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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심한 가뭄이 말라붙게 하는 것은 땅만이 아니다 '드라이'
김철홍(평론가) 2022-03-30

극심한 가뭄이 말라붙게 하는 것은 땅만이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은 지 324일째가 되어가는 호주 키와라 지방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연방경찰 소속인 에런(에릭 바나)이 그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에런의 오랜 친구인 루크(샘 콜렛). 루크의 부모가 에런에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달라고 부탁해오자 에런은 홀로 조사에 나선다. 그런 에런을 향해 마을 사람들은 대놓고 부정적인 시선을 던진다. 왜냐하면 에런 역시 20년 전 동네 친구 엘리의 죽음에 연루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런은 루크의 죽음을 파헤쳐가며, 동시에 과거 자신이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던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드라이>는 과거의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 남자의 시선으로 한 마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영화다. 2016년 출간된 제인 하퍼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며, 원작자가 창조한 가상의 마을 ‘키와라’에 대한 묘사와 1인칭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화려한 액션 신이나 유려한 편집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가뭄으로 황폐화된 호주의 광활한 땅과 마을 사람들의 건조한 눈빛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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