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의 시청 공무원 아카네(요시오카 리호)와 고등학생 아오이(와카 야마 시온) 자매에게 신노/신노스케(요시자와 료)는 중요한 인물이 다. 뮤지션인 신노는 고교 시절 아카네의 연인이었고, 아오이를 베이스 기타로 인도한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 신노는 그들 곁에 없다. 아카네와 같이 도쿄로 떠날 생각이었지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카네는 동생을 두고 고향을 떠날 수 없었다. 13년이 지난 어느 날 신당에서 기타 연습을 하던 아오이는 갑자기 나타난 고교 시절의 신노와 조우한다. 또 시청에서 주최하는 ‘음악의 날 고장’ 축제를 준비하던 아카네는 초대 가수로 섭외한 엔카 가수를 보조하는 백 밴드 멤버 가운데에서 현재의 신노스케를 발견한다.
영화에서, 과거에서 온 신노는 현재의 신노스케가 남긴 생령으로 묘사된다. 아카네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신노스케의 미련과 아쉬움이 인간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생령의 본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왜 현재의 아카네와 아오이, 그리고 신노스케 앞에 신노가 나타나야 했는지가 관건이다. 별 탈 없이 일상을 보내는 듯한 아카네와 아오이 자매지만 사실 이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회피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오이는 신노가 그랬던 것처럼 도쿄로 가 뮤지션으로 성공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건 자신을 위한다기보다 아카네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길이다. 아카네는 아오이에게 화내는 일도 없고, 자기를 좋아하는 동창 미칭코의 연속되는 구애도 잘 거절하지 않는데, 차분하고 둥글 둥글한 성격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기 욕망을 짓누르고 있을 뿐이어서 아오이에게 실망감을 준다. 가장 큰 문제는 신노스케다. 비록 한곡뿐이지만 솔로로 음반도 낸 적 있는 신노스케는 현재 엔카 가수를 보조하는 데 만족할 뿐 뮤지션으로서의 긍지는 잃어버린 지 오래돼 무기력한 모습이다. 신노의 출현은 이렇게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인물들이 각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극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신노와 신노스케의 공존이라는 모티브에서 타임슬립과 평행 우주의 컨셉이 보인다. 그렇다고 플롯이나 서사가 대단히 복잡한 건 아니다. 과거의 어린 신노가 현재에 나타나는 건 인물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장치일 뿐 미로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관객에게 지적 유희를 주려는 것은 아니다. 작품 자체나 등장인물 스스로도 판타지적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에서 발생한 작은 균열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영화에 인용된 어구처럼 등장인물들은 서서히 비록 ‘우물 안 개구리라서 큰 바다는 모르지만,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존재’로 바뀌어간다. 여기에 극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음악이다. 뮤지션인 신노/신노스케와 기타를 치는 아오이라는 설정인 만큼 그들의 노래와 연주가 자주 나오는데, 실사 같은 작화만큼이나 사실 적이고 수준급이어서 감상할 만하다. 심지어 엔카 가수의 노래도 구성지다.
인물 사이에 틈입한 애정 전선은 약간 불편하다. 아오이가 베이시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신노스케의 격려 덕분이었기에 아오이가 신노를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볼 순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과거의 신노가 성장한 아오이에게 나타나 연정의 대상으로 비치게끔 조성한 것은 문제적이다. 한 남자를 두고 자매가 다투는 형국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데, 과거의 신노도 고등학생 아오이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그리는 것은 물색없다.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일본의 실사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유독 어린 여성과 연상의 남성을 이어주기 위한 설정이 난무한 인상이다. 남성을 젊어지게 해서 만나거나 여성을 나이 들게 해서 만나거나 성별을 바꿔서라도 만난다. 예전과 비교해 더욱 정교해진, 실사 같은 작화와 감동적 서사를 뽐내는 일본 애니메이션임에도 이러한 점을 아직 지적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
CHECK POINT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나가이 다쓰유키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호소다 마모루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의 신카이 마코토와 함께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일본 애니메이션의 삼인방 중 하나로 꼽힌다. 청소년의 시점에서 다루는 서정적인 로맨스가 주된 관심사라는 점이 다른 두 감독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애니메이션 전문?
배우 요시자와 료는 고등학생 신노와 30대 신노스케의 목소리를 모두 연기했다. <은혼> <킹덤> <도쿄 리벤저스> 등 원작 만화의 실사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해 흥행에도 도움을 준 그는 이번이 첫 목소리 연기 도전이다. 같은 인물이라 해도 나이와 정서에 따른 차이를 능숙히 구별해 연기한다.
아이묭
동명의 주제곡은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이 맡았다. 2021년 닛케이 음악인 파워 랭킹에서 4위를 차지한 저력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아 한국의 아이유와 곧잘 비교되곤 한다. 극중 모두 젊은 뮤지션인 신노, 아오이의 이미지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