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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비평] ‘남아 있는 장소를 위한 멜로드라마’, <러브레터>
죽은 잠자리가 발밑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상복을 입은 소녀는 그제야 인정한다. “아빠가 돌아가셨구나.” 잠자리가 죽은 것은 그저 과거형, 얼어붙은 호수의 표면 아래 박제된 형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야말로 현재형이다. 자각이란 그런 식이다. 뒤늦게, 엉뚱하게, 잔인하게도 생생히 나타난다. 시간의 지속 속에서 우리는 그럴 때에야 이따금 ‘지금’을 산다. 감
글: 김소미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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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우리 모두의 기억이 되어, <러브레터>에 부치는 4가지 답신
<러브레터>의 대중문화사적 의미
1990년대 일본 멜로드라마, 추억 속의 사랑 이야기, 이와이 슌지 스타일, 오타루를 꿈꾸게 하는 영화. 어떤 의미로든 <러브레터>는 하나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상징적으로 통용되는 <러브레터>에 관해 구전되는 전설은 이러하다. 극장에 개봉하거나 정식 비디오
글: 김소미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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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커버] 여전히, 잘 지내나요?, 30년 만에 다시 만나는 <러브레터>
2025년 1월1일,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가 새해와 함께 다시 극장가에서 관객을 맞이했다. 작품의 상징성만큼 숱한 재개봉으로 익숙한 영화지만 이번엔 탄생 30주년이라는 남다른 의미와 함께다. 1999년 국내에 정식으로 첫 개봉했을 때와 같은 세로 자막 형태로 보다 정확하게 다듬은 번역도 제공된다. 눈 쌓인 오타루의 설원과
글: 씨네21 취재팀 │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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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어느 육신의 죽음, <룸 넥스트 도어>와 <클로즈 유어 아이즈>
모든 알레고리를 걷어내고 나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룸 넥스트 도어>는 곧 죽음을 맞이할 육신과 그 죽음 앞에 놓여 있던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영화로 보인다. 여기에는 전장을 누비고 사랑을 나누며 펜을 쥐고 글을 쓰던 몸의 확실한 죽음이 있다. 마사(틸다 스윈턴)가 사후 세계의 유령처럼 보이는 순간이 몇초간 있다고 하더라도 <룸 넥스트 도
글: 유선아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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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임소연의 클로징] 총과 여자 그리고 2025년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일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일까.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에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전자를, 반대로 총기 사용의 자유를 옹호하는 이들은 후자를 택한다. 총이 사람을 죽인다는 주장은 총 자체가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말에서 총은 단순한 도
글: 임소연 │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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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오디세이]
[이나라의 누구의 예술도 아닌 영화] 샹탈 아케르만과 춤추는 몸, <잔느 딜망>의 신체
이나라 경희대학교 프랑스어학과 교수
여기 한 여성의 몸짓이 있다. 간소한 가구가 놓인 가정의 실내 공간 안에 있다. 꼼짝없이 피사체를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 앞에 있다. 지속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 플랑세캉스 안에 있다. 부엌 가스 조리대 앞에 서 있던 여인은 복도로 나가서 한 남성에게 문을 열어준다. 복도 끝의 방 안으로 사라졌던 여성은 남성과 함께 방문
글: 이나라 │
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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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미의 인서트 숏]
[장윤미의 인서트 숏] 소의 삶
소 경매시장에 다녀왔다. 소들이 사고 팔리는 곳이다. 다들 소 경매시장이라고 하면 금방 떠오르는 풍경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텔레비전에서 종종 봤던 풍경이라 낯설지는 않았다. 수많은 소들이 통로쪽으로 엉덩이를 향한 채 일렬로 쭉 묶여 있고,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소들의 몸을 구석구석 살핀다. 그리고 경매가 끝나면 소들은 새로운 주인과 함께 트럭에 실려 떠
글: 장윤미 │
2025-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