엄치는
게으른 영화광 김봉석, 스포츠 영화 보며 인생을 깨닫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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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베이스 사이의 삶스포츠영화 중에서 ‘야구’가 가장 많은 것은, 혹시 영화로 옮기기에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 아닐까? 야구는 움직임과 멈춤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축구는 끊임없이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야구는 탁탁 끊어진다. 점에서 점으로 이어진다. 야구영화는 슬로모션이나 스톱장면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실제 경기에서도 그런 상황들의 연속이다. 경기를 하던 도중에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선수를 격려한다. 결정적인 찬스가 오면, 대타를 내보낸다. 거기에 맞춰 상대팀이 다시 투수를 바꾸기도 한다. 야구는 그 멈춤의 시간이 오히려 매력적이다(그러다 경기 시간이 4시간이 넘어가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샘 레이미의 <케빈 코스트너의 사랑을 위하여>(For Love of the Game, 1999)는 한때 최고의 투수였지만, 이제는 전성기가 지난 노장의 사랑과 게임을 그린다. 그는 마운드에 서서 결정적인 순간, 공을 던지기 직전 자신의 삶을, 사랑을 회고한다. 로버트 레드퍼
게으른 영화광 김봉석, 스포츠 영화 보며 인생을 깨닫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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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방법은, 직접 선수로 뛰어보는 것이다. 론 셸튼이 스포츠영화로 한우물을 파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다. 89년 폴 뉴먼 주연의 정치코미디 <블레이즈> 하나를 빼고는, 데뷔작인 <열아홉번째 남자>부터 <덩크슛> <틴컵> <메이저리그의 전설 타이 콥> <플레이 투 더 본>까지 야구, 농구, 골프, 권투 등 다양한 종목을 오가며 끈질기게 승부의 세계만을 그려왔다. 론 셸튼은 스포츠와 일상이 훌륭하게 어우러진, 화목한 영화를 만든다.1945년 9월15일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론 셀튼은 대학 시절에는 농구를 했고, 졸업 뒤 67년부터 5년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이너팀에서 2루수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진입하지 못했고, 트리플 A팀인 로체스터 레드 윙스가 최종기록. 운동을 그만둔 론 셸튼은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의 영화 <언더 파이어>와 <베스트 오브 타임즈>의 시나리오를 쓰며
인생은 스포츠처럼, 스포츠는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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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을 찾습니다."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쓰리>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네번째 영화 <장화,홍련>이 홍련역을 맡을 주연배우를 공개 모집한다. 고전소설 '장화, 홍련전'이 어떻게 현대적 공포영화로 재해석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장화,홍련>. 여기서 장화의 동생인 홍련역은 공포영화의 전체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비중 있는 역할이다.이제껏 배우를 모집하는 공개 오디션은 많이 있었지만, 저예산 영화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연 배우를 공개 발탁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홍련역을 전격 신인으로 캐스팅 할 것을 결정하면서, '역량있는 신인 배우를 공모해, 낯설고 신선한 이미지에서 공포의 느낌을 끌어내고 싶었다. 또한 재능있는 배우가 발굴된다면 배우 기근 현상을 겪는 충무로에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의 배우 송강호, 고호경,
김지운 감독 신작 <장화, 홍련>의 주연 배우 공개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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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안은 로만 폴란스키(69)의 <피아니스트>는 1939년 나치의 폴란드 침공 이후 바르샤바에서 벌어진 유대인 박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가 그린 바르샤바 게토는 그대로 지옥이다. 그들이 당한 부당한 박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파하고 분노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나는 시종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유대인 박해 장면을 볼 때마다, 유대인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질러온 가혹행위가 오버랩되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의 매끄러운 만듦새를 보면서 혹시라도 칸이 이 영화에 황금종려가지를 후광으로 얹어주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을 때, 칸의 모든 정치적 고려가 고지에서 내려다본 고샅길처럼 선명하게 드러났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칸은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사실대로 그린 이스라엘 감독 아모스 기타이의 <케드마>와 팔레스타인 감독 엘리아 술레이만의 <야돈 일라헤이
가해는 잊고 피해만 기억하는 머리 둘 달린 유대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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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으로 보는 최첨단 가족앨범 같달까? <사방에적> <내 나이키> <교회누나>라는 세편의 단편영화를 이어붙인 <묻지마 패밀리>는 류승범, 신하균, 정재영, 임원희 등 장진 감독이 이끄는 ‘필름있수다’의 모든 식구들이 총출동하는 영화다. 특히 기차 플랫폼에 나란히 손잡고 선 배우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묻지마 패밀리>의 에필로그는 수다의 ‘맨파워’를 적나라하게 가시화한다. 저렇게 많은 이들이 한지붕 아래 모여 있다면 뭘 해도 못할까 하는 느낌. 그것은 언제 값이 오를지 내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천석지기, 만석지기보다는 옹골찬 아들 열명을 거느린 농사꾼이 더욱 든든하고, 행복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유다.
서로 같은 혹은 다른 경로로 묶여 한가족이 된 수다의 배우들. 이중 신하균, 류승범, 임원희, 정재영은 어느덧 탄탄한 주연급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문식, 정규수 등은 단역에서 점점 비중있는 조연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장진과 수다 패밀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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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큰 인기를 끌었던 <미워도 다시한번>의 정소영 감독이 30여년 만에 <미워도 다시한번 2002>를 내놓고 관객들을 기다린다. 71년 이 시리즈의 최종편을 썼던 인기 방송작가 김수현씨가 다시 시나리오를 썼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지만 헤어져 홀로 자식을 키우던 미혼모가 친아버지에게 아이를 돌려보내는 내용은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주인공인 수정의 직업이 잡지사 기자이고, 아이도 아들이 아닌 딸로 설정되는 등 30여년의 세월은 영화속 여성을 훨씬 활기있고 강한 인물로 바꿔놓았다. 수정이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는 설정은 영화의 최루성을 한층 강화시킨 것. 31일 개봉. 김영희 기자
30여년 흘러 강해진 여성상 <미워도 다시한번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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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
신하균이 쑥스러워한다. “교복 입고 어린 학생들 사이에 끼어 있으니까 꼭, 삼십대 아저씨 같아서… 참….” <묻지마 패밀리>의 첫 번째 이야기 <내 나이키>에서 꼬마들 돈을 뺏는 불량학생으로 출연한 것이 못내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부끄러울 것 같았던 장면을 말할 때는 오히려 대범하다. 연상의 유부녀 방은진과 이곳저곳 부딪치는 격렬한 키스를 아주 오래 나누는 <사방에적>의 호텔장면을 “NG가 거의 없이 금방” 찍었다고 한다. 자주 터져나오는 웃음으로 자기를 덮는 듯하면서도 묻는 사람이 무안하도록 천연덕스럽기도 한 그는 만날수록 재미있어지는 배우다.
신하균은 생각보다 길어진 <서프라이즈> 촬영이 끝나자마자 <지구를 지켜라> 촬영에 돌입했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그가 연기하는 인물은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점찍은 인물을 체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열혈 청년. <복수는 나의 것> 촬영을 결정하고
장진과 수다 패밀리 [2] - <묻지마 패밀리> 배우 7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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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주드와 모건 프리먼. <키스 더 걸>(1997)에서 이미 호홉을 맞췄던 이들이 <하이크라임>에서 다시 만났다. 성공한 변호사 클레어의 행복한 일상은 남편 톰이 갑자기 연방수사국에 체포되며 깨진다. 톰이 엘살바도르에서 비밀작전 중 민간인 9명을 학살했으며 15년 전 탈영해 신분을 숨겨온 해병대의 비밀작전 요원이었다는 것이다.영화는 전직 군법무관이자 알코올 중독에서 겨우 빠져나온 찰리와 파트너가 되어 클레어가 사건을 조사하고 변호를 맡는 과정을 그린 법정 스릴러물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또 ‘반전’을 숨겨놓았다. 요즘 스릴러물에선 반전이 공식처럼 되어 있어 결론이 예상된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일상이 깨지며 겪는 혼란 같은 내면의 심리묘사나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들이 벌이는 수사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에 힘입은 바 크다. 31일 개봉. 김영희 기자
남편이 킬러? 그럴리 없어! <하이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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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희
군대고참. 내가 ‘빠따’도 진짜 많이 맞았다. 그를 생각하면 항상 군대에서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머리가 하도 커서 ‘화이바’가 안 들어갔던 임원희.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위병소 근무를 도맡아 했던 임원희. 운동신경도 참 안 좋아. 축구를 하면 자기편 골키퍼가 그를 제일로 무서워했으니. 쩝쩝. 하지만 그는 정통이다. 옛날 자장면이 아니라 정통 자장면이란 말씀이다. 그는 최소한 어디에다가 내놔도 손색없는 배우로서의 계보가 있다.
이문식
나한테 절대로 연락 안 하는 배우. 문식이 형이 낮에 나한테 전화걸면 잘못 건 거고, 밤에 전화하면 경찰서다. 술 먹고 택시기사랑 같이 있을 때만 나에게 전화한다. 놀 줄 아는, 잘 노는 배우 이문식. 대사를 까먹어도 걱정이 안 된다(99년 <매직타임> 할 때 뼈저리게 느꼈다). 하긴, 놀러왔는데 정해진 대사가 뭐가 필요하랴. 자연스러움이 의도되지 않고 심금을 울리기란 쉽냐? 이문식! 누구도 그를 시골스럽다 말하지 말
장진과 수다 패밀리 [3] - 장진이 수다배우 7인방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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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U2의 보컬 보노가 공동 각본을 맡고 빔 벤더스가 감독을 맡은 <밀리언 달러 호텔>(2001)은 누추하고 보잘데 없는 사람들이 펼치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우화다.새벽녘 화려한 도시 로스앤젤레스의 뒷골목 ‘밀리언 달러 호텔’ 간판 앞을 한 사나이가 달려가는 첫 장면이 쓸쓸한 목소리의 주제가 <더 퍼스트 타임>에 실려 스크린을 압도한다. 한때 명성 높았지만, 이젠 갈 곳 없는 부랑아 같은 장기 투숙객들만이 머무는 이곳에서 한 사나이가 떨어져 숨진다. 그가 사실은 언론 재벌의 아들이었음이 밝혀지고 수사를 위해 미국 연방수사관이 호텔을 찾는다. 모자란 듯 보이지만 더없이 맑은 톰톰, 창녀처럼 보이지만 아픈 과거 때문에 세상과 문을 닫고 책에 중독된 엘로이즈, 자신을 비틀스의 숨겨진 다섯번째 멤버라고 주장하는 딕시, 깨끗한 영혼의 인디언 제로니모 등이 용의자다. 언론이 선정 경쟁을 벌이며 숨진 재벌 아들을 ‘빈민 속으로 들어간 위대한 예술가’로 탈바꿈시키고, 투
재벌2세의 추락사 범인은 빈민 투숙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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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식
장진 감독을 처음 만난 날 개고기 집에 가서 술을 한잔 했다. 그때까진 함께하기로 한 연극 <매직타임>의 캐릭터도 나와 있지 않아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런데 평소대로 막 떠들고 나서 며칠 있다 다시 만났더니 그새 내 캐릭터를 바탕으로 두세장 분량의 대본을 써오지 않았겠는가. 잠깐 봤을 뿐인데 나라는 인간을 너무 잘 잡아내 놀랐다. 그는 심지어 상대방 기분 안 나쁘게 하면서 자기 할말은 다하고 있는 대로 화도 낼 줄 안다. 좀더 시간을 가지고 내공을 쌓으면 딱 좋을 텐데. 중대한 단점도 하나 있다. 술을 못 마신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은 잘 먹인다.
신하균
장진 감독이 밥 사주고 술 사줄 때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감탄하게 된다. 농담이다. 나에게 장진 감독은 감독이라기보다 십년 가까이 사귀고 배워온 선배에 가깝다. 연기라는 걸 아예 까맣게 모를 때, 내 첫 번째 연극을 연출한 사람이 장진 감독이었으니까. 그땐 정말 대단하게 보였다. 학생이 연출도 하고 희곡
장진과 수다 패밀리 [4] - 수다배우 7인방이 장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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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웅 감독의 디지털 장편영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가 호주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 잇따라 상영된다. 지난해 캐나다 밴쿠버영화제에서 특별언급된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 런던, 방콕, 로테르담, 필라델피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애틀 등의 국제영화제에 진출했던 <대학로에서…>는 7월 9∼21일 개최 예정인 제11회 브리즈번영화제와 7월 23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릴 제51회 멜버른영화제에 초청됨으로써 해외영화제 진출 기록을 11회로 늘리게 됐다. <대학로에서…>는 골목에서 매춘을 하다가 담임교사에게 토막살해된 여고생이 킬링 머신으로 부활해 복수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등이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단편 <샴. 하드 로맨스>(감독 김정구)도 브리즈번과 멜버른으로부터 동시에 초청장을 받았다. 멜버른영화제에는 강론 감독의 <이소룡을 찻아랏!>과 단편영화 (정강우)도 동
<대학로...> 멜버른. 브리즈번영화제에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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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3편에 멕시코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28일 BBC 방송에 따르면, <이 투 마마 (Y tu mama tambien)>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해리포터 시리즈 3편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감독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오는 2004년 11월 개봉될 예정. 해리포터 시리즈 1편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제작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감독은 현재 오는 11월 개봉될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제작중이다. 쿠아론 감독은 성과 사랑의 정체성을 통해 인생을 통찰하는 영화 <이 투 마마> 외에도 기네스 펠트로,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 <위대한 유산>을 연출, 국내 팬에게도 친숙하며 그 특유의 아름답고 섬세한 연출로 차기작을 기대하게 했던 감독이다. 그의 최근작 <이 투
<이 투 마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해리포터 3편 연출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