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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살의 여인이 13살의 소년과 성관계를 맺다 현장에서 체포된다. 여인은 감옥에서 소년의 아이를 낳았고, 타블로이드 신문은 이들의 관계를 세기의 스캔들로 만들었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의 주인공인 그레이시(줄리앤 무어)와 조(찰스 멜턴)는 20여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부부로 살아간다. 이 스캔들을 소재로 하는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엘리자베스(내털리 포트먼)가 그들을 방문한다. 토드 헤인스 감독의 관심은 이 사건 자체가 아니라, 실제 사건의 주인공과 그들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미묘한 긴장감이다.
거울 속에 사는 여자
그레이시 부부와 처음 마주한 엘리자베스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있다. 예상과 달리, 그들의 삶은 화목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밝은 표정의 그레이시는 듬직한 조의 품에 안긴다. 그것도 야외 정원에서 타인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심지어 한 이웃은 “늘 자기가 원하는 걸 확실히 안다”라며, 그녀에 대한 칭찬을 늘
[비평] 실패한 영화에 대한 영화, <메이 디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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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행동을 ‘MBTI’로 분석하는 흐름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어떤 갈등은 MBTI가 없었다면 영원히 해결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이 ‘P’(인식형)와 ‘J’(판단형) 유형으로 나뉜다는 걸 몰랐을 때를 생각해보라. 여행이란, ‘분 단위로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계획한 놈’과 ‘그저 시간 속에 나를 흘려놓는 놈’이 서로 ‘저새끼는 뭐가 문젤까?’를 끝없이 질문하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J 부심을 가진 친구가 ‘계획 수립’이라는 자신의 숙명을 기꺼이 짊어지면, P는 귀여운 척을 하면서 빡빡한 계획에 숨구멍을 뚫는 역할을 이행하면 그만이다. 행여나 갈등이 생기더라도 “쟨 P라서 그래”, “쟨 J라서 그래”라는 말로 상황을 수습할 수 있으니 MBTI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면서 도리어 상대를 포용할 수 있는 신통한 규격인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MBTI 테스트로는 알아낼 수 없는 인간의 예측 불가능한 면을 좋아한다. 한 인간이 삶의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사랑이 사랑만으로 완벽하길, (BT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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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눈물의 여왕>
인터뷰 당일 아침에도 보다가 나왔는데 정말 재밌었다. 캐릭터들의 매력이 잘 살아 있고, 대사가 인물들의 특성을 잘 살려준다. 주인공들의 티키타카도 잘 맞아서 초반부터 흥미롭게 보고 있다.
화덕피자
빵, 떡볶이, 칼국수, 수제비 같은 밀가루 음식이 나의 솔 푸드다. 그 가운데 요즘 자주 먹는 건 화덕피자다. 그냥 피자는 안되고 꼭 화덕피자여야 한다! (웃음) 화덕피자는 도우 끝부분의 식감이 일반 피자와 다르지 않나. 그 맛에 완전히 빠졌다. 혼자 종종 맛집에 들러 시켜먹곤 한다.
뮤지컬
뮤지컬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헤드윅>을 보는 것이다. 예전에 조승우 배우님이 출연하는 회차를 보고 싶었는데, 티켓팅에 실패해서 보지 못했다. 올해는 유연석, 조정석 배우님 등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온 분들이 계셔서 기대가 크다.
추리소설
시간 날 때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추리소설을 선호하고 그중
[LIST] 장다아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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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뱀과 비둘기>
넷플릭스 | 영화 / 감독 황정보 / 출연 원경천, 원부화, 진이문, 왕정, 사경난, 이이인 / 공개 3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어쩌면 <달콤한 인생>에 근접한 쾌감
대만 고위급 갱단 보스의 장례식장. ‘쿠이린 키드’로도 알려진 이름난 암살자 천쿠이린(원경천)이 적진의 중심에서 새 보스를 사살한다. 즉시 뒤쫓아온 형사 천후이(이이인)는 몸싸움 끝에 천쿠이린의 흉기에 한쪽 눈을 잃는다. 갱스터의 심장과 경찰의 눈을 앗아간 대가로 4년간 숨어 지내던 천쿠이린은 자수를 결심하고 찾아간 경찰서에서 ‘대만 3대 지명수배자’ 포스터를 발견하고 일생일대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한국에서 <듄: 파트2>와 동시 개봉한 <파묘>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듯, 중국에서는 중국어 영화 <돼지와 뱀과 비둘기>가 정상을 차지했다. 난폭한 조폭영화를 강력하게 검열하는 공산당 선전부의 정책을 넘어서 개봉한 데
[OTT 추천작] ‘돼지와 뱀과 비둘기’ ‘맨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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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 10부작 / 제작 케빈 파이기, 보 드마요, 찰리 펠드먼 / 연출 J. B. 발라드 / 목소리 출연 구이 아구스티니, 레이 체이스, 매슈 워터슨, 제니퍼 헤일 / 공개 3월2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장엄하고 뭉클한 클래식 <엑스맨>의 귀환
훗날 선스팟이 될 호베르투 타 코스타(구이 아구스티니)가 센티넬 블래스터를 활용해 뮤턴트를 학살하려는 무리에 잡힌다. 이때 스톰, 비숍, 사이클롭스 등 선배 엑스맨들이 등장하고, 위기에서 벗어난 호베르투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한 채 자비에 영재학교에 은신한다. 한편 엑스맨들의 스승인 프로페서 엑스는 1년 전 헨리 가이릭에게 암살됐다. 엑스맨의 원년 멤버로 팀을 사랑하지만 이제 다른 미래를 채비하려는 진(제니퍼 헤일)은 센티넬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인 마스터 몰드의 위험성을 알아챈다. 그리고 엑스맨의 애증의 앙숙, 매그니토(매슈 워터슨)가 등장해 프로페서 엑스의 유언을 전한다.
<엑스맨 ’
[OTT 리뷰] '엑스맨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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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대들보인 제이슨 스테이섬의 신작이다. 주인공 애덤 클레이(제이슨 스테이섬)는 조용한 시골에 사는 양봉업자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이웃에 사는 엘로이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로이즈가 보이스 피싱 사기에 속아 전 재산을 잃고 삶을 포기하려 한다. 이에 분노한 애덤 클레이는 복수를 결심한다. 그는 원래 ‘비키퍼’라는 조직의 전투 요원이었다. 비키퍼는 세계 정의와 질서를 수호하는 비밀조직으로, 법을 초월하여 악인을 처단하는 집단이다. 애덤은 오랜만에 실력을 발휘해 범인을 쫓고 처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존 윅>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액션물이다. <비키퍼>의 애덤 클레이 역시 존 윅처럼 압도적인 무력을 사용해 수많은 적을 제압한다.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돌입해 펼치는 제이슨 스테이섬식의 시원한 액션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조시 허처슨과 제러미 아이언스 등이 애덤 클레이에 맞서는 악역으로 등장하며 볼거리를 만든다. 한편 <비키
[Coming soon] ‘비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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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액설런스상 수상한 배우 이영애
“이 상은 아시아 영화인들이 배우로서 저를 잊지 않았다는 의미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영화가 더 잘되기를 바라면서, 영화 차기작도 적극적으로 찾아보겠습니다.”
음악상 후보 오른 <1947 보스톤> 이동준 음악감독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강제규 감독이 이 시공간에도 같이 있는 것 같습니다. <1947 보스톤>의 음악은 희망을 표현하고자 했고, 영화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기에 우리나라 전통의 소리와 현대의 다이내믹한 일렉트로닉을 합쳐보려 했습니다. OTT로 보는 분들도 그 점을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시상자로 참석한 <비상선언> 한재림 감독
“한국에선 상을 못 타서 아쉬웠는데, <비상선언>에서 연기를 너무 잘한 김소진 배우가 지난 아시아필름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을 타서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오늘은 <서울의 봄>
제17회 아시아필름어워즈 레드카펫에서 만난 한국 영화인들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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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아시아영화의 성취를 결산하는 아시아필름어워즈가 지난 3월10일 홍콩 시취센터에서 열렸다. 17회째 홍콩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도쿄국제영화제가 합심해 꾸려온 이 행사는 단순히 상패를 나눠주는 이벤트가 아니다. 지난 1년간 아시아 각지에서 주목받은 수작들을 재발견하는 축제다. 트로피가 주인을 찾아가기 전 주요 후보작들이 홍콩 도심 극장에서 상영 기회를 갖고, 일부 작품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기도 한다. 올해도 <서울의 봄> <괴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비롯해 스리랑카·인도영화 <파라다이스>, 몽골영화 <바람의 도시>팀 등이 직접 무대인사에 나섰고, 앞선 대만금마장영화제에서 각각 남녀 주연상을 받은 <아방아딕> 오강인, <트러블 걸> 오드리 린이 현지 언론과 만남을 가졌다. 심사위원장 구로사와 기요시는 오랜만에 대표작 <도쿄 소나타>로 관객과의 대화를 나눈 후 동년배 홍콩 거장 프루트
[씨네스코프] 일본영화의 선전 제17회 아시아필름어워즈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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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극장가의 관객수와 매출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지만 흥행 양극화 등 고질적인 어려움은 여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24년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2월 관객수(국내외 영화 전체)는 78.4%(504만명), 매출액은 60.1%(415억원) 상승했다. <파묘> <시민덕희> <건국전쟁> <소풍> 등 한국영화가 좋은 성과를 내면서 4년 만에 ‘2월 한국영화 관객수·매출액’이 외국영화를 제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1~2월의 누적 관객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017~19년 대비 49.1%에 불과하다. <파묘>와 같은 메가 히트작이 등장하며 2월 성적을 단기간에 높이긴 했으나 전체적인 극장가 사정은 얼어붙어 있다. 한편 <파묘>는 3월20일에 950만 관객(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오는 주말 천만 관객 돌파를 목표하고 있다.
한국
2월 극장가, 시장 위축과 양극화 여전, <파묘> 흥행했지만 싸늘한 극장가 사정, 독립영화의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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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최애의 아이>가 <씨네21> 표지를 장식할 수도 있었다. 극장판이 개봉한 것도 아니고 별다른 이슈도 없었지만 우연히 기회가 맞아떨어져, 사고 한번 쳐볼까 상상한 적이 있다. 지난해 가을 전임 편집장이 휴가 간 사이 대리로 잠깐 데스크를 맡았을 때의 일이다. 예정됐던 표지가 펑크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예전부터 즐겨보던 <최애의 아이>가 떠올랐다. 마침 <최애의 아이>가 세간의 화제라고 하니 잡지 판매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게 공식적인 명분이었지만 실은 그냥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곳에서 크게 한번 다뤄보고 싶었다. 그뿐이다.
‘그냥’은 힘이 세다. 영화 <황산벌>의 키워드 ‘거시기’와 비슷한 포지션이랄까. 비어 있는 그릇 같은 단어 안에는 맥락에 따라 다양한 마음이 담긴다. 대체로 낯간지럽거나 부끄러울 때 남용하는 이 게으른 말에서 문득 상대를 향한 믿음과 배려를 느낀다. 스스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
[송경원 편집장] 좋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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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헤인스가 내털리 포트먼, 줄리앤 무어와 함께 신작 <메이 디셈버>를 촬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평자들은 두 베테랑 여성배우가 러닝타임 내내 연기로 무한한 평행선을 달리는 영화가 나올 것이라 속단했다. 한데 <메이 디셈버>가 공개되자, 모두들 교차할 기미 없는 여성배우들의 연기 접전에 무한원점을 대담히 찍은 신예 찰스 멜턴을 이야기했다. 찰스 멜턴은 영화 속에서 13살에 급우의 어머니인 그레이시(줄리앤 무어)와 관계를 가진 후 그와 아이 셋을 낳고 살아가는 36살 남성 조를 연기해 뉴욕비평가협회, 전미비평가협회를 포함한 22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리버데일>, 피콕 오리지널 <포커 페이스>로도 주목받은 찰스 멜턴은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계 미국인 배우다. 지난해 칸영화제 직후부터 올해 3월11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메이 디셈버> 프로모션에 여념이 없던 찰스 멜턴이 영화의
[WHO ARE YOU] '메이 디셈버' 찰스 멜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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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이다. 한국 예능프로그램 최초로 넷플릭스 전세계 TV쇼 10위권 안에 진입했던 <솔로지옥>은 시즌3 역시 공개 직후 전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대한민국 1위를 넘어 홍콩,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에서도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전세계 TV쇼 시청 순위 4위를 기록했다. 김재원 PD는 <솔로지옥>의 모든 시즌을 진두지휘한 연출자다. 2011년 JTBC PD 1기로 경력을 시작한 이래 교양국과 예능국을 모두 거치며 <크라임씬2, 3> <비정상회담> <방구석 1열> 등의 조연출을 맡았고, <솔로지옥>을 기획해 메인 PD로 입봉했다. 시즌을 거듭하며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신선한 시도를 감행하는 김재원 PD를 만나 <솔로지옥>을 비롯한 비연예인 출연 리얼리티의 연출 비결을 물었다.
-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솔로지옥> 시즌3가 인기
[인터뷰] <솔로지옥> 시즌3 김재원 PD,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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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아끼는 후배 PD다. 자신이 꽂히면 타협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제작비를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진주 PD의 요구라면 들어줘도 된다. 언제나 그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물을 가져온다.”(나영석 PD) <꽃보다 할배> 조연출,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공동 연출을 거쳐 첫 기획작이자 메인 연출작 <윤식당>을 흥행시킨 이진주 PD는 이른바 ‘나영석 사단’에서 리얼 예능 프로그램 촬영 방식부터 동료를 대하는 태도까지 모든 것을 배웠다고 전한다. 그가 독립한 뒤 만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환승연애>는 최근 범람하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제성을 자랑했다. 특히 <환승연애2>가 세운 역대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는 상태다. 이진주 PD가 tvN에서 JTBC로 이직 후 선보인 <연애남매>는 <환승연애>과 다른 듯 닮았다. 남매들이 모여 서로의 연인을 찾아간다는
[인터뷰] ‘연애남매’ ‘환승연애’ 이진주 PD, ‘유행 파악보다 시대적인 의식 변화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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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임씬 리턴즈>의 불가피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반갑다 친구야”라는 유행어를 만들고 유재석에게 첫 연예대상을 안겨준 <해피투게더 프렌즈>. 100회 넘게 방송된 토크쇼 <김승우의 승승장구>. 잊힌 가수들의 재기와 무명 가수들의 발굴을 도운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이하 <슈가맨>),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의 모든 시즌. 이효리표 예능의 새 장인 <효리네 민박>과 <캠핑클럽>까지. 윤현준 PD는 1997년 KBS 입사 이래 수많은 화제작을 만들었다. 미처 다 나열하지 못한 그의 연출작 중 굳건한 팬덤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은 프로그램은 <크라임씬> 시리즈다. 한국 추리 예능의 시작이었던 <크라임씬>은 시즌3가 종영된 2017년 이후에도 유튜브에서 끝없이 스트리밍되며 기존 팬덤과 신규 팬덤이 무한 증식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인터뷰] ‘크라임씬 리턴즈’ 윤현준 PD, 내 팔자는 새로운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