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여름에 읽는 장르소설] 나의 살인 과정을 한번 들어볼래?
“나는 1952년 4월5일 토요일 밤 9시가 조금 지나서 OOOOO를 죽였다. 그날은 햇살이 화사하고 상쾌한 봄날로, 이제 여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만큼 따뜻했고, 밤에도 적당히 쌀쌀했다.” 짐 톰슨이 1952년에 발표한 하드보일드 범죄소설 <내 안의 살인마>를 보면 이런 아이로니컬한 문장 배치가 종종 나온다. 살인을 고백한 뒤, 바로 날
글: 신민경 │
2009-09-24
-
[도서]
[도서]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김연수
어떤 순간은 완전히 상실되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사람들은 그 점을 알면서도 잃어버린 삶의 지점을 끊임없이 상기하고 추억한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관통하는 주제다. 이 책은 국적과 시공간이 제각각인 아홉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지만, 상황과 인물을 거대한 상실감이 압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
글: 장영엽 │
2009-09-24
-
[도서]
[도서] 계단에 무슨 비밀이...
오래된 건축물을 돌아볼 때면 가장 인상적인 공간 중 하나가 계단이다. 계단을 통해 위로 아래로 옆으로 뒤로 공간이 펼쳐지는데, 가파른 계단을 헐떡이며 오르며 새로운 공간과 만날 때는 건물의 육체성을 몸으로 실감하게 되곤 한다. 종교적인 건축물의 경우 높지 않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계단에 집중해 발을 옮기다 보면 계단이 사색과 깨달음의 도구구나 싶어진다
글: 이다혜 │
2009-09-24
-
[도서]
[도서] 비틀마니아의 필수품
비틀스에 관한 책은 많다. 해외에서 발간된 책은 셀 수 없을 정도이고 국내 번역본만 해도 10종이 넘는다. <The Complete Beatles Chronicle>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이 책이 포괄하는 방대한 자료 때문이다. ‘완전한 비틀스 연대기’라는 제목이 어울리게 이 책은 1957년 비틀스의 전신(前身)인 쿼리 멘 결성부터 공식적으
글: 문석 │
2009-09-17
-
[도서]
[여름에 읽는 장르소설] 오컬트 하드보일드
스즈키 고지의 공포소설 <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10년 전, 책대여점집 딸인 친구가 하루는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링> 책이 반납이 안되어 전화를 걸었다. 빌려간 사람은 초등학생이었는데, “책에서 귀신이 나올 것 같아서 깊숙한 곳에 숨겨놨다”고 한다. 책을 다시 만지기 싫대서 결국 그 어머니가 반납했다던가.
윌리엄 요르츠
글: 이다혜 │
2009-09-17
-
[도서]
[도서] 나는 불아자를, 너는 곤도미를
관리는 갓을 벗고 서양에서 들어온 문제의 천조각을 머리에 동여맸다. 써보니 관모보다 더 위엄이 느껴졌다. 발견을 스스로 기특해하며 관리는 천조각에 이름을 하사하였다. 아니 불. 높을 아. 놈 자. 이름하여 ‘불아자’.
사실 그건 브래지어였다. 2세기 전만 해도 서양인을 도깨비 취급하던 조선이었으니, 브래지어를 서양식 갓으로 착각하고 ‘뽕’의 개수를 지위
글: 장영엽 │
2009-09-17
-
[도서]
[도서] 젖은 눈빛으로 돌아보라
우리는 모두 이민자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으로 삶의 뿌리를 옮기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해도 그렇다. 옮겨심기 좋게 뿌리를 내리지 않고 살아남는 데 익숙하다. 부모님 세대와 비교하면 사랑, 일, 주거, 가족의 문제에서 우리는 어찌나 ‘기꺼이’ 부유하는지. 줌파 라히리의 소설이 마음을 움직이는 대상이 단순히 인도계 미국인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다. 미
글: 이다혜 │
2009-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