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제한상영관 신설을 뼈대로 한 개정 영화진흥법이 발효한 뒤,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소위가 지난 5월22일 처음으로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렸다. 대상이 된 영화는 특이하게도 동물들의 교미행위를 담은 북한의 다큐멘터리 <동물의 쌍붙기>이다. 등급위에 따르면 이 영화는 조류부터 코끼리에 이르는 동물 70여종의 교미장면을 290분 분량에 담았다. 등급위 관계자가 밝힌 제한상영가 판정 이유는 “새나 조그만 거북이 등의 교미장면은 교육적 측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말, 코끼리, 원숭이 등 큰 동물의 교미장면은 연구용으로는 몰라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영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는 것. 영화를 본 영화등급분류소위의 한 위원은 “모든 교미장면에서 성기부위를 클로즈업으로 비춘다”며 “몇몇 위원은 ‘동물 포르노’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화등급분류소위 위원 10명 중 9명이 참석해 1명만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매기고 나머지 8명이 ‘제한상영가’를 매겼다.형법에서 말하는 ‘음란’이란 ‘성적 수치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동물의 성행위가 사람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한다? 영화가 공개되질 않아 더이상 판단하기가 힘들지만 아무래도 이번 결정은 마음에 걸린다. 이전의 등급보류 조항에 위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등급위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가기 때문이다.위헌결정의 취지는 같은 성인의 볼 권리를 다른 성인이 막지 말라는 것이다. 제한하는 건 막는 것과 본질적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제한상영은 정말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전의 ‘등급보류’ 기준을 그대로 옮겨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다면, 표현의 자유가 그때보다 확대되기란 불가능하다.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