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영화의 배급 및 유통 과정의 순서와 기일을 규제하는 ‘미디어 크로놀로지’는 1982년 당시 극장 영화의 성역을 침범하기 시작한 비디오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시 문화부 장관 자크 랑이 시행한 법안이다. 그간 이 법안은 인터넷, 유료 채널, VOD 서비스의 등장으로 수차례 개정되었지만 프랑스는 장편영화의 경우 극장 개봉 후 36개월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허용한다는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유지해왔다. 이 법안의 만기일을 15일 남짓 남긴 지난 1월24일, 문화부 장관 로즐린 바슐로는 영화, 텔레비전, 스트리밍 산업 대표들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크로놀로지’를 체결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프랑스 방송 <카날플뤼스>는 개봉 6개월 후부터 장편영화를 방영할 수 있고, 넷플릭스는 15개월 후, 디즈니+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17개월 후, 여타 프랑스 텔레비전 채널은 22개월 이후부터 방영할 수 있다. 대신에 외국계 스트리밍 기업은 프랑스에서 달성한 매출의 20~25%를 프랑스영화나 시리즈물 제작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로즐린 바슐로 장관은 이 새로운 법안이 ‘극장의 특수성’, ‘영화의 다양성’을 보호하면서 “다양한 매체로부터 제작 투자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자찬했지만 이 체결의 맹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라는 게 언론의 공통된 입장이다. 체결 당시 외국계 스트리밍사로 유일하게 참여한 넷플릭스는 “‘미디어 크로놀로지’는 (배급 유통 과정) 현대화의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다분히 모범생적인 발언을 했지만 사인도 직접 하지 않고 새로운 법안을 따라야 하는 신세가 된 디즈니사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새로운 미디어 크로놀로지가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청각 생태계를 제공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프랑스 작품에 투자를 더 늘린 상황에서는 더더욱 실망스럽다.” 시리즈물이 주 종목인 넷플릭스에 반해 장편영화를 주메뉴로 방영하는 디즈니+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이런 조건에서는 자사 작품의 프랑스 극장 상영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023년 1월부터 프랑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워너사나 그 뒤를 따를 파라마운트사를 고려한다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크로놀로지’는 2월10일부터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