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영화감독 겸 만능엔터테이너인 기타노 다케시(57)가 내년 봄 도쿄 예술대 교수로 취임할 예정이라고 대학 쪽이 2일 밝혔다. 다케시는 요코하마에 신설되는 이 대학 대학원 영상연구과의 영화전공 부문을 이끄는 전공장을 맡게 됐다. 대학 쪽은 “실력과 국제성, 실적에서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영화전공 교수로는 다케시 외에 영화 〈회로〉의 감독인 구로사와 기요시 등 7명이 선임됐다.
1997년 〈하나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99년 〈기쿠지로의 여름〉으로 칸영화제 본선에 진출해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최근 일본에서 개봉된, 재일동포 1세의 이야기를 다룬 〈피와 뼈〉의 주연을 맡는 등 영화 출연도 활발하다. 그는 또 일본 민영방송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사회자, 코미디언 등으로 활동하는 가장 바쁜 연예인 가운데 한사람이다.
기타노 다케시 도쿄 예술대 교수로
-
한해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들의 흐름을 일별하고 그 의미를 정리하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올해로 30돌을 맞이한다. 10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용산 CGV 2개관에서 열리며 총 82편을 상영한다.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로 출발한 이 영화제는 금관단편영화제, 한국독립단편영화제 등을 거치면서 한국 독립영화계의 최고, 최대 축제로 자리잡았다. 30년이라는 해수의 무게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올해는 연륜을 느끼게 하는 개막작 선정이 눈에 띈다. 독립영화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전에 만들어졌던 70년대의 독립 단편영화 세 편을 묶어 상영한다.
이 가운데 이익태 감독의 70년작 <아침과 저녁사이>는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단편실험영화다. 함께 상영되는 <색동>(한옥희 감독,1976)과 <또 다른 방>(이공희 감독,1979)은 한국청소년영화제 시절 발굴된 단편영화들. 이밖에 <백일몽> (이정국 감독) <비명도시>(김성수 감독)
서울독립영화제 30돌 아주 특별한 축제
-
어릴 때 갖고 보고 놀았던 건 평생 따라다니는 것같다. 나는 어릴 때 서부극, 그중에서도 마카로니 웨스턴을 보고 자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반 클리프, 프랑코 네로 같이 냉소적이고 냉정한 총잡이들이 좋았던 건 총 잘 쏘고 말과 행동에 군더더기가 없는 데 더해 마지막에 쿨하게 혼자 떠났기 때문이었다. 황량한 벌판으로 홀로 떠나는 그 뒷 모습! 멋있지 않은가. 그래도 어릴 때 그게 그토록 멋있었던 건 뭘까. 어쩌면 나는 평생 그렇게 하지 못한 채 동경하며 살지 모른다는 예감 아니었을까.
어른이 돼 마카로니 웨스턴보다 빨리 나왔던 존 포드 감독의 56년 영화 <수색자>(사진)를 봤다. 가족을 납치해 간 샤이언족을 찾아 복수하러 수년을 헤매고 돌아온 존 웨인은 백인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떠난다. 그때 알았다. 왜 서부의 총잡이들이 황야로 떠나는지. 폼 잡으려고 떠난 게 아니라 그들의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존 웨인이 돌아왔을 때 마을사람들은 샤이언족이나 전쟁같은
[팝콘&콜라] 멋진 뒷모습을 보이면 떠날 서부라도 있어야‥
-
신데렐라도 진화한다. 지금은 21세기. 반반한 얼굴 하나 앞세워 킹카 왕자님을 낚아챈 재투성이 아가씨의 신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제 손에 아무 패도 쥐지 않은 채로, 모든 것을 선사해줄 남자를 기다리는 소녀는 한심하다기보다 차라리 애처로워 보인다. 더구나 신분상승을 목적으로 ‘계획적인’ 접근을 꾀한다면? 세상물정 모르는 왕자님은 혹시 넘어갈지 몰라도, 여자들 사이에서는 바로 왕따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무도회에서 왕자님이랑 눈 맞았다는 신데렐라 얘기 들었니?” “흥. 그 계집애. 일부러 유리구두 한 짝 흘리고 왔다고 소문이 자자하잖아. 솔직히 지가 예뻐 봤자, 어차피 왕자님 눈에 콩깍지 벗겨지면 끝장이잖아.” “하긴 친정도 별 볼 일 없고, 배운 것도 없고, 능력도 없고. 왕궁에 들어가면 뭐하겠어? 평생 좌불안석일 텐데.”
여배우 줄리아 스타일스의 팬들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의 여 주인공 페이지는 눈에 띄게 예쁜 소녀가 아니다. 모르는 사
[정이현의 해석남녀]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의 페이지
-
-
“산에 오르기 전엔 산 정상에 있으면 대단한 게 있을 것 같지만 올라가 보면 대단한 게 없다. 장관 되면 상당한 고급 정보를 접하고 관리하고 또 책임의 하중이 매우 큰 일을 한다는 정도가 다를 뿐, 책상에 앉아서 글쓰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내 내면의 풍경인데 상처입거나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한다.”
지난 3월 퇴임한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이 영화주간지 〈씨네21〉(481호, 12월5일 발행)과 퇴임후 첫 인터뷰를 했다. 소설가 조선희씨와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 이 인터뷰에서 이 전 장관은 “다른 것들을 비판하기 힘들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장관직을 맡은 데 따른 “내면의 변질”을 빼고는 장관직 수행전과 후에 심경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장관이라는 말이 아직도 어색하다. 장관을 하면 내가 앞으로 영화를 만들건, 글을 쓰건 내 말을 하는 데 상당한 장애가 될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무슨 소리든 다 했는데 자리를 맡으면 내가 다른 것을 비판하기 힘들어지지 않겠
“작가는 다중인격…장관직 수행도 내 역”
-
이동건, 김하늘, 김성수 주연의 수·목 드라마 <유리화>
<유리화> SBS 수·목 밤 9시55분
대형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다. 출연배우의 면면이나 제작비 규모 면에서도 그렇지만 요즘은 해외 로케가 필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호주,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미국, <해신>은 중국에서 드라마의 일부분을 촬영하고 돌아왔다. 송승헌의 병역비리로 더 유명세를 탄 내년 1월에 방영될 드라마 <슬픈 연가>도 알려진 대로 미국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눈꽃> <홍콩 익스프레스>(가제) 등 내년에 시청자에게 선보일 드라마 중에서도 해외 로케를 계획하고 있는 드라마가 꽤 많다. 이런 현상에는 국내 시청자에게 이국적인 볼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뜨겁게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2월1일부터 방영될 SBS 수·목 드라마 <유리화>도
사랑과 우정, 선택의 기로에 놓인 세 남녀, <유리화>
-
<순풍산부인과>의 오박사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노소장이 만났다. 시트콤을 주름잡은 두 노대가들이 70년대 은막의 대표선수였던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노주현은 군 입대 전에 당대 멜로물의 대명사로 군림했고, 오지명은 근 10년을 정창화, 김효천, 고영남, 이만희 등 한국 액션 거목들의 페르소나로 화면을 수놓았다. 액션영화 출연작만도 150편. 이러한 궤적에도 불구하고 영화 <까불지마>는 오지명의 감독 데뷔작인 동시에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하는 작업이다. 30∼40년 넘게 화면을 누빈 오박사와 노소장에게 듣는 영화 <까불지마>의 후일담과 연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
두분이 처음 같이 한 건 언제쯤인가.
노주현 l 같이 작품하는 건 처음이다.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나.
노주현 l 선후배니까, 당연히 알긴 했지.
70년대 한창 영화 찍을 때 마주친 적이 있었는지.
노주현 l 나는 문희씨랑 세편을 찍고 나머지
<까불지마>의 오지명·노주현
-
장만옥이 정면을 응시한다. <클린>에서 장만옥은 옆을 보는 법이 없다. 그 검고 투명한 눈빛과 마주하려니 어쩐지 낯설다. 돌이켜보면 장만옥은 언제나 옆모습으로 각인돼오지 않았는가. 아미를 숙인 모습, 광대뼈의 그늘, 가는 붓으로 그린 듯 내리깐 눈매. 정중동의 매혹으로 오랫동안 우리를 흔들던 그녀가 지금 고개를 들고 있다. 질끈 묶은 머리 아래 드러난 그녀의 맨 얼굴 윤곽처럼, 장만옥은 이제 그림자로 아른거리는 대신 적나라한 한낮의 빛 속에서 세상을 직시한다.
‘아름다운 보석’(曼玉)을 의미하는 장만옥의 이름처럼, 그녀의 출발은 그 환한 미모의 원석에 기댄 것이었다. 그러나 흔히들 언급하는 1983년 미스 홍콩의 경력, <폴리스 스토리> 등을 통한 스타등극의 시작은 지금의 장만옥을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기록이다.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계단을 올라서고야마는 <열혈남아>나, 애인을 굳이 뒤로하고 LA로 불현듯 떠나는 <첨밀밀>에서처럼
치명적 매혹을 깎아낸 정면의 아름다움, <클린>의 장만옥
-
I. G. 프로덕션 라인 프로듀서 가주지 모리시타
지난 11월19일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I. G. 프로덕션의 라인 프로듀서 가주지 모리시타(32)를 만났다. <킬 빌>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만들면서 프로듀서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노센스>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그는, I. G. 프로덕션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구체적인 애니메이션을 들어 케이스를 분석한 세미나를 진행하기 위해 레스페스트 2004에 참석했다. 짧은 인터뷰 내내 수줍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가 들려준, I. G. 프로덕션과 개인적인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일본 국내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지브리 스튜디오는 가족적인 작품, 자연친화적인 주제, 귀여운 그림체 등으로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에 반해 스튜디오 I. G.가 내세우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컬러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람들에게
<이노센스> <인랑>등에 참여한 가주지 모리시타
-
키아로스타미와 차이밍량 연상시키는 예술영화 <우작>
45살의 터키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의 3번째 영화 <우작>은 의외의 조용한 폭로를 담고 있다. 세일란의 이국적인 이스탄불은 세속적인 소외, 깨진 결혼과 예술적인 고뇌의 고요하고 냉랭한 세상으로 영화 속에서 보여진 스칸디나비아를 떠올리게 할지 모른다.
지난해 5월 칸에서 얼마 되지 않은 히트작 중 하나였던 <우작>은 드문 재료로 빚어진 명확한 예술영화이다. 사려 깊게 짜여지고 시각적인 재치로 가득 찬 영화는 여명에 백설 가득한 경관을 가로지르고 있는 한 남자의 사색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왼쪽으로 돌려져 빈 길을 보여주며 다가오는 차에 신호를 보내는 남자가 다시 스크린에 나타난다. 그리고 초점없이 보여지는 도시 아파트에서의 성교, 얼마 뒤 자동응답기를 통해 들려오는 첫 대사.
<우작>(소원한, 멀리 떨어진)은 한곳에 모이지만 결코 교차되지 않는 삶들에 대한 지각에 근거해 있다. 먼
이스탄불에서 만난 소외와 외로움, <우작>
-
나는 <주홍글씨>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우리사회의 갈팡질팡하는 가치판단을 반영하고 있기에 ‘리얼’하다는 신윤동욱의 입장(<씨네 21>478호)에 반대한다. 영화가 반영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애매한 가치판단’이 아니라, ‘감독의 확고한 가치판단’이며, 그 가치관은 우리사회의 가치관보다 더 남성중심적이고, 심지어 19세기 소설<주홍글씨>보다 더 수구적이다. 영화는 ‘죄’와 ‘벌’의 구도를 빌어, 기독교 근본주의의 성정치학을 설파한다.
그를 중심으로 팔일무(八佾舞)를 추는 그녀들 : 남성중심주의
첫 장면부터 아예 대놓고 ‘원죄론’을 읊어댄다. ‘여자가 그 나무를 봄 즉 먹음직도 하고...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남편에게도 주매.....’ 그리고 다음 나레이션, ‘모든 유혹은 재밌다....왜 피하겠는가.’ 자, 뭔 소리를 하겠다는 건가? ‘인간(남자)’가 ‘유혹’에 빠져 ‘죄’를 짓는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직접적인 언표이다. 포스터가 드러내듯 영화
21세기 기독교 근본주의, <주홍글씨>
-
1958년 흑백 86분감독 신상옥 출연 김학, 최은희, 조해원EBS 12월5일(일) 밤 12시제2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얼마 전 브라이언 드 팔마의 <팜므 파탈>이 국내에서 개봉했다. 이번주 ‘한국영화특선’에선 한국적 팜므파탈 영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작품 <지옥화>를 방영한다. 팜므파탈이란 말 그대로 남자를 유혹하거나 이용하다가 결국 배신하는 나쁜 여자, 즉 악녀(惡女)를 뜻한다. 남성에겐 상당히 매혹적인 욕망의 대상이지만 그 대상에게 다가가고 유혹당하면 결국 파멸하고 마는, 흡사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한 뱀과 같은 존재가 팜므파탈일 게다.1958년에 만들어진 신상옥의 <지옥화>는 제목에서부터 이런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팜므파탈은 최은희가 맡고 있다. 많은 영화에서 한국의 전통적 여성상을 주로 연기한 최은희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영화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이 영화에서 최은희는 이후의 다른 영
한국적 팜므파탈의 시초, <지옥화>
-
The Natural 1984년감독 배리 레빈슨 출연 로버트 레드퍼드EBS 12월5일(일) 오후 2시버나드 맬러머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의 제목은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 재능을 지닌 인물을 뜻하는 말이다. 어느 인물의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모델로 삼은 영화로, 평이한 스포츠영화인 <내추럴>은 소박하고 단순한 장르영화다. 그럼에도 로버트 레드퍼드, 글렌 클로스, 바버라 허시, 로버트 듀발, 킴 베이싱어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스타가 한자리에 모이는, 흔히 않은 기회를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홈런 타구가 전광판 조명을 터뜨리는 영화 속 장면은 아마도 스포츠영화 속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야구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로이 허브스는 한 구단의 입단 테스트를 받고자 애인 아이리스에게 이별을 고하고 네브래스카를 떠난다. 그러나 기차에서 만난 헤리에트라는 미모의 여인에게 끌려 그녀의 호텔방으로 갔던 로이는 그녀가 쏜 총에 맞아 야구를
야구 천재의 파란만장한 인생, <내추럴>
-
거대한 입술과 날름거리는 혓바닥이 제 몸의 전부인 저/ 굶주린 입들 무한궤도로 달려와 아이들을 삼키고 있다 / 입안 가득 고깃덩어리를 물고도 늘 배고픈. -박성우의 <햄버거>
JFK 공항에서 노숙을 하며 웰컴 투 아메리카를 경험하려드는 땡전 한푼 없는 한 사나이가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있으니. 전 미국을 대표하는 배우 톰 행크스가 영어 한마디 못하는 동유럽인으로 시치미를 떼고 나와 열연하는 영화 <터미널>에서 빅토르 나보스키는 틈만 나면 코를 박고 웬디스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물론 돈이 생기자마자 나보스키가 맨 처음 하는 행동도 재빨리 햄버거 가게로 달려가는 것이다. 이 프랑크 카프라식 인민주의의 이상향이 2004년 스필버그란 감독의 손에서는 ‘햄버거가 있는 낙원으로서의 미국’으로 재탄생되는 순간, 이제 햄버거는 먹을거리를 지나, 미국을 상징하는 일종의 기호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영화 <터미널>은 일종의 아메리칸 드림, 킹 사이즈 아메리카의
유머 가득한 안티 맥도널드 CF, <슈퍼 사이즈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