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까지 관객으로 아우르는 대작 애니메이션의 본격적인 여름싸움이 시작되기 전, 어린이들을 주요타깃으로 한 두편의 애니메이션이 각각 1주일 간격으로 개봉한다. 서너살짜리 꼬마들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이 특히 좋아할 만한 영화들이다. 먼저 오는 31일 월드컵 개막과 함께 개봉할 <스페릭스>는 국제축구연맹이 기획과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작품. 텔레비전 시리즈물로 일찌감치 꼬마들과 ‘눈도장’을 찍었던 2002 월드컵 마스코트인 아토 등이 등장한다. 빛과 행복의 존재 아트모스족과 어둠과 비참함의 존재 널모스족은 스페릭볼이라는 경기를 통해 매해 경쟁을 벌인다. 극장용은 전설적인 양팀의 선수였던 아토와 로스가 각각 어린 선수들의 코치가 되어 벌이는 한판 승부의 내용을 담았다. 결승전 한 게임이 내용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단순하고, 주요 캐릭터들 이외는 컴퓨터 그래픽의 수준도 떨어져 어른들에겐 성이 안 찰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익숙한 게임과 축구를 결합한 듯한 스페릭볼의 경기규칙이나, 널모스팀 캐릭터들의 화려하면서도 묘한 색감 등은 일반 시사회장의 꼬마 관객들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수다스럽게 스페릭볼을 중계하는 프렌과 지이의 목소리는 인기 개그맨 강성범, 심현섭씨가 각각 맡았다.
내달 6일 개봉하는 <지미 뉴트론>은 감독 존 데이비스를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려놓았던 작품이다. 지미는 스스로 로켓을 만들고, 껌을 이용한 자동차를 만드는 '천재소년'이지만, 완벽한 발명엔 번번히 실패한다. 어느날 지미가 토스터기로 만든 외계인 통신기를 통해 지구의 존재를 알게 된 ‘달걀 외계인'들이 자신들의 무서운 신 풀트라에게 바칠 제물로 마을의 어른들을 몽땅 끌고가 버린다. <지미 뉴트론>은 이야기의 반전이나 복잡한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에서 즐기는 관객들의 기대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빨 닦아주는 기계, 신발끈 묶어주는 로봇, 이불 개주는 로봇… 이렇게 어린이들이 꿈꿀 만한 모든 것을 거침없이 묘사하는 전반부는 신이 난다. 배가 터지도록 솜사탕을 먹어도, 샤워하면서 오줌을 싸도 잔소리하는 부모가 없다는 사실에 처음엔 아이들은 좋아 펄펄 뛸 정도다. 이내 부모들을 그리워하게 된 아이들이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우주선으로 개조해 떠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김영희 기자dora@hani.co.kr