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세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제55회 칸영화제서 감독상을 수상함에 따라 한국영화계의 오랜 숙원이 풀렸다. 지난 99년 송일곤 감독의 단편 「소풍」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단편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기는 했으나 장편 경쟁부문에서 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관계자들은 83년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나라야마 부시코」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이후 일본 영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급성장한 것처럼 이번 수상이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올해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10)나 영국 켄 로치(스위티 식스틴), 캐나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거미) 등 쟁쟁한 거장들과 어깨를 겨루어 당당히 입상했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씨는 "임권택 감독의 영상언어가 이제 서방세계에서도 통할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프로그래머는 "그간 유럽 영화에 주눅들어했던 한국 영화가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취화선」이 칸영화제에 초청됐을 때부터 임감독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취화선」의 공식 상영회가 폐막 하루 전인 25일 열려 영화제 기간에 현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으나 영화를 관람한 평론가 및 영화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훌륭한 영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 로이터 등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최민식씨는 "이번 작품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각이 단순히 신비한 오리엔탈리즘에 빠져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화가 지닌 시각적 아름다움 외에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에 깊이 매료된 것 같은 느낌을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99년)과 김기덕 감독의 「섬」(2000년) 「수취인불명」(2001년) 잇따라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는가 하면 박찬욱 감독의「공동경비구역 JSA」(2001년)와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2002년)가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지난 3년 동안 한국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도움이 됐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올해 칸영화제 마켓에서 한국 영화가 판매 활황을 이룬데다 국내 시장의 유례없는 흥행과 맞물려 이번 수상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 향후 한국 영화가 국내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칸<프랑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