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성장기를 진지한 시선으로 마주하는 영화감독이 수놓은 영화 한편이 이탈리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칼친쿨로>(Calcinculo)는 2020년 첫 장편 <팔라추 디 주스티치아> 이후 2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 키아라 벨로시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수줍음이 많고 과체중인 15살 소녀 베네데타는 지금은 주부지만 한때는 무용수가 되고자 했던 그래서 강박적으로 식단을 조절하는 어머니와 꿈꾸는 듯한 다소 무책임한 아버지 사이에서 평범해 보이는 삶을 산다. 어느 날 양귀비꽃이 만발한 집 앞 공터에 순회 놀이동산이 들어서고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아만다를 만나 곧바로 그녀에게 매료된다. 벨로시 감독의 카메라는 베네데타의 시선을 관객의 시선과 일치시키며, 그녀의 시야가 관객의 시야와 함께 점차 넓어지도록 그녀를 담아내는 묘한 감성을 보인다.
간식을 방에 숨기고 한밤중에 냉장고에서 생닭을 먹으며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위험에 처하기도 하는 베네데타는 이 영화의 원동력이자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많은 질문과 함께 해답도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황폐한 놀이동산의 정박은 다른 곳으로 향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을까? 스윙 라이드 좌석에 묶여 있는 이 소녀는 정말 날고 있는 것인가, 앞으로 펼쳐진 울퉁불퉁하고 때로는 부서지고 외로운 그 길을 밀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우아함이 가득한 나비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몹시 기대를 품게 하는 영화다.
벨로시 감독은 첫 장편 <팔라추 디 주스티치아>에서 어린 여자아이들을 영화에 등장시켰다. 법원 복도에서 피고인과 피의자의 딸로 등장해 운명적인 이야기를 펼치는 이 영화는 2020년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제네레이션 섹션에 초대됐고, 감독의 섬세함과 여성의 삶을 서술하는 재능과 능력으로 주목받았다. 두 번째 장편 <칼친쿨로>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경쟁부문에 진출하여 처음으로 관객과 만났다. 베를린영화제는 두편의 장편을 만든 벨로시 감독에게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