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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맨틱 에러' 박재찬, 아싸의 사정
송경원 사진 백종헌 2022-03-16

입덕을 부르는 요소는 많다. 싱그러운 생기, 반짝이는 재능, 최선을 다하는 자세 등. 그중 제일은 본인의 장점에 대해 무심한 혹은 잘 모르는 천연덕스러운 태도, 이른바 갭 차이다. 빼어난 역량과 순수한 마음, 그 간극이야말로 덕심을 자극한다. 그룹 동키즈의 일원이자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박재찬은 그런 의미에서 완벽히 팬들의 취향에 부합한다. 재찬은 <시맨틱 에러>에서 융통성 없는 원리원칙주의자이자 과 톱을 놓쳐본 적 없는 컴퓨터공학과 아웃사이더 추상우 역을 맡았다. 로봇처럼 흔들리지 않는 역할이지만 정작 재찬은 타고난 귀여움과 끼를 어떻게 감추었을까 싶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살갑다. 현장의 귀염둥이로서 배우 박서함은 물론 스탭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는 재찬은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동키즈의 INTP는 어떻게 컴퓨터공학과 아웃사이더가 되었나. 그 간극을 메우는 과정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자니 봄의 새싹이 돋듯 한명의 배우가 성장하는 소리가 들린다.

- 배우로서 도전적인 작품이다.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 내가 회사측에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처음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을 때 오디션을 보겠다고 하니 회사에서 걱정이 많았다. 아이돌로 활동 중이고 BL이 아직 대중적으로 친숙한 장르가 아닌 만큼 어떻게 표현될지에 대한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대본을 보니 표현 수위가 높지 않았고, 보기에 따라선 재밌게 흘러가는 캠퍼스 청춘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요소도 충분했기에 회사를 설득할 수 있었다.

- 어떤 부분이 끌려서 그 정도 열의를 보였나.

= 물론 가장 큰 부분은 시나리오였다. 재미있고 공감 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사실 오디션 보기 전에 원작과 웹툰을 봤는데 흡인력이 굉장했다. 팬들의 반응도 익히 알고 있었다. 이 정도로 사랑받는 이야기라면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었다. 반면 그렇기에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다. 팬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었다. 소설에 비하면 웹툰은 많은 각색이 있었는데, 드라마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소설보다는 웹툰쪽에 가까운 느낌으로 접근했다.

- 추상우는 어떤 캐릭터인가.

=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는 아웃사이더다. 무뚝뚝하고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해 인간관계에도 서툴다. 뭔가 로봇 같고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다. 대표적인 에피소드로 조별 과제할 때 본인이 혼자 다 하고 자기 이름만 써서 제출하는 장면이 있다. 악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 갈 길 가는 사람, 자기 안에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이다. 그런 상우의 마음속에 장재영(박서함)이라는 인물이 들어왔을 때 겪는 혼란이 작품의 중심이라 생각했다. 완벽히 짜인 일상의 루틴에 에러가 생겨 계속 혼란을 겪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프로그램 코드처럼 딱딱했던 상우의 마음도 점점 넓어져간다.

- 능청스럽게 말을 쏟아내는 재영과 달리 상우는 말이 거의 없다. 때문에 표정이나 몸짓으로 미세한 감정 변화를 표현해야 한다.

= 맞다.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로봇 같은 사람이지 로봇 연기를 하면 안되니까. (웃음) 소설, 웹툰 속 느낌을 얼굴로 표현하고자 연습을 많이 했다. 혐오하는 표정, 설레는 표정 등 어느 한쪽만 드러나면 안되고 미묘하게 걸쳐 있는 상태를 표현해야 해서 연구를 많이 했다. 감독님과 감정선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다. 이번만큼 혼자 거울 보면서 내 얼굴에 집중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 현장 분위기가 유난히 좋았다고 들었다.

= 감사한 일이다. 사실 작품을 찍을 때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고 모든 배우와 스탭들이 다들 서로를 위하면서 촬영했다. 매일 즐겁게 웃으면서 찍었고, 그런 에너지가 작품에도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시맨틱 에러>는 내게 선물 같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2021년이 힘들었는데 연말부터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힘이 되었다. 박서함이란 사람을 알게 되어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남자에게 반한다는 게 감정적으로 낯설 수 있는데 서함이 형이 워낙 잘생겨서 몰입하기도 쉬웠다. (웃음)

- <조아서 구독중> <시간도 배달이 되나요> <노빠꾸 로맨스> <유튜버 클라쓰> 등 다양한 웹드라마에 출연했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 연기는 가수로 무대에 설 때와 다른 즐거움이 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경험이다. 가수 활동을 열심히 하는 가운데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겠다. 언젠가는 강렬한 악역도 맡아보고 싶다. 원래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는 타입은 아니다. 정해진 운명이랄까, 길이 있다고 믿는 쪽이다. 다만 내게 주어진 역할에 감사하며 매일매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할 수 있는 바를 다했다면 어떤 결과가 주어지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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