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균형은 전등이 깨지면서 드러난다. 일상의 빛을 관찰하기 위해 감독은 어둠을 선택했고 그 어둠은 감독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상의 달콤함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다미아노, 파비오 딘노첸초 쌍둥이 형제 감독이 영화 <파볼라체>로 세상에 알려진 이후 세 번째 장편을 새롭게 선보인다. 로마 변두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딘노첸초 형제는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관객과 호응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탈리아영화계에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 딘노첸초 형제의 새 장편 <아메리카 라티나>는 소소한 일상과 환상 그리고 환각과 실재의 경계를 따라간다. 언뜻 보면 영화 제목이 남아메리카에 관한 주제를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라티나’는 이탈리아 라치오의 작은 도시 이름이다. 영화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메리카와 라티나의 연관성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관객을 영화는 황량한 시골 마을로 안내한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 한 이탈리아 지방 도시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전원주택. 그곳에는 지방 치과의사로 성공한 알파 남성 마시모 시스티가 아름다운 아내, 두딸과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배우 엘리오 제르마노는 딘노첸초 형제의 두 번째 장편부터 함께해온 배우다. 영화는 제르마노를 중심에 놓고 그의 일상에서 평화로움과 그렇지 않음 그래서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시선을 조용히 따라간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의 느린 반복과 같은 일상이 광기로 내몰리고,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그 물방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필사적인 욕망이 고군분투한다. 인간은 항상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 퍼즐의 모든 조각을 모으면 과연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남긴 채 카메라는 마시모의 환상이 환각인지 실재인지 모호해지고 사실과 현실이 교묘하게 교차되는 지점을 쫓아간다.
카르멜로 샤샤 평론가는 “영화는 현실이건 순수한 환상이건 간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성찰하거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자극하기 위해 감독이 구성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해야 하는 이미지, 단어 및 소리의 집합”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다운 영화라는 점”이라며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질서가 무질서와 씨름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다음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