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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이 이처럼 소중한 존재였다니…. 한쪽 눈썹이 왕창 뽑힌 정웅인의 얼굴이 가관이어서 다른 배우들이 그 얼굴을 보고 웃느라 영화 의 촬영장에는 엔지가 남발했다. 물론 뽑힌 건 가짜 눈썹. 이사가는 조폭과 그를 잡으려고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변장한 검찰이 벌이는 소동극 에서 정웅인은 신참내기 열혈검사를 맡았다. 이삿짐을 싸다가 진짜 이삿짐센터 직원과 시비가 붙는다. 이 직원은 이삿짐 싸는 청테이프를 손에 감고 정웅인의 눈썹에 잽을 날린다. 눈썹 뽑힌 정웅인의 얼굴은 9월 중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정웅인, <2424>에서 눈썹 날리는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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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을 갓 졸업한 태희가 1년도 안 돼 면사포를 썼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독립된 자기의 삶을 찾아 외국으로 떠났던 태희 역의 배두나가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 역을 맡으면서 남편 준태 역의 김태우와 결혼사진을 찍었다. <굳세어라…>는 한발 더 나아간다. 금순은 이미 6개월짜리 딸이 있는 아줌마다. 결혼사진은 영화장면이 아니라, 영화 속 방에 걸린 소품이다. 아아, 태희의 꿈은 사라지고 아줌마라니! 그러나 배두나답게 전직 배구선수인 씩씩한 아줌마로 분해 양아치, 조폭들과 싸우면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 ‘아줌마’의 강점을 십분 발휘할 예정이라고.
김태우·배두나, <굳세어라 금순아> 결혼사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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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녀의 스크린 상경기는 조심스럽다. 장나라는 덴마크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얼굴에 앞서 음성으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어머…>는 모험심 많은 어린 남매가 우연히 과학자 할아버지가 만든 약을 먹고서 물고기가 돼 바닷속에 들어가 펼치는 모험담. 장나라가 맡은 역은 철부지 사고뭉치로 모든 소동의 원인이 되는, 남매의 여동생 스텔라다. 이 꼬마소녀는 바닷속에서 불가사리로 변해 해마 샤샤와 우정을 나누며, 오빠와 함께 상어의 독재로부터 물고기들을 구해낸다.장나라는 애니메이션 열혈 마니아로 이번 목소리 출연 제의를 받자마자 흔쾌히 승낙했다고. “어쩜 전 전생에 물고기였나봐요. 요 귀여운 물고기들을 딱 본 순간 필이 꽂혔다니까요! 이렇게 귀여운 애니메이션에 제 목소리가 빠진다면 말이 안 되죠!”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도 괴짜 과학자 맥크릴 박사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부녀가 함께 연기한 탓에,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 동안 진
장나라,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에서 목소리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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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프랑스영화제 개막에 맞추어 프랑스 영화인들이 한국을 찾았다. 6월17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들은 영화제 상영작들의 다양한 성격만큼이나 다양한 표정이었다. 프랑스식 농담을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웬만하면 웃지 않는 진지한 얼굴도 있었는데, <통행증>의 자크 검블랑(45)은 후자에 속했다. 오후에 따로 마련된 인터뷰 자리에서 그에게 스스로를 무거운 성향의 배우로 보느냐, 가벼운 성향의 배우로 보느냐 물었더니, 그는 “어느 쪽도 아니다. 나는 어느것에나 호기심을 느끼고 항상 배우로서 열려 있다. 내 필모그래피는 무거운 영화와 가벼운 영화가 고루 섞여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1984년 단역배우로 영화에 입문한 이래 가브리엘 아기옹의 <페달 듀스>(1996)에서 낮에는 은행원으로 밤에는 게이로 사는 남자로, 필립 리오레의 <마드모아젤>(1999)에서 상처입은 즉흥극 배우로, 클로드 샤브롤의 <거짓말의
<통행증>의 배우 자크 검블랑 Jacques Gamb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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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안온한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위험한 열정의 행로는 스릴러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다. <언페이스풀>은 단란한 중산층 부부의 결혼생활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불륜을 둘러싼 스릴러. 9살짜리 아들 찰리를 슬하에 둔 코니와 에드워드는 사이 좋은 부부다. 뉴욕 근교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아담한 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던 이들의 행복에, 뜻밖의 복병이 다가온다. 뉴욕에 볼일을 보러 나섰다가 예기치 못한 유혹에 맞닥뜨린 코니. 코니는 우연히 넘어진 자신을 도와준 폴 마르텔이란 프랑스 남자에게 빠져들고, 그와의 정사에 집착하게 된다. 코니의 부정을 눈치챈 에드워드는 아내의 뒤를 캐고, 늘어가는 거짓과 의심은 비극을 부른다.‘부정한’이란 뜻의 제목을 가진 <언페이스풀>은 애이드리언 라인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라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는 클로드 샤브롤의 1968년작 <부정한 여인>에서 출발한 영화다
해외신작 <언페이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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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떼끄 떼아뜨르 추 7월 정기상영전 프로그램이 흥미롭다. 여름이니까 호러영화를 보자고 하기엔 상영작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호러무비의 고전들을 만나보자.<기획의도>호러는 결코 여름 한 철 부채장사 같은 유행이 아니다.호러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B급무비,킬링타임용,싸구려 하위장르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호러 매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신전에 호러영화의 고전부터 현재까지 모셔놓고 거의 숭배에 가까운 열광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호러의 시작은 독일의 표현주의의 작품들(노스페라투,칼리갈리 박사의 밀실등)에서 그 시초를 엿 볼 수 있으며, 그것은 헐리우드, 영국을 통해 확고한 하나의 장르로 정착이 되고, 호러영화의 고유한 문법을 만들어 냈으며, 다른 장르와의 교배를 통한 잡종장르의 시대까지, 100년의 영화사에서 호러는 하나의 특정 장르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했다. 영화 역사의 한가운데에서,혹은 외각에서 새로운
[떼아뜨르추]BLACK&WHITE 호러특별전 (7월 2일~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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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즈윅의 <영광의 깃발>이 남북 전쟁에 소수자로 참전한 흑인 병사들의 기억을 복구했다면, 오우삼의 <윈드토커>는 제2차 세계대전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윈드토커>가 망각으로부터 불러낸 용사들은 나바호 인디언 혈통의 병사들. 진주만 공습 이후 일본군에 의해 암호 체계에 구멍이 뚫려 고심하던 미국은 나바호 인디언의 언어를 바탕으로 만든 신종 암호를 개발하고 나바호족 출신 병사들을 ‘윈드토커’라고 불리는 암호병으로 태평양 전선에 투입한다. 부하들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전투의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조 앤더슨 상사(니콜라스 케이지)에게 암호병들을 보호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앤더슨과 부대원들이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은 암호병이 아니라 암호다. 그 대가는 윈드토커들의 목숨도 포함한다.의리와 의무의 틈새에 낀 남자의 딜레마. 오우삼 감독의 유서 깊은 테마는 <윈드토커>의 고막을 찢는 폭음 속에서 또 한
해외신작 <윈드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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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주인공 대진(이병헌)은 카레이서이다. 형 호진(이얼)과 같은 날 차사고를 당한 뒤, 의식이 먼저 깨어나면서 형수 은수(이미연)를 사랑하고, 형 대신 형수와 살게 되는 기묘한 운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대진의 대사를 보면 그 운명이 이미 카레이서라는 직업에서 예견된다.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에서 코너링할 때면 중력가속도로 몸이 차와 짬뽕이 되면서 무아지경 같은 세상이 열려. <백 투 더 퓨처>처럼 현실의 공간을 뚫고 다른 시공간으로 날아가는, 그때라면 죽음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 남다른 열정을 이기지 못해 현실에서 비상하려는 대진의 그 열정의 정체가 사랑임을 이면에 숨긴 채, 대진 형제가 겪는 사고와 그 전후의 변화를 차분히 쫓아가는 영화가 <중독>이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슬퍼 보이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섬뜩하고 처연하기까지 한 줄거리다.사고를 당하기 직전 2.2km 트랙을 30바퀴 도는 스프린트 레이스의
<중독>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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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니드 같은 자유를 가져본 적이 없어요. 만약 실제로 이니드 같은 아이를 만난다면 나는 그를 좋아하겠지만 그가 나를 좋아할지는 의문이에요.” 희귀 음반을 모으며 자폐적으로 사는 마을의 괴짜 아저씨에게 연대감을 느끼고, 그에게 여자를 만나게 하곤 그걸 또 질투하고, 독립하려고 아빠의 애인이 소개해준 회사에 들어갔다가 하루 만에 때려치우고, 결국엔 오랜세월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버스를 탔던 어느 할아버지마냥 홀로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이니드.도라 버치는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냉소적인 고교졸업생 이니드를 ‘이상하다’기보다는 ‘자유롭다’고 느낀다고 고백한다. “이니드를 연기하면서, 조금은 그녀의 자유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런 그녀는, 어쩌면 이니드보다 조금 더 이상한 소녀일지 모른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믿는 천둥의 신 ‘도르’(Thor)의 여성형인 ‘도라’를 이름으로 가진 도라 버치는, 이제 막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지만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도라 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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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원은 대체로 무표정하다. 건방지다거나 버릇없다는, 그런 말이 아니다. 그냥 무슨 이야기를 하든 표정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그래요?” 심드렁하게 대답하거나 “고맙습니다” 예의바르게 인사하거나 “아니오” 분명하게 부정할 뿐. 잘 놀라지도, 크게 웃지도, 심하게 분노하지도 않는다.처음 이요원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조그마한 빛만 허락된 어두운 동굴을 걷는 기분과 비슷한 것이다. 조금은 스산하고, 적막이 감돌고, 두렵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이 발동되는, 암담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확신도 들지 않는 그런 초행길. 하지만 ‘뭐 저런 아이가 다 있어?’ 휙 돌아서버리면 그만일 텐데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뭘까. 그에게는 쉽게, 좋다, 싫다, 착하다, 나쁘다로 설명될 수 없는, 아니 아예 그런 판단 자체를 흐리게 만드는 독성이 있다. 아주 강한 독성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푸른 안개> <고양이를 부탁해> <아프리카> <서프라이즈&g
치명적인 매혹, 꼿꼿한 책임감, <서프라이즈>의 이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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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개봉될 영화 <아 유 레디?>(제작 눈엔터테인먼트)가 7월2일 강변과 명동, 구로의 CGV 26개관에서 4천985석 크기의 대규모 시사회를 갖는다.
<아 유 레디>는 테마파크를 찾은 6명의 사람들이 사파리 투어 도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환상적인 모험에 빠져든다는 내용의 어드벤처 블랙버스터로 <공공의 적>의 김정학과 <친구>의 김보경, <신라의 달밤>의 이종수가 출연한다.
윤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번지 점프를 하다>의 작가 고은님이 시나리오를 썼다.
(서울/연합뉴스)
영화 <아 유 레디?> 대규모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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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1일 개막하는 경기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티켓 판매가 27일부터 실시된다. 오전 11시 상영작은 4천원, 일반 상영작 5천원, 개·폐막작 5천원, 심야상영작이나 씨네-락 나이트, 불루 무비 세미나, 개·폐막식 입장은 1만원씩이다.
티켓은 영화제 사무국 홈페이지(www.pifan.com와 티켓파크 홈페이지(www.ticketpark.com, 전화 예매(1588-1555), 현장 매표소 등을 통해 판다. 국민카드 소지자는 20% 할인해 주며, 현장 구입은 2장까지, 인터넷·전화 예매는 4장까지 가능하다. 나머지는 예외이다.
한국영화회고전(소사구청 소향관) 및 ‘SRF 프로젝트 2002’ 이벤트(7월17일 오전 11시 부천시청), 야외상영, 피판 데이트, 그린콘서트 등은 무료다.
올해로 여섯번째 열리는 영화제는 다음달 20일까지며 37개국 17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032-345-6313~4)
부천/김영환 기자ywkim@hani.co.kr
부천영화제 티켓 오늘부터 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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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Reagan was Shot, 2001년감독 사이러스 노라스테 출연 리처드 드레퓌스, 리처드 크레나, 홀랜드 테일러 장르 드라마 (파라마운트)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일 따위는 관심없어! HBO에서 방영했던 <웨스트 윙>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몇번을 흘려보내다가 우연히 들여다본 <웨스트 윙>은 그러나, 무척 재미있었다. 일단 눈에 들어온 건, 천재거나 적어도 수재급의 인간들이 토해내는 말의 향연이다. 논쟁이 아니라 농담 하나를 해도, 개인의 특성과 이력까지 진하게 배어 나온다. 언변에 혹해 드라마를 보다보면, ‘파워게임’의 묘미에 빨려든다. 백악관은 파워게임의 현장이다. 야당만이 아니라 집권당 내에서도 사소한 다툼과 합의가 연일 벌어지고, 백악관 스탭들 사이에서도 밀고당기는 신경전이 대단하다. 그걸 보고 있으면, ‘국가’ 같은 것은 잊어버린다. 그건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파워게임’인 것이다. 친구들과의 사교모임, 행복
레이건 저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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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감독 허진호 자막 없음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0, DTS 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지역코드 3 출시사 스타맥스워낙에 ‘음향’과 ‘영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던 작품인지라, 오히려 <봄날은 간다>의 DVD에 대한 관심은 반감되어 있던 상태였다. 특별하게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어떤 장면에서 어떤 스타일이 어떤 감도로 펼쳐질지가 너무나도 뻔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대적인 홍보에서 미리 알 수 있었듯이 O.S.T까지 포함해 세장의 디스크가 들어가 있다면 서플먼트의 양적인 면에서도 짐작이 가는데다가, 최근의 추세에 따라 대략 어떤 방식의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을지도 추측이 가능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막상 보게 된 <봄날은 간다> DVD는 그렇게 무덤덤한 내 마음을 미리 꿰뚫어보고 열심히 궁리라도 한 양, 전반적인 구성이 내 기대 수준을 모두 조금씩 웃돌았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